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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님의 서재입니다.

흔하디 흔한 영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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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작품등록일 :
2021.05.12 14:59
최근연재일 :
2021.08.23 11:0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8,584
추천수 :
182
글자수 :
247,784

작성
21.07.06 20:19
조회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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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9쪽

36화

DUMMY

“세상에 세상에 결국 진짜로 왔단 말이지?”


세피아 인스팅스 여남작이 호기심 가득한 미소를 만면에 띄운 채 복도를 거닐고 있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부각시키는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서 연청색의 기다란 머리칼을 찰랑거리며 또각또각 걸음을 옮기는 모습은, 플라토네 남작저의 고용인들의 마음을 어지럽히기 충분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뒤따라 걷는 사내의 모습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그런 어처구니없는 모욕에도 아랑곳 않고 찾아오다니, 저기 말이야 고란.”


“듣고 있습니다.”


“사람이 말이야 존심이 있으면 안 오는 게 정상이라 생각하지 않아?”


“제가 생각하기에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게 아니면...”


“아니면?”


“영주님의 존안을 보러 온 걸 수도 있지요.”


“...해가 서쪽에서 뜨기라도 했나? 어쩐 일이야 고란? 고지식한 고란이 그런 말도 다 하고?”


“...죄송합니다.”


“아니야아니야 고란이 왜 미안해? 고지식하고 딱딱하던 고란에게 유머 감각이 생긴 건데 도리어 칭찬 받아야지.”


“그렇... 습니까?”


허나 사내는 ‘과연 이게 맞는 것인가?’ 라는 진중한 표정을 지우며 고개를 갸웃 거렸고, 세피아는 그런 사내의 모습을 보며 ‘에휴- 한참 멀었네-’ 라는 생각과 함께 가볍게 손을 흔들어 자신의 기사인 고란을 배웅했다.


“그럼 알렌 카슈발 남작이라는 게 어떤 사람인지 한 번 확인해 볼까?”


기대감을 가득 품은 채 회담장의 문고리를 잡은 그녀는, 두 팔을 활짝 벌려 회담장의 문을 크게 열었다


벌컥


“늦었군.”


열린 문 너머, 자신을 빼고 모두 자리에 착석한 이들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지만, 세피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반문했다.


“자고로 미인은 만인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하는 법이잖습니까?”


“쳇 말이나 못하면...”


“음... 더할 나위 없이 옳은 말이오!”


“옳기는 무슨! 이봐 엔비 코크만 남작! 상대가 미인이라고 너무 오냐오냐 해주는 거 아냐?”


“저를 부러워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이치지만 그렇다고 너무 티내지는 말아주세요? 플라토네 남작님? 볼품 없어 보이니까요.”


“...뭐?”


상석에 앉은 채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 카일을 장난스레 흘깃 바라보던 세피아는 이내 처음 보는 낯선 인물을 바라보았다.


“오호 이쪽이... 반가워요 알렌 카슈발 남작. 본인은 세피아. 세피아 인스팅스 남작이라고 해요.”


양 손으로 드레스를 살포시 들어 올리며 싱긋 미소를 지어 보이는 세피아. 그 미소는 뭇 남정네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 정도로 매혹적인 것이었지만 빌은 전혀 휘둘리지 않는다는 듯이 빙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죄송합니다만 저는 카슈발 남작님을 모시는 기사이자 이르하 교의 사제인 빌 로무스라고 합니다.”


“......”


‘,,,기사? 외팔? 그리고 사제?’


의문이 마구 셈솟는 세피아였지만, 잠시 생각을 멈추고 표정 그대로 카일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비정상적이라 여겨질 정도로 천천히 돌아가는 그녀의 목은, 귀를 기울이면 끼기긱- 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이게 무슨 일이죠 플라토네 남작님? 저는 분명 카슈발 남작님이 직접 출두했다 들었던 것 같은데요?”


“흠... 인스팅스 남작님을 향한 보고에 착오가 있었나 보군요.”


하지만 카일과 눈을 마주한 세피아는 그것이 결코 착오가 아니었음을 한 눈에 눈치챘다.


“사소한 건 나중에 따지기로 하고, 지금은 이쪽을 해결하죠. 서신에는 분명 카슈발 남작의 출두를 바랬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맞습니까?”


불신과 의심을 담아 카일을 흘깃 바라보는 세피아. 하지만 카일은 떳떳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가만히 듣던 빌이 대답을 시작했다.


“예 저희 또한 그렇게 전해 받았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여기로 오기 전, 저희 영주님께서 갑작스레 말을 탄 괴한들로부터 습격을 받아 쓰러지셨지 뭡니까.”


“...기마병으로부터 습격을 말입니까?”


빌의 말에 카일을 흘깃 쳐다보는 세피아. 하지만 카일은 미간을 살짝 찌푸릴 뿐이었다.


“카슈발 남작님은 괜찮으신 겁니까?”


“예에. 다행히 가벼운 상처만 나셨을 뿐입니다.”


“다행이군요.”


그에 세피아는 정말로 알렌을 걱정하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렇게 영주님의 습격에 실패한 괴한들은 도망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삼신성동맹에 속한 플라토네 남작님의 병사들이다! 알렌 카슈발 남작! 살고 싶으면 우리 동맹 앞으로 찾아와 직접 머리를 조아리거라!”


“헤에...”


“그에 저희 영주님께서는 ‘이번 일은 서로를 음해하려는 파렴치한 세력의 분탕질이거나 어떤 정신 나간 이의 장난질이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것으로 인해 서로 간에 오해가 생겨서는 안된다’ 라고 하시며 저를 보내셨습니다.”


“......”


“......”


“하하하. 이거, 우리가 한 방 먹은 것 같소이다 플라토네 공 인스팅스 공.”


너털웃음을 짓는 엔비를 시작으로 셋은 한 차례 서로를 마주 보며 눈빛을 교환했다.


"하아... 어쩔 수 없네요."


세피아는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고, 엔비는 카일을 존중하듯 손을 내밀었다.


"그래, 이 동맹에서 귀찮은 건 내 몫이지."


천장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던 카일은 눈을 번뜩이며 빌을 마주 보았다.


“빌 로무스! 그대의 말이 옳다! 조금 멀리 돌아왔지만 제대로 선언하겠다! 나 움브리아 일대의 지배자 카일 플라토네 남작은 삼신성동맹을 대표해 알렌 카슈발 남작과 우호를 나누길 원하노라!”


* * *


세 남작과 빌이 회담을 나누는 그 시각


회담장에서 서남쪽으로 사흘이 걸리는 거리에 위치한 검은 숲


햇빛이 잘 들지 않아 검은 숲이라 이름 붙여진 곳에서도, 울창한 나무 넝쿨로 인해 유난히 볕이 들지 않는 한 곳에서 크로우와 그의 병사들이 야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크로우는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어딘가를 바라보며 잔뜩 찡그린 얼굴로 격하게 오른 다리를 떨고 있었다.


“늦다... 늦어... 왜 이리 늦는 거냐아. 설마... 설마 안 보낸 거 아냐?”


“조금만 더 참아보시죠. 크로우님과는 달리 카슈발 남작은 꽤나 상식적인 사람이니 곧 무언가 소식이 도착 할 겁니다.”


“그렇긴 하지, 꿍한 성격이 없잖아 보이긴 해도... 잠깐, 발러 너 방금 뭐라고 했....”


“카슈발 남작으로부터 물품이 도착했습니다 크로우님!!”


“왔구나! 캬- 택배 배달 속도 봐라! 무슨 대행사를 한신에 맡기기라도 했나? 부탁한 게 언젠데 이제야 도착하는 거냐?”


“그렇게 말씀하셔봤자 못 알아듣습니다만.”


“시끄럽고, 품질은 확실해?


크로우의 말에 곡괭이로 근처의 돌을 힘껏 내리쳐보는 발러.


“흠!”


발러의 세찬 기합소리와 함께 깨질듯한 굉음을 터트린 곡괭이는, 척 봐도 억세 보이는 돌에 커다란 균열을 일으켰다.


“성능 한 번 확실하구만. 좋아! 탱자탱자 놀고 있는 애들 깨워라! 연장 챙겨라!”


점차 형색을 갖춰가는 수십의 무리.


선두를 맡은 크로우를 시작으로 무리는 어둠이 내린 오솔길 속으로 들어갔다.


“앞사람 잘 따라가라! 행방불명 되도 난 모른다!”


한 치의 앞 밖에 분간이 되지 않는 미궁 같은 오솔길이었지만, 크로우는 이미 길을 꿰차고 있는 것인지 횃불을 손에 들지 않고도 성큼성큼 앞서서 걸음을 옮겨갔다.


그렇게 약 3분.


크로우와 그의 무리는 넓은 광장 앞에 당도하게 되었다.


천장 가득 넝쿨과 함께 얽힌 투박한 돌 벽면에 비해 매끄럽게 닦인 타일형 돌바닥. 그런 광장의 가운데에는 알 수 없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정면의 입구 맞은편에는 두터운 돌문이 빈틈없이 막혀 있었다.


그렇게 그의 무리가 광장에 발을 들이미는 순간


우웅


땅바닥에 새겨진 문양들이 푸른빛을 내뿜더니, 벽면의 돌들이 들썩이며 가운데를 향해 모이기 시작했다.


텁 터텁 텁


두텁고도 묵직한 소리와 함께 형체를 드러낸 것은, 암석들로 이루어진 한 구의 거대한 거인. 골렘이었다.


“그동안 차~암 기~일었지. 고블린을 시작으로 오크 놈들에, 하늘 위에 둥둥 떠다니는 이상한 도깨비불. 그리고 별 거지같은 트랩까지. 그리고 그것의 마지막은 저 돌땡이인가?”


크로우는 어깨에 걸치고 있던 곡괭이를 정면의 골렘을 향해 뻗으며 재차 입을 열었다.


“자아 드가자 보물 한 번 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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