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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님의 서재입니다.

흔하디 흔한 영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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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작품등록일 :
2021.05.12 14:59
최근연재일 :
2021.08.23 11:0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8,582
추천수 :
182
글자수 :
247,784

작성
21.06.26 17:42
조회
101
추천
1
글자
10쪽

30화

DUMMY

상황은 빠르게 흘러갔다.


“좋아! 크로우 로웬! 지금부터 알렌 카슈발에게 가세하겠다!”


“뭣!?”


“자! 난입이다! 달려들어라! 날뛰어라!”


“이야호오!”


“그래도 피아구분은 확실히 하면서 날뛰어라 새끼들아!!”


수십의 병력이 알렌군에게 가세하자 팽팽했던 힘의 축이 단번에 기울어버렸고, 한계에 달했던 보거스의 군세가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지... 진다고? 내가? 이 보거스가? 누구보다 먼저 이 게임을 시작해서, 남부에서 손꼽히는 힘을 가지게 된 내가! 이 발롱 보거스가 진다고!!”


“보거스다!”


“적의 영주 보거스다! 잡아라!”


“크으으으....”


보거스는 도망쳤다.


자신의 수많은 병사들과, 상처투성이의 충성스런 부관인 지르카 센을 놔두고 부리나케 도망을 치고 말았다.


그렇게 전투는 순식간에 끝이 나게 되었고, 둘은 그제서야 인사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오랜만이야 알렌 카슈발 남작. 못 본 사이에 위세가 아주 대단해졌어? 이런 전쟁도 벌이고 말이야. 게다가...”


크르릉!


“늑대들은 대체 어떻게 부리게 된 거야? 그랜드 심포니아에서 마물이나 동물을 다룰 수 있다는 건 금시초문인데?”


“비밀입니다. 그나저나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크로우씨가 아니었다면 승리하지 못했을 겁니다.”


“음. 음. 좋아좋아. 나는 누가 날 칭찬해주는 게 그렇게 좋더라.”


“으엑.”


그런 크로우의 모습에 니케는 맛없는 걸 입에 담기라도 하듯 질색을 했지만, 표정을 들키진 않았다.


“비록 보거스는 놓쳤지만 말이죠.”


“아잇, 잘 나가다 왜 그쪽으로 빠져? 영주 빼고 다 잡았으니 다 된 거 아니겠어? 나는 그 영주 놈을 놓친 게 더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크로우의 말에 알렌은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책임감 없이 뒤에서 관망하기만 하고 상황이 불리해지자 나몰라라 도망이나 치는 존재를 사로잡아봤자, 딱히 이득일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나저나, 충성을 다하던 주군에게 버림받은 느낌이 어때?”


“......”


크로우의 말문은 밧줄로 꽁꽁 묶인 채 포박되어 있는 지르카를 향했지만, 그는 표정을 찡그릴 뿐 묵묵부답이었다.


“거기까지. 저희에게 도움을 주신 건 감사합니다만 이 이상 이 자를 능욕하지 마십시오 크로우 공.”


“능욕이라? 나는 그냥 질문을 던졌을 뿐이야. 그보다 능욕이라는 건 결정적인 상황에 도움을 준 우군에게 행하는 한나 경의 태도를 뜻하는 게 아닐까 싶은데?”


“그건...”


“흥! 다된 밥에 숟가락만 얹었으면서.”


“그 다된 밥이 그쪽이 될 수도 있었다는 걸 알고는 있나요 꼬마 아가씨?”


“이이익...!”


수뇌부들 사이에서 험악한 기류가 형성되자 기운은 병사들에게까지 전염되고 말았다. 그렇게 당장에라도 터질 것만 같은 흐름에 알렌이 다급히 나섰다.


“자자 양측 모두 거기까지! 서로 돕고 도움 받은 사이에 얼굴 붉히고 그러지 맙시다! 이러다가 우리끼리 싸우겠네!”


“응? 난 걸어오는 싸움은 마다하지 않을 건데?”


‘......이 미친 싸움광이!?’


“하지만 이 상황에서 그런 급전개는 별로 재미있을 것 같지 않으니 패스하지.”


거짓이 없어 보이는 그의 의사에 알렌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자, 그럼 이제 도움에 대한 대가를 받아가 보도록 할까?”


‘올 것이 왔군.’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 또한 있어야 하는 법. 니케의 말처럼 숟가락 얹기에 불과한, 피해량 전무에 전투 참여율 제로에 가까운, 단순한 보여주기에 가까운 행동이었지만, 그런 행동조차 없었다면 지금보다 더 큰 피해를. 아니, 아예 정 반대의 상황이 되었을 수도 모를 일이었다.


“원하는 게 뭡니까. 저번처럼 식량? 옷감? 무구? 아니면...”


“그럴 필요 없어. 내가 알아서 가져갈 테니까.”


“예?”


“쟤랑 쟤랑 쟤쟤쟤쟤. 그리고 쟤도.”


이리저리 움직이며 포로 병사들을 속속들이 골라내는 그의 모습은, 마치 재래시장에서 상품을 선별하는 베테랑 주부와도 같았다.


“크로우씨? 지금 뭐하시는...”


“인구가 좀 부족해서 포로들 중 일부는 이쪽에서 데려가려고. 괜찮지?”


그가 원하는 것은 바로, 다름 아닌 포로 병사들. 그렇게 되자 알렌은 잠시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포로가 너무 많으면 이쪽으로서도 관리하기 힘드니 오히려 고맙긴 한데... 아, 근데 전부 데려간다거나 그러는 건 아니겠지?’


“아. 예, 그러시죠.”


알렌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서른에 가까운 포로의 선별을 끝낸 크로우는, 그들을 포박한 밧줄을 풀어주었다.


“밧줄을?”


“어째서!?”


“자! 너희들이 이전에 어떤 놈이었든, 누굴 따르던 놈이었든 상관없다! 이제 내 수하들이니 내 명령에 따르고 복종하고 목숨을 바쳐라!”


“예... 옛!”


개인의 의사 따윈 주어지지 않은 강압적인 크로우의 복종 선언. 하지만 애초에 포로인 그들에게 주어진 건 죽거나 따르거나 둘 중 하나의 선택지 밖에 없는 법이었기에, 그들은 크로우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안 따르면 어떻게 됩니까!”


하지만 그 중에서도 불복하는 이는 나오는 법.


“안 따르면? 별 수 없지.”


스릉


촤아악!


크로우는 망설임 없이 칼을 뽑아 이의를 제기한 자의 목을 베어버렸다.


“이렇게 된다.”


“히이이익!!”


“자, 다음. 다음은 없나?”


“......”


핏물을 가득 묻힌 채 무미건조한 눈으로 자신들을 바라보는 크로우의 모습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없네. 좋아.”


그렇게 고개를 끄덕인 크로우는 알렌을 향해 몸을 돌렸고, 그 모습에 한나와 니케는 그를 경계하듯 반사적으로 몸을 낮추었다.


“이렇게 서른. 그리고 저기 전리품까지 해서 우리가 알아서 챙겨간다?”


“예?”


“시체 뒤져라! 물품들 챙겨!”


대답보다도 앞서 시체들의 물품을 뒤지기 시작한 그와 병사들. 그에 니케는 질린 표정을 지으며 알렌에게 저걸 보라는 듯이 손짓을 했지만, 알렌과 한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뿐이었다.


“우린 상황을 수습한다! 일단 피아 구분 없이 중상을 입은 병사들부터 무사히 마을로 이송하도록!”


“옛!”


“이제 뭘 할 거지 알렌 공? 끝까지 쫓아가서 전쟁을 끝낼 생각인가?”


“당연하죠. 후환을 남길 수도 없는 노릇이니 한 번 시작한 거 끝을 봐야지 않겠습니까?”


“휘유- 무서워라-”


그렇게 휘파람을 불며 고개를 끄덕이던 크로우는 재차 입을 열었다.


“좋아. 그럼 나는 이만 빠지겠어. 패잔병을 처리하는 것까지 도와줄 필요는 없지?”


“아, 예. 그렇죠.”


도망친 적병들이 적은 건 아니었지만, 죽거나 포로로 사로잡은 병사들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수에 적은 위협이었다.


“크로우님의 도움 감사했습니다.”


“나도 나름 즐거웠어. 얻은 것도 많고.”


“이번에도 서쪽으로 가는 겁니까?”


“가야지. 탐사 도중에 심심해서... 아니, 급하게 몇 놈만 거기 놔두고 온 거였거든. 그 자식들 농땡이 치고 있을 게 뻔하니까 당장 가서 일 시켜야지.”


“...저번에도 그렇고 대체 뭘 찾고 있는 겁니까?”


“보물! 뭐가 있을지 모르는 정체모를 보물.”


“......예?”


알렌이 얼빠진 얼굴로 되물었지만, 크로우는 그저 말없이 웃음을 터트릴 뿐이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크로우는 새로 모집한 병사들을 포함한 자신의 무리들을 이끌며 서쪽으로 떠났고, 알렌은 중상자를 비롯한 부상자를 마을의 치료소로 이송시키고, 감옥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마을 구조상, 사로잡은 포로들을 별도의 장소에 구속시켰다.


포로들의 인원이 많아 반란을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크로우의 공포 정치로 인한 반면교사인지, 포로들은 순순히 마을에 머물며 포로생활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러는 와중 제이스의 별동대와 합류하고, 별동대를 쫓던 스물의 항복 또한 받아내었다.


그렇게 상황을 수습한 알렌은, 절반의 병사와 한나를 마을에 남겨둔 채 전쟁을 마무리 짓기 위해 군을 움직였고, 이틀 만에 보거스의 본거지인 푸조 마을에 당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을을 목도한 알렌과 병사들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서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이건... 꽤나...”


“와아아아...”


마을을 경계로 한쪽에는 깊은 산세. 한쪽은 산천도랑이 펼쳐져 있었다. 그나마 정문의 길이 멀쩡했지만 그것마저도 경사진 오르막길이었다. 게다가 그런 마을에 둘러진 1M가량 높이의 목조 성벽과 성문. 그리고 망루들까지.


“하! 이 정도면... 마을이 아니라 요새잖아!?”


알렌은 그렇게 말을 내뱉으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패잔병의 수가 얼마나 됐지? 그 녀석들이 마을에 되돌아갔다면... 아니, 애초에 저번의 병력이 전부라는 장담도 없잖아? 그렇다면... 지금 이 병사들로 이 요새를 점령할 수 있을까?’


끝없이 이어지던 부정적인 생각. 하지만 알렌은 고개를 저으며 그런 생각을 털어냈다.


‘어차피 마을을 점령해야 끝나는 싸움! 속전속결로 끝낸다!’


“전군! 전투 준비! 빠르게 마을을 접수...”


“왔구나! 이 버러지 같은 녀석들!”


알렌의 말을 끊으며, 한 사내가 푸조 마을의 목조성곽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바로 전투에서 패해 도망친 보거스.


푸조 마을의 영주인 발롱 보거스 남작이 기다렸다는 듯이 한껏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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