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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님의 서재입니다.

흔하디 흔한 영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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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작품등록일 :
2021.05.12 14:59
최근연재일 :
2021.08.23 11:00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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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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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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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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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6화

DUMMY

“대체 무슨 일이지?”


“몰라? 영주님이 부르셨다는데?”


“또 싸움인가? 늑대? 아니면 고블린?”


브리드 마을의 광장


영문 모를 소집으로 웅성거리는 마을 사람들. 그런 그들 앞에서 모습을 드러낸 알렌이 천천히 단상에 오르기 시작했다.


저벅저벅-


알렌은 그저 말없이 낮은 단상을 오르고 있었지만, 뭔지 모를 기세에 압도당한 영지민들은 점차 입을 다물며 그저 알렌이 무슨 말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만 집중할 뿐이었다.


“며칠 전의 일을 기억하는가 주민들이여! 얼마 전, 서쪽에서 하나의 마을을 발견했던 일을!”


끄덕끄덕-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영주민들 그 모습을 보며 알렌의 입이 재차 벌어졌다.


“우리는! 마족을 상대할 동지를, 함께할 동지를 찾았다는 기쁨으로 우호를 다지기 위해 사절단을 보냈고, 그 결과가 바로 이거다.”


알렌의 말이 끝나자 제이스가 한 남성을 품에 안고서 단상 위에 올랐다.


브리드 마을은 인구가 이백이 채 되지 않는 조그마한 마을이다. 그렇기에 마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로에 대한 이름은 몰라도, 얼굴 정도는 기억하고 있었다.


특히나 빌 같이 눈에 띄는 일을 하는 사람의 경우 더더욱 기억에 남는 법이었다.


“빌이잖아!? 근데 어떻게 저렇게...”


“팔... 팔이 없어!?”


“살아있긴 한 건가?”


정신을 잃은 상처투성이의 빌이 제이스의 손에 들린 채 나타나자, 좌중에선 놀람과 충격에 어린 신음이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이것이! 우호를 기대했던 우리의 처참한 결과다!”


짙게 깔린 충격과 공포. 그 속에서 분노가 야금야금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영지민들이여! 우리의 이웃을 이런 꼴로 만든 녀석들이, 그런 악마 같은 놈들이 브리드 마을을 향해, 이 마을을 점령하기 위해 탐욕스럽게 발걸음을 향하고 있다! 이에 나는! 도르곤 마을의 영주인 발롱 보거스 남작에게 죄를 묻고자 한다! 나와 함께 죄를 물을 자 누구인가.”


“......”


늑대도, 고블린도 아닌, 사람과 사람과의 전투. 그 앞에서 망설이지 않는 영지민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 망설임 속에서 먼저 나선 건 그녀였다.


“기사 한나 크리사오르! 남작님의 대의에 앞장서겠습니다!”


“적은 우리에 비해 두 배가 넘을 정도로 강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따를 것인가?”


“제 목숨은 영주님의 것. 영주님을 위해하는 세력은 그 누구든지, 무엇이든지 베어내겠습니다.”


“또 누구 없는가!”


“사냥꾼 제이스. 미력한 재주이지만 적들의 목숨을 꿰뚫어 보이겠습니다.”


“목수 잭. 도끼로 놈들의 머리통을 아작내겠습니다!”


“인부 바트! 몸밖에 없지만 저도 싸우게 해주십쇼!”


“저도! 저도요!”


“녀석들에게 벌을 내립시다!”


점차 피어올라가던 분노는, 전의라는 이름으로 변하여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현 시간부로 나! 알렌 카슈발은 남작위에 오르는 것과 동시에 발롱 보거스 남작에게 전쟁을 선포한다!”


[발롱 보거스 남작령에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명분이 합당하기에 외교적 페널티가 없습니다!]


[남작으로 승급하셨습니다!]

[승급으로 인해 마을 전체에 여러 어드밴티지가 주어집니다!]

[위신 수치가 추가 되었습니다!]

[승급으로 인해 위신이 10증가했습니다!]

......


“한나 경은 전투 수행 가능 인원 전부를 훈련시키고, 제이스는 사냥꾼들을 이끌어 정찰을 맡도록.”


“예!”


“알겠습니다!”


“케빈.”


“예에 알고 있습니다! 휴가 반납하고 밤낮없이 대장간 불을 지피도록 합죠!”


그렇게 전시체제나 다름없는 모습으로 모두가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알렌의 눈빛은 더욱 차갑게 식어갔다.


“조만간 만나 봅시다 발롱 보거스 남작.”


* * *


[게임을 종료하시겠습니까 Y/N]

[로그아웃합니다.]


“후우-”


헤드기어를 벗은 정성민은 가만히 침대에 누워 어두운 천장을 바라보았다.


“침대에 누워서 자는 것도 당분간 못하겠네.”


게임 내에서도 수면모드가 있긴 하지만 게임 상에서 자는 것과 헤드기어를 벗어던지고 현실에서 자는 것은 감각적으로 적잖은 차이가 있었다.


“카페에도 당분간 못 나간다고 연락도 해야 되고... 하. 진짜 게임 폐인이네.”


성민은 자조하듯 웃음을 터트렸지만, 이내 다시금 게임에 대한 생각을 이어갔다.


“도르곤이라는 마을의 인구가 오백 가까이 된다 했으니 병사들의 수도 비슷하겠지?”


물론 전쟁의 승패는 병사들의 수만으로는 결정되지 않는 법. 하지만


‘그렇다고 병사 수가 적을수록 좋다는 건 결코 아니지.’


마을의 병량은 충분한 상황. 기타 생산 활동을 중지한 후, 영지민들을 극한까지 징집하고 전면전을 펼치기 이전에 취할 전략과 전면전에서 취할 전략들을 고찰한 정성민이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부족해.’


무언가 방법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방법은 오래지 않아 머릿속에서 튀어나왔다. 그에게 있어선 결코 내키지 않은 방법이었지만 말이다.


“하아...그 녀석한테 도움을 요청하기는 싫은데...”


하지만 찬 밥 더운 밥 가릴 상황이 아니었기에, 정성민은 망설이던 손을 움직여 스마트폰에 저장된 연락처를 검색해 나갔다.


* * *


[브리드 마을이 전시체제가 되었습니다!]

[영지민들 및 병사들이 전투와 훈련으로 인한 경험치가 빠르게 증가합니다!]

[전쟁물자에 대한 생산력이 증가합니다.]

[전시체제가 길어질수록 전쟁피로도가 빠르게 증가합니다.]

[올바른 전쟁 명분으로 인해 전쟁피로도의 증가율과, 전쟁피로도로 인한 악영향이 줄어듭니다.]


전쟁이 선포되고 브리드 마을이 전시체제에 들어간 지 하루가 지났다.


전쟁에 대한 공포와 반발감이 생길 법도 했지만, 침략 전쟁이 아닌 방위 전쟁. 게다가 원래부터 단결도와 충성심이 뛰어난 영지민들이었기에, 전쟁이 오히려 마을에 긍정적인 효과만을 가져다주고 있었다.


‘이대로 전시가 유지되면 좋은 게 아닌가?’


라는 생각까지 떠올린 알렌이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좋은 효과를 발휘하는 기능에 부작용이 없을 리 없는 법이다.


‘자. 이제 남은 건 적들의 정보를 기다리는 것뿐인가?’


“알렌님! 적군을 발견했습니다!”


“타이밍 좋네! 말해라! 적군의 수는 어떻게 되지?”


“옙! 수는 도합 240. 분할되지 않은 하나의 군대가 이쪽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보병 160. 궁병 80이었습니다.”


“하! 240이라?”


현재 훈련을 받고 있는 영지민들과 준비되어 있는 병사들을 다 합친다 해도 116명. 그들의 배가 넘는 수였다.


“그래, 어처구니 없는 짓을 벌일 정도로 믿는 구석이 있었군... 제이스!”


“예.”


“사냥꾼을 불러 모아라. 네가 인정할 정도로 뛰어난 이들로만.”


“예. 알겠습니다. 지금 즉시 불러 모으겠습니다.”


“자. 말해라 병사. 현재 적들은 어디에서 뭘 하고 있지?”


그 시각. 브리드 마을 서쪽.


브리드 마을의 산림자원 채집소인 토로산. 그 아래에 위치한 이름 없는 숲 속을 일군의 병사들이 거닐고 있었다.


“지르카! 그 망할 마을까지 얼마나 남은 거냐!”


“정보대로라면 앞으로 하루 이틀 내에 도착할 겁니다 영주님.”


“그으으... 왜 이리 오래 걸리는 것이야!”


“...죄송합니다.”


변명할 말은 많았다.


정찰도 하지 않은 적진을 지나가고 있는데다, 길은 평지가 아닌 산길. 해가 빨리 떨어지는 산길을 무장한 병사들이 움직이는데 빠를레야 빠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합당한 이유가 일체 통하지 않는 것이 바로 그의 주군인 발롱 보거스 남작이기에, 지르카는 변명이 아닌 사죄를 택했다.


“그래도 이틀이면 된다지 않습니까 영주님. 오늘은 날이 저문 거 같으니 이만 근처에서 야영지를 펴는 게 어떻겠습니까요?”


그에 맞춰 스미스가 보거스 남작의 기분을 살살 풀어주자, 그 보거스 또한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지게 되었다.


“큼! 좋다! 휴식!”


“오늘은 여기서 휴식한다!”


보거스의 말이 바뀔세라 지르카는 곧바로 야영지를 구축 할 것을 명했고, 보거스의 변덕스러움을 알고 있던 병사들 또한, 투덜거리면서도 재빨리 야영지를 구축해 나갔다.


“아유 씨부럴, 저 양반은 어쩐 일로 전쟁에 따라 왔대?”


“자세히는 모르는데, 스케일이 꽤 커다란 마을이라 하더라고? 그러니까 병력도 이렇게 많이 대동한 거 아니겠어?”


“그러네! 우리가 이 정도 규모로 전쟁을 나선 것도 처음이잖아? 안 그래?”


“그러거나 말거나! 참내, 전쟁을 무슨 마실 구경을 나왔나 뭐하는 짓인지...”


“아이구 소리 좀 줄여 이 정신 나간 미친놈들아! 저기까지 다 들리겄어! 아가리 씨부릴 시간 있으면 손발이나 후딱 놀리라고!”


동료들의 입을 단속하는 병사의 제지가 무색하게, 그들의 투덜거림은 보거스 남작의 부관이자 기사인 지르카의 귀에 똑똑히 들어갔다. 하지만 지르카는 병사들을 처벌할 생각이 없었다. 굳이 병사들을 처벌해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도 문제지만, 병사들의 불만 또한 나름 합당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그의 주군인 보거스 남작은 없는 게 낫다고 할 정도로 전쟁에 대해 문외한에 가까웠고, 때문에 병사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 또한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200이나 되는 규모의 마을을 빠르고 확실하게 복속하기 위해서는 영주인 그가 움직이는 것이 효과적이고 합당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주군이 문제 있는 존재라 한들, 주군을 보필해야 하는 게 그의 운명이고 숙명이었다.


“아이고 모르겠다~ 나는 그냥 후딱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 두 발 뻗고 잠이나 자고 싶다~”


“큭큭. 그 발, 당분간은 야영지에서 뻗어야 되는 건 알고 있는 거지?”


“옘병... 야영지는 완성됐는데 밥은 멀었나?”


“말하는 수준 보소 입에 걸레를 물었나... 다 됐으니까 쳐 먹으쇼!”


“오오오... 밥이다 밥!”


“자고로 군대에서 제일 좋은 시간이 밥 먹을 때랑 잠잘 때지!”


“거 천천히! 밀치지 말고! 양은 넉넉하니까 얌전히 기다리면...”


휘이이익


풍덩!


“엥?”


“응?”


그 때,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 한 발이 스프가 보글보글 끓고 있는 솥단지 속으로 보기 좋게 꽂히고 말았다.


“뭐야?”


“화살?”


갑작스런 상황에 생각을 가다듬기도 잠시


쐐애애액


파바바박


여러 발의 화살들이 야영지를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기습이다!”


“적의 기습이다! 아악!”


야영지의 군대를 향해 쏟아지는 화살들. 무방비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화살이 쏟아지자 부대 전체가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우왕좌왕하지 마라! 화살이 날아오는 방향을 향해 방패를 들고 백병전을 준비하라! 궁수들은 대응사격을 실시하라!”


“옛!”


허나 지르카가 진두지휘를 나서자 군은 점차 혼란상태에서 벗어나 방어태세를 갖추었고, 때마침 화살 또한 잦아들었다.


“뭘 그렇게 가만히 있는 거냐 지르카! 추격하지 않고!”


“적들이 매복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영주님. 섣불리 추격을 나서는 건...”


“에이잇! 그러다 놈들이 도망치면 어떡하려고 그러는 것이냐! 추격! 추격해라! 추겨어어-”




자신이 당한 걸 되갚아주겠다는 생각으로 씩씩거리던 보거스를 노리며 한 발의 화살이 쏘아졌다.


“헉?”


보거스는 본능적으로 화살을 감지했지만, 전투에 대해선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그가 뭘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지르카라는 유능한 기사가 있었다


챙!


순식간에 검으로 화살을 쳐내며 보거스를 보호하듯 앞으로 나선 그는, 적의 위치를 가늠해 나갔다.


“괜찮으십니까 주군?”


“히이익! 나를 지켜라! 병사들은 뭣들하고 있어! 이 몸을 지키지 않고 뭐하고 있느냐!”


지르카의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멀쩡한 보거스는 겁을 잔뜩 먹은 채 병사들의 틈에 숨기 시작했다. 그렇게 무사히 저격을 막아내자, 상황을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던 누군가가 한 차례 혀를 찼다.


“저딴 놈이 인구 400의 마을을 지닌 영주라니... 운이 좋은 건지 아니면 내가 모르는 뛰어난 면이 있는 건지...”


기습사격을 감행한 열 명 남짓의 궁수들 틈바구니에 섞여 있던 알렌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보거스 남작을 유심히 살폈다.


[기습이 작은 성공을 거뒀습니다!]

[효과가 미비합니다.]


“그나저나 대응 빠르네. 그냥 몸집만 부풀린 군대는 아니다 이건가?”


“영주님.”


“그래, 일단 후퇴. 마을로 후퇴한다.”


알렌은 아쉬움을 속에 품으며 군을 되돌렸고, 그렇게 두 영지간의 첫 번째 전투는 싱겁게 끝이 나게 되었다.


다음날 아침.


쇄애애액


“기습! 기습이다!”


“화살이 날아온다! 으아아악!”


“이 망할 놈들! 또 밥 먹는데 기습이냐아아!”

날이 밝기가 무섭게, 야영지를 향해 쏘아져 내리는 화살들.


“이... 이... 이 개자식들이!”


아침부터 시작된 연이은 화살세례에 산에는 보거스의 분노 어린 외침이 울려 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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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4화 21.07.03 99 1 9쪽
35 33화 21.07.01 112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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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1화 21.06.27 110 1 11쪽
32 30화 21.06.26 101 1 10쪽
31 29화 +2 21.06.24 100 1 9쪽
30 28화 21.06.22 99 1 10쪽
29 27화 21.06.20 109 0 11쪽
» 26화 21.06.19 101 0 13쪽
27 25화 21.06.17 124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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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3화 21.06.13 138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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