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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님의 서재입니다.

흔하디 흔한 영지물

웹소설 > 자유연재 > 게임, 판타지

한가한한량
작품등록일 :
2021.05.12 14:59
최근연재일 :
2021.08.23 11:00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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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59
추천수 :
182
글자수 :
247,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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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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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4화

DUMMY

브리드 마을의 마을회관.


“사절을 보내자.”


서쪽으로 사냥을 나갔던 사냥꾼들의 보고를 들은 알렌은, 사절단을 파견을 제안했다.


“으음... 저쪽이 이쪽을 발견했을지, 안 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굳이 보낼 필요가 있을... 까요 알렌님? 가까운 거리도 아닌 것 같으니 모르는 척 쉬쉬하고 넘어가는 게 좋을지도...”


“요컨대 한나 경의 말은 내가 괜히 긁어 부스럼이나 다름없는 짓을 한다- 이 말인건가?”


“아. 아니, 꼭 그렇지만은...”


“저는 영주님 말씀에 찬성입니다.”


제이스가 알렌의 말에 동의하고 나섰다.


“보고에선 서쪽에서 발견된 마을의 규모가 저희 마을보다 커다랗다 들었습니다. 그런 그들이 저희를 발견하지 못했을까요?”


“그건...”


“음. 제이스의 말대로야. 설령 한나 경의 말대로 우리 마을을 발견하지 못했다 한들, 찾아내는 건 시간문제겠지.”


제이스와 알렌의 연이은 주장에, 한나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사절단으로 누굴 보내냐는 건데...”


“한나 크리사오르. 알렌님의 사절단 행을 반대합니다.”


“음. 그러면 나도 한나 경이 사절단으로 가는 걸 결사반대 하도록 하지.”


“예!?”


“예? 라니, 한나 경 은근히 고집불통이라 외교활동에는 잘 안 맞는다고?”


알렌의 말에, 한나를 제외한 모두가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완고한 면이 있죠.”


“그. 그런...”


“제외되는 건 제이스도 마찬가지. 설명은 굳이 말 안해도...”


“예. 괜찮습니다. 저로서도 그런 역은 조금... 아니, 많이...”


평소답지 않게 대놓고 꺼려하는 제이스. 대답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좋아. 그러면...... 없네?”


브리드 마을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 나머지를 제외하니, 남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란씨가 있었으면 망설임 없이 부탁했을텐데... 아아. 봄이 가고 나서야 봄인 줄 알았습니다.’


알렌이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는 사이, 제이스가 슬며시 손을 들며 발언했다.


“빌을 추천하겠습니다.”


“음? 빌?”


생각지도 못한 언급에, 알렌은 마을회관 바깥에서 니케와 놀아주고 있는 빌을 바라보았다.


“그래, 빌이라면... 음... 빌이라면 괜찮을 거 같다고 생각하는데... 다들 어떻게 생각해?”


“흐음... 괜찮지 않을까요?”


“빌씨라면... 나쁘지 않습니다.”


이어지는 긍정적인 반응들. 하지만


‘...빌씨를? 사절단에???’


그들 중 오직 한나만이 아리송한 표정으로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사람들의 면면을 살피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다음날 아침. 장소를 발견한 두 명의 사냥꾼과 빌로 이뤄진 사절단이 출발을 앞두게 되었다.


“아저씨. 나도 사절단이라는 거 따라가면 안 돼?”


“어. 안 돼. 절대 안 돼.”


“...칫.”


니케의 어리광을 사전에 차단하는 알렌의 모습에, 일동 모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 중 한 사람. 빌만이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근심 가득한 한숨을 내뱉고 있었다.


“...제가 정말 이런 일을 맡아도 되는 걸까요 영주님?”


“물론이지. 그리고 동맹이나 그런 거창하고 어려운 일을 바라는 게 아니니, 그리 걱정할 필요 없어.”


“하지만... 저는 그리 뛰어난 녀석도 아닌데...”


여전히 자신감이 없는 그의 모습에, 잠깐 생각하던 알렌이 입을 열었다.


“음... 그 점은 나도 잘 알고 있어. 아마 모두 다 알고 있지 않을까?”


“...예?”


“알렌니임!?”


“하지만 자신의 능력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여태까지 맡아온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왔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어. 그렇기에 빌에게 기대를 하고 있는 거야.”


“아.”


알렌의 말에 얼빠진 얼굴을 보이던 빌은, 다시금 평소의 모습으로, 맡은 바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빌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영주님의 말씀이 그러하시다면!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오겠습니다!”


“응. 믿고 있을게.”


알렌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빌을 비롯한 셋의 모습을 배웅했다.


“잘 다녀오세요!”


“여행가는 기분으로 갔다 와요!”


“빌 아저씨! 선물! 선물 사오는 거 잊지 마!”


그렇게 점차 멀어지는 세 사람. 그런 세 사람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한나의 얼굴에선 아직도 근심걱정이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정말... 정말 빌씨가 잘 할 수 있을까요 알렌님?”


“음,,, 잘... 한다기보다는... 어떻게든 두루뭉술 원만하게 해낼 것 같은 느낌? 어제도 그렇고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동맹이나 불가침 조약. 뭐 그런 거창한 게 아니라 상대 마을과 영주를 관찰하기 위한 사절이니까 말이야. 우호적으로 나온다면 그거대로, 적대적으로 나온다면 그것대로 나름의 성과가 있는 활동이라는 거지.”


“하지만 적대적으로 나온다면 사절단이...”


“거기까지야 한나 경. 빌이 걱정되어서 하는 말이겠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하자고. 설마 영주라는 작자가 사절단에게 위해를 가하겠어?”


“그렇... 겠죠?”


한나의 우려를 알렌이 조곤조곤한 말로 안심시켜 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는 가슴 한켠에 자리 잡은 불안감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이틀 후 저녁.


높이 솟은 봉우리와 여기저기 뻗은 산줄기로 여러 생물들의 생태를 책임지고 있는 러우셔 산. 그 산의 줄기를 가림막으로 삼고 목책을 방패로 삼은 영지. 도르곤의 영주저에서 갑작스런 회의가 이뤄지고 있었다.


“사절단... 사절단이라...”


회의실의 상석에 앉은 도르곤의 영주. 발롱 보거스 남작이 심술 가득한 얼굴로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무언가가 잘 풀리지 않는 듯 답답하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리자, 안 그래도 불만 가득해 보이는 얼굴이 더욱 볼품없는 얼굴이 되어 있었다.


“저 사절단이라는 녀석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 스미스!!”


갑작스레 버럭 성을 내는 보거스. 하지만 옆에 앉아있던 홀쭉한 외모의 사내는 별 거 아니라는 듯,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세 명 밖에 안 되는 인원도, 행색도 비루하긴 하지만... 일단은 사절단이라는 걸 보낼 정도면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마을이라 생각합니다요.”


“이이익. 그런 마을을! 그런 규모 있는 마을을 못 찾아냈다고? 누구냐! 너희들 중 책임자가 누구야!”


“센 경입니다요.”


“지르카 센!!”


벼락같이 뿜어지는 분노. 하지만 한 사내가 지르카를 비호하고 나섰다.


“센 경의 잘못이 아닙니다 영주님. 인근 이틀거리의 지형지물은 전부 파악하고 있으니 저들은 그 너머의 마을에서 찾아온 것이 아니겠습니까?”


“뭣? 콜레트 네 놈이 내 말에 토를 다는 것이냐!”


“괜찮습니다 콜레트 경. 죄송합니다 영주님. 제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입니다. 저를 벌해주십시오,”


콜레트와 지르카를 번갈아 바라보며 성을 내는 보거스. 하지만 그의 부관인 지르카는 말없이 그의 분노를 받아낼 뿐이었다. 그런 모습들을 바라보던 스미스가 재빨리 끼어들었다.


“자자 일단 제대로 조사한 후에 판단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영주님?”


“그래도 자기 마을을 대표해서 녀석인데 제 입으로 자기 마을에 대한 정보를 술술 불 리 있겠느냐?”


“걱정마시지요 보가스님. 제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스미스? 네가?”


“예에 제게 방도가 있습니다요.”


그 시각.


영주 저택 1층의 응접실.


“이야- 규모가 엄청납니다.”


“마을의 인구가 저희의 배는 되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습니까 빌씨?”


“아. 예. 그렇지요. 예.”


마을을 둘러 본 감상을 늘어놓으며 흥분을 감추지 않는 두 사람. 그 마음은 빌 또한 마찬가지였지만,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애써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 후, 응접실의 문이 열리며 한 사내가 안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사절단 여러분. 저는 이 도르곤 마을의 영주이신 발롱 보거스 남작님을 모시고 있는 스미스라고 합니다.”


“아. 예. 사절단을 대표하고 있는 빌이라고 합니다.”


얍실하면서도 어딘가 비열해 보이는 인상과는 달리, 정중하기 그지없는 태도에 빌 또한 예의를 표했다.


“들어오자마자 죄송합니다만 영주님께서 오늘은 이만 늦었으니 내일 대화를 나누자고 하십니다요.”


“아. 아닙니다. 어쩔 수 없죠.”


저녁이라고 하기엔 늦고, 밤이라고 하기엔 이른 시간. 하지만 이런 시간에 찾아온 건 자신들이기에, 집주인의 결정에 맞춰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해서 먼 곳에서 찾아오신 사절단 분들의 노고를 위로하고자 영주님께서 여러분들을 위한 만찬을 준비하셨으니 즐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여러 요리들이 저택의 고용인들과 함께 응접실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브리드 마을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고급스런 요리들의 향연이 이어졌지만, 빌은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빌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스미스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스미스의 모습에 순간적으로 흠칫했지만, 품에서 꺼낸 물건의 정체를 파악하자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그. 그건...”


퐁!


가벼운 소리와 함께 공기 중으로 피어오르는 과일향. 그리고 과일향에 섞인 알코올 향.


과실주였다.


브리드 마을에선 이제야 제조를 들어간, 고향을 떠난 이후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음료가 등장하자 빌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한 잔 하시겠습니까?”


“그럼... 조금만 마시겠습니다.”


나무로 된 술잔에 조금씩 채워져가는 액체와, 코끝을 자극하는 감미로운 향기. 그것이 빌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 * *


“흥! 인구가 이백밖에 안 되는 마을? 우리 마을의 반밖에 안 되는 놈들한테 괜히 걱정했잖아!”


스미스의 보고를 들은 보거스는 콧방귀를 뀌며 전전긍긍했던 자신의 행동을 지워갔다.


“그래도 약한 동네인 걸 확인했으니 다행입니다요. 자,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영주님. 녀석들의 규모도, 마을의 위치도 알아냈으니 영주님께서 결정만 내리시면 됩니다.”


“어떡하긴 저쪽에서 정중히 사절을 보냈으니, 이쪽도 사절을 보내야겠지. 대대적인 규모의 사절을 말이야. 콜레트!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알겠지?”


“...예. 준비 하겠습니다.”


보거스의 명령에 콜레트는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예를 표하며 방을 나갔다.


“흥! 마음에 안 드는 녀석. 전쟁에서 졌으면 순순히 따르기나 할 것이지...”


“그래도 능력은 뛰어나지 않습니까? 그나저나 사절단은 어떻게 할까요?”


“추후 내 백성이 될 놈들이 아니냐. 붙잡아라! 허나 여의치 않으면...”


“예이입 알고 있습니다요!”


“쿠흐흐흐~ 이번 기회에 나도 자작에 오를 수 있겠구나~ 쿠하하하하~”


“......”


콜레트는 문 너머로 들려오는 웃음소리를 들으며 표정을 와락 구겼지만, 이내 무언가를 결심하며 복도를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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