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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님의 서재입니다.

흔하디 흔한 영지물

웹소설 > 자유연재 > 게임, 판타지

한가한한량
작품등록일 :
2021.05.12 14:59
최근연재일 :
2021.08.23 11:0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8,572
추천수 :
182
글자수 :
247,784

작성
21.06.06 21:04
조회
143
추천
5
글자
11쪽

19화

DUMMY

“무슨 생각하세요 알렌님?”


“한나 경,”


훈련을 끝마치고 온 건지, 그녀는 얼굴에 촉촉한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여전히 틈만 나면 훈련에 열중하고 있는 그녀였지만, 저번처럼 손에 피물집이 잡힐 정도로 과한 훈련을 행하지는 않고 있었다.


“다시 한 번 탐험대를 파견할 생각을 하고 있었어.”


“안 돼요!”


한나는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격한 반대를 내비쳤다.


“...안 가 안 가. 그러니 걱정하지 마 한나 경.”


“그렇게 말씀하시는 알렌님의 얼굴에 아쉽다는 표정이 역력한데요?”


“...윽.”


말에 반박하듯 미간을 찌푸리며 한 발자국 다가오는 그녀의 모습에 당황한 알렌은 한 발자국 물러났다. 숨겨진 정곡을 찔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욱 강력한 건 따로 있었다.


훈련으로 인해 달아오른 열기 때문인지 앞섶을 풀어헤친 한나는, 땀이 송골송골 맺힌 윗가슴과 함께 가슴골 사이에서 반짝이는 은제 목걸이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알렌님?”


눈을 떼기도, 눈을 떼지 않기도 애매한 상황 속에서 시선을 들키기 직전의 찰나


“영주님!”


한 사내가 다급함을 온 몸으로 드러내며 달려오고 있었다. 그에 알렌은 다급히 시선을 돌려 사내를 향해 다가갔고, 한나 또한 의심과 의아함을 거두고 그를 바라보았다.


“크. 크흠. 무슨 일이지?”


“암염광산에서 소수의 고블린들이 포착되었다 합니다.”


“고블린? 또?”


‘고블린들이 한 번 터를 잡았던 곳이라서 자꾸 몰리는 건가?’


암염광산 인근이면 분명 산지에서 전투가 벌어질 테고, 소수 게릴라전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 추적과 수색이 능한 사람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나 경.”


“예.”


“제이스를 리더로 삼고 병사 스물을 차출해 암염광산 부근의 고블린 퇴치를 맡기도록.”


“알겠습니다!”


추적과 수색이라면 마을에서 제이스가 제일인만큼, 이번 일에 그만한 존재가 없었다.


‘그런데 뭘까, 대체 뭘까 이 불안함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마음 한 구석에서 스멀스멀 피어올랐지만, 일단은 현재,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에 집중하기로 했다.


현재 마을의 인구 130명. 이 수치가 뜻하는 게 무엇이냐 하면, 남작으로 승급하기까지 고작 20명이 남았다는 뜻이었다.


남작Baron


이름에서부터도 어정쩡하기 그지없던 준 남작이 아니라, 진짜 남작. 제대로 된 귀족이 된다는 것이다.


명칭도 명칭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바로 남작이라는 존재가 가지는 이점이었다.


남작이 되는 즉시 며칠 간 영지 전체에 버프를 주며, 영지 전체적에 버프 및 디버프를 주는 ‘위신’이라는 수치가 추가된다. 또한 마을을 추가적으로 건설하거나 다른 마을을 회유할 수 있으며, 기사를 서임할 수 있게 된다.


기사의 이점은 심플했다. 영주를 향한 충성도가 증가하고, 스킬 성장치에 보너스를 받는다. 심플하면서, 또한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기존의 부관을 포함해 세 명이 최대이기에 마음대로 임명 할 수는 없었다. 물론 영지가 커질수록, 특정 조건을 만족할수록 임명할 수 있는 기사의 수가 늘어나긴 하지만, 결국 기사의 수는 한정되어 있기에 임명할 때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었다.


‘으음... 그러면 누구를 기사로 임명해야 하나? 하아- 기사 티오 조금만 더 늘려주지.’


그렇게 알렌이 지레 김칫국부터 마시는 한편, 북쪽의 암염광산으로 향한 제이스와 병사무리가 마을의 시야에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졌을 때였다.


“영주님!”


감시탑에서 근무를 하던 병사 중 한 명이 감시탑에서 다급히 내려오며 알렌을 향해 다가왔다.


“남쪽에서... 남쪽에서 부상을 입은 사내가 마을을 향해 다가오고 있습니다!”


“남쪽에서!? ...일단 그 사내를 데려오고 약사를 불러라!”


“옙!”


‘북쪽에 이어 남쪽에서... 이거 뭔가 불길한데...’


알렌은 연달아 일어나는 트러블에 의아함과 초조함을 느꼈지만, 겉으로는 침착을 유지해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으으으...”


온 몸에 상처를 입은 채 피를 흘리고 있는 한 사내가 당장에라도 죽을 것 같은 모양새로 병사들의 부축을 받으며 약제소로 옮겨졌고, 약사들은 그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당신이... 당신이 이 마을의 영주님입니까?”


“그래, 내가 영주인 알렌 카슈발이다.”


“저는... 저는 남쪽의 작은 마을에 사는 존이라 합니다.”


“일단 치료부터...”


하지만 사내는 마지막 기회라도 되는 듯 손을 움직여 알렌의 손을 덥석 잡고는, 힘주어 말했다.


“부탁드립니다 영주님. 제발... 제발 저희 마을을... 마을을...”


상처 입은 자라고는 믿기지 않는 힘으로 알렌의 손을 꽈악 붙잡고 있던 사내는, 말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힘을 다하고 말았다.


“...사망했습니다.”


알렌은 사내의 마지막을 갈무리 하는 약사의 말을 들으며, 말없이 사내를 바라보았다.


“사인은?”


“...온 몸 곳곳에 박힌 이빨 자국을 보아, 아무래도 늑대에게 당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인근의 늑대는 모조리 사냥한 줄 알았는데...”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늑대의 어금니 속에서>


- 안하무인해진 늑대무리들이 발톱과 이빨을 번뜩이며 마을 사람들이 목숨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늑대들을 물리쳐 마을을 구원해 주세요.


퀘스트 기한 : 남쪽 마을의 주민이 전멸할 때까지.


퀘스트 성공 시

- 살아남은 마을 주민의 수에 비례해 마을의 우호도 증가. 하이시아 전역의 늑대무리의 위험도 하락.


퀘스트 실패 시

- 하이시아 전역의 늑대무리에 의한 습격 빈도와 위험도가 증가.


[퀘스트를 승낙하시겠습니까? Y/N]


“지체할 시간이 없겠군 병사들을 소집하라 한나 크리사오르. 최대한 빨리.”


“옛!”


‘고블린? 늑대? 뭐가 되었든 전부 깨부수면 되는 거잖아?’


해가 조금 기운 오후. 마을 방비를 위한 최소한의 수를 제외하고서도 마흔의 병사가 소집 되었다.


[브리드 마을 민병대]


- 지휘자 : 알렌 카슈발


- 규모 : 경보병 42명


- 등급 : 경험 많은 민병대 (E+랭크)


- 사기 : 완벽함 (100%)


- 활력 : 매우 높음 (85%)


장비의 질은 변함이 없었지만, 실전경험이 누적된 병사들의 실력은 처음에 비해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진군한다!”


짧은 연설. 하지만 사기가 충만한 병사들은 위풍당당한 기세를 드러내며 남쪽을 향해 진군을 시작했다.


“늑대라... 처음의 그 때가 생각이 나네요 영주님.”


“처음? 아, 그때 말이지...”


그녀가 말하는 건 마을을 만든 지 얼마 안 되었던 시기. 처음으로 늑대 때를 물리치고 피난민을 구해낸 그 때를 말하고 있었다.


“그러네, 그 때랑 똑같은 상황이잖아? 그러고 보니 란씨와 만난 것도 그 때가 처음이었지.”


“하아- 란씨는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요?”


“글쎄? 그녀도 우리를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으으음... 그런 모습이 떠올려지지는 않지만... 그랬으면 좋겠네요.”


“아! 아니면 벌써 우릴 잊고 다른 사람들과 하하호호 잘 있을 수도 있지.”


“그. 그럴 리 없어요!”


미간을 찌푸리며 가볍게 성을 내는 한나와 작게 웃음을 터트리는 알렌. 그 모습은 늑대무리에게 목숨을 위협받는 마을을 구원한다는 임무를 지닌 군대의 지휘관이라고 하기에 경박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지만, 그런 모습은 둘에게서만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오늘 저녁은 늑대고기려나?”


“늑대고기는 잘못 요리하면 냄새가 좀 역하던데... 욥씨라도 데려왔어야 하는 거 아냐?”


“큭큭큭 그러니까 말야.”


이전에 있었던 늑대무리와의 전투에서 승리한 경험에서 오는 우월감, 게다가 연승의 짜릿한 달콤함에서 나오는 과한 자신감까지. 이러저러한 요소들이 합쳐지자 병사들에게서, 그리고 그 행동을 바로잡아줘야 할 한나나 알렌에게서도 일말의 긴장감조차도 보이질 않았다. 별도의 척후병을 운용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영주님! 마을입니다!”


두 개의 크고 작은 언덕을 지나고 나서야, 그들은 문제의 마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컹!


원래의 모습을 잃고 이곳저곳 망가진 모습의 마을과 마찬가지로 피를 흘린 채 쓰러진 다수의 사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지를 잃지 않고 마을을 지켜나가는 마을의 주민들과 그런 마을을 둘러싼 채 빈틈을 노리는 수십의 늑대들.


상황과 해야 할 일 모두 명확했다.


“브리드 마을의 병사들이여! 건방진 늑대 놈들에게 이 땅의 지배자가 누구인지 똑똑히 알려주자! 돌격!”


“돌겨어억!”


“해치워 버리자!”


전투는 일방적이었다.


늑대들은 갑작스레 달려드는 병사들에게 제대로 대응조차 하지 못했고, 병사들은 목창을 능숙하게 휘두르며 늑대의 몸을 마구 찌르며 수를 줄여갔다.


워오오오...


긴 울음을 내뱉으며 쓰러진 늑대를 마지막으로 짧은 전투가 끝이 났다.


‘...싱거운데? 병사들의 수준이 높아져서 그런가?’


“감사합니다 어르신. 저희 마을을 구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전투가 끝나자, 촌장으로 추정되는 중년의 사내를 필두로한 여럿의 주민들이 알렌을 향해 감사를 표했고, 알렌은 멋쩍게 웃으며 그런 감사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런 와중, 하나의 의문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런데 왜 퀘스트가 끝나지 않는 거지?’


“...저건!?”


자신들이 조금 전 지나쳐 왔던 언덕 위. 그곳엔 사람만한 크기에 거대한 몸집을 지닌 늑대가 저물어가는 태양을 등진 채, 위풍당당한 위세로 황색빛의 두 눈을 번뜩이며, 마을과 알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늑대다! 늑대가 아직 남아있다.”


“전투준비! 덩치가 큰 녀석이니 한꺼번에 상대한다!”


“아니 잠깐, 저건...”


병사들이 다시금 전의를 일으키며 언덕 위를 향해 나아가던 그 때


아우우우-


고개를 치켜든 늑대가 깊은 하울링을 시작하였다.


아우우우우-


그에 동조하듯, 마을 부근 사방의 숲 속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는 늑대들의 울음소리.


“뭐. 뭐야?”


“갑자기 뭔 울음소리야?”


[사방에서 들려오는 늑대의 울음소리에 병사들이 당황하기 시작합니다.]


그런 울음소리에 뒤이어 사방에서 늑대와 승냥이들이 스멀스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더 있었어? 게다가 저쪽에, 그리고 저쪽에도?”


“저만한 수의 늑대가 대체 어디서 어떻게...”


생각과 추론을 이어가던 알렌은 여전히 언덕위에 서서 자신들을 내려다보는 우두머리 늑대와 눈을 마주했다.


크르르르-


확연하고도 강렬한 적의. 그 모습에 알렌은 얼마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설마 오크부락 때 오크의 시체들을 탐하던 그 녀석인가?’


야생동물이 무언가 행동을 취할 때는 반드시 그 흔적을 남기게 되는 법. 게다가 그것이 다수의 무리라면 더욱 커다랗고도 확연한 흔적을 남기는 법이다.


참고로 크로우의 무리들이 남쪽으로 향한 게 불과 며칠 전의 일. 달빛이 적은 한밤중에도 누군가를 정확히 추적할 정도로 범상치 않은 추적술을 가지고 있는 크로우가 저 정도의 늑대무리가 움직이는 걸 못 알아챘을 리 없을 터. 그렇다면 남은 건...


“크로우... 이 개자식... 나를 엿 먹였겠다?”


[사방이 늑대들에게 포위되어 병사들이 크게 동요합니다!]


컹!


커겅!


[포위전이 시작됩니다!]


작가의말

다음 화는 6/8일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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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3화 21.07.01 112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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