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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님의 서재입니다.

흔하디 흔한 영지물

웹소설 > 자유연재 > 게임, 판타지

한가한한량
작품등록일 :
2021.05.12 14:59
최근연재일 :
2021.08.23 11:0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8,576
추천수 :
182
글자수 :
247,784

작성
21.06.2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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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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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31화

DUMMY

“보거스...”


“크하하하하! 구겨진 네놈들의 얼굴을 보니 아주 좋구나! 못 볼 거라도 본 모양이지?”


“구차하게 굴지 말고 항복해라 보거스! 이대로는 애꿎은 피해자만 늘어날 뿐이다!”


“항복? 내가 왜 항복을 해야 하지? 이 마을엔 아직 삼백에 달하는 인구가 있는데?”


“삼백!?”


“그렇습니다요 게다가 저희의 푸조 마을은 천혜의 요새이지 않습니까 영주님. 저 정도의 병력으론 흠집도 안 날테니 열 배는 데려와야 비벼볼 수 있을 겁니다요.”


보거스의 옆에서 간신처럼 쫑알거리는 사내의 말에 알렌은 미간을 찡그렸다.


일부의 허세가 깃들어 있었지만, 상황이 난처해진 건 사실이었다. 자고로 공성전은 수비 병력의 3배 이상의 병력으로 행하는 게 기본 공식. 게다가 저 말대로 마을에 삼백에 달하는 인구가 남아 있다면 백 명까지는 차출 할 수 있을 것이다.


“칫, 역시 무리를 해서라도 사로잡았어야 했나?”


‘이대로 결말을 내지 못하고 돌아간다면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세를 회복할 거야. 그렇게 되면 마을 공략은 더더욱 힘들어지겠지.’


“크하하하! 네놈에게 순순히 마을을 넘겨 줄 것 같으냐! 모든 영지민들을 총동원해서라도 그것만큼은 막아낼 것이다!”


복수와 악의를 가득 담아 목청 터져라 말하는 보거스의 눈동자와 얼굴엔 그야말로 광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저벅 저벅


그런 보거스를 향해 한 사내가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가죽갑옷을 착용하고 허리춤엔 검을 착용한 그의 모습은, 멀리서도 비장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영주님.”


“왔느냐 콜레트. 나를 위한 병사들을 모아왔겠지?”


“예. 모아왔지요. 당신을 끌어내리기 위한 사람들을 말이죠!”


“뭐야?”


보거스가 이상을 눈치 채기도 전에 검집에서 검을 뽑은 콜레트는 그대로 보거스의 목에 칼을 겨누었다.


“코. 콜레트 네 이놈! 뭘 하는 짓이냐! 미치기라도 한 것이냐!”


“미친 게 아니라 지극히 제정신이다. 그동안 여러 마을을 잿더미로 만든 네 녀석의 몰락을 바라며 때를 노려왔다! 지금처럼 지르카 경이 없는 바로 이 순간을 말이야!”


“크으으으... 스미스!”


보거스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곁에서 실실거리던 사내의 이름을 불렀지만


“히 히이익 반역이다! 반역이다아!”


그는 그저 겁에 질려 뒷걸음질을 칠 뿐이었다.


“저 간신배 녀석이!”


“당신의 폭정에 마을 사람들이 얼마나 지쳤는 지 아십니까? 순순히 포기하십쇼 발롱 보거스 영주!”


“크윽!”


시시각각 변화하는 심상치 않은 상황.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건 푸조 마을의 영지민들 뿐만이 아니었다.


“...영주님.”


“내분인 것 같다. 제이스, 니케. 언제라도 움직일 수 있게 준비해둬.”


“옛.”


“알겠어요.”


그 사이, 보거스는 자신의 목에 칼이 들이밀어진 위기일발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눈을 굴리며 자신이 살 길을 모색했다.


“그, 그래! 병사들! 당장 이 녀석을 사로잡아라! 이 녀석을 사로잡고 나를 구해내는 전원에게 상을 내리겠다! 기사직을 주고 중히 다루겠다!”


“상?”


“기. 기사?”


보거스의 제안에 점차 망설이는 병사들. 그에 망설이던 콜레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동지들! 성문을 여십시오!”


콜레트의 그 말과 함께, 여럿의 사내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성문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 어어!?”


“머. 멈춰! 멈추지 않으면... 으아악!”


계속해서 돌변하는 상황과 다수의 영지민들의 갑작스러운 습격에 곧바로 대처하지 못한 문지기들은, 저항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제압 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끼이이익-


굳게 닫혀있던 나무문이 활짝 열렸다.


“지금이다! 돌격! 마을을 점령하라!”


와아아아아!


알렌의 명에 따라 전력질주를 하며 달려나가는 병사들. 그에 푸조 마을의 병사들의 화살을 날리며 대응했지만, 의지도 담겨있지 않은 눈 먼 화살로는 한 순간도 막아낼 수도 없었다.


“히이익! 도망쳐!”


“하. 항복.”


“항복하겠습니다...”


[푸조 마을의 성문을 점거했습니다!]

[푸조 마을의 영주 발롱 보거스 남작을 사로잡았습니다!]

[푸조 마을을 점령했습니다!]

[푸조 마을 점령전을 승리했습니다!]


“알렌님!”


“기뻐해라 제군들! 이 전쟁! 우리들의 승리다!”


[전쟁에서 승리했습니다!]

[푸조 마을의 지배권을 획득했습니다]

-현재 마을의 지배력은 52%입니다.

[스킬 경험치가 대폭 증가합니다!]

[각종 스킬 레벨이 올랐습니다!]

[위신 수치가 ‘20’ 증가했습니다!]

[위신이 2단계가 되었습니다!]

[하이시아 지역의 지배권이 증가해 55퍼가 되었습니다!]

-하이시아 지역의 지배권이 65퍼센트가 넘으면 하이시아 전 지역에 대한 지배권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병사들의 승리의 환호 속에서, 길고 치열했던 두 마을 간의 공방전이 결국 알렌 카슈발군의 승리로 끝을 맺게 되었다.


* * *


며칠 후


브리드 마을의 광장.


여러 포로들과 많은 영지민들이 모인 광장의 단상 위. 그곳에서 좌중을 내려다보던 알렌이 가만히 입을 열었다.


“시작하도록 한나 경.”


“지금부터! 발롱 보거스 남작을 비롯한 수뇌부들의 처형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처. 처형...”


평상시, 영지를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나 부관이라면 사망한다 한들 치명상과 함께 며칠간의 부재로 처리되지만, 영지 하나, 부하 하나 없는 상황에서 죽거나 적진에 사로잡혀 처형식을 당하게 되면 사망 처리를 당하게 된다.


이른바 ‘캐릭터 삭제’ 라는 것이었다.


“발롱 보거스 남작은 양 마을의 우호를 위해 보낸 사절단을 처참히 살해했을 뿐만 아니라 선전포고도 없이 브리드 마을을 향해 기습적으로 전쟁을 선포했으며, 그 이전 서부터 여러 마을을 강압적으로 점령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 왔습니다. 그에 발롱 보거스 남작을 처형하는 바입니다.”


“나쁜 자식!”


“죽어라!”


“처형해라!”


“목을 잘라라!”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는 울분과 분노어린 고함. 그것을 잠시 지켜보던 알렌은 손을 들어 소란을 제지했다.


“살려... 살려주십시오.”


“목숨을 구걸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지 않는가?”


“하. 할 일? 그게 무슨...?”


저벅 저벅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는 보거스의 앞으로 외팔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자는 바로 푸조 마을에 보내진 사절단의 유일한 생존자이며, 며칠 전에야 겨우 병상에서 정신을 차린 빌이었다.


그런 빌의 얼굴을 보며, 보거스는 단숨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깨달았다.


“죄송했습니다! 빌 공! 죄송합니다! 그땐 제가 어떻게 되었나 봅니다! 제발 용서해주십시오!”


“......”


팔이 묶인 채 연신 머리를 조아리는 보거스. 지르카는 그런 보거스의 모습에 눈을 돌리고 말았지만, 보거스는 삶을 향한 의지를 열렬히 드러내었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살아남기만 하면! 살아남기만 하면 얼마가 걸린들, 얼마를 들여서라도 이 치욕을 반드시 갚아주고 말겠다!’


자신의 발밑에서 연신 고개를 조아리는 보거스의 모습을 무심히 바라보던 빌은, 알렌을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 거기까지! 용서를 구하고자 하는 마음을 확실히 보았다!”


“그렇다면...”


“사형을 시작하도록.”


“에? 바 방금 용서를 구하면 살려주겠다고..”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지?”


냉정하기 그지없는 알렌의 말에 일동 말을 멈추었다.


“자. 잠깐! 분명히 말했어! 살려준다 했잖아! 분명히 살려준다 했잖아!!”


“흐음... 그런 말을 했던가 한나 경?”


“...아뇨. 그런 말씀 하신 적 없습니다.”


“그렇다는군.”


“이... 이 씨팔새끼가아아아읍으으읍!”


보거스는 발버둥을 쳤지만, 병사들에 의해 재갈이 물리고 사지를 결박당하게 되었다.


그리고 잠시 후.


촤아악!


자비 없는 도끼가 그의 목을 단번에 갈랐다.


[발롱 보거스가 처형되었습니다.]

[보거스 남작 가문이 멸망되었습니다!]


몸에서 분리되어 데구르르 구르는 머리와 목 언저리에서 사정 없이 뿜어져 나오는 피.


잔인하기 그지없는 광경에, 곳곳에서 놀람 어린 탄식이 연신 터져 나왔다.


“다음. 스미스.”


“사. 살려주십시오. 저는 단지 보거스의 명령을 따랐을 뿐입니다. 만약 살려주신다면 영주님 곁에서 견마지로를 다 하겠...!”


“사형.”


“예? 어째서!?”


“미안하군. 믿음직스럽지 않은 자는 쳐내는 주의라.”


“그게 무슨...”


스미스는 어안이 벙벙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에 대한 처우는 이미 사전에 의논 되어 있었다.


“행정적인 면은 좋은 편이지만 인품과 성격이 나쁘다는 평가를 받는 자입니다. 사형시키지요.”


라는 게 모두의 결론이었다.


“...젠장.”


[스미스가 처형되었습니다.]


“다음. 기사 지르카 센.”


목숨을 구걸하는 이전의 둘과는 달리, 말없이 차분하고도 담담하게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일 뿐이었다.


“죽여주십시오.”


“...나를 도와 줄 순 없겠는가?”


충성심. 실력.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그였기에 처형하고 싶지 않은 알렌이었지만, 말없이 미소를 짓는 그의 얼굴에선 삶에 대한 의지 같은 것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저씨랑 한 판 붙어보고 싶었는데.”


“미안하군 소녀여. 하지만 걱정 말도록. 세상에는 나보다 훨씬 강한 존재들이 많으니 말이야.”


“...잘 가 아저씨.”


[지르카 센이 처형되었습니다.]


“다음 콜레트.”


이전의 세 명과는 달리 묶여있지 않은 채 광장에 서 있는 콜레트를 향해 알렌이 입을 열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목숨을 구걸하진 않겠습니다. 대신 마을의 사람들에 대해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선처라...”


그 때, 빌이 그의 앞에 나서며 변호하기 나섰다.


“영주님. 이자는 제가 마을에서 도망치는데 도움을 준 사내입니다. 이 자가 없었다면 제 목숨 또한 남아 있지 않았을 터입니다. 너그럽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길 바랍니다.”


“...한나 경.”


“발롱 보거스 남작의 수하인 콜레트는 브리드 마을에 도움이 되는 일을 행했으나, 자신의 영주를 배신하는 일을 저질렀다. 이는 결코 간과하지 못할 죄.”


“......크윽.”


“해서 콜레트는 브리드 마을에서 행정일을 맡으며 자신의 직무를 다하길 명한다! 이상!”


“...예?”


“이상! 해산!”


알렌의 말을 끝으로 짜기라도 한 듯 사람들은 하나 둘 광장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광장에는 시체를 치우는 사람들과, 멍한 얼굴로 서 있는 콜레트와 빌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작가의말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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