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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님의 서재입니다.

흔하디 흔한 영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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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작품등록일 :
2021.05.12 14:59
최근연재일 :
2021.08.23 11:0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8,578
추천수 :
182
글자수 :
247,784

작성
21.06.24 16:44
조회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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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9쪽

29화

DUMMY

보거스군의 궁수진이 혼란에 빠지자 그 여파는 전방의 보병진에게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뭐, 뭐야! 후방이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잦아든 화살비. 동시에 흔들리는 전장의 공기. 알렌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지금이다! 귀갑진 해제!”


터터텅


겹겹이 쌓여진 나무 방패들이 치워지자, 그 속에서 황금처럼 노란 빛을 뿜어내는 열 명의 병사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가슴과 복부를 뒤덮은 흉갑과 투구를 착용하고 기다란 창을 손에 쥔 그들은 고대 그리스의 중갑보병인 호플리테스의 열화판과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바로 요 며칠간 대장장이들을 갈아 넣어서 만들어낸 청동 중갑병이었다.


원형의 방패도, 각반도 착용하지 않은데다 열 명 밖에 되지 않는 빈약한 중갑병이었지만, 가죽갑옷이 겨우인 전장에서 예상치 못한 복장을 갖춘 적군의 등장은 그들을 일순간이나마 당황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돌격!”


“이야아아아!”


열 명의 중갑병을 필두로 한 칠십의 보병들이 창을 내지르며 달려들자 보거스 군의 보병진이 점차 무너져가기 시작했고, 알렌 또한 미소를 지으며 한시름 놓았다.


‘이대로라면 그 녀석이 없어도 되겠는데? 좋아, 상황 봐서 항복을 권유하면 손쉽게 종료 되겠어.’


그렇게 미리 승리를 장담하며 행복회로를 돌려가는 알렌이었지만, 아직 전투는 끝이 나지 않은 상황. 게다가 지르카는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존재였다.


“겁먹지 마라! 갑옷만 화려할 뿐 별 것 아닌 놈들이다!”


“옛!”


“지르카 경!”


“지르카 경이다!”


“보병 3진! 후방으로 빠져서 적 궁수를 끝까지 추격해서 섬멸하라!


“옛!”


“공격적으로 나설 필요 없다! 방패를 앞세우고 틈을 노려라! 시간은 우리 편이다!”


지르카가 직접 전선 앞으로 나서서 사기를 북돋으며 수습해 나가자, 알렌 측에게 우세했던 상황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헤헹! 결국 저 아저씨가 나섰잖아? 그럼 내가 상대해야...”


척 처척


호기롭게 지르카를 향해 나아가던 니케의 앞을 가로막는 여럿의 병사들.


“흥! 겨우 네다섯의 병사로 나를 막으려고?”


니케는 창을 잡은 손을 꽈악 쥐며, 가장 앞에 선 병사를 향해 창을 내질렀다.


마치 번개와도 같은 찌르기.


평범한 병사라면 대응조차 하지 못할 속도였다.


“히익!?”


그 창의 목표가 된 병사는 방패를 들새도 없이 기겁을 하며 뒷걸음질을 쳤지만, 니케의 창에는 한 치의 자비도 없었다. 그러나


터엉!


“터엉?”


그녀의 창은 주변 병사들의 방패에 그대로 막히고 말았다.


검이 아닌 방패를 앞세우는 그들의 모습은 척 봐도 니케를 쓰러트리는 게 아니라, 막아내며 시간을 벌기 위한 존재들이었다.


“칫. 이러면 재미없는데...!”


니케의 움직임이 그렇게 봉인당하다시피한 사이 지르카가 앞장서서 전장을 이끌어나가나 싶었지만, 지르카 또한 다른 이에게 움직임을 봉인당하고 있었다.


“재미있군.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줄이야.”


그의 앞에는 이전의 대결에서 패배했던 한나가 검을 들고 마주 서 있었다. 왼손에 청동의 원형 방패를 든 채.


“당신을 상대하기에 제가 부족한 존재라는 건 뼈저리게 인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결투가 아닌 전투상황. 제 한 몸 바쳐 당신의 발을 최대한 묶어 두겠습니다 지르카 센 경!”


“그 다짐. 어디까지 이어질지 확인해 보겠소 한나 크리사오르 경!”


와아아아아!


둘의 결투를 시작으로 교차하는 병사들의 창날과 터져나가는 고함. 그리고 피투성이가 되어가며 쓰러져가는 병사들.


병장기와 병장기가 맞부딪치며 한 치의 양보도, 밀림도 없는 백중세의 상황에서 펼쳐지는 힘과 힘의 정면대결이 이어졌다.


‘아직까지는... 말이지.’


카아앙!


한나와 거리를 벌린 지르카는 눈을 굴리며 현재의 전황을 가늠했다.


며칠간에 걸친 기습과 전투 초기에 허를 찔린 전략으로 큰 타격 입기는 했지만 병사의 수는 여전히 보거스 측이 더 많은 상황. 게다가


“으으윽...”


혼란에 빠졌던 궁수들이 점차 재정비를 해나가고 있었다. 큰 피해를 입긴 했지만 여전히 절반에 가까운 병력이 남아 있었다.


‘적진을 우회해 적군의 뒤를 노려 사격한다면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응?’


순간 그는 보았다.


한나의 등 너머. 어디선가 꺼내든 백색의 거대한 피리를 입에 가져다대며 숨을 크게 몰아쉬는 알렌의 모습을


뿌- 우-


피리 속에서 휘몰아친 소리가 묵직한 음을 자아내며 구릉지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우우우-


그에 응답하듯 숲속에서 늑대의 하울링이 높이 솟아올랐다.


“갑자기 웬 늑대소리가!?”


“패배자의 시체를 뜯어먹으려는 승냥이 놈들이다! 동요하지 말고 그저 눈앞의 적군에만 신경을 써라!”


지르카가 아군 병사들의 동요를 잠재우기 위해 노력하기도 잠시.


터벅터벅


크르르르-


수십의 늑대들이 적의를 드러내며 전장에 나타나자, 지르카마저도 할 말을 잃었다.


“대체 이게 무슨 조화인... 설마? 저 피리인가?”


“빙고.”


<울프 더 파이퍼>


- 마수화가 된 우두머리 늑대의 송곳니를 가공해 만든 피리로, 일정시간동안 늑대들을 불러내 조종할 수 있습니다.


- 늑대의 수는 사용자의 카리스마와 기타 특성에 비례해 증가합니다.


[회색늑대 스무마리가 알렌 카슈발의 명에 따릅니다.]


“늑대들이여! 저 병사들을 물어뜯어라!”


알렌이 가리킨 건 이제 막 제정신을 차려가는 무방비 상태의 궁수들. 늑대들에게 있어 아주 훌륭한 먹잇감이었다.


컹! 커헝!


“으. 으아아아!”


점점 커져가는 늑대들의 발소리와 아군 궁수들의 비명소리.


그 속에서 눈을 질끈 감고 망설이던 지르카는 선택을 내렸다.


“영주를 노려라! 영주를 사로잡는다면 우리들의 승리다!”


“!? 적들이 영주님을 노린다! 알렌 영주님을 지켜라!”


승부처의 상황에서 지르카의 판단은 적절했다. 전선에서 호위병까지 대동한 채 떨어져 있는 보거스와는 달리, 전선 바로 뒤에서 지시를 내리고 있는 알렌은 그야말로 사로잡기 딱 좋은 먹잇감이었다.


“길을 열어라!”


“적들을 막아라!”


상반된 이해관계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으으으... 으랴앗! 아저씨! 아저씨가 붙잡히면 끝인데 안 도망치고 뭐하고 있어!?”


“이 상황에서 어떻게 도망치냐 임마!”


겨우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시뻘겋게 살기등등한 눈빛을 보내는 수십의 적군들. 당장에라도 등을 돌리고 싶은 알렌이었지만,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이런 접전 상황에서 뒤로 물러났다간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져 그대로 전선이 무너질 수도 있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알렌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아군 병사들에게 응원을 불어넣는 것뿐이었다.


“버텨라! 조그만 버티면 궁수들을 처치한 늑대들이 적들의 뒤를 노릴 것이다!”


“으오오오!”


“뚫어라! 시간이 지체될수록 아군의 피해가 늘어나게 된다!”


“우아아아아!”


궁수들이 전멸해서 늑대에게 앞뒤로 협공을 당하느냐, 아니면 알렌이 먼저 사로잡히느냐. 그야말로 내뺄 수도 없는 치킨레이스 속에서 전쟁은 극한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그 때


부스럭


북쪽에서 수풀들이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바람 한 점 없는 상황에서 수풀이 흔들렸다는 건, 그것도 알렌군의 궁수들과 추격대가 사라진 방향에서 수풀이 흔들렸다는 건 하나뿐이었다.


추격자를 쓰러트린 알렌군의 궁수들이냐


아니면 궁수들을 섬멸시킨 보거스 군의 추격대냐


모두의 기대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존재는 바로...


“이야 이거, 벌써 거하게 한 판 하고 있었구만! 응?”


전혀 예상치 못한 제 3의 존재였다.


“저. 저건 또 무어냐...”


지저분하면서도 허름한 행색의 무장단체. 그들은 마치 산적이나 다름없는, 아니, 이미 훌륭한 산적들이었다.


“크... 크로우? 당신이 여길 왜...”


“왜긴? 제에발 도와달라고 연락해 놓고서 이제 와서 딴소리? 아! 며칠 전이라 기억 안나나 알렌 카슈발 영주?”


“큭!”


간만의 만남에도 불구하고 어제만난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비아냥을 던지는 크로우의 모습에 알렌은 얼굴을 구겼다.


기억이 안 날 리가 없었다. 그의 말처럼 겨우 며칠 전의 일인 것도 사실이고, 말에 과장이 있긴 했지만 도움을 요청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온다면 온다고! 안 온다면 안 온다고 미리 말을 하던가! 읽씹이나 해놓고 갑자기 무슨 난리야!?’


“근데 뭐야 이거? 한창? 끝? 대체 어떤 상황이야?”


“저희가 어느 쪽에 끼어들던, 끼어들기만 하면 그대로 끝날 것 같은 상황입니다.”


“...아하!”


부관인 발러의 조언을 들은 크로우는, 수십에 달하는 자신의 수하들을 등 뒤에 대동한 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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