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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님의 서재입니다.

흔하디 흔한 영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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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작품등록일 :
2021.05.12 14:59
최근연재일 :
2021.08.23 11:0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8,574
추천수 :
182
글자수 :
247,784

작성
21.07.16 19:05
조회
61
추천
1
글자
8쪽

40화

DUMMY

검은 숲 깊은 곳


골렘의 잔해가 아직 남아있는 동굴 앞에 각기 다른 세 그룹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크로우의 생광역을 맡게 된 다니엘과 다짜고짜 연락을 받아 호출 당해버린 알렌. 그리고


“둘은 초면이지? 인사들 나눠.”


“......”


“......”


그런 둘을 불러 모은 크로우는 다짜고짜 인사를 시켰다. 하지만 인사고 자시고, 알렌과 다니엘은 서로를 마주 보자마자 묘한 동질감을 느끼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손을 내밀었다.


“(크로우 저 양반 때문에)고생이 많으십니다.”


“아유 별 말씀을...”


“...뭐야?”


끈끈한 동지라도 되는 것 마냥 서로 손을 맞잡는 두 사람. 그런 둘의 모습에 크로우는 말없이 머리위로 물음표를 띄울 뿐이었다.


“이게... 문제의 그 보석이군요.”


“정말... 정말 커다랗네요 알렌님.”


알렌과 한나는 눈앞의 보석을 보며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성인 남성의 키를 조금 넘는 높이에 양 팔로 감싸이지 않는 둘레의 거대한 보석. 그리고 그 안에는 잠이라도 자는 것 마냥 상처투성이의 한 여성이 눈을 감은 채 곤히 깃들어 있었다.


그런 알렌의 모습을 지켜보던 크로우의 부관, 발러가 입을 열었다.


“그동안 여러 논의를 통해 두 가지 안으로 절충되었습니다만 현재 가장 우세한 방안은 봉인을 푸는 방안 쪽이니 카슈발 남작께서는 그 점에 대해 허심탄회한 생각을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이라고 해봤자 두 개뿐인데... 아무튼 나머지 하나의 방안은 어떤 거죠?”


“저 보석을 부숴서 판매하는 것이죠.”


“와... 엑조디아도 아니고 그건 좀...”


라고 말하며 혀를 내두른 알렌이었지만, 보석의 크기와 둘레를 통해 당장의 이익을 계산하며 순간이나마 엑조디아 행을 망설이는 자신을 보게 되었다.


‘에라이 알렌 이 미친놈아!’


고개를 휘휘 저으며 생각을 바로잡은 알렌은 상황을 바로잡았다.


“자아- 그럼 문제는 이 봉인을 어떻게 하느냐군요...”


“......”


“......”


“흐음... 그쪽에선 어떤 방안을.. 어잇 깜짝이야! 왜 다들 나만 바라보고 있는 겁니까?”


주변을 둘러보던 알렌은, 다른 이들이 전부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으로 인해 놀란 마음을 진정시켜갔다.


“그쪽을 뭣 때문에 불러 왔겠어? 우리들 머리로는 방책이 나오지 않으니 도움을 요청한 거 아니겠어?”


“...답이 아주 명쾌하네요.”


기왕 이렇게 불려온 거, 대충하지 말고 제대로 돕겠다 마음먹은 알렌은 에메랄드 빛 보석을, 그 안에 깃든 여성을 다시 한 번 유심히 바라보았다.


전투 직후의 상황이었던 것인지 상처투성이의 몸과, 여기저기 찢겨진 경갑옷 차림의 긴 머리칼의 아름다운 여성.


‘어디선가 본 모습 같은데... 응?’


“알렌님! 이 귀 설마...?”


“그래, 한나 경. 나도 보고 있어... 엘프... 겠지?”


“엘프라고요?”


알렌의 말에 다니엘이 펄쩍 뛰어오르듯 가까이 다가가 보석의 안을 바라보았다.


“정말이네요!”


“...엘프라는 걸 알아냈다고 달라지는 게 있나?”


그런 그에 비해 크로우는 시큰둥한 태도로 상황을 직시할 뿐이었고, 그런 현실적인 크로우의 태도에 알렌은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혹시... 퀘스트 나 뭐 지도라던가 단서 같은 게 없었나요?”


“단서는 찢어서 버렸고 퀘스트는 있지. 보여줄... 수 있을 리가 없지, 하아... 하나하나 읊어줘야 하나? 귀찮은데...”


“? 그냥 공유해 주시면 되잖아요?”


“그냥 퀘스트를 공유해 주시죠.”


“공유? 그런 게 가능해?”


금시초문이라는 얼굴의 크로우와 그런 게 있었지! 라는 얼굴의 다니엘


‘환장의 조합이구만... 아 뭐, 모를 수도 있지. 까먹을 수도 있고 고럼고럼.’


[플레이어 ‘크로우’ 님으로부터 유니크 연계 퀘스트 ‘여명’이 공유됩니다.]


‘유니크 퀘스트!?’


[실패시 페널티가 강력한 퀘스트입니다.]

[퀘스트를 받아들이시겠습니까?]


‘페널티가 커!?’


“알렌님...”


“끌리기는 하지만... 유니크 퀘스트에, 있어 보이는 퀘스트 명. 게다가 강력한 페널티까지? 이렇게 리스크가 확실한 걸 도와달라는 겁니까?”


“쫄?”


빠직


단순한 한 마디. 도움의 손길을 건네주는 사람에게 할 소리는 전혀 아니지만, 남자의 호승심을 불러일으키기에는 매우 충분한 말이었다.


“쫄이라니... 무슨, 치사하게 혼자서 이런 퀘스트나 깨고 있었어?”


[퀘스트를 승낙했습니다!]


“알렌니이임!!”


“하하하! 안타깝구만! 혼자가 아니라서 말이야!”


“...혼자서 해 주시면 안 될까요 크로우씨? 저는 마을에서 물품을 조달하는 역에 만족해 주세요.”


[유니크 연계 퀘스트 ‘여명’]

- 여러 단서들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 도착한 검은 숲. 그 숲의 깊은 곳에서 어느 한 동굴을 찾아낸 당신들은 고난 끝에 가디언을 물리치고, 가디언이 지키던 한 존재를 발견했습니다.

- 광물 속에 갇힌 존재의 봉인을 풀고, 숨겨진 비밀을 찾아 해결하세요.


보상 : ???


‘하! 보상도 안 보여? 이거 진짜 제대로 낚인 거 같은데?’


알렌이 속으로 혀를 차고 있자, 그런 그를 향해 크로우가 하나의 물품을 던졌다.


“응? 우왓 뭘 던지는!?”


면상을 향해 곧게 날아오는 둥근 물체에 알렌은 손쓸 겨를이 없었다.




다행히도 옆에 있던 한나가 잡아채 알렌에게 건네었고, 한나는 크로우를 향해 찌릿 날카롭게 눈빛을 쏘아 보냈지만, 크로우는 손을 들어 미안하다는 뉘앙스를 대강 보낼 뿐이었다.


“참아 한나 경. 원래 저런 존재야.”


그것은 손바닥 크기의 동그랗고도 투명한 수정알이었는데, 마치 깎아내기 전의 안경알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아즈샤의 눈]


- 잊혀진 현자 아즈샤의 수정으로, 평범한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해줍니다.


“그걸로 저기 보석 앞의 바닥을 살펴 봐봐.”


“......”


미심쩍은 얼굴로 그를 한 차례 바라보던 알렌은 거대한 보석 앞의 타일들을 유심히 바라봤다.


“...음!? 이건가?”


위대한 호박나무의 마지막 자손이자 타인의 이해자


이곳 검은 숲의 그늘 아래, 동족들의 비호 아래 잠들다


짧은 글. 지극히 간단하고도 짧은 글이었다. 하지만


“더 알려주고 싶어도 이게 끝이야. 째째한 녀석들. 단서 좀 주지...”


“아뇨, 부족하긴 하지만 이걸로도 충분 할 것 같습니다.”


“...이걸로 충분하다고?”


“예에.”


알렌은 글귀를 바라보며 생각을 이어갔다.


“위대한 호박나무의 마지막 자손이자 타인의 이해자- 라는 건 여기 갇힌 사람을 뜻하고 잠들다 라는 글귀는 대체로 죽음을 표하지만 봉인되었다- 라는 걸 뜻할 수도 있죠.”


“호오- 그래서?”


“중요한 건 마지막 글귀입니다. 동족들의 비호 아래 잠들다. 이건 이 근처에 저 여성을 봉인한 존재. 혹은 동족이라 표현된 존재들이 있다는 것이지요.”


“오오오오-”


“역시!”


“역시고 자시고 이거 하나 알아채지 못한 그쪽들이 이상한 거 아닌가? 국어책 좀 읽었으면 이 정도는 기본이라 생각되는데...”


“게임 하나에 천만 원을 꼬라박은 사람들한테 성적 얘기 하는 건가 카슈발 남작?”


“......”


“좋네. 그럼 사람만 찾으면 된다는 거지?”


“이 넓은 숲을 뒤져서 말이죠. 시간이 꽤나 걸리겠지만요...”


다니엘은 손가락을 접으며 시간을 계산하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걱정 마 생광 양반. 우리 애들이 뭘 찾는 거에는 꽤나 일가견이 있거든.”


크로우의 말에 알렌은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가 한 가지 놓치고 있는 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크로우와 그의 수하들이 사건사고를 일으키는 트러블 메이커라는 점이었다.


며칠 후


다니엘의 마을


꿀꺽


알렌의 병사들과 크로우의 병사들. 그리고 다니엘의 민병대.

각기 다른 세 무리는 긴장감을 가득 안고서 서로 등을 맞댄 채 적을 주시하고 있었다.


꽈드드득


그렇게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나무 그늘 아래 몸은 숨긴 채, 마을을 향해 화살을 겨누고 있는 다수의 엘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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