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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님의 서재입니다.

흔하디 흔한 영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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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작품등록일 :
2021.05.12 14:59
최근연재일 :
2021.08.23 11:0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8,583
추천수 :
182
글자수 :
247,784

작성
21.08.23 11:00
조회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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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46화

DUMMY

“성격은 나쁘지만 아름다운 누님이 있을 줄 알았더니 어째서 세기를 넘어선 틀딱 노인이 있는 것일까...”


“그런 건 말로 안 해도 알고 있으니까 제발 조용히 입 좀 다물어 주세요 크로우씨.”


“아아- 그럼 카슈발 남작만 믿겠어. 내 믿음을 배신하면 알지? 응?”


“압니다 알아요. 당신이 믿거나 말거나 모두의 목숨이 달린 일인데 해내야죠 해낼 겁니다.”


자신 스스로에게 말하듯 마지막 말을 흐린 알렌은, 엘프 노인을 바라보며 준비를 시작했다.


‘좋아. 어떤 거짓과 억지로 가득한 엉터리 주장으로 우릴 엿 먹일 생각입니까 엘프 어르신?’


긴장감과 흥분이 교차하는 묘한 기다림 속에서 드디어 노인의 입이 열렸다.


“처형하라.”


“...아?”


“얼씨구? 다짜고짜?”


심문도, 선언도 없이 다짜고짜 처형을 선포하는 노인의 말에 눈에 띄게 당황하는 알렌들




채앵


하지만 엘프들은 명령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무기를 빼들고 겨누기 시작했다. 그것은 공포를 조장해 이득을 취하려는 질 나쁜 협박이 아닌, 준비를 끝마친 처형인의 투박한 도끼날이 머리 위로 겨누어진 것만 같은 흐름이었다.


‘빌어먹을! 중세 암흑기의 마녀사냥도 이 정도는 아니겠다!’


알렌은 그렇게 욕을 한 바가지 내뱉으면서도, 어느 때보다도 맹렬히 머리를 회전시키며 상황을 직시했다.


0.1초


사방에서 시퍼렇게 날을 번뜩이는 검과 창날, 그리고 바람을 가를 듯이 매겨진 화살들.


0.2초


그런 상황 속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병사들 가운데에서 침착을 유지하며 검 자루에 손을 가져다댄 한나


0.3초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며 항복의 의사를 내비치는 한 편, 언제든지 치고 나가려는 듯이 구부정한 몸짓을 취하며 포위망 너머의 민간인들을 주시하는 크로우.


0.5초


그런 일보 직전의 수라장을 재빠르게 둘러보던 알렌의 눈동자는, 곧바로 그들을 지도하는 노인을 파악해 나가기 시작했다.


‘권력을 갖춘 고관대작 특유의 인상. 고지식한 고집과 자존심. 하지만 결코 성미가 급해보이는 관상이 아닌데 어째서 이리 결정을 서두르는 거지? 뭣 때문에?’


0.7초


‘아니야, 지금은 그런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할 때가 아냐. 지금 내게 필요한 건 확실한 정보가 아니라 정보를 가지고 그럴 듯한 소설을 쓰는 상상력과 추리력이다!’


0.8초


그렇게 알렌은 맹렬히 사고와 판단을 거듭하며


0.9초


정보를 도출하고


1.0초


정보를 조합해 그럴 듯한 대책안을 작성했다.


‘이게 정말 맞는 걸까?’


입을 벌리기 전 자신의 생각과 결정이 제대로 된 것인가에 대해 생각을 되짚었다.


1.3초


생각과 결정은 빠르고 신속했다.


“숲의 지도자시여!”


하지만 알렌이 입을 여는 순간


피융


두 발의 화살이 알렌을 향해 날아들었다.


“알렌님!”


그에 상시 경계를 취하고 있던 한나가 곧바로 검을 빼어들며 화살을 막아냈다. 하지만 그녀가 막아낼 수 있었던 건 한 발의 화살. 이대로 남은 한 발의 화살이 알렌의 몸을 꿰뚫을 터였지만


카앙!


다행히도 누군가가 화살을 막아내어 알렌은 무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존재의 정체를 알게 되자 알렌은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날아들던 화살을 막아낸 이가 바로 리피였기 때문이었다.


‘어째서?’


대체 왜? 라는 깊은 의문점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알렌은 현재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향해 눈을 돌렸다.


“검은 숲을 이끄는 고귀한 자께 드릴 말이 있습니다!”


“...흐음?”


[호감도가 올랐습니다!]


옅지만 확연한 관심과 호의.


‘...아하.’


알렌은 그제서야 그의 속내가 어떤 종류의 것인지를 조금이나마 간파할 수 있었다.


“어디 한 번 말해 보거라 인간이여.”


조금은 누그러진 분위기. 그 분위기에 알렌은 속으로 작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다시금 생각을 가다듬었다.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상태는 아니야.’


판사의 나무망치보다 전사의 쇠망치가 가까운 곳에서 무죄추정의 법칙 같은 두루뭉술한 진술은 운운하는 건 무가치한 법.


“저희가 범인을 찾아드리겠습니다.”


웅성웅성


“범인을?”


“범인이 어째서 저런 말을 하는 걸까?”


“벗어나기 위한 거짓말이겠지?”


“혹시 모르지, 저들이 범인이 아닐지도?”


그의 한 마디에 상황을 멀찍이서 지켜보던 엘프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지만, 알렌은 그저 흔들림없이 자신을 마주보는 노인을 가만히 응시할 뿐이었다.


“...좋다. 그대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됐다!’


“단! 한 가지 조건이 있다.”


“...그게 대체 무엇입니까?”


“범인을 색출하겠다는 그대의 발언에 깊은 감화를 얻은 바. 그대의 행보에 도움이 되도록 숲의 길잡이들을 파견해 주겠다.”


‘...역시.’


도움이라 말하긴 했지만, 행동을 감시하기 위한 감시자 역할을 위해 붙이는 자들일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는 알렌에게 있어서 상정 내.


“허나, 우려 또한 마찬가지인 바. 그러니 저자의 신병을 구속하도록 하겠다.”


그가 가리킨 건 알렌은 아니었다. 그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누구인지 확인하고 나자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그 시각 검은 숲 외곽.


“이곳에서 정찰대의 흔적이 끊겼습니다.”


“흐음... 그렇군요.”


플라토네 남작의 병사들을 이끌고 스폴레토에서 떠난 무로가 북쪽 검은 숲의 초입에 당도하고 있었다.


“주변을 탐색할까요 무로 경?”


“아니 저는 기사가... 으음...”


자신을 부르는 호칭에 대해 한 마디 하려던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재차 입을 열었다.


“괜찮습니다. 굳이 그런 수고를 들일 필요는 없어요.”


“예?”


병사의 질문 아닌 질문에 답을 하는 대신 천천히 발을 옮긴 그녀는, 스무 발자국도 지나지 않아 한 곳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여깁니다.”


그녀는 좋은 토질의 황토가 자리한, 하지만 풀 한포기 자라지 않은 땅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직경 약 십 미터의 사방. 흔적이 이렇게 좁은 구역에서 한한다는 건 단번에 제압당했다는 것이고 핏자국 하나, 칼조각 하나 보이지 않는 다는 건 흔적을 지우는 데 도가 텄다는 뜻이다.’


“...보르고스 경에게 맡길 걸 그랬나?”


“예?”


“아뇨, 혼잣말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데려온 병사들을 주욱 훑어보았다.


이백에 달하는 병사들. 질을 따진다면 정병이라는 호칭을 붙이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작전을 끝마친 후, 이중에 살아남는 자가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그렇게 생각 끝마친 무로는 가만히 입을 열었다.


“태우죠.”


“숲... 숲을 말입니까!?”


“주변에 숲 말고 태울 것이 또 있습니까?”


“아, 그게 아니라... 이 숲은 불에 타지 않습니다. 숲의 주민들의 마법으로 지켜준다 하는군요.”


“마법이라... 그렇군요...”


그의 말에 팔짱을 낀 채 숲을 바라보며 고민을 이어가던 무로는, 그 상태 그대로 입을 열었다.


“헌데 궁금하지 않습니까?”


“뭐가... 말 입니까?”


“나무에 기름을 끼얹어도 과연 타지 않을 것인가- 라는 점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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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5화 21.07.04 94 1 10쪽
36 34화 21.07.03 99 1 9쪽
35 33화 21.07.01 113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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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1화 21.06.27 11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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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8화 21.06.22 99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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