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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님의 서재입니다.

흔하디 흔한 영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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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작품등록일 :
2021.05.12 14:59
최근연재일 :
2021.08.23 11:0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8,573
추천수 :
182
글자수 :
247,784

작성
21.07.25 19:09
조회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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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9쪽

43화

DUMMY

“알렌님.”


“왜 그래 한나 경?”


“저 리피라는 엘프 분을 믿어도 되는 걸까요?”


“글쎄...”


알렌은 미적지근하게 말끝을 흐리며 앞장서서 미지의 숲속을 헤쳐 나가는 리피를 바라봤다.


검은 숲을 지키는 엘프. 크로우와 검을 맞댄 적이 있는 존재. 이쪽의 동향을 감시하기 위해 파견된 첩자. 그런 이가 길잡이 노릇을 한다?


의심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는 이력들이었지만, 과거의 이력은 잠시 접어두기로 한 알렌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일단은 믿어야지. 그렇다고 경계는 늦추지 말아야 겠지만.”


흙길이지만 길이 나 있는 게 이상할 정도로 빽빽하고도 울창한 수풀 속. 언제 어디서 뭐가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공간이었기에 한나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뭘 그렇게 의심이 많아?”


크로우가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쁜 일들 밖에 안 생긴다고? 믿음! 믿음을 가져야지!”


“그 믿음을 저버리게 만드는 게 크로우씨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시려나?”


“...목적지까지 얼마나 남았는 지 알 수 있을까 엘프?”


“리피라고 몇 번을 더 말해야 하는...”


크로우의 말에 화를 내던 리피였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며 말을 돌렸다.


“다 도착했다. 이제 곧이니 조금만 참도록.”


“등산을 가면 꼭 아저씨 아줌마들이 그런 말을 하더라?”


“...등산? 아줌마?”


크로우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리피와 웃음을 참는 다니엘. 하지만 리피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검증받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 사람만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작은 길에서 이차선 정도의 너른 길목으로 접어 들었을 때


그루루루루-


괴물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나무줄기가 얼키고설켜 사람의 형상을 흉내낸 것만 같은 모습의 괴물들이 사방에서 우후죽순 튀어나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게 본래 속셈이었구나! 엘프 계집!”


“시끄럽다! 크로우! 저들은 트리맨. 신목의 뿌리에서 떨어져 나온 부산물들이다. 피아구분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일말의 자아조차 존재하지 않는 저들은 그저 신목을 향해 다가가는 모든 이들을 막아설 뿐이다.”


“...그래, 배신한 게 아니라는 건 알겠으니 쉽게 말해봐.”


“이놈들을 뚫고 가야한다는 말인 것 같습니다 크로우씨.”


“알렌이라는 인간의 말대로다. 저 트리맨 무리를 뚫지 못하면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알렌은 리피의 말을 들으며 크로우의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렇다는 말은 더 이상 나아가지 않으면 공격받을 일도 없다는 거지?”


정작 크로우는 팔짱을 끼고서 가만히 상황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크로우씨?”


“이봐 엘프 계집. 나는 이런 일이 있을 거라는 말은 금시초문이었단 말이야?”


정체모를 괴물의 등장에 겁을 먹은 건 아니었다.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그 뿐, 단순한 직감으로 내린 계산이지만, 이 정도 문제는 자신과 자신의 병사들이 나서면 처리 할 수 있다 판단했다.


크로우는 그저, 지금 이 상황이 리피라는 엘프에게 휘둘리는 것 같아 마음이 매우 언짢은 것이었다.


‘울고불고 매달리면 못 도와줄 것도 없지만 말이야.’


“...그렇군. 불가하다는 거군.”


“뭐?”


“걱정마라.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포기하는 건 나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지휘관으로선 훌륭한 덕목이지.”


“...사람의 심정을 거슬리게 하는데 꽤나... 그래 뭐 좋아. 어찌 되었든 여기까지 온 이상 본래 목적은 달성해야지! 자 가자! 언제나처럼 모든 걸 쓸어버리자 이것들아!”


우오오오!


“알렌님! 저희도...”


“아니, 우리는 후방에서 상황을 지켜본다. 지형이 비좁으니 어설프게 돌입했다간 전열이 무너질거야.”


“아. 넵!”


알렌의 판단은 정확했다. 비교적 넓어지긴 했지만 길목은 좁은 데 반해, 트리맨들은 사방에서 몰려오기 시작해, 선두가 아니어도 전투를 벌여야 할 필요성은 충분했다. 게다가


“이 나무새끼들 칼이 잘 안 먹혀!”


“젠장! 뭐 이리 질겨!”


평범한 생물체가 아닌 트리맨은 가죽과 살점 대신 나무줄기로 이뤄진 몸체이기에 칼과 창날이 잘 듣질 않았다.


“이봐 엘프 계집! 이건 어떻게 상대해야...”


서걱


의견을 제시하던 크로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깔끔하게 트리맨을 베어나가는 리피와 눈을 마주했다.


“뭐지? 문제라도 있나?”


“......”


세밀하고도 정교한 기술로 단조된 곡도를 휘두르며 트리맨들을 베어나가는 그녀의 모습에 크로우는 할 말을 잃었다.


“엘프들의 단조기술은 드워프 못지않다고 합니다 대장.”


“그래, 칼이 안 들면 칼을 바꾸면 되는 법이지... 쳇.”


그렇게 크로우가 혀를 차며 자신을 향해 느릿느릿 좀비처럼 다가오는 트리맨을 발로 차서 밀치고 있을 때였다.


“베는 게 아니라 때려 부수는 겁니다 크로우씨!”


“아?”


“검을 든 자들은 검집 채로 휘두르고 창을 든 자들은 창날이 아닌 창대로 휘둘러 가격하세요!”


“...아하! 그런 거구만! 저 말 들었냐!”


“잘 들었습니다!”


알렌의 조언이 전해지자 실력을 내보이기 시작하는 전열의 병사들. 그 중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건 단연 크로우와 리피였다.


춤을 추듯 유려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트리맨들을 베어나가는 리피와 곡괭이를 내리 찍으며 일격에 분쇄해 나가는 크로우. 둘의 모습에 힘입은 병사들에 의해 트리맨들 또한 하나 둘 처리 되어 나갔다. 하지만


그루루루루-


계속해서 생성되어 트리맨들. 제 아무리 빈약한 존재라 해도, 수가 많으면 그것대로 무서운 법이다.


“이대론 끝이 없겠네! 자! 꾸물거리지 말고 밀고 나간다! 돌격!”


“돌겨어억!”


“뒤쳐지는 놈들은 놔두고 갈 테니 알아서 따라오도록!”


“우리도 쫓아간다! 뒤처지면 답 없다!”


“옛!”


그렇게 파죽지세로 나아간 지 약 오십미터 정도가 되었을까?


스멀스멀


“...녀석들이 다가오지 않는뎁쇼 대장?”


무언가에 막히기라도 한 것 마냥, 녀석들은 더 이상 다가오질 않고 있었다.


“좋아 스톱! 여기서 잠시 휴식한다!”


“목적지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크로우. 이렇게 머뭇거릴 상황이 아니란...”


“흐음... 트리맨에 대해 일언반구조차 하지 않은 네 말을 믿기에는 좀...”


“...칫.”


그렇게 잠시간의 휴식이 이어졌다.


“궁금한 게 있습니다. 리피씨.”


“알렌이라 했던가? 말하라.”


“이곳은 엘프분들이 신성시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곳이죠?”


“그렇다만?”


“중요시 된다는 건 이목이 집중된다는 것이고요?”


“그렇다.”


“허면 우리가 이곳에 온 걸, 이나스라는 분도 아시지 않을까요?”


멈칫


흔들리는 동공. 눈에 띄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는 리피. 그녀가 굳이 말을 하진 않았지만, 대답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크로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저지른 일은 나중에, 끝마친 후에 생각하자고. 알간?”


...끄덕끄덕


그리고 잠시 후, 휴식을 끝마치고 나선 알렌과 크로우의 무리들은 리피의 말처럼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


“...저게 바로 그...”


“그렇다. 이분이 바로 검은 숲을 지탱하는 신목 ‘아인’이시다.”


검은 숲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햇볕이 내리쬐는 뻥 뚫린 공터. 그 공터의 한 가운데에 자리한 한 그루의 나무.


검은 숲의 거대한 나무들이 왜소해 보일 정도로, 크고 거대한 백색의 나무였는데, 성인 남성 다섯이 두 팔을 벌려 맞잡는다 해도 닿지 않을 정도의 둘레에, 아파트 20층 높이에 달하는 백색나무의 모습은, 신비 그 자체의 모습이었다.


“이게 어째서 숲 밖에서 보이지 않았던 걸까요 알렌님.”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의 미스터리는 있어야 신목이라는 거 아니겠어?”


[검은 숲의 신목 ‘아인’을 발견했습니다.]

[명성이 올랐습니다.]

[‘이르하 교’의 권능이 소폭 증가합니다.]


“...신목 맞네.”


“이봐 엘프.”


자신을 부르는 호칭의 방식에 화가 담긴 불만을 표하려던 리피는 이내 포기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무엇이냐?”


“네가 봉인을 풀려는 이유가 뭐지? 늦었지만 그 이유를 들어야겠어.”


“그건...”


그 때


휘이익


갑작스레 불어온 바람에 일동 모두 말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돌풍과도 같은 불쾌한 바람이 아닌, 포근한 바람이 한 차례 지나간 후 눈을 뜬 그들의 앞에 도래한 것은 한 마리의 새였다.


펄럭.


사람 몸통만 한 크기의, 한 마리의 하얀 새가 하얀 기운을 일렁이며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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