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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님의 서재입니다.

흔하디 흔한 영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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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작품등록일 :
2021.05.12 14:59
최근연재일 :
2021.08.23 11:00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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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62
추천수 :
182
글자수 :
247,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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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0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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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7화

DUMMY

아침부터 이어진 기습에 보거스는 분에 못 이겨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화살이 날아오는 방향을 향해 방형진을 펼쳐라! 그리고 특병들은 전투를 준비하도록!”


척척


어제의 피해를 교훈 삼은 지르카의 지휘에 병사들의 피해는 확연히 줄어들었고, 도리어 반격의 칼날을 휘두르기 위해 준비를 갖춰가고 있었다. 그 때


퍼퍼퍼퍽


“으아악!”


“화살이다!”


“화살이 다른 쪽에서도 날아온다!”


“...양동인가?”


정면의 숲. 그리고 낮게 비탈진 산. 잠시 고민하던 지르카는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산 위가 주공이다. 스미스 공!”


“본진은 제가 맡고 있을테니 걱정 마시지요 지르카 경.”


그의 말에 지르카는 고개를 끄덕이며 검을 뽑아 들었다.


“특병! 나를 따르라!”


“옛!”


지시와 함께 지르카의 뒤를 따라 일군의 병사들이 달려 나가며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제이스씨! 적들이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목표 변경! 산을 오르는 저들을 향해 화살을 발사한다!”


“옛!”


산 위에서 제이스와 함께 활을 쏘아대던 사냥꾼들이 활시위를 돌려 겨냥할 목표를 바꾸었다. 살기를 내뿜으며 재빠르게 달려드는 병사들의 움직임은 재빨랐지만, 사슴과 멧돼지, 늑대와도 같이 움직이는 목표물을 향해 화살을 날리는 게 일상다반사였던 그들에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제이스가 쏘아낸 화살을 시작으로 꼬리를 물듯 날아간 화살들이 지르카와 병사들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방패들어!”


지르카의 지시에 따라 병사들은 자신들의 머리 위로 비스듬하게 방패를 들어 올렸고, 날아간 화살들은 그대로 방패에 의해 막히게 되었다.


파바바바바박


“이동! 그 상태로 돌진한다!”


“으아아아!”


“...후퇴한다! 이동하며 사격을 실시한다!”


그렇게 병사들이 방패를 앞세워 산을 오르자, 제이스와 사냥꾼들은 후퇴를 하며 사격을 이어갔다. 하지만 지르카가 추려낸 병사들의 움직임은 질서정연하면서 또한 민첩했다. 수적 우위와 빠른 움직임으로 포위망을 형성한 지르카에 의해 퇴로가 막혀가자, 사냥꾼들은 산 꼭대기를 향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포위망은 점차 좁혀지게 되어 서로가 대화를 나눌 정도의 거리까지 가까워지게 되었다.


“더 이상 도망쳐도 소용없다! 화살도 바닥난 거 같은데 괜한 힘 빼지 말고 순순히 항복하도록! 관대하신 발롱 보거스 남작님께서는 그대들의 허물을 감싸주실 것이다!”


“관대라... 사절단에게 그런 짓을 한 분께서 어떤 관대함을 보이실지 매우 궁금하군요.”


“......”


제이스의 조곤조곤한 힐난에 지르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항복하라는 말은 오히려 제가 하고 싶군요. 저희 알렌 카슈발 남작님께 투항하는 게 어떠십니까?”


“...전략이라는 걸 잘 모르나 보군, 항복은 우세가 열세인 쪽에 하는 것이다.”


“예.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


“...?”


“저희들이 왜 이런 외통수나 다름없는 산봉우리로 도망쳤을 것 같습니까?”


“......설마!”


와아아아!


돌겨어어억!


지르카가 이상함을 인지하는 것도 잠시, 산봉우리에 매복하고 있던 수십의 병사들이 산비탈을 소리를 지르며 내려오기 시작했다.


“매복인가... 전투 준비! 목표는 창을 든 병사들! 돌격에 대비하라!”


지르카의 대비도 잠시.


콰자자자장


으아아아악


무게와 가속도가 실린 병장기들이 맞부딪치기 시작했고, 커다랗고도 사나운 소음과 함께 고통 가득한 비명소리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돌격에 적잖은 피해가 발생한 지르카의 군세. 하지만 그들은 보거스 남작의 군대 중에서도 추려진 정예병들이었고, 거기에 선두에서 브리드 마을의 병사들을 하나하나 베어나가는 지르카에 의해 기울어졌던 전세가 팽팽한 접전을 이루기 시작했다.


그렇게 전세를 뒤바꾸기 위해 분주하게 행동하던 지르카는, 창병들을 이끄는 지휘관을 파악하게 되었다.


“그쪽이군!”


“적장인가!”


동시에 서로를 발견한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향해 저벅저벅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타닷


빨라진 발걸음은 순식간에 서로를 향한 거리를 좁혔고, 이내 둘은 맹렬히 검을 휘둘렀다.


카아아앙!


밀리지도, 밀려나지도 않는 격돌 속에서 검을 맞댄 둘은, 서로를 향해 눈을 번뜩였다.


“...본인은 발롱 보거스 남작님을 모시는 기사. 지르카 센이라고 한다. 귀공의 이름은?”


“알렌 카슈발 남작님을 보필하는 기사. 한나 크리사오르라고 합니다.”


“음! 정정당당한 승부를!”


기사와 기사.


검을 생업으로 삼은 자들의 전투는 병사들의 전투보다 맹렬하고도 처절했다.


검과 검이 부딪치며 튀는 불똥이 아침햇살처럼 사방으로 흩어져 갔고 그럴 때마다 더욱 많은 검격들이 휘둘러졌다. 하지만 그 접전은 길지 않았다.


카앙!


“큿!”


지르카의 강격을 미처 막지 못한 한나는, 한나는 가슴을 가린 흉갑에 기다란 사선을 남기며 주우욱 밀려나게 되었다. 흠집이 난 걸 제외하면 흉갑은 멀쩡했다. 하지만


‘다음에도 막을 수 있을까?’


“여기까지인 것 같군 한나 크리사오르 경!”


둘의 검술은 비슷했다.


변칙 하나 없이 정직하기 그지없는 정도의 검술을 다루는 두 사람이 검을 겨룬다면, 그저 상대적인 힘과 정련도에 의해 우열이 갈릴 뿐. 그리고 그 실력이 뛰어난 건 지르카 센이었다.


“좋은 승부였소. 그럼!”


전투의 마무리를 짓기 위해 두 손으로 검을 꽈악 잡는 지르카. 하지만


휘익-


자신을 향해 검은색의 창을 휘두르는 한 소녀의 모습에, 지르카는 검을 물려야만 했다.


카아아앙!


“음!”


생각보다 묵직한 일격에 지르카는 놀람을 속으로 삼키며 자신을 향해 창을 휘두른 상대를 바라봤다.


불꽃과도 같이 붉은 단발에 호기 어린 앳된 얼굴과 여물지 않은 몸. 하지만 여느 전사 못지않은 투기를 뿜어내는 소녀가 창 끝을 날카롭게 내밀고 있었다.


“살아는 있는 거지 언니?”


“예. 덕분에 살았습니다 니케 양.”


“아이 뭐, 언니가 다치면 아저씨가 눈물 질질 짤 것 같으니까... 대신 답례는 이 아저씨로 받아갈게.”


니케는 지르카를 향해 눈을 돌렸다.


“설마... 승부 도중에 끼어들다니! 비겁하다! 뭐 이런 말을 할 건 아니지 아저씨?”


“어차피 끝난 승부이니 상관없다. 목숨을 앗아가지 못한 건 아쉽지만 전쟁 중에 이런 변수는 당연한 것이지.”

“누구씨랑 다르게 호쾌한 아저씨네.”


그 말을 끝으로 조용해진 둘. 당장에라도 서로를 향해 무기를 휘두를 것 같이 살벌한 적막함이 흐르던 그 때


“사격 개시!”


예상치 못한 곳에서 쏘아진 화살세례에 지르카는 황급히 물러났다.


‘또 다른 매복인가?’


“군대는 내 뒤로 물러나 방어태세를 갖춘다!”


“옛!”


지르카의 명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병사들. 그에 브리드 마을군은 공격을 감행하려 했지만


“한나 경! 후퇴하도록!”


“읏! 알... 후퇴! 후퇴한다!”


화살이 날아온 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잠시 망설이던 한나 또한 군을 물렸다.


“지르카님!”


“쫓지 않는다! 이번에도 매복이 있을 수도 있다!”


“......”


기묘하게 흐르는 불안한 공기 속에서 두 군은 점차 거리를 벌렸고, 그렇게 두 번째 전투가 끝나가고 있었다.


브리드 마을.


임시 지휘소가 되어버린 마을회관의 문을 열고 니케가 들어왔다.


“왜 후퇴하라고 한 거야 아저씨! 내가 그 아저씨 이길 수 있었는데!”


씩씩거리며 후퇴를 명령한 알렌을 향해 화를 내는 니케. 하지만 알렌은 어린 동생의 투정을 받아주듯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지르카란 녀석은 이길 수 있겠지. 하지만 산 아래에서 적군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네가 그 놈들까지 전부 처리할 수 있었다면 무릎 꿇고 사과할게.”


“...칫”


“한나 경. 전투 경과 보고.”


“총원 서른 중 사망자 다섯. 부상자 셋. 현재 총원 스물 다섯입니다.”


“생각보다 피해가 크군.”


“그래도 적군의 피해가 더 많았습니다.”


알렌은 제이스의 말을 들으며 후퇴하면서 보았던 적들의 수를 가늠했다. 검과 방패를 들고 있던 적군은 열 명 남짓. 유인에 매복에 기습을 가했는데도 그 정도의 성과밖에 못 올린 것이었다.


“이렇게 어렵게 하지 말고 그냥 불질러버리면 안 돼 아저씨?”


“화공이 무슨 불만 지르면 다인 줄 아냐?”


이쪽 산과 숲의 나무는 불에 잘 안 붙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다, 가지고 있는 기름이라 해봤자 동물들한테서 추출한 기름들뿐. 냄새를 들키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저 지르카라는 녀석이 호락호락하게 당해줄까?”


“영주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먹히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한나의 의견이 더해지고 나서야 니케는 입을 삐쭉이며 입을 다물었다.


“오늘의 전투 수고 많았다! 보병의 전투력은 저쪽이 우세하니 보병으로 기습을 가하는 건 금하고 주요 포인트에서만 궁수들로 기습을 가하도록 한다!”


“옛!”


“좋아! 해산!”


알렌의 말과 함께 문을 나서는 이들. 그 중 한 명이 가만히 의자에 앉아 상념에 빠진 듯 멍하니 있었다.


“한나 경?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


“아? 예. 그게...”


“할 말이나 고민 있으면 말해줘. 한나 경이 그러고 있으면 나도 신경 쓰이거든.”


알렌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던 한나는 우물쭈물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으음... 이대로 이길 수 있나... 라는 생각이... 죄송합니다 알렌님! 기사인 제가 이런 의문을 가져선 안 되는 건데...”


“그러게, 우리 이길 수 있나?”


“예?”


“병사도 이쪽에 비해 훨씬 많고, 질도 꽤나 좋은데다 지휘관의 실력도 좋아서 작전도 틀어지고 있는데 적군은 시시각각 마을을 향해 다가오고 있단 말이지.”


“......”


예상치 못한 말들이 알렌의 입에서 연이어 튀어나오자, 한나는 입을 벌린 채 눈을 꿈벅거렸다.


“그래도 이겨야지. 이대로 패배하게 된다면 영지민들이 겪게 될 처우는 불 보듯 뻔하고 빌의 복수도 못하게 되잖아? 이겨야지.”


“하지만 어떻게...”


“결전지에서 승패를 겨루는 게 피할 수 없게 되었으니 기습을 통해 그 시기를 최대한 늦추면서 적들의 병력 또한 최대한 갉아 먹어야지. 아직 시도할 것도, 준비할 것도 남아 있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


“우리에겐 무패의 지휘관인 한나 경이 있으니까. 안 그래?”


장난이나 다름없는, 일군의 총지휘관으로선 해선 안 될 정도로 무책임한 말이었지만,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던지는 알렌의 모습에. 한나는 가슴 속에 맺혀있던 긴장과 걱정을 순간이나마 미소와 함께 던져 버렸다.


“하핫. 하하하핫. 옙! 한나 크리사오르! 이번에도 영주님께 승리를 안겨다 드리겠습니다!”


“음! 그래야지!”


그렇게 작은 긴장감 속에서 시간은 흘러갔고, 이윽고 결전의 날이 밝게 되었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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