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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님의 서재입니다.

흔하디 흔한 영지물

웹소설 > 자유연재 > 게임, 판타지

한가한한량
작품등록일 :
2021.05.12 14:59
최근연재일 :
2021.08.23 11:0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8,587
추천수 :
182
글자수 :
247,784

작성
21.06.05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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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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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8화

DUMMY

이른 저녁.


정성민이 도착한 곳은 집 근처의 한 술집이었다. 어둑한 주황빛 전등 아래 시끌시끌함이 감도는 싸구려 술집. 어디선가 들어본 거 같은 익숙하고도 빠른 템포의 팝송이 흐르는 가운데, 술집의 한 구석에서 한 사내가 삶은 완두콩을 우적우적 씹으며 소주 한 잔을 들이 키고 있었다.


“젠장 어째서...”


패가망신이라도 당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얼굴을 일그러트린 채 신세한탄을 하는 사내. 가게 매출을 떨어뜨릴 것 같은 분위기에 사장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찰나


딸랑-


가게의 문이 열리며 말끔한 정장 차림의 한 남성이 그에게 거침없이 다가갔다.


“희망의 신을 받아들인 불쌍맨이 여기 있다 들었습니다만!”


“...그래, 나다 이 새끼야.”


“아하하하핫! 아저씨! 여기 맥주 오백이랑 안주! 제일 비싼 걸로!”


그렇게 웃음을 터트리며 맞은편에 앉는 사내로 인해, 술집은 다시금 평소의 시끌벅적한 공간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너, 아까 내가 술 마시자 했을 때 분명히 야근이라 안 된다- 하지 않았냐?”


“성민아- 성민아- 내 베스트 프렌드 정성민아. 네가 힘들어하는데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니? 네 슬픔과 고통을 덜어주고자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해 어떻게든 정시퇴근을 이뤄냈다는 거 아니겠니! 응?”


“...내가 고통 받는 스토리를 4DX로 생생하게 듣고 싶은 게 아니라?”


“......일단 마셔!”


친구의 불행을 양식 삼아 웃고 즐기려는 강현수의 모습에 화가 날 법도 했지만, 해맑고 경쾌하기 그지없는 모습에 도리어 화가 가라앉게 되었다.


‘뭐, 이 녀석은 원래 이런 놈이니까.’


“자고 일어나니 마을의 종교가 정해졌다는데, 그리고 하필이면 그 신이 예능신이나 다름없는 희망의 신이라는데 이 기막힌 개꿀잼 스토리를 참아? 아니, 못 참아! 절대 못 참지!”


“......”


‘때릴까?’


지금 당장 폭력이 동반된 유혈사태를 일으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정성민이었지만, 애초에 강현수가 이런 존재라는 사실도 인지하고 있었고, 이런 녀석에게 술을 마시자 권유한 것이 다름 아닌 본인이었기에 그저 한숨만 내쉬며, 잔뜩 기대감을 내비치는 하나뿐인 친구에게 상황의 전말을 이야기했다.


때는 크로우가 마을을 떠난 지, 현실 시간으로 만 하루가 지났을 때였다.


“......”


맑은 아침. 지저귀는 새들. 지극히 개운한 정신.


누군가에겐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활기찬 하루의 시작이었겠지만


“불길한데...”


정성민에게는 징크스나 다름없는 불안한 하루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보지도 않고 손을 뻗어 핸드폰을 손에 쥔 정성민은, 자신이 잠들어 있던 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이벤트가 발동되었습니다!]


- 조건 <‘신의 징표’ 를 가지고 있는 자> 가 충족되었습니다.


- 특정 신을 전도하는 자가 마을에 나타납니다.


[이르하 교단의 은 목걸이]


- 등급 : 희귀


- 착용 시 성능 : [손재주 小], [행운 小]


- 희망의 신 이르하의 심볼인, 새하얀 비둘기 문양이 새겨진 목걸이입니다. 적지만 은은한 성력이 깃든 물품으로서, 이 물품을 착용하거나 소지하고 있으면, 그 자는 희망의 신을 따르는 신도라 인식이 되어질 것입니다.


...상황을 요약하면 이러했다.


고블린들의 소굴에서 얻은 은 목걸이가 바로 희망의 신을 믿는 자들의 증표였던 것이고,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한 사람에게 들어간 것이다.


바로 하나뿐인 충실한 기사이자 영주대행인 한나 크리사오르의 손에 말이다.


그로서 트리거가 충족되어 이벤트가 발동이 된 것인데, 그것이 하필이면 정성민이 잠들어 있는 사이에 이뤄진 것이다. 그리하여 희망의 신인 ‘이르하’ 의 사제가 마을에 나타나 전파와 전도를 끝마치고 사라지기까지, 이 모든 것이 바로 새벽 2시에서 6시 사이. 그가 꿈나라에 들어간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


설명을 끝낸 정성민은, 다시금 말없이 소주 한 잔을 쭈우욱- 들이켰다.


탁!


“크으으- 여기 소주 한 병 더요!”


주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영롱하기 그지없는 초록 빛깔의 소주 한 병이 그의 앞으로 배달되었고, 성민은 자신의 소주잔을 그득하게 채우고선 맞은편을 바라보았다. 그 때까지도 강현수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배를 잡고 소리죽여 웃음을 터트리고 있을 뿐이었다.


“...히익. 히익. 히이익. 살려줘. 웃겨서... 웃겨서 뒈질 것 같다.”


“...X팔.”


“후우... 후우... 하아... 아- 올해 치 웃음은 다 웃은 거 같네-”


“현수야. 종교... 못 바꾸는 거지?”


“왜? 이르하 교 좋잖아? 무려 사람들이 ‘절망’에 빠지지 않고 ‘운’이 증가하는 걸?”


그랬다.


희망의 신 이르하 교의 이점은 바로 두 가지.


[운이 증가합니다.]


[사람들이 쉽사리 절망에 빠지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운이 얼마나 증가하는 지도, 운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도 모르고, 절망 속에서 희망을 얻는다는 건 절망이라는 상황이 되어야 작용한다는 건데, 인구가 백 명 남짓한 초중반에 그런 상황까지 몰리게 된다? 대체로 유저들은, 그런 상황을 망했다고 표현한다.


참고로 강현수가 속한 종교이자 가장 대중적인 종교인 빛의 신 루모스 교의 효과는 이렇다.


[모든 긍정적 효과가 1퍼센트 증가 합니다.]


[모든 부정적 수치가 1퍼센트 하락 합니다.]


운이니 희망이니 하는 미시적 효과에 비해 이 얼마나 확실한 수치인가?


“친구야. 인간이 절망에 빠지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건데 너는 그런 걸 가지고...”


스윽-


듣다 못한 성민이 초록색 술병의 주둥이를 잡고 일어나는 모션을 취하자, 그제서야 현수의 입과 손이 공손해졌다.


“종교를 바꾼다라... 글쎄, 사례는 못 봤지만 종교를 믿자마자 갈아타는 게 말이 되냐? 그리고 무엇보다 바꿀 종교가 있어야 바꾸지. 아예 게임을 리스타트 하는 게 빠르지 않을까 싶은데?”


“...그건 좀...”


아무리 꽝 취급에 있으나 없으나한 종교라지만, 여태까지 해온 것들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


다시금 가득 찬 소주 한 잔을 들이올린 현수는 모두 목구멍으로 털어 넣는 것으로 미련과 회한을 털어 넘겼다.


“크으... 쓰으읍. 그러는 너는 어때? 서부 쪽도 꽤나 다이나믹하게 흘러간다고 들었는데.”


“말도 마라. 갑자기 대기업 스트리머 한 명이 나타나더니 생태계 교란 종 마냥 급속도로 성장하는 중이다. 이름이... 릴리아였나?”


“릴리아라...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얼마나 빨리 크길레?”


“3일. 인구 백 명.”


“으응 3일. 오래 걸렸... 뭐시기? 뭐가 어째?”


성민은 정정을 바라며 현수를 바라봤지만, 그는 묵묵부답을 일관하며 방울토마토 하나를 입 안으로 집어삼킬 뿐이었다.


‘내가 얼마나 걸렸지? 족히 일주일은 넘게 걸린 거 같은데...’


“아니, 다른 놈이 인구를 갖다 바치거나 하지 않는 이상 그딴 식으로 성장할 리가...”


“그래, 그거 맞아.”


“......”


“구독자 수만 50만이 넘어가는 대기업답게 구독자들이 마을을 생성해서 갖다 바치면 그걸 먹어치우면서 게걸스럽게 성장하는 중이다.”


“...하지만 스트리머 따라 서부에서 스타트해도 근처에 생성될 확률은 적을 텐데 어떻게?”


“내가 뭐랬냐 구독자 수 50만이라고 했지? 그러면 그만큼 돈 많은 황금말랑카우 또한 많다는 소리 아니겠냐.”


“...와,,,”


“나랑은 거리가 좀 돼서 당장 문제될 건 없지만, 조만간 우리 동네가 시끌시끌해지지 않을까 싶다.”


‘사실 그보다 골치 아픈 건 따로 있지만,,, 뭐, 얘처럼 신세한탄 할 정도는 아니니까.’


“복잡한 건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술이나 마시자 친구야! 아, 그러고 보니 내가 부장 아저씨들이 정치놀음 한다는 이야기를 했었나? 사실 얼마 전 우리 회사에 개쓰레기 같은 놈이 들어왔거든? 근데 이 새끼가 사실...”


갑작스레 자기 할 말을 늘어놓는 현수. 언제나처럼 마이페이스로 끌고 가는 그의 행동에 성민은 헛웃음이 튀어나왔지만, 이내 탁자에 기댄 손에 턱을 괴며 시시콜콜하기 그지없는 그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 * *


[브리드 마을]


군주 : 알렌 카슈발


주민 수 : 133명


규모 : 마을


방어도 : 보통


치안도 : 높음


만족도 : 높음


명성 : 50

- 작은 명성으로 인해 피난민이 마을로 올 확률이 소폭 증가합니다.

- 영지민의 만족도가 3 증가했습니다.


<산업>


농업 E 랭크(Lv2) 경험치 : 30.9%

- 순무 밭이 번창하고 있습니다.

- 감자가 수확을 앞두고 있습니다.


목축업 F 랭크(Lv1) 경험치 : 00.0%

- ???


수렵 D 랭크(Lv1) 경험치 : 12.7%

- 사냥꾼들이 실력이 증가하며 그에 따른 결실을 맺어가고 있습니다.

- 사냥꾼들의 궁술이 보다 능숙해집니다.

- 랭크와 레벨이 낮은 사냥꾼들의 경험치 증가 속도가 증가합니다.


건축 E 랭크(Lv9) 경험치 : 81.5%

- 마을이 점차 발전하고 있습니다.

- 건물을 짓는 속도가 증가합니다.

- 보다 높은 등급의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신앙(1단계)

<희망의 신 ‘이르하’ 교> : 종교 통일성 100%

- 단결된 신앙으로 최대 효과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자세히보기)

-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선 특정 조건이 만족되어야 합니다.

- 조건 1. 이르하 교를 믿는 인원이 500이 넘어야 됩니다.

2. 종교 통일성 80% 이상.


- 주민들의 건강이 양호합니다.

- 주민들이 식량 배급양에 대해 약간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 합숙소가 주민들의 주거지로 이용되고 있지만, 개인 집을 원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습니다.


비바람이 거셀수록 열매가 무르익는다는 말처럼, 여러 역경을 이겨낸 마을은 빠르게 성장을 가속했다. 물론, 크로우에게 많은 식량을 뜯긴 여파로 인해, 한동안 식량에 관해서 허리를 졸라매야 되겠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 왜냐하면, 크로우 그 사람에게서 받은 물품 중에 바로 ‘감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구황작물의 일축으로 척박한 지형에서도 잘 자라는 작물이며, 유럽을 비롯한 많은 나라의 주식을 담당하는 것과 동시에 이론상 화성에서도 잘 자란다는 엄청난 식물이다. 그 영향력은 아일랜드 대기근만 봐도...


‘아... 이건 너무 갔나?’


아무튼 덕분에 마을 내에는 순무를, 벌목으로 인해 횅해진 곳에는 감자를 심으며 식량 확보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되었다.


‘인구도 꽤 많아졌겠다, 순무 수확시기가 돌아오면 다시 탐험대를 보내야지. 나도 이제 슬슬 다른 마을도 규합하면서 성장할 때야.’


알렌은 그렇게 눈을 빛내며 마을을 발전시키기 위한 다음 플랜을 머릿속으로 계획해 나갔다. 거대한 트러블이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상상도 하지 못한 채.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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