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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님의 서재입니다.

흔하디 흔한 영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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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작품등록일 :
2021.05.12 14:59
최근연재일 :
2021.08.23 11:0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8,571
추천수 :
182
글자수 :
247,784

작성
21.07.22 09:02
조회
63
추천
1
글자
9쪽

42화

DUMMY

으으음...


자기 자신이 자신도 모르게 내뱉는 신음소리를 직접 들으며, 몽롱했던 정신이 점차 또렷해져갔다.


“여긴 대체... 으윽!”


정신이 또렷해지는 것과 동시에, 전신을 쑤시며 욱신거리는 고통이 그녀의 육체를 향해 엄습했다.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기 위해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이내 그녀는 자신의 팔과 다리가 밧줄로 꽁꽁 묶여있다는 사실 또한 깨닫게 되었다.


“정신이 들었습니까?”


시선을 낮춘 것인지, 가까이서 들려오는 낯선 남성의 목소리. 그제서야 그녀는 자신의 처지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상황이 이리 되긴 했지만 원만하게 협조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원만? 협조? 훗.’


무게감을 연출하기 낮게 깔린 목소리.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느껴지는 허술하면서도 어벙함에, 그녀는 치밀어 오르는 웃음을 간신히 참아냈다.


”이름이 뭐죠?”


“......”


“으으음... 그럼 저희를 감시한 목적은요?”


“......”


묵묵부답이 계속되자, 심문을 이어가던 남자의 표정이 점차 다급해져 갔다.


“누... 누구의 명으로, 어째서 우리를 감시한 겁니까!!”


“흥! 내가 그런 걸 말할 것 같으냐!”


“으윽.”


어느새 뒤바뀐 주도권. 얼굴 표정만 본다면, 누가 사로 잡힌 건지 모를 정도였다.


‘저자를 잘만 구슬리면 도망치는 것도 어렵지는 않겠어.’


하지만 그 때


쾅!


커다란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한 남성이 들어왔다.


“어휴- 내 그럴 줄 알았다. 우리 카슈발 남작님은 그런 말랑말랑한 방식이 통할 거라고 생각합니까? 예?”


“그렇다고 크로우씨한테 이 일을 맡길 순 없잖습니까? 보나마나 고문 대잔치가 펼쳐질 텐데 말이죠.”


“아니, 내가 무슨 시리얼 킬러라도 되는 줄 알아? 응?”


“알렌님의 우려가 이해가 되지만, 저 또한 크로우님이 역할에 더 적합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알렌님.”


“으윽 한나 경까지...”


“...말로 멕이는 건 주군이나 부하나 똑같구만.”


그렇게 알렌을 슬쩍 밀치고서 그녀의 앞에 쪼그려 앉은 크로우는 그녀와 눈을 가까이 마주했다.


“어때? 우리 구면이지? 칼 맞은 곳은 이제 좀 괜찮아?”


“네 놈...!”


“좋아. 기억력은 괜찮아 보이고... 자, 그러면 내가 얼마나 성질 급한 녀석인지 알고 있겠지?”


“.......”


“잘 들어 엘프 계집. 네가 내 말을 듣던 안 듣던 상관없어. 우리가 원하는 말을 하지 않으면 지금 당장 곡괭이 들고 내 부하들과 어딘가로 떠날 뿐이야.”


다시금 이어진 묵묵부답. 하지만 조금 전의 상황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름.”


“...리피.”


“좋아. 그럼 목적은?”


“당신들을 감시하는 것이다.”


“누구의 명령으로? 네게 명령한 자의 이름은 뭐지?”


“...그건 말할 수 없다.”


“잘 나가다가 갑자기 또 입 다무네,”


다시금 험악해지는 상황에, 알렌이 다급히 입을 열었다.


“그, 그럼 저번에 만난 엘프 지도자분의 이름이 뭔지 알려주시겠어요?”


“...그 분의 존함은 이나스. 이 검은 숲 일대를 다스리는 위대한 엘더님...!”


그렇게 말하던 리피는 핫! 하며 얼굴을 찡그리더니 알렌을 노려보았다.


“큭! 네 녀석! 순진한 얼굴로 나를 속이다니! 이 비열한...!”


“와... 이런 거에 속아 넘어가네...”


지극히 순진한 그녀의 모습에 되려 미안해지는 알렌이었다.


“쯧. 거봐거봐 입으로는 이만 물러간다니 어쩐다 하더니 남몰래 첩자를 남겨놓고 갔잖아?”


“이 정도야 당연한 처사죠. 크로우씨는 안 그랬을 것 같습니까?”


“당연히 나도 그랬겠지! 그렇다고 누가 힐끔힐끔 쳐다보며 엿듣는 걸 가만히 놔둘 순 없는 거잖아! 어이 엘프 계집!”


“리피다.”


“그래 리피. 다른 질문을 하지. 봉인을 풀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나?”


“모른다.”


“...쳇. 이번엔 거짓말이 아닌 것 같네.”


“하지만 봉인을 풀 수 있는 자를 알고 있다.”


“그건 우리도 잘 알고 있지. 당신들의 위대하고 위대하신 이나스님이라면 충분히 봉인을 풀 수 있으시지 안 그래?”


얄밉게 빈정거리는 크로우를 노려보던 리피는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꾹 누르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이나스님 말고도 봉인을 풀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이가 한 명 존재한다.”


“그게 누구야. 말해.”


“그걸 말하기 전에 이쪽도 궁금한 게 있다. 그대들은 어째서 그 안의 봉인을 풀려고 하는 거지?”


뻔한 말 돌리기 같은 것이 아닌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표정이 담긴 그녀의 얼굴에, 크로우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어째서라니? 그야 당연한 거지?”


“당연하다?”


“풀리지 않은 주머니가 있으면 풀어보고 싶고, 잠긴 보물상자가 있으면 풀어서 열어보고 싶고, 마찬가지로 봉인이 있으면 풀어보고 싶은 게 사람 심정이잖아?”


“...정체도 모르는 존재를, 선악의 구분도 정립되어 있지 않은 존재의 봉인을 풀겠다고 말하는 건가?”


“착한 놈이면 좋은 거고, 나쁜 놈이면 조지면 되는 거고. 봉인 되었다는 건 약해졌다는 증거이니 순식간에 후드려 패면 어떻게든 되겠지.”


“......”


막무가내나 다름없는 크로우의 말본새에 어이가 없다 못해 할 말을 잃은 그녀는 알렌과 다니엘들을 바라봤지만, 크로우의 성격을 익히 알고 있던 둘은 그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탐색질은 이 정도면 충분할 테니 이제 말해. 그 봉인을 풀 수 있는 존재는 어디에 있지?”


* * *


그로부터 이틀 후


“자, 마음의 준비는 충분히 했나 엘프? 후회 안 할 자신은 있고?”


출발을 앞둔 크로우는 무리의 선두에 선 리피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두 팔과 다리가 자유로운 건 물론, 그녀가 칼과 활을 모두 착용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대야말로 후회 안 할 자신은 있나? 내가 언제든지 그대의 미간에 화살을 박아 넣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을텐데?”


“뭐, 그러면 그게 엘프 표준 인성인 거지.”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말싸움. 그 모습을 두 발자국 멀리서 바라보던 알렌은 한나를 바라보았다.


“마을에서 들려온 정보는 어떻지 한나 경?”


“신설된 북쪽 야영지 쪽에서 말하길 플라토네 남작 측은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고 그저 조용할 뿐이라 합니다.”


“그 수상하고 미심쩍은 자들이 아무 일도 벌이지 않고 조용히 있다? 그 말은 남몰래 뭔가 일을 꾸미거나 벌이고 있다는 뜻인데...”


곰곰이 고민을 이어가는 알렌. 그런 알렌의 모습을 지켜보던 다니엘이 말했다.


“역시, 마을이 걱정되시는 겁니까 카슈발 남작님? 지금까지 도와주셨으니 크로우 저 양반도 별 말 안 할 겁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이대로 돌아가면 매-우 찜찜할 것 같거든요.”


“그, 그렇습니까?”


“속닥거리는 건 끝난 거겠지 다들? 자- 그럼 출발한다!”


“우오오오!”


그 시각


검은 숲 북쪽의 경계 부근


“이곳인가.”


그곳을 검은색 로브를 뒤집어 쓴 십여 명의 무리가 숲의 입구에 발을 들이밀고 있었다.


치르륵


하지만 누군가가 그들의 행보를 방해라도 하듯, 푸른 기운이 스파크가 일 듯 반짝이며 그들의 접근을 막아내고 있었다.


“과연 엘더 엘프가 다스리는 숲. 숲에 발을 들이밀지도 못했는데 벌써부터 이런 환영인사라니... 일단 태양이 저물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으려나? 당신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


“이런이런, 애써 말을 건넨 사람을 무안하게 만들다니... 이래서 시체들이랑은 상종하기 싫었던 거지만... 어쩔 수 없지. 주군의 명은 그 어떤 것보다 거룩한 것이니.”


선두에 선 사내가 빙글거리며 비아냥거렸지만, 사내를 따르는 이들은 그저 말없이 눈을 깜박일 뿐이었다. 그 때


“그대들은 누구인가!”


“음?”


때마침 숲에서 나타난 수십의 병사들이 그들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이거 참... 완벽한 타이밍이군요!”


“우리는 움브리아 일대를 다스리는 카일 플라토네 남작님의 병사들이다! 그대들은 신속히 소속을 밝히도록!”


순식간에 창날을 치켜든 수십의 병사들에 의해 포위가 되었지만, 그들은 위축되지도, 두려움도 내비치지 않았다.


“다짜고짜 창칼부터 들이밀다니, 무례하긴 하지만 덕분에 그 값을 거리낌 없이 받아낼 수 있겠군요.”


“뭣?


의문과 함께 일어난 작은 동요. 그 모습이 즐겁다는 듯이 지어진 사내의 미소 속에서, 날카로운 송곳니가 섬뜩한 빛을 내며 번뜩이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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