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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님의 서재입니다.

흔하디 흔한 영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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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작품등록일 :
2021.05.12 14:59
최근연재일 :
2021.08.23 11:0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8,586
추천수 :
182
글자수 :
247,784

작성
21.06.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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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8화

DUMMY

높이 떠오른 맑은 태양과 바람 따라 지나가는 청명한 뭉게구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날씨였지만, 푸른 하늘 아래의 어느 한 곳에서는 한 사내의 거침없는 분노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쾅!


“그동안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 알고 있느냐 지르카! 변변찮은 성과 없이 마흔이 죽었다 마흔이! 무려 마흔이라는 병사가 죽어나갔단 말이다!”


아침 댓바람부터 탁자를 한껏 내리치며 분노를 쏟아내는 보거스 남작. 하지만 지르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요 며칠 간 기습하기 적합한 포인트에서 귀신같은 타이밍에 쏟아지는 적들의 화살세례에 보거스의 군대는 조금씩 피해가 누적되어갔고, 그 피해가 지금에 와서는 마흔에 달하게 되었다.


물론 지르카가 악조건 속에서도 분투와 노력 끝에 피해를 줄인 결과이긴 하지만, 변변찮은 성과 없이 전 병력의 20%에 달하는 병력을 손해 입게 만들었다는 건 결코 순순히 넘어갈 만한 것이 아니었다.


“오늘 하루. 오늘 하루 안에 저 빌어먹을 적군을 전멸시키고 마을을 점령해라! 알아들었느냐 지르카!”


“옛! 영주님께 승리를 안겨드리겠습니다!”


“흥!”


보거스는 짜증 어린 표정을 지으며 나가보라는 듯이 손을 휘저었고, 지르카는 목례를 하며 야영지를 나섰다.


“......”


막사를 나온 지르카는 말없이 야영지를 둘러보았다.


자신을 향해 경례를 하는 병사들과 주위를 경계하는 병사들. 그리고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병사들의 모습들.


‘수가 많이 줄었군.’


처음에 비해 확연히 줄어든 병사들의 수. 그리고 예정보다 길어진 원정. 하지만 여전히 적에 비해 두 배에 가까운 수였고, 전투력과 기세 또한 날카로웠다. 그런 부대의 모습을 보며 지르카는 크게 외쳤다.


“전군은 들어라!”


자신을 향해 집중되는 이목들을 바라보며 지르카는 재차 입을 열었다.


“그동안 명에 따르느라 고생 많았다 병사들이여! 앞으로 산 하나만 넘으면 목표 지점에 당도할 것이니 아침밥은 든든히 먹어둬라! 오늘로서 지지부진하던 원정이 끝을 맺게 될 것이다!”


“와아아아아!”


조만간 일어날 전투에 긴장하고 두려울 법도 했지만, 요 며칠간 계속된 기습공격에 속절없이 당하기만 했었기에, 오히려 자신들이 겪은 피해를 되갚아 줄 생각에 분노와 흥분만이 차오를 뿐이었다.


“출발은 한 시간 후! 만전에 기하라!”


그로부터 세 시간 후


숲을 빠져나와 산을 넘어 내려가던 그들은 산중턱에 자리한 구릉지를, 그리고 그곳에서 진을 치고 있는 일군의 모습을 발견했다.


무성한 나무들과 수풀 사이에 자리한, 스타디움만한 크기의 너른 구릉지. 그리고 아군을 보호할 요령인지 양측에 소수의 목책을 만들어 놓고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적진. 그런 진형을 훑어보던 지르카는 확신을 내리며 보고를 했다.


“이곳이 결전지가 될 것 같습니다 영주님.”


“크흐흐흐흐... 드디어! 드디어!!!”


흥분에 들뜨기 시작한 보거스. 하지만 구릉지에 미리 군을 주둔시켜 기다리고 있던 알렌은 덤덤하게 그들을 맞이할 뿐이었다.


“아직도 많군.”


그동안의 습격으로 인해 사상자가 발생한 보거스에게 마흔이나 되는 피해는 ‘큰’ 피해였지만, 그 습격을 감행한 알렌에게는 마흔밖에 되지 않는 ‘적은’ 피해였다.


둘째 날 당했던 피해가 꽤 충격이었던 건지 적군은 기습사격을 당해도 소극적이면서도 수비적인 대처를 할 뿐이었고, 때문에 추격을 대비해 매복시킨 병력은 무용지물이 되어 적들의 발을 묶어 진군을 늦춘 것에 만족 할 수밖에 없었다.


“알렌 카슈발 남작은 들으라!”


“응?


“내 친히 자비를 베풀어 항복할 기회를 주겠다! 그대가 이 몸에게 행했던 잘못은 너그럽게 용서해 줄 터이니 신하가 되어 이 몸을 섬길 기회를 주겠노라!”


“감히 영주님께 저딴 말을...”


말 같지도 않는 보거스의 말에 화가 치솟은 한나였지만


“아니 저 돼지샊!읍읍!”


화를 참는 자신과는 달리 당장에라도 소리를 지르며 달려 나갈 것 같은 니케의 모습에, 다급히 그녀의 입을 막아섰다.


“항복이라... 하하하하! 여태까지 겪은 일이 있었을 텐데 그런 말을 하다니 참으로 놀랍고 신기할 따름입니다.”


“역시! 제 아무리 기습전은 뛰어날지 몰라도 이런 병력 차로 전면전은 뒤집을 수 없겠지! 하하하!”


알렌의 호응에 기대감을 부풀리는 보거스. 하지만


“본디 인의와 예의가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그런 말을 내뱉지 못할 텐데... 역시 사람 새끼가 아니라서 그런가?”


헛된 기대에 대한 반동은 큰 법이다.


“풉!”


“키킥!”


적진에서 새어 나오기 시작한 자신을 향한 비웃음에 보거스의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저. 저저 저놈이... 지르카! 뭘 하는 거냐! 이 몸을 능욕하는 녀석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생각이냐!”


“...전군! 전투를 개시한다! 보병 진군!”


척척척척!


“자아 침략군들의 기세가 얼마나 대단한 지 한 번 지켜볼까? 위치로!”


“위치로!”


보거스군은 지르카의 명에 따라 발을 구르며 적진으로 나아가기 시작했고, 알렌은 그 모습을 주시하며 가만히 병력을 대기시킬 뿐이었다.


그런 폭풍전야 속에서 전투의 시작을 알린 건, 궁수진을 위시한 보거스 군의 선제사격이었다.


“음?”


촤악


재빠르게 산개하며 활시위를 가득 당기기 시작한 보거스군의 궁수들


“조준... 발사!”


연이은 파공성과 함께 일제히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기 시작하는 화살. 하지만 알렌 또한 그런 모습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방어태세! 귀갑진을 형성해라!”


텅 터터텅


명령과 함께 중심으로 한데 모이기 시작한 병사들, 알렌을 감싸듯 원형의 방패를 겹치고 겹쳤고, 마치 거북이의 등껍질과도 같은 반구형의 방어진을 형성했다.


[귀갑진을 형성했습니다!]

[투사체에 대한 방어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질량 공격에 대한 방어력이 큰 폭으로 증가합니다!]


방어진을 형성하기가 무섭게 쏘아진 화살들이 방패를 향해 내리 꽂혔다.


파파파파파팍


자신의 머리 위에서 연신 사납게 방패를 두들겨 대는 소리에 알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네."


빠른 대처 덕분에 피해는 전무했지만, 적들은 여태까지 쌓인 울분을 토해내기라도 하듯 쉴 새 없이 화살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파파파파파팍


빈틈없는 방어진으로 인해 피해는 없었지만, 효과까지 없는 건 아니었다.


척척척척


시시각각 알렌의 귀갑진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보거스의 보병대. 이대로 계속 방어진을 형성하다간 보병대에 포위될 것이고, 그렇다고 함부로 방어진을 풀었다간 성난 화살에 의해 고슴도치처럼 꿰뚫리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외통수.


“하하하하! 꼴이 아주 구석탱이에 몰린 생쥐 같구나 안 그렇냐 지르카! 하하하하!”


벌써부터 승리를 직감하는 보거스. 하지만 지르카의 생각은 달랐다.


‘어째서 저런 진형을 취한 거지?’


탁 트인 공간. 수적인 열세. 유동적인 움직임을 보이지는 못할망정 알아서 수세진형을 취한다? 그러면 분명 유리해지는 건 사실이다.


저들이 아니라, 이쪽이.


‘기습전에는 일가견이 있어도 전면전은 범인凡人에 불과한 것인가?’


지르카는 그렇게 꺼림칙할 정도로 유리한 현상황에 고심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그가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었다.


보거스군의 수뇌부들은 빌을 술에 취하게 만들어 브리드 마을의 위치와 인구가 얼마인 지에 대해 알아내긴 했지만, 현재 알렌군의 총 병력이 얼마인지, 지금 방어진을 펼친 병사가 전 병력인지, 아니면 별개의 병력이 존재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적군의 현황을 바라보던 지르카는, 문득 자신의 군세를 바라보았다.


현재 보거스 군의 병력 구성은 적진을 향해 진군하고 있는 보병진. 그리고 보병과 떨어진 채 화살을 쏘고 있는 궁수진. 그리고 보병진과 궁수진 사이에서 정예병들로부터 안전을 보장받고 있는 보거스로 되어 있었다. 한 마디로 현재 궁수진은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잠깐, 설마!?”


무언가 낌새를 알아챈 지르카. 알렌은 그런 그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미 늦었어.”


보거스군의 궁수진이 자리한 북쪽의 나무 그늘진 수풀 속.


그곳에서 매복하고 있던 제이스와 서른에 달하는 궁수들이 몸을 일으키며 활시위를 가득 매겨갔다. 그들의 목표는 알렌의 귀갑진을 향해 화살을 쏘아대고 있는 보거스의 궁수진.


“쏘아라!!”


제이스의 사격을 필두로 일제히 날아간 수십의 화살


“응? 무슨 소리지?”


“저게 뭔... 으악!”


“으악!”


“적의 공격이다!”


“갑자기 화살이 어디서! 으아악!”


그렇게 화살에 직격당하자, 무방비 상태에 갑옷마저도 빈약한 궁수진은 속절없이 쓰러져갔다.


[기습이 대성공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기습으로 인해 사기치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거기다 요 며칠 간에 걸친 원정과, 간헐적인 기습으로 인해 활력과 사기가 줄어들었기에 피해는 더욱 커져만 갔다.


[갑작스런 큰 피해에 사기가 크게 떨어졌습니다!]

[사기의 저하로 인해 일부 병사들이 혼란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점차 나쁘게 흘러가는 상황에 보거스의 표정이 다시금 와락 구겨졌다.


“이... 이. 빌어먹을 개자식이...!!”


“아하하하하! 극찬 감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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