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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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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작품등록일 :
2021.05.12 14:59
최근연재일 :
2021.08.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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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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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7,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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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0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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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7화

DUMMY

알터 브리단트.


심포니아 세계의 중심에 위치한, 찬란한 대제국의 수도인 거대도시. 하지만 그것도 과거의 영광일 뿐, 제국이 멸망하고 중부 대륙의 거의 대부분이 마왕의 손에 떨어진 지금은 마왕군의 수도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도시의 모든 인간이 전멸한 건 아니었다. 아직도 적잖은 인간들이 그 도시에 기거하고 있었지만, 이전과 같은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뚜벅- 뚜벅-


도시의 중심지 검은 황궁.


대제국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 곳이자, 마왕군의 수뇌부들만이 드나들 수 있는 그 곳을 한 남자가 유유히 거닐고 있었다.


검은 머리를 쓸어 넘기고 하얀 프릴이 달린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새하얀 피부의 젊은 사내가 황궁을 거닐고 있었지만, 그를 제지하긴 커녕 오히려 머리를 조아릴 뿐이었다.


“밤의 군주께서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그런 그의 앞에 한 사내가 홀연히 나타났다.


보라색 단발머리에 왼눈에 모노클을 착용한 단정한 옷차림의 사내는, 마치 사무관과도 같은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마왕님을 뵈러 왔네. 용태는 어떠신가?”


“그대로이십니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으시죠.”


이전의 결전에서 성검에 심장을 찔린 마왕은 그대로 정신을 잃고서 쓰러졌고, 진을 비롯한 마왕군의 수뇌부들은 마왕을 이곳 황궁으로 옮겨, 타락한 옥좌 위에 앉혀둔 상태였다.


“같이 뵈러 가시겠습니까?”


“아니, 마왕님의 비서인 진. 그대의 말이 그러하다면 굳이 뵐 필요 없지.”


“허면... 여긴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전하기 위해서.”


“전한다? 무엇을 말이죠?”


“감지했다네 내 한쪽 날개에 초록색 빛을 안겨준 존재를 말이네.”


조론의 불친절한 말에 기억을 더듬던 진은, 그가 말하는 존재가 어떤 자인지 기억해 내었다.


“...그 엘프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살아 있었던 겁니까?”


대답대신 미소를 지으며 남쪽을 바라보는 조론. 그의 붉은 눈에는 복수 같은 것이 아닌, 보다 질척거리는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조론. 당신의 역할을 잊은 건 아니겠지요?”


“설마? 조만간 있을 전쟁에서 이 몸의 역할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지. 다만, 내가 직접 가는 게 아니라면 괜찮겠지?”


“...허가하겠습니다. 허나 도움이 없을 것이란 점 인지해 주십시오.”


“역시, 마왕님께서 그대를 곁에 두는 이유가 있군. 안 그런가 시리?”


“...내가 그런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 그랬을 텐데?”


사아아악-


힐난하는 듯한 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서 미끄러지듯 나타난 건, 사람 크기의 뱀과 그 위에 걸터앉은 채 은발을 자신의 풍만한 가슴팍과 푸른 비늘 드레스 위에 수놓은 매혹적인 여성이었다.


“시리. 내 숙원을 위해 당신의 힘을 보태주지 않겠어?”


“꿈 깨. 당신의 악취미적인 원한에 나와 내 아이들을 내보낼 생각. 추호도 없으니까.”


“흠...”


“내가 돕지.”


“음!?”


또각- 또각-


전신에 짙은 로브를 두른 백발의 늙은 남성이 붉은 보석이 장식된 스태프로 복도를 짚으며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가 손에 쥔 스태프로 복도를 짚을 때마다, 검은색의 짙은 사기邪氣가 로브 너머로 새어나오다 들어가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레트.”


“그레트가, 조론을 돕는다고? 수천 년을 살더니 드디어 노망이라도 났나?”


고귀하디 고귀한 ‘혈족의 군주’와 더럽디 더러운 ‘시체들의 왕’. 섞일래야 섞일 수 없는 둘이었기에 시리오트가 그런 태도를 보이는 건 이상할 게 없었다.


“노망이라... 그럴지도 모르지. 그러니 한 번 확인해 보겠나?”


“...아니야. 다시 보니까 멀쩡하네.”


시리오트는 손을 휘저으며 스르륵 뒤로 물러섰다.


“그레트 공. 당신의 제안은 감사하나 이번 일은...”


“‘모독 받는 자’ 10구를 주겠네.”


멈칫.


“그대의 혈족으로 숲의 기운을 버텨내기는 힘들터. 그 존재들이라면 큰 도움이 될 걸세.”


“하. 하하하하하! 제피르!”


조론의 부름에 창문 너머에서 검은 안개가 스르륵 나타났다.


“부르셨나이까 로드시여.”


“가라! 그레트 공의 협조와 함께 그녀를 우리의 혈족으로 만들어오라!”


“...그것이 그대의 바램이라면...”


그 말과 함께, 검은 안개가 나타날 때와 마찬가지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갔다.


“그레트 공. 내 그대를 잘못 판단하고 있었군. 이 일이 마무리 지어진다면 후에 제대로 감사를 표하겠소.”


“별 말씀을.”


호탕하게 웃음을 짓는 조론. 하지만 그레트는 그런 조론을 보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 * *


그오오오오!


쾅 쾅쾅


고릴라와도 같이 기형적으로 커다란 자신의 팔을 지면에 내리치는 골렘. 동시에 광장 전체로 퍼져나가는 굉음과 진동.


“정신 단단히 차려라! 한 순간이라도 실수하면 피떡곤죽행이다!”


콰아앙!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표현이 과한 크로우의 말. 하지만 공성망치를 양 팔에 매단 채 휘두르는 것만 같은 골렘의 파괴력은 정말 곤죽이 되어 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것이었다.


“히이익!”


“그래! 무섭겠지! 한 방만 맞아도 사망이니까 존나 살 떨리겠지! 하지만 무서워도 골렘에게서 눈을 떼지마! 덩치가 큰 만큼 움직임이 느리니 눈 똑바로 뜨고 움직여라! 우왕좌왕하다가 발이 얽히면 니들끼리 자멸한다!”


크로우의 말은 정확했다. 골렘은 덩치가 큰 만큼 공격 반경은 넓었지만, 움직임은 보고 피할 수 있을 정도로 굼떴고, 광장은 넓긴 했지만 골렘만 바라보며 움직였다간 서로 동선이 겹칠 가능성이 충분했다. 그렇게 그들은 그저 살아남겠다는 일념 하에 몸을 움직였다.


공포라는 이름의 자극도 계속되고 계속되면 무뎌지게 되는 법. 크로우의 부하들은 골렘의 공격에 점차 적응이 되어갔다. 하지만 무생물인 골렘은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처음처럼 계속해서 공격을 이어갈 뿐, 변한 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반격이 시작되었다.


“자아, 이제 작전대로 움직여!”


크로우의 지시에 따라 산개하는 무리들. 그에 골렘 또한 멈칫거렸지만


“이야아아아!”


곡괭이를 치켜들고서 자신을 향해 정면에서 달려드는 소수의 인원의 모습에 두 팔을 높이 치켜들었다. 고릴라와도 같이 비정상적으로 기다랗고도 거대한 팔은 광장의 천장에 닿을 듯이 솟아올랐고, 이내 그들을 향해 사정없이 내리쳤다.


“산개!”


하지만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재빨리 몸을 놀렸고, 골렘의 팔은 속절없이 텅 빈 땅만을 후려칠 뿐이었다.


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퍼져나가는 흙먼지, 그 굉음과 흙먼지가 흩어지기도 전에 크로우의 말이 먼저 터져 나왔다


“다음!”


“으랴아아!”


지면에 내리쳐져 무방비한 골렘의 팔을 향해 달려든 병사들은 그대로 각자 자신들이 손에 든 곡괭이를 내리 찍었다.


까아앙!


굉음과 함께 파편을 튀기며, 골렘의 팔이 볼품없이 깎여져 나갔다.


그오오오!


그제서야 고통을 느낀 건지, 골렘은 굉음을 내지르며 두 팔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마치 어린아이가 흙장난을 하는 것만 같이 볼품없는 손동작이었지만, 크로우의 부하들은 그것만으로도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지금이다 발러!”


“후움!”


그 사이. 골렘의 뒤를 점한 크로우의 부관인 발러와 울끈불끈한 덩치들이 골렘의 뒷다리를 사정없이 후려치기 시작했다.


까아아앙!


파과과곽!


다시 한 번 굉음이 울려 퍼지며 일부가 부서져 나간 뒷다리. 그렇게 상체를 지탱하던 다리의 균형이 무너지자 당장에라도 넘어지기라도 할 것 마냥 기우뚱거렸지만, 골렘은 어떻게든 버텨내었다.


“한 번 더!”


꽈아아앙!


곧바로 이어진 공격에 의해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기 전까진


“지금이다! 총 공격! 전부 달려들어!”


크로우의 명령이 떨어지자, 곡괭이를 앞세운 병사들이 득달같이 달려 들었다.


“그런데 어딜 때려야 하는 거야?”


“그야 당연히 심장 아니면 대가리지! 그게 기본 아니겠어?”


“이야- 너 똑똑하네!”


구오오오!


하지만


우우우웅


골렘이 생성되었던 바닥의 문양이 푸른빛을 내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크로우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여기다! 여기를 부수는 게 먼저야 이 머저리들아!”


“에? 그게 무슨?”


크로우의 말이 무슨 뜻인지는 이해하지 못하던 부하들이었지만 이내 몸으로 깨닫게 되었다.


그그그긍-


골렘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돌들이 들썩이더니, 터덥- 텁- 하는 소리와 함께 저절로 움직여 골렘의 부서진 부위가 다시 원상 복구 되어갔다.


“뭐야 저게.”


“멍하니 있지 말고 움직여 멍청이들아!”


콰과과광!


재빠르게 바닥을 부수기는 했지만 골렘은 이미 원상복구가 되어버린 상황. 거기에 무방비한 상태에서 쏟아진 골렘의 일격으로 인해, 부하들의 사기 또한 크게 떨어진 상황이었다.


“다시... 복구했다고?”


“저걸 어떻게 이겨...”


망연자실해진 크로우의 부하들. 하지만 그들의 눈에 하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응?”


“저게 뭐야?”


등에 곡괭이를 짊어진 누군가가, 등산을 하듯 골렘의 등을 타고 오르고 있었다.


크로우였다.


“대장!”


“아오 저 머저리들... 몰래 등산하는 중인데 들켜서 죽게 할 셈인가? 앙?”

다행히도 등산에 성공한 크로우는, 골렘의 어깨와 목 사이, 보기 좋게 벌려진 틈새에 자신의 두 발을 끼워 넣고서 곡괭이를 손에 쥐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대가리라고 했지? 어디 누구의 대가리가 깨지게 될지 한 번 확인해 보자고! 흡!”


까앙-


!?


크로우는 곡괭이를 두 손에 쥐고 채광을 시작했고, 골렘은 그제서야 자신의 머리 위에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늦었어!”


카앙 카아앙!


그의 곡괭이질이 이어질 때마다 굉음과 함께 암석 파편이 후두둑후두둑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그 속에서 푸른빛으로 반짝이는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거구만!”


곡괭이를 머리 위로 치켜 들어 올린 크로우. 하지만 골렘 또한 가만히 있던 것은 아니었다.


구오오오오!


머리에 매달린 크로우를 떨어트리기 위해 발광을 하는 골렘. 그에 크로우는 곡괭이질은커녕, 자신의 안위부터 살펴야 할 참이었다.


“크으으! 발러! 어떻게 좀 해봐라! 한 방이면 된다!”


“어떻게 좀 해보라고 해도...... 그래, 거기 다섯. 날 따라와라.”


“예. 옛!”


다섯의 부하를 대동한 채, 곡괭이를 들고서 달려 나가는 발러. 골렘을 향하는 것만 같던 그들의 발걸음은 난동을 부리는 골렘을 지나쳐 어디론가로 향했고, 그에 골렘의 난동 또한 멈추고 말았다.


발러와 부하들이 향한 곳은 바로 입구의 정 반대편.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골렘이 가로 막고 있던 돌문이었다.


그오오오오!


“뭐 하나 잊지 않았냐 돌덩이?”


? !?


“이미 늦었어!”


목 깊숙이 박힌 푸른 보석을 향해 크로우의 곡괭이가 정확히 꽂혀 들어갔다.


쩍. 쩌저적


쨍그랑!!


세찬 균열과 함께 유리가 깨지듯 푸른 보석은 그야말로 산산조각이 났고, 그 속에 깃들어 있던 푸른빛이 사방에 퍼져나가며 골렘의 거체가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를 지키고 있던 가디언 ‘골렘’을 물리치셨습니다!]


[명성 100을 얻었습니다!]

...

...


우르르 쿠궁 쿵-


“우왓! 엇차-!”


무너져 내리는 돌무더기를 요령 좋게 벗어나 땅바닥에 구르듯 착지한 크로우는 발러의 손을 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오랜만에 고생 좀 하셨습니다 크로우 대장.”


“가끔은 직접 나서서 뭔가를 보여줄 때도 있어야지. 자 그동안 노고에 대한 보상을 확인해 볼까?


몸의 먼지를 툭툭 털며 옷매무새를 만진 크로우는, 골렘이 사라지며 드러난 통로를 향해 걸어 들어갔다.


한 사람이 지나갈 정도로 좁은 통로 끝에서 나타난 건 또 하나의 돌문. 하지만 힘주어 밀어내자, 그그그그긍- 하는 소리와 함께 돌문이 열리며 하나의 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오오오-”


돌문 틈새로 점차 드러나는 초록빛에 크로우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그렇게 초록빛이 잦아들자, 그의 눈에 들어 온 것은 바로 거대한 광석이었다. 방 안에는 사람의 키보다 커다랗고, 에메랄드와도 같이 투명한 녹색의 광석이 있었는데, 그 광석 속에는


“...엘프?”


기다란 귀가 인상적인 나신의 엘프 여성의 잠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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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39화 21.07.13 62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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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5화 21.07.04 93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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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3화 21.07.01 112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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