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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님의 서재입니다.

흔하디 흔한 영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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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작품등록일 :
2021.05.12 14:59
최근연재일 :
2021.08.23 11:0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8,564
추천수 :
182
글자수 :
247,784

작성
21.08.16 03:32
조회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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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8쪽

45화

DUMMY

“스물의 병사가 전멸. 아니, 연락이 완전히 끊겼다?”


도시 스폴레토


영주저의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던 카일 플라토네 남작은 어느 한 수하의 보고에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서 잉크가 묻어있던 깃털펜을 톡톡 두드렸다.


“...가벼운 일이 아닌 것 같군. 보르고스 경을 불러라.”


“아뇨, 보르고스 경은 바쁠테니 제가 가겠습니다.”


카일에게 답을 한 건 소파에 앉아있던 여성이었다.


정갈한 자세로 읽던 책을 덮은 그녀는, 짙은 흑단색의 긴 머리를 살짝 쓸어 넘기며 카일을 돌아보았다.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쓸 수는 없잖습니까? 거기다 식객으로서의 은혜 또한 언제까지고 모른 채 할 수도 없는 거니 말이죠.”


“식객이 아닌, 내 휘하의 신하로서 일을 맡아 줄 순 없겠는가?”


“그러기에는 남작님의 욕심과 집착이 너무나도 부담스럽습니다만...”


“그대의 재능을 본 내게 욕심을 부리지 말라니, 그대는 참으로 이상하고도 어려운 답변을 내놓는 군.”


“후후훗. 칭찬 감사합니다 남작 전하.”


자리를 일어나는 것과 동시에 명주실과도 같은 기다란 머리칼이 그녀의 등 뒤로 사르륵- 흘러내렸다.


“그럼. 빠른 시일 내로 좋은 소식을 가져오겠습니다.”


“나름의 정병인 스물의 인원이 모조리 실종된 일이니 조심하시오.”


무심한 듯 근심과 걱정이 어려 있는 카일의 충고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을 했다.


“남작 전하의 염려. 새겨 듣겠습니다.”


그렇게 그녀가 문을 열고 방에서 나가자, 카일은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담긴 눈빛으로 그 끝을 바라봤다.


“...그녀와는 인연이 아니라는 건가?”


한숨을 내뱉으며 아쉬움을 한 가득 토로하던 그는, 다시 책상 앞의 서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 * *


“범인은 범행현장에 되돌아온다- 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


나란히 걸음을 걷던 크로우가 갑작스레 말을 꺼내자, 알렌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잠깐의 생각 끝에 입을 연 알렌이었지만, 그가 뭐라 대답을 하기도 전에 크로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는 형사가 해준 말인데, 범인은 일을 저지른 후 자신의 행각이 걸렸나 안 걸렸나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현장을 다시 찾는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형사들 또한 범인을 찾기 위해 범행현장을 자꾸 기웃거린다나 어쩐다나?”


“음... 그렇군요... 그래서, 크로우씨가 그런 말을 하는 저의가 뭡니까?”


“역시, 카슈발 남작은 이해력이 좋으니 돌려 말하는 건 그만두고 직설적으로 말하지.”


크흠. 하고 헛기침을 내뱉은 그는 진지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숨기는 건 그만두고 순순히 방화 사실을 자백하는 건 어때 알렌 카슈발 남작?”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십쇼!!”


챙!


까드드드득


눈 깜짝할 새에 알렌을 향해 겨누어지는 서슬 퍼런 칼날들과 활시위들. 그에 알렌은 두 손을 들어 보이며 자신의 무고함 내보였고, 그제서야 칼날 위를 거니는 것 같던 긴장감이 사그라 들었다.


“장난이 지나쳤습니다 크로우 대장.”


“으음...역시 쫌 그렇지? 하하하하”


“크로우 로웬 공. 알렌님께 행한 무례를 겨우 웃음으로 넘길 생각이십니까?”


“미안 미안해. 방금 전 일은 조금 심했다고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말이야, 이런 장난이라도 치지 않으면 지금의 불합리한 상황을 못 견디고 뭔가를 저지를 것 같거든?”


알렌과 크로우의 일행과 동행하고 있는 다수의 무장한 엘프들. 언뜻 보기엔 호위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연행. 아니, 끌려가고 있다는 표현이 가장 적합한 상황이었다.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요 알렌님.”


“뭐... 예상을 해보자면, 검게 타오른 터전. 때마침 범행장소에 나타난 수상쩍은 무장한 인간들. 크로우 저 양반이 내뱉은 주장이 억측이나 다름없긴 하지만, 일단 의심할 만한 상황인 건 사실이니까.”


“저들은... 이미 우리를 범인이라 확정한 걸까요?”


“아니, 만약 그랬다면 이미 그 땅 위에 시체가 되어 있었겠지? 게다가 무장해제도 시키지 않았잖아? 적어도 범인 확정은 아니다 라는 셈이지.”


“그... 렇군요!”


오호라-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안도를 내보이는 한나. 하지만


‘난동을 부리길 바란다는 생각으로 무기를 안 빼앗은 걸지도... 라는 생각은 말할 필요 없겠지.’


라는 생각을 속으로 곱씹는 알렌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저들이 당장 우리를 죽일 생각이 없다는 점과 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크로우가 고분고분하다는 건데... 역시, 이끄는 무리가 많으니 마음가짐 또한...’


“준비해 발러. 수틀리면 선제공격을 날려서 최대한 길동무를 늘린다.”


“...음?”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들은...’


“도착한 것 같습니다 알렌님.”


한나의 말에 상념에서 깨어난 알렌은, 고개를 들어 엘프들의 목적지를 바라보았다.


빈틈없이 빽빽하게 뭉쳐 하나의 울타리 벽을 이룬 커다란 나무들과 그 가운데에 나 있는 단 하나의 통로. 그것은 마치 관문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삼엄한 시선 속에서 터널과도 같은 어두운 통로를 지나자, 환한 빛과 함께 다른 세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와아아아-”


“엘프들의 마을이라... 이런 식으로 오고 싶지는 않았는데...”


[엘프 마을 트리스트를 발견했습니다!]

[숨겨진 명소의 발견으로 명성도가 증가합니다!]

[검은 숲에 속한 엘프들과의 우호도가 소폭 증가합니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우호도 상승 효과가 무효화 됩니다. 사건이 원만하게 해결 된다면 다시 적용될 것입니다.]


[퀘스트! 엘프들과의 트러블을 해결하라!]


......


초록이 우거진 두터운 나무들과, 그 나무의 속을 깎아내 만든 수많은 집들과. 도로를 거니는 엘프들. 세상 처음 보는 모습에, 알렌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망각하고 주변들 두리번거렸다.


“알렌씨! 크로우씨! 보세요!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엘프 마을에 들어온 건 유저 중 저희가 처음일 겁니...”


“호들갑 떠는 마음은 알겠는데, 적진인 만큼 최소한의 경각심은 갖춰달라고 다니엘? 자칫하다간 화살이 미간에 꽂힐테니까 말이야.”


“으읏...”


얼굴 표정을 구기는 다니엘을 보며, 알렌은 입을 열었다.


“저들의 리더는 분명 일전에 마주했었던 이나스라는 사람이겠죠?”


“그렇겠지. 고로 일단 이번 일은 카슈발 남작에게 일임 할테니 한 번 잘 설득해봐 설득 못 시키면... 알지?”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 전에, 리피씨의 협조가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협력? 지금 상황을 보고서도 그런 말이 나오나 카슈발 남작?”


크로우는 정면의 선두에서 걸음을 거니는 한 엘프 여성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들과 행동을 같이하던 그녀였지만, 상황이 벌어지자마자 엘프들 측에 가담한 그녀는 이쪽으로 한 번도 눈을 돌리지 않은 채 무리를 인솔해 나가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두고 봐. 이대로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다면 내 손으로 직접 저 년의 심장에 비수를 꽂아버릴거다.”


“그런 말은 되도록 속으로 해 주세요 대장.”


“조용! 곧 있으면 장로님을 뵐 테니 입을 다물어라 인간 놈들!”


“하이고 늬예늬예.”


라고 웃어넘기면서도, 자신의 부관인 발러와 심상찮은 눈짓을 주고받는 크로우였다.


그렇게 서로의 속내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수많은 엘프들의 경계와 호기심 어린 시선을 받으며 걸음을 옮기던 그들은, 광장과도 같은 곳에 당도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건 전혀 예상치 못한 존재였다.


“......”


그곳엔 고풍스런 녹색의 관복을 차려입은 한 노인이 중갑옷을 입은 자들의 호위를 받으며 의자에 앉아있었는데, 수많은 세월을 산다는 엘프 중에서도 나이가 지긋한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세월의 풍파로 인한 관록이 고스란히 존재였다. 그런 그와 눈을 마주하며 알렌은 한 가지 사실을 직감했다.


‘말 한 번 드럽게 안 통할 것 같은 할아버지네.’


작가의말


요즘 일들로 인해 애로사항이 꽃폈다고 하지만 이렇게나 시간이 걸릴 일이었나? 


진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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