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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님의 서재입니다.

흔하디 흔한 영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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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작품등록일 :
2021.05.12 14:59
최근연재일 :
2021.08.23 11:0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8,558
추천수 :
182
글자수 :
247,784

작성
21.07.0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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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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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9쪽

34화

DUMMY

뚝딱뚝딱


탕!탕!탕! 쾅!!


보거스 영주의 처형식으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지금. 브리드 마을은 건축이 한창이었다.


알렌의 뜻에 의해 건축 작업자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한 쪽은 건설 팀, 그리고 다른 한 쪽은 자재 생성 및 운반 팀. 양 팀 모두 출신이 나뉘어지지 않은 채 한데 섞여 있었다.


“보다 나은 실적을 보인 팀에게는 그만한 성과를 주도록 하겠다!”


“오오오오!”


그렇게 팀을 나누자, 서로 경쟁하듯 바쁘게 일을 해 나갔고, 작업의 능률 또한 크게 상승했다. 하지만 경쟁에는 경쟁 상대에 대한 불만 또한 생겨나는 법.


“거기! 자재 옮기는 덩치! 조심 좀 해! 사람 다칠 뻔 했잖아!”


“어이쿠 이거 실례. 그런 거 하나 못 피할 줄은 몰랐지 뭐야.”


“저게...”


“말소리 보니까 힘이 넘치나 보네! 아주 좋아! 일거리가 늘어나도 상관없는 모양이네! 응?”


“칫.”


“운 좋은 줄 알아.”


십장의 한 마디에 혀를 차며 지나가는 두 인부.


그리고 그런 모습들을 누군가가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단정하게 빗은 단발. 거기에 각진 안경을 착용한 호리호리한 외모. 바로 브리드 마을의 행정관직을 맡게 된 콜레트였다.


“여기 계셨군요 행정관님.”


“...로무스 경.”


그런 콜레트를 향해 백색의 경건한 의복에 그 위에 청동으로 만들어진 흉갑을 걸쳐 입은 외팔의 사내. 빌 로무스가 어색한 발걸음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하나뿐인 팔로 바람에 휘날리는 옷을 갈무리하며 다가오는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


“이상하죠? 아직 이게 번거롭고 거치적 거리고 그러네요. 역시 예전이 좋았는데...”


“...죄송합니다. 보거스 영주의 행동을 말리지 못한 건 제 몫. 팔이 그렇게 되신 건 평생토록 사죄해도 부족하겠죠.”


“아니아니, 어색하다는 건 이 의복이 어색하다는 겁니다. 팔은 이미 익숙한 걸요! 밥도 혼자서 먹을 정도입니다!”


빌은 자신의 멀쩡함을 과시하듯 팔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콜레트의 굳은 표정을 풀어주었다.


“게다가 오히려 제가 감사인사를 드려야죠. 콜레트씨께서 도와주셔서 제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데...”


“아뇨. 그건 마땅히 했어야 하는 일을 했을 뿐입니다.”


무뚝뚝한 콜레트의 말을 끝으로 끊긴 대화.


둘 모두 말주변이 없는 편이라 침묵은 더욱 짙을 수밖에 없었고, 한나 마저도 발을 내뺄 것 같은 불편한 침묵 속에서 콜레트가 입을 열었다.


“...옷이 잘 어울리십니다.”


“그런가요? 사제도, 기사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으로 보이지 않나요?”


빌의 복장이 그렇게 된 것은, 며칠 전의 일이었다.


처형식 이후, 알렌은 그동안 영지발전에 기여한 빌과 제이스를 기사로 임명시켰다.


“이상. 둘에 대한 공로를 치하하며 빌에겐 로무스라는 성을. 제이스에겐 코브라는 성을 치하한다.”


“...검도 못 휘두르는 녀석이 기사직을 맡아도 되겠습니까 남작님?”


“빌이라면 검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나와 영지를 위해 일해 줄 수 있을 거 같아서.”


“...직위를 낼름 받은 주제에 할 말은 아닙니다만, 팔이 이렇게 되었으니 사제직이나 하면서 한가로이 지내려 했습니다. 하핫.”


“으음... 사제라... 그러고 보니 이만한 마을에 엄연히 종교가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제가 없다는 게 이상하긴 하지.”


“알렌님 말씀대로입니다.”


“그럼 사제를 누구로 임명해야 하나... 생각해보니 빌이 제격이긴 한데...”


예상치 못한 빌의 발언에 고민하는 이들을 향해 니케가 말했다.


“...둘 다 하면 되지 않나? 그럼 되는 거 아냐 아저씨?”


순진하기 그지없는 니케의 발언에, 알렌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참았다.


“지금 비웃는 거예요!?”


“아 미안. 그런데 아니, 기사와 사제직을 양립한다는 게 가능할 리 없잖니? 뭐, 엄연히 성기사라는 존재가 있긴 하지만 성기사도 사제와는 엄연히 다른...”


[기사 빌 로무스를 이르하 교의 사제로 임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창의 글귀에, 알렌의 입이 다물어졌다.


“근본 없는 종교라 이런 것도 가능하구나...”


그리고 지금. 빌은 기사와 사제직을 겸하고 있는 존재가 되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기사면 기사, 사제면 사제복을 입어야지 사제복 위에 흉갑은 조금 그렇지 않나요?”


“오히려 그 나름대로의 멋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그런가요?”


콜레트의 말에 빌은 멋쩍은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저...”


“두 분, 속닥속닥 거리는 건 나중에 하시고 상황정리 좀 부탁드립니다.”


“예?”


“어이! 그 공구 우리 거야!”


“뭘 그렇게 따져싸! 같이 좀 나눠서 사용하고 그러자!”


“뭐 이 자식아?”


“오오 싸움인가?”


“코피 터지는 놈이 지는 거 알지?”


당장에라도 싸움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와 그걸 말리긴 커녕 관망하고 방조하는 사람들. 그 모습을 보며 방법을 착안하는 콜레트. 하지만 그 사이 나서는 이가 있었으니


“무슨 일로 싸우는 겁니까?”


“빌씨! 아니 빌 경!”


“로무스 경이라고 해야지!”


빌 로무스였다.


“하핫 저도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부르던 대로 불러도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무슨 일로 싸우는 겁니까?”


“그게 말이죠...”


사소한 트러블. 지극히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 트러블이 점차 심화되어, 싸움이 벌어지기 직전의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콜레트는 그가 어떻게 싸움을 말릴 것인지 궁금해졌다.


“음음. 뭐, 치고박고 싸울 수는 있죠. 하지만 곧 있으면 점심시간이니 점심 먼저 먹고 싸우는 게 어떨까요?”


“...에?”


무책임하기 그지없는 발언. 하지만


“어이쿠 벌써 밥 때가.”


“명안이십니다! 밥 먹자 밥!”


“식사들 해야지! 어이 푸조 얼간이들! 점심이나 들자고!”


“시끄러워 브리드 찌질이! 가고 있으니까 입 좀 다물라고!”


싸움 따위 관심 없다는 듯이 흩어지는 사람들.


“흥!”


“쳇!”


그렇게 열기가 식자, 당장에라도 싸울 것 같던 두 사람도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조용하게 마무리 지었네요.”


“......”


전쟁터와도 같이 소란스럽고도 시끄러우면서도, 긴장감과 불만이 늘어지게 감도는 분위기.


하지만 활기가 느껴졌다.


그저 조용하기만 했던, 숨이 막힐 것만 같이 조용하기만 했던 이전의 그곳과는 달리, 사람이 살아간다는 느낌이, 인간미가 느껴지는 마을이었다.


“단지...”


“단지?”


“이따금씩 영주님께서 이상한 모습을 보이시는 게... 원래 그러신 분이십니까?”


“으음... 뭐 그러시긴 한데... 가끔 그러십니다 가끔... 가끔 말이죠...”


그 시각


“으... 에.. 엣취에!”


“감기? 감기에 걸리신 겁니까 영주님!?”


“이 언니 또 호들갑 떠시네...”


“아냐 그냥 재체기니까 걱정 안 해도 돼 한나 경. 그보다 지금은 다른 거에 신경 써야 하잖아?”


브리드 마을 북부.


암염광산 인근에서 출몰한 고블린 무리를 괴멸시킨 알렌은 갑작스레 나타난 한 무리의 기병대와 마주하고 있었다.


열에 달하는 소수의 기병대. 게다가 한 명 한 명에게서 느껴지는 기세는 결코 범상치 않은 것이었지만 그런 것에 주눅이 들 만한 이들은 아무도 없었고, 가만히 있던 한나가 그들의 앞으로 나섰다.


“이쪽은 하이시아 일대를 호령하고 계신 알렌 카슈발 남작님이시다! 그들은 누구이기에 이곳에 발을 들인 것인가?”


한나의 일갈에 움직임을 멈춘 기병대. 하지만 말 아래로 내리는 일은 없었다,


“삼신성동맹의 일각이신 카일 플레토네 남작님의 이름으로 명한다! 하이시아 지역의 영주 알렌 카슈발 남작은 삼신성동맹의 앞으로 출두하도록. 이상!”


“저. 저 녀석이! 감히!!”


“이만 가자! 이럇!”


말에서 내리지도 않고, 자신을 밝히지도 않은 그 존재는 그렇게 말머리를 돌려 북쪽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아직 궁수들의 사거리 내 입니다 사격할까요 영주님?”


“한나 경. 보내줘.”


“하지만 저런 자들을 그냥 보내줘선 ...”


당장 창이라도 날릴 것 같던 한나였지만, 알렌의 표정을 보곤 급히 입을 다물었다.


미소를 짓고 있는 입가와는 달리, 차게 식은 눈매 속의 눈동자는 매섭고도 확실하게 살의를 띄고 있었다.


“삼신성동맹이라... 이건 또 어디서 굴러 온 집단이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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