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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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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작품등록일 :
2021.05.12 14:59
최근연재일 :
2021.08.23 11:00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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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글자수 :
247,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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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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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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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20화

DUMMY

컹!


크와아아앙!


“동요하지 말고 침착해라! 상대는 늑대들! 방금 전의 놈들과 별 반 다를 거 없는 허접한 녀석들과 한 번 더 전투를 벌일 뿐이다!”


“알렌님의 말씀대로다! 한 번 더 승리하면 될 뿐이다.”


[격려가 성공했습니다!]


[격려 효과로 인해 병사들의 동요가 잦아들었습니다!]


[신앙의 효과로 인해 병사들의 흐트러진 정신이 빠르게 복구됩니다.]


동요와 혼란으로 인해 무너져 내릴 것 같았던 병사들의 전열은, 알렌의 연설과 한나의 분투.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이르하 교의 효과 덕분에 어떻게든 원상복귀를 갖출 수 있었다. 하지만 위기는 그걸로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했다.


크와아아!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이게 되면 공포에 몰리게 되는 것이 당연한 이치. 사납게 울부짖으며 사방에서 몰려드는 늑대들의 모습에, 마을의 광장 한 가운데에 모여 있던 병사들과 마을사람들이 우왕좌왕거릴 뿐이었다.


“무기를 든 자! 무기를 휘두를 수 있는 자! 모두 둥글게 모여 방진! 방원진을 펼쳐라!”


“바. 방진!”


“방진구축!”


그동안의 경험과 알렌의 올바른 지시 덕분에 느리면서도 침착하게 움직임을 이어간 병사들은 원형의 진을 구축해나갔고, 무기를 휘두를 수 있는 주민들 또한 그 사이사이에 배치되었다.


척 척!


그렇게 완성된 진은 마치 적을 만난 고슴도치마냥 사방팔방을 향해 창날을 번뜩였다. 도약하면 닿을 거리를 두고 절묘한 타이밍에 방진이 완성되자, 달려들던 늑대들은 몸을 돌릴 새도 없이 목창에 몸을 꿰뚫리게 되었다.


퍼버버버벅


그렇게 십 수 마리의 늑대들이 순식간에 시체가 되어버리자, 달려들던 늑대들도 잠시 주춤하게 되었다.


“하. 하하. 하하하 목창 맛이 어떠냐 이 멍청한 늑대 놈들아!”


상황이 그리되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공포에 질려있던 병사들의 눈에 자신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칭찬과 격려를 통해 의지를 북돋아 줄 법도 했지만


“가만히 있지 마라! 목창을 다시 회수해! 한 놈만 죽이고 끝낼 셈이냐!”


“예. 옙! 알겠습니다!”


늑대들의 수는 여전히 압도적이라 할 정도로 많았다.


“정신 바짝 차려라! 자신이 무너지면 옆의 동료 또한 위태로워진다! 버텨라!”


“버틴다...”


“버티자!”


알렌의 연설에 고무된 병사들은 세찬 고함과 함께 전의를 불태우며 늑대들을 상대해 나갔고, 그렇게 다시금 전투가 이어졌다.


그르르르르...


인간과 늑대. 뒤섞이는 고함소리 속에서 늑대들의 우두머리는 전투의 양상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일방적인 비명소리.


전투가 벌어진 이래, 사상자는 늑대 측에서만 생겨나고 있었지만, 우두머리는 동물답지 않게 침착을 유지하며 부하들을 지휘해 공격을 이어갈 뿐이었다.


컹!


커겅!


동족이 죽어나감에도 불구하고 달려드는 늑대들의 모습과, 방금 죽인 늑대의 시체를 밟고 넘어서 발톱과 이빨을 들이미는 또 다른 늑대의 모습에, 병사들의 피로와 공포가 빠르게 누적되어갔다.


“잘하고 있다 병사들이여! 녀석들이라고 수가 무한한 건 아니니 이대로만 유지하면 승리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알렌이 계속해서 병사들을 격려하며 힘을 북돋아갔지만 그것도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게다가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문제는 저 녀석이지.”


알렌은 고개를 들어 녀석들의 우두머리를 바라보았다. 저들의 뒤에서 존재감을 가득 드러내며 위풍당당하게 네 발을 딛고 서 있는 우두머리를. 우두머리라는 든든한 존재 때문인지, 늑대들은 자신의 동족들이 무더기로 죽어나감에도 불구하고 기세가 줄어들지 않고 있었다. 그 말은 우두머리만 어떻게 한다면 상황이 반전된다는 뜻이지만, 녀석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지 자신들의 부하들만 계속해서 밀어 넣을 뿐, 자신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꼿꼿이 이쪽을 노려볼 뿐이었다.


‘젠장! 이대로 돌파해서 우두머리를 죽일 수도, 이대로 버틸 수도 없고, 대체 어떻게 해야...’

“영주님!”


“응?”


“저희들은 무엇을 하면 됩니까 영주님?”


알렌을 향해 말을 꺼낸 건, 보다 못한 주민들이었다. 이미 알렌의 병사들과 하나 되어 방벽에 합류되어 있는 자들이 아닌, 늙고 다친, 전투에 적합하지 않은 존재들이 불안감을 떨쳐내고 힘이 되기 위해 용기를 드러내는 모습에 알렌의 머릿속에 하나의 작전이 떠올랐다.


“...그대들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다.”


“그게 무엇입니까?”


“말만 하십쇼!”


“이 마을을, 그대들이 직접 건설한 이 마을을 포기할 수 있겠나?”


“예? 그게 무슨...”


의문을 모르겠다는 촌민들을 향해 알렌이 작전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할 수 있겠나?”


“그, 그건...”


망설이는 촌민들. 하지만 알렌에게는 그들을 설득할 겨를이 없었다.


커어엉!


결국 방진의 틈을 돌파한 한 마리의 늑대가, 한 병사를 넘어트리며 팔을 물어뜯기 시작한 것이었다.


와직!


“으아아아악!”


고통 가득한 비명소리를 들으며 피를 탐하던 늑대는, 다시금 병사의 목을 향해 아가리를 쩍- 하고 벌렸다.


“어딜!”


푸욱!


병사는 다행히, 상황이 발생하자마자 재빨리 달려들어 늑대의 아가리 속에 검을 깊숙이 찔러 넣은 한나에 의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당황하지 마라! 겨우 한 놈이 돌파했을 뿐이다! 진형의 빈틈을 메워라!”


그렇게 방진의 빈틈은 감출 수 있었지만, 진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감출 수가 없었다. 알렌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으악!”


하나


“크윽!”




“끄아악!”




늑대들이 빈틈을 파고드는 빈도와 수가 늘어나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그런 상황의 흐름을 인지하고 있는 건 알렌뿐만이 아니었다.


아우우우우~

[늑대들의 우두머리가 ‘워크라이’를 사용합니다!]


[늑대들의 능력치가 일정기간 상승합니다!]


워오오오-


아오오오-


파도를 타듯 이어지는 하울링과 함께, 눈에 불을 키고 사방에서 몰려드는 늑대들. 그야말로 귀신같은 타이밍에 이뤄진 늑대들의 총공세였다.


“...망할.”


“이건... 이건 못 막아...”


그런 모습에 병사들이 점차 전의를 잃어갔고


“...여기까진가.”


그들을 북돋아주던 알렌마저 포기를 떠올려가던 그 때


“영주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화르륵


노인의 말과 함께 등 뒤에서 피어난 여러 개의 불꽃들이 춤을 추듯 포물선을 그리며 늑대들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그 정도의 불꽃으로 늑대들의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는 법. 늑대들은 발을 멈추지 않았고, 불꽃은 늑대들을 지나쳐 마을의 한곳에 떨어져 내렸다.


“건물도, 마을도 다시 재건하면 되는 법이지만 사람의 목숨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법입니다!”


화르르르르륵


마을사람들이 던진 횃불은 마을의 건물들에 정확히 명중되었다. 횃불에서 피어져 나온 자그마한 불꽃들이었지만, 불꽃은 방화처리가 전혀 되지 않은 마을 외곽의 건물들을 점차 태워가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거침없던 늑대들의 행동 또한 이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생물들이 불을 무서워하고 꺼려하는 건 본능과 경험에서 비롯된 당연한 행동. 그것은 우두머리의 지시보다 앞서 있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늑대들은 외곽을 따라 화염의 벽을 형성해 나가는 마을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하지만 가장 당황스러운 건, 이미 마을 안으로 들어간 늑대들이었다.


컹!?


끼잉 끼잉...


앞에는 병사들, 뒤에는 불타는 화염벽. 오도 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늑대들은 꼬리를 말고 낑낑거릴 뿐이었고, 그 모습에 알렌의 의지가 다시 충만해졌다.


“지금이다! 공격!”


“와아아아!”


알렌의 지시에 상황을 인지하고 다시금 전의를 되찾은 병사들은, 지친 몸을 이끌고 고함을 지르며 공격에 나섰다.


컹- 커엉-


깨개갱-


수는 많았지만 전의를 잃은 늑대들은 오합지졸이나 다름없는 법. 병사들은 어렵지 않게 늑대들을 섬멸해 나갔다.


“섬멸 완료했습니다!”


“좋아! 진형을 유지한 채 휴식을 취하도록!”


“하아아아-”


“흐아아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쓰러지듯 땅바닥에 주저앉은 병사들. 그 모습은 진형을 유지하기는 커녕, 중 고등학생들이 캠프파이어를 하듯 난장판으로 널브러진 모습들이었다.


“지금 알렌님이 하신 말씀이 들리지 않는...”


“괜찮아. 쉬게 해 둬 한나 경.”


아직 위기상황이긴 하지만, 기진맥진한 저들에게 있어 1분 1초라도 편하게 있을 수 있는 휴식상황이 얼마나 달콤한 것인지를 군대를 통해 경험한 알렌이기에, 그들의 행동을 제지하거나 나무라지 않았다.


“불길로 인해 당분간은 안전할 것 같으니 한나 경도 조금 쉬고 있는 게 어때?”


“아뇨, 저는 괜찮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도 누군가는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하는 법이니까요.”


금방 사그라들 정도의 불꽃이 아니라 당분간은 늑대들이 넘어오거나 할 걱정이 없어보였지만, 그녀의 말처럼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하는 법이다.


‘정말이지 싫어할 수가 없는 사람이라니까.’


그러는 사이, 불꽃은 활활 타오르며 점차 맹위를 떨쳐만 갔고, 그에 따라 피부로 느껴지는 열기 또한 증가하게 되었다.


‘다행히 광장에 우물이 있으니 여차하면 진화할 수 있겠지만 주의해야...’


“아!”


“무슨 일인가 촌장.”


“시. 식량창고에 불이...”


촌장의 손과 시선이 향한 곳에는 창고로 보이는 한 건물이 있었는데, 지붕 끝으로 튀긴 불똥으로 인해 화염이 조금씩 번져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제가 구해오겠습니다!”


“저도 가겠습니다!”


알렌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뛰쳐나가는 여럿의 병사. 광기어린 눈매를 비롯한 다급한 행동거지가 척 봐도 본능적 허기를 이기지 못한, 단순한 돌발적인 행동이라 생각되었지만, 명령불복종이나 다름없는 개인행동은 결코 가볍게 넘길 상황이 아니었다.


“저자들이...”


“아니, 일단 놔둬 한나 경.”


“알렌님!”


“일단은 저들의 얼굴을 기억만 해두도록. 처벌은 상황이 종료된 이후에 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제서야 한나는 뽑아들던 검을 다시금 검집을 집어넣으며 식량창고를 신나게 털고 있는 사내들을 노려보았다.


우걱우걱


한편 식량창고에 들어간 사내들은, 식량을 가져온다는 목적을 잊고 그저 게걸스럽게 식량을 탐해가고 있었다.


“달아! 맛있어!”


“후우- 이제 먹을만큼 먹었겠다 이제 그만 식량을 챙겨야...”


“이봐! 여기 고기가 있어!”


“고기? 그럼 고기까지만 먹고 가자!”


“생고기잖아! 그걸 어떻게 먹으라고 이 멍청한 놈아!”


“익혀 먹으면 되지 머저리야 사방천지가 불인데 뭔 걱정이야?”


그렇게 말하며 얇은 고기 한 덩어리를 막대기에 꿰어 불가로 다가간 사내는 바비큐를 하듯 이리저리 구워갔다.


“자 봐봐! 금방 익잖아!”


그렇게 고기를 구워가던 사내는, 불꽃 속에서 자신을 노려보는 눈동자를 발견하고는 기겁을 했다.


크르르-


“히익!?”


일렁이는 불꽃너머에서 번뜩이는 늑대들의 눈동자와 울음소리에 놀랐지만, 이내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는 녀석들의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이 개새끼들이 사람 놀래키고 지랄이야... 어떠냐 먹고싶냐? 먹고싶어? 응?”


크르르르-


“먹고 싶으면 넘어와봐 넘어와보라고 이 똥강아지놈들아.”


컹! 컹!


사내는 고기를 흔들며 도발을 이어갔지만 늑대들은 울음소리만 격하게 낼뿐, 불가에 가까이 다가갈 엄두조차 내질 못했고, 그 사이 거센 화력으로 인해 고기는 점차 노릇노릇하게 익어갔다.


“...저 미친놈 진짜로 구워먹네.”


“저러다 뒤져야 정신을 차리지.”


“흥! 부러우면 부럽다고 말할 것이지 행동력도 없는 머저리 놈들.”


그렇게 입맛을 다시며 고기를 한입 베어 물려던 사내는, 자신을 또렷이 바라보는 거대한 두 눈동자와 눈을 마주했다.


“...어?”


그것이 사내의 마지막이었다.


콰직!


화염을 뚫고 휘둘러진 거대한 발톱. 거대한 발톱에 찢겨져 날아가는 사내의 머리. 흩날리는 살점과 핏방울.


한 치의 가감 없이 지극히 현실적인 이펙트였지만, 회사에서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의 자체적인 안배 때문인지, 아니면 보다 중요한 현재적 상황 때문인지 알렌은 이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우두머리가 화염의 벽을 부수고 들어온 것이었다.


작가의말

앞으로 연재 주기가 화 목 토 일로 이뤄질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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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2화 21.07.22 63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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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0화 21.07.16 61 1 8쪽
41 39화 21.07.13 62 1 9쪽
40 38화 21.07.11 67 1 8쪽
39 37화 21.07.08 7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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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5화 21.07.04 93 1 10쪽
36 34화 21.07.03 99 1 9쪽
35 33화 21.07.01 112 1 8쪽
34 32화 21.06.29 105 1 10쪽
33 31화 21.06.27 110 1 11쪽
32 30화 21.06.26 101 1 10쪽
31 29화 +2 21.06.24 100 1 9쪽
30 28화 21.06.22 99 1 10쪽
29 27화 21.06.20 109 0 11쪽
28 26화 21.06.19 100 0 13쪽
27 25화 21.06.17 124 1 10쪽
26 24화 21.06.15 119 0 11쪽
25 23화 21.06.13 138 2 14쪽
24 22화 21.06.12 120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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