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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달에 울려퍼지는 소나타

그로스(growth)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적월소나타
작품등록일 :
2024.01.05 16:04
최근연재일 :
2024.04.08 19:0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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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0
글자수 :
181,998

작성
24.03.29 19:00
조회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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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5. 비오는 날의 추억 (7)

DUMMY

"어! 저기 봐봐. 다인 선배야!"

"정말이네! 아... 항상 보면서 느끼는거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워!"

"선배의 손이라도 잡아봤으면...!"

"바보야, 다인 선배님이 우리 같은 생판 모르는 학생에게 스킨십을 허락해 줄리가 없잖아!"

수많은 학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복도를 걸어가고 있는 한 소녀. 부드러워 보이면서도 윤기나는 갈색 머리카락은 초콜릿처럼 달콤한 인상을 주었고 반짝반짝 빛나는 검은 눈동자와 잡티조차 나지 않은 순백의 깨끗한 얼굴, 그리고 인형처럼 아기자기하고 예쁜 코와 싱그러운 입 등은 그야말로 완벽한 미소녀에 가까웠다.

외모뿐만 아니라 전과목 성적에서도 1,2등을 다툴만큼 공부를 잘하는데다가 체육, 미술, 음악 등 어디 하나 못하는 게 없는 이른바 엄친아 같은 인물.

세인의 누나와는 같은 이름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상상할 수도 없을만큼 갭의 차이가 존재하는... 그런 엘리트 소녀였다.

"흐흐흠."

기분이 좋았는지 아름다운 목소리로 콧노래까지 불러가며 사뿐히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마치 빛나는 천사와도 같았다.

밖에는 우중충한 날씨에 아직도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지만 그조차도 그녀의 존재감을 꺾지는 못하였다.

'오늘은 간만에 고기 요리라도 해볼까나.'

학교에서 성적표로 라이벌을 제치고 전교 1등이라는 쾌거를 이룬데다 장학금도 타는데 성공했다. 이런 경사날인데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최근 시험으로 바쁜 탓에 동생에게 자꾸 라면이나 햄버거같은 인스턴트 식품만 먹여서 괜히 미안해진 탓도 없지 않아 있지만.

'후후, 동생은 이런 내 모습 따윈 상상도 못하겠지?'

그야 그럴 것이 언제나 집 안에서 동생에게 비치는 자신의 모습은 부스스하고 꾀죄죄한 그런 꾸미기 전의 모습만 비춰왔으니까 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동생에게 그런 바깥의 모습을 보여주는게 꺼려지기도 했다. 어색하다고나 할까... 부담된다고나 할까... 동생에게까지 그런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저녁을 위해 집에 돌아가기 전에 슈퍼에서 고기나 야채 등을 사야겠다는 이런 저런 생각에 휩싸여 있을 때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인 선배! 같이 가요오!"

이 목소리는... 또 그 녀석이구나? 뒤를 돌아보자 아니나 다를까, 새빨간 머리의 소녀가 자신에게 손을 흔들며 촐랑촐랑 달려오고 있었다.

순식간에 다인과 거리를 좁힌 그 소녀는 숨이 찼는지 상체를 수그리고는 헐떡거리며 말했다.

"헤엑헤엑, 저만 두고 선배 혼자 가다니 너무해요! 기껏 오늘은 수업이 빨리 끝나서 선배 때문에 청소당번까지 맡아서 했는데에!"

"그렇게까지 안해도 되는데... 먼저 가지 그랬어?"

"피이, 선배랑 같이 가고 싶은 제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 알면서!"

볼을 부풀리며 팔짱까지 껴서는, 귀엽게 투정을 부려대는 그 소녀를 보고 다인은 왠지 모르게 짜증이 솟구치고 말았다.

"그래서? 오늘 시험 결과는 어떻게 봤어?"

"헤헤. 궁금하죠? 결과는... 짜잔!"

승리의 브이자를 그리며 그 소녀가 펼쳐든 성적표. 올 백점. 그야 말로 자신조차도 이루지 못한 신의 경지에 다인은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 그 괴랄한 성적은 여전하구나...."

"히히, 그래도 체육이나 음악, 미술까지 모든 것을 잘하는 선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요."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듯 헤벌쭉해져서 그 소녀가 머리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문득 정문에서 시야에 낯익은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헉...?!"

순간 잘못 봤나 싶었다. 저 인물이 결코 여기에 올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살펴봐도 분명 확실히 그 인물이었다.

당황한 다인이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머리속으로 진정하자고 자기주문을 걸듯이 중얼거렸다.

'진정하자... 만나지만 않으면 되는 거야. 그래, 그저 모른 척을 하고 지나간다면...!'

분명 그 인물은 자신이 누군지 알 수 없을테니 나만 그저 남처럼 슥 지나가면 되는 것이다. 뭐야, 별거 아니잖아? 그렇게 생각하자 다소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한가지 무언가 커다란 착각을 한 것이 있었다.

"어? 루비네! 안녕?"

"세인, 너 여기서 뭐하는거야?"

"그냥 학교도 구경할 겸 심심해서 놀러와봤어."

아뿔싸...! 동생하고 루비가 아는 사이라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어! 갑자기 머리 속에 검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이대로라면 자신의 정체가 탄로나는 것은 단지 시간 문제일 것이다.

"근데 저기 너 옆에 있는 분은 누구야?"

"응, 그게."

다인이 찌릿하고 날카로운 위협의 시선을 온 힘을 다해 루비에게 보냈다. 하지만 그녀는 생각보다도 훨씬 더 눈치가 없었는지 그저 활짝 웃은 채로 말해버리고 말았다.

"다인 선배야. 어라? 너 친누나인데도 누군지도 몰랐어? 음... 화장하고 머릿결 때문이려나."

"에에엑?"

세인이 경악에 물든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다인은 얼굴이 홍당무처럼 새빨갛게 익어버리고 말았다. 동생한테 이런 모습을 들키다니... 부끄러워서 온 몸이 데일 듯 뜨겁게 화악 달아올랐다.

"이... 이건 그러니까...."

지금 와서 뭐라고 변명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제부터는 동생에게조차도 이런 불편한 모습을 하고서 집에서 생활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마치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 들어 식은 땀을 흘리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 때.

"아, 그러니까 루비의 친언니 말이죠? 정말로 반갑네요. 게다가 저희 누나랑 이름도 같다니...!"

"엥?"

세인이 전혀 엉뚱한 말을 내뱉었다. 무식하다고 할까... 아니면 순진하다고나 할까...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는 동생에게 다인은 김이 싹 빠지고 말았다.

장난치는 걸까? 하지만 아무리 봐도 진지한 표정인 걸로 봐서 그런 것 같지가 않아. 정말로 내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뭐야, 루비도 참. 자기 언니를 누나라고 부르고. 너가 남자라도 되는 줄 알고 놀랐잖아, 하하하."

이젠 부끄러움이고 뭐고 마치 정말로 다른사람처럼 대하는 친동생의 말에 왠지 화가 치밀어올랐다. 화악 달아올랐던 몸이 붉게 물들던 표정과 함께 싸늘하게 식어버리고 말았다.

푸욱 고개를 비참하게 숙인 채 다인은 분노를 억누르며 냉담하게 중얼거렸다.

"이 바보야... 바보 멍청이......!"

"에? 제가 무슨 잘못된 말이라도? 어, 저기요?"

그 말을 끝으로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그녀를 보고는 세인이 의아해하며 불렀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너네 언니는 참 특이한 분이구나...."

"하하, 그러게...."

루비는 그렇게 어정쩡한 웃음으로 대꾸를 하면서도 속으로는 삐질삐질 식은 땀을 흘리고 말았다. 그제서야 다인 선배가 보냈던 그 위협적인 눈빛이 어떤 의미인지 뒤늦게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나... 난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은 걸까나.......'

***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곰곰히 고민을 하며 집까지 돌아온 내가 문을 열고 집 안에 들어가자 평소처럼 싸늘한 인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오는 거냐?"

응? 뭔가 더 목소리에 한기가 더해졌어?! 무언가 누나에게 언짢은 일이 있었다는 것을 나는 직감했다.

"누나, 무슨 일 있어...? 그리고... 엥? 이게 뭐야? 야... 야채 볶음?"

그것도 자신이 제일 싫어하는 양파와 피망이 가득 들어가 있는 야채 볶음이라니! 누나, 나한테 혹시 무슨 악감정이라도 있어?

나는 삐쳐서 어리광을 부리듯 누나 앞에서 말을 늘어뜨려가며 투정을 부렸다.

"에에? 나 야채 볶음 싫어하는 거 알면서어!"

"그냥 닥치고 먹어. 안 그러면 굶던가."

"......."

이젠 과격한 말까지 섞어가면서 강압적으로 대하는 누나를 보고 나는 할 말을 잃고 어리둥절하고 말았다.

"칫, 괜히 고기요리를 해주려고 마음을 먹었어...."

무심코 작게 중얼거린 누나의 말은 전혀 듣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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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6. 순백의 악마 (4) 24.04.08 3 0 7쪽
39 6. 순백의 악마 (3) 24.04.05 4 0 16쪽
38 6. 순백의 악마 (2) 24.04.03 5 0 8쪽
37 6. 순백의 악마 (1) 24.04.01 6 0 14쪽
» 5. 비오는 날의 추억 (7) 24.03.29 6 0 9쪽
35 5. 비오는 날의 추억 (6) 24.03.27 5 0 11쪽
34 5. 비오는 날의 추억 (5) 24.03.25 6 0 9쪽
33 5. 비오는 날의 추억 (4) 24.03.22 6 0 11쪽
32 5. 비오는 날의 추억 (3) 24.03.20 6 0 10쪽
31 5. 비오는 날의 추억 (2) 24.03.15 6 0 15쪽
30 5. 비오는 날의 추억 (1) +1 24.03.13 7 0 15쪽
29 4. 용서할 수 없는 것 (6) 24.03.11 6 0 9쪽
28 4. 용서할 수 없는 것 (5) 24.03.08 8 0 9쪽
27 4. 용서할 수 없는 것 (4) 24.03.06 7 0 7쪽
26 4. 용서할 수 없는 것 (3) 24.03.04 7 0 16쪽
25 4. 용서할 수 없는 것 (2) 24.03.03 5 0 8쪽
24 4. 용서할 수 없는 것 (1) 24.02.26 6 0 8쪽
23 3. 차가운 만남 (9) 24.02.23 4 0 12쪽
22 3. 차가운 만남 (8) 24.02.21 5 0 9쪽
21 3. 차가운 만남 (7) 24.02.19 5 0 12쪽
20 3. 차가운 만남 (6) 24.02.16 6 0 8쪽
19 3. 차가운 만남 (5) 24.02.14 5 0 7쪽
18 3. 차가운 만남 (4) 24.02.12 7 0 10쪽
17 3. 차가운 만남 (3) 24.02.09 7 0 8쪽
16 3. 차가운 만남 (2) 24.02.07 6 0 7쪽
15 3. 차가운 만남 (1) 24.02.05 6 0 7쪽
14 2. 노스피아 원정대 (6) 24.02.02 7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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