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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달에 울려퍼지는 소나타

그로스(growth)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적월소나타
작품등록일 :
2024.01.05 16:04
최근연재일 :
2024.04.08 19:0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464
추천수 :
0
글자수 :
181,998

작성
24.02.26 19:00
조회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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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8쪽

4. 용서할 수 없는 것 (1)

DUMMY

"여기 위급한 환자가 있으니 중환자 회복실로 데려가주세요."

"뭐야, 또 모험자야?"

"아뇨. 마을 사람이 도적단에게 당한 것 같아요."

여기는...? 어렴풋이 귓가로 사람들의 말소리가 오고 가는 것이 들렸다. 아무래도 대화로 미루어볼 때 병원 같은 곳인 것 같았다.

서서히 눈을 떠보니 무늬없는 하얀 천장이 보였다. 난로 같은 것을 피웠는지 제법 따뜻했다. 침대의 푹신푹신한 감촉이 느껴졌다. 확실히 나는 살아있었다.

그러고보니... 내가 쓰러졌던 곳은 아무것도 없는 벌판 위였는데. 갑자기 이런 신전 같은 곳에서 깨어났다고 생각하니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누가 여기까지 데려온 걸까? 문득 상처를 입은 글라시아가 생각나자 상체가 저절로 벌떡 일어났다.

'글라시아님...!'

"깨어났네..."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니 푸른 머릿결의 차가운 소녀가 무표정의 눈길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토록 그녀가 반가울 수가 없었다.

다만 한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면.

"왜 후드를 쓰고 있어요...?"

"... 그냥 따뜻해서...."

실내에서... 그것도 대낮에 후드를 쓰는 건 누가 봐도 좀 이상하게 보일만 했다. 추위를 잘 타는 타입인가...? 나는 갸우뚱하면서도 살짝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상처는 벌써 다 나았어요?"

"응..."

급소를 다쳐서 많이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상처가 많이 깊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혹시 글라시아님이 여기까지 저를 데리고 오신 건가요?"

글라시아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럼 도대체 누가 나와 글라시아를 구해준거지... 의문이 활짝 피어오르기도 전에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후후... 글라시아님, 저한테 감사하다는 말씀 하나 정도는 하시죠? 제가 두 사람을 옮기느라 엄청나게 고생했다고요."

"..."

갑자기 빈 공간에서 꼭대기가 납작한 검은 챙모자를 쓴 젊은 남자가 나타났다. 존칭을 하는 걸로 봐서는 글라시아의 부하인건가...

"말 끝났으면 어서 가버려..."

평소에도 차가운 말투였지만 유난히 더 싸늘하게 느껴지는 것은 단지 착각일까. 부하보다는 어찌보면 오랜 원한이 있는 원수에게 하는 말처럼 들리기도 했다.

"에이, 그래도 마스터님께 받은 명령이 있는데 그럴 수야 없지요. 저는..."

"또 나타났네..."

갑자기 글라시아가 심각한 얼굴로 주변 눈치를 살피자 덩달아 나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또라니... 설마 스노우레빗같은 몬스터가? 자리에서 잽싸게 일어나려다 통증에 얼굴을 찡그리며 주저앉아버렸다. 아직 상처도 채 다 낫지도 못했는데 스노우 레빗이라니...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내가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을 짓자 소녀가 걱정말라는 듯 나의 어깨를 톡 쳤다.

"나한테 맡겨."

샤샤삭

그녀가 검을 잡기도 전에 복면을 쓴 몇 명의 인물들이 창문을 부수고 이곳 환자실로 들이닥쳤다. 손에 들고 있는 단도며, 전신을 그림자로 감추는 듯한 검은 천옷과 머리 전체를 감싼 복면은 한눈에 봐도 도적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꺄아악!"

여사제들의 비명소리와 함께 환자실이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였다. 환자들 중에는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목숨을 무릅쓰고 방문을 향해 달려드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도적들은 별로 관심도 없었는지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저 자를 잡아라!"

대장으로 보이는 유달리 커다란 체격의 인물이 손가락으로 우리 쪽을 가리키자 앞에 있던 4명의 도적이 일제히 단검을 휘두르며 서서히 접근해왔다.

한 눈에 봐도 보통 솜씨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듯 그들이 내딛는 발걸음에는 어떠한 소음도 담겨있지 않았다.

게다가 나와 소녀는 어느 누구도 무기를 들고 있지 않는 상태.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에 나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어... 어떻하죠? 지금이라도 검을 꺼내는 게...."

"글라시아님은 검을 못 꺼내신게 아닙니다. 일부러 안 꺼내는 거죠."

"...?"

모자를 쓴 남자의 말에 영문을 몰라 어안이 벙벙해하고 있으니까 남자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저 지켜보시면 됩니다. 글라시아님이 얼마나 대단한지."

스릉

어떠한 망설임도 없이 제일 왼쪽에 있던 도적이 순식간에 접근하여 검을 휘두름으로써 숨막히는 대결이 시작되었다.

거의 허를 찌른 공격에도 불구하고 여유롭게 발걸음으로 피한 소녀는 주먹을 잽싸게 도적의 배에 찔러넣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도적이 배를 움켜쥐고 쓰러진 모습을 보고 그리 여겼을 뿐 어찌나 빠른지 동작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윽!"

"커억!"

미처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한 명을 제외한 모든 도적이 신음소리를 내며 바닥에 엎어졌다.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마지막으로 남은 덩치 큰 인물 앞에 소녀가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으로 서 있었다.

"얘네들을 데리고 돌아가. 다시는 여기에 오지 말고...."

"......"

자신도 똑같은 꼴이 될까봐 악착같이 경계하며 전투자세를 취한 그 도적은 소녀의 자비로운 말에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잠시 굳은 듯 멈칫거렸다.

"이... 이 일은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으름장을 떨리는 목소리로 내뱉는 도적의 말은 마치 허세와도 같이 들렸다. 도적은 재빨리 쓰러져 있는 이들의 옷자락을 각각 한 손에 두 개씩 집더니 한번에 들어올리고는 신속하게 창문을 통해 빠져나갔다.

한번에 네 사람을 들어올리는 것으로 볼 때 저 도적도 결코 만만히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도적을 포함한 5명의 도적단 일원을 상대로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준 소녀는 그야말로 괴물에 가까울 것이다.

'휴... 글라시아님이 나에게 진심으로 대련을 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겠어!'

만약 조금이라도 마음을 먹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상상하며 부들부들 떨고 있을 때 바깥 쪽을 멍하니 바라보던 소녀가 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저 사람들... 바로크 도적단이었어."

"바로크... 도적단이요?"

"응, 저 복장과 검을 휘두르는 방법 기억이 나. 예전에 센트럴 시티에서 싸워본 적이 있어."

나의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바로크 도적단이라고? 얼핏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센트럴 시티를 주요 거점으로 삼아 비밀리에 활동하는 대규모 도적 조직.

비록 최상급의 도적단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웠지만 그에 못지 않게 악랄하고 지독한 일들을 많이 저질러서 악명이 꽤 높은 쪽에 속했다.

"그 바로크 도적단이 여기에서도 활동했었다니...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었던 걸까요?"

"대충 알 것 같아."

무표정으로 차갑게 말한 소녀는 뜬금없이 내 옆에 있던 침대에 눕더니 반대쪽으로 몸을 돌렸다. 말과 행동이 워낙 안 맞아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그 남자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물었다.

"지금... 뭐하시는 건가요?"

"잘래."

"......"

도적단에 대한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잠을 잔다니! 뭔지 몰라 하며 보고 있던 나조차도 웃음이 튀어나올 정도였다.

"그러니까 그 도적이 무슨 계획을 세우는지 아실 것 같다고 하셨는데, 그게 뭔지 알려주시면...."

"졸리니까... 잘 거야."

"......."

소녀의 애기와도 같은 고집과 투정에 나와 그 남자 모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 어차피 우리가 나선다고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니까."

그래도 조금 분위기가 이상해졌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그렇게 거의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살짝 덧붙였지만 방금 막 가공할만한 실력을 본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말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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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6. 순백의 악마 (1) 24.04.01 6 0 14쪽
36 5. 비오는 날의 추억 (7) 24.03.29 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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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5. 비오는 날의 추억 (5) 24.03.25 5 0 9쪽
33 5. 비오는 날의 추억 (4) 24.03.22 6 0 11쪽
32 5. 비오는 날의 추억 (3) 24.03.20 5 0 10쪽
31 5. 비오는 날의 추억 (2) 24.03.15 6 0 15쪽
30 5. 비오는 날의 추억 (1) +1 24.03.13 7 0 15쪽
29 4. 용서할 수 없는 것 (6) 24.03.11 6 0 9쪽
28 4. 용서할 수 없는 것 (5) 24.03.08 8 0 9쪽
27 4. 용서할 수 없는 것 (4) 24.03.06 6 0 7쪽
26 4. 용서할 수 없는 것 (3) 24.03.04 7 0 16쪽
25 4. 용서할 수 없는 것 (2) 24.03.03 5 0 8쪽
» 4. 용서할 수 없는 것 (1) 24.02.26 6 0 8쪽
23 3. 차가운 만남 (9) 24.02.23 4 0 12쪽
22 3. 차가운 만남 (8) 24.02.21 5 0 9쪽
21 3. 차가운 만남 (7) 24.02.19 5 0 12쪽
20 3. 차가운 만남 (6) 24.02.16 5 0 8쪽
19 3. 차가운 만남 (5) 24.02.14 5 0 7쪽
18 3. 차가운 만남 (4) 24.02.12 6 0 10쪽
17 3. 차가운 만남 (3) 24.02.09 6 0 8쪽
16 3. 차가운 만남 (2) 24.02.07 6 0 7쪽
15 3. 차가운 만남 (1) 24.02.05 6 0 7쪽
14 2. 노스피아 원정대 (6) 24.02.02 7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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