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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902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09.1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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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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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8쪽

전초전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121화



대적자. 한 존재의 정반대에 서서 상대의 모든 것을 부정하려고자 하는 자를 일컫는 말이다.


항우와 유방. 신과 사탄. 한니발과 스키피오가 그러하듯.


둘 중 하나가 쓰러지지 않는 이상,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서로의 모든 것을 불태우며 부딪친다.


어느 한 쪽이 스러질 때까지.


남미르는 신 할배가 나 박상혁이라는 이레귤러를 제거하기 위해 준비한 존재였다.


내 자리를 모두 집어 삼켜 내 흔적을 지우기 위함이다.


그 결과 새로운 사기 캐릭터가 탄생하겠지만, 미르는 운명의 영향을 받으니 통제가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다.


그야말로 신의 입장에서 더할나위 없는 꼭두각시.


지금 그러한 존재가 나의 앞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너구나.”

“1학년을 대표하는 인물을 찾아온 거라면 제대로 찾아왔다. 남미르다.”


역시 범상치 않은 존재라 그런지 초면부터 말이 짧다. 외국에서 살다 오기라도 한 걸까?


... 그럴 리가 없지. 각종 대회에서 성과를 거둔다는 아이가 존댓말 개념을 모를 리가 없다.


저건 그냥 반말을 하고 있는 거다. 보다 자세히 말하자면 나를 공경하기 싫다는 의미를 내비친 거라고 봐야겠지.


“이게 어디서!”


다빈이 눈을 부라리며 나서려 했지만, 미르 주위의 학생들이 더 빨랐다.


그들은 주먹을 쥐며 미르를 감싸듯 보호했다.


부하 관리도 철저하다. 흙이나 만지고 좋아할만한 애들을 저렇게 날카롭게 벼려두다니.


“됐어. 반말 할 수도 있지.”

“아니 그래도!”

“됐다니까 그래.”


어째 내가 말리니까 더 날뛰는 것 같은 다빈이다.


싸움 실력이 약한 편이라 그런가. 정작 싸우라 그러면 다시 조용해질 것 같은데...


그래도 이곳에 온 건 싸우기 위함이 아니다. 다빈이 싸우는 걸 보기 위함은 더욱 아니고.


신이라는 작자가 준비한 비밀병기와 대화를 나누기 위함이다.


“불만이 많다고 들었는데.”

“당연하다.”


화두를 건네자마자 미르가 말을 끊고 들어왔다.


“학교의 일을 소수의 어머니가 정하는 건 옳지 않은 일이다.”


1학년들은 삼길초의 운영 체계에 대해 반발을 드러냈다고 한다.


다른 학교와 차별화 되는 삼길초만의 운영이라면 어머니회를 빼놓을 수 없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소수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다른 학생들이 불의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3학년의 박상혁이라는 학생은 너무 과한 특혜를 받고 있더군.”


미르는 내 이름을 언급하며 나를 노려보았다. 철천지원수를 보더라도 저것 보다는 부드럽게 볼 텐데.


“갑자기 운영 체계를 바꾸면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하지 않을까? 대안은 있고?”

“물론. 학부모 총회를 자주 열어 모두의 의견을 들으면 된다. 참석을 자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대리인 자격으로 의원을 뽑을 필요는 있겠지만, 그 직위는 특정 인물에게 귀속되는 게 아닌 번갈아가면서 맡을 예정이다.”


똑똑하다더니 과연. 이 말이 초등학교 1학년이 하는 말이라고 한다면 어느 누가 믿을까?


실제로 주위 애들은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우고 있다. 고개를 끄덕이는 애들은 그냥 아는 척을 하는 것뿐이고.


“성공할 거라 생각해?”

“물론. 이렇게 훌륭한 성공 사례가 있지 않나.”


미르는 팔을 활짝 펴서 주위를 가리켰다. 이미 1학년들은 이상적인 체계를 갖추었다 자랑하는 것만 같다.


나는 잠시 서서 그들을 지긋이 보았다. 미르는 그 자세 그대로 시선을 피하지 않고 꿋꿋이 받아 넘겼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생각이 머리 위로 스쳐 지나갔다.


‘밟을까?’


내가 전력을 다한다면 3분이 지나기 전에 이 자리의 모두를 쓰러트릴 자신이 있다.


대적자라고 해봤자 이제 막 크기 시작하는 별이고, 굳이 성장하기까지 기다려줄 의리는 없다.


속전속결로 밟아버리는 게 깔끔할지도 모른다.


“왜 그렇게 보는 거지?”


눈빛에서 불온한 감정을 느낀 건지 미르가 한 걸음 물러났다.


자칫 시간을 끌었다간 어색한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는 찰나의 순간.


나는 끓어오르는 살심을 깔끔하게 접어 버렸다.


“그렇게 해.”

“뭐라?”

“그렇게 하자고. 어머니회 없애고 총회로 바꾼 다음, 의원들 번갈아가면서 선정하자고. 교장 선생님께는 그렇게 말해둘게.”


내가 이렇게 쉽게 수긍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한 걸까?


원하는 바를 얻었음에도 미르는 잠시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뒤이어 1학년들의 환호성이 1층을 울렸다.


“우와! 역시 미르님!”

“벌써 그 박상혁을 넘어서다니!”

“우리 미르님한테 쫄은 게 틀림없어!”


반면 3학년들은 조금 당황한 기색이다. 여느 때처럼 내가 짠~하고 부숴버리리라 생각했던 거겠지.


“상혁이가 컨디션이 안 좋은가?”

“에이. 봐 준 거겠지.”

“... 무슨 일 있는 거 아냐?”


모두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한 건 아쉽지만, 내가 한 발 물러난 건 엄연히 계획된 행동이다.


다시 말하지만 쓰러트리는 건 문제가 아니다. 아이라고 손속을 두는 것도 아니고.


아이를 때리는 게 꺼림칙한 일이긴 하다만, 나를 죽이려 들 게 분명한 적에게 자비를 베푸는 멍청이는 아니었으니까.


다시는 학교에 다닐 생각을 못하도록 겁을 주는 것 정도는 양심의 가책 하나 없이 가능한 일이다.


소란이 일어나겠지만 삼길초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이면 통제할 자신이 있다.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해질 테고.


다만.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저 녀석을 밟은 이후가 어떻게 될지 몰라서였다.


신 할배가 지금까지 나에게 무참히 털리긴 했어도, 바보 등신은 아니다.


비밀 병기를 등장시켰다는 건, 자신이 있다는 소리고.


지금 당장 내가 미르를 재기불능으로 만들더라도 손 쓸 방안이 있을 확률이 높았다.


상상할 수 있는 가짓수가 한 두 개가 아니다.


원래는 신사답게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미르가 악에 받쳐서 수단을 가리지 않을 수도 있다.


가족을 건드린다거나, 칼을 들이민다거나.


아니면 화가 나면 강해지는 타입이라 폭풍 성장을 해 올수도 있고.


굳이 건드려서 흑화, 성장 이벤트를 열어줄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게다가 단순히 미르에서 끝날 문제도 아니다.


미르네 아빠가 석유를 발견했다지? 그럼 돈도 많겠네? 세상엔 돈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다.


딸이 유명 배우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여론전을 시도할 수 있겠지.


나도 연줄이 있으니까 막아보겠지만, 상대가 방송국을 하나 사버리면? 뭐 어찌할 방도가 없다.


아니면 복수를 하겠다고 조폭이나 삼합회 야쿠자를 보낼지도 모른다.


망상이라고? 체험학습 나갔는데 곰을 만난 적도 있는데 뭘.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어쩌면 정말 별 일 없이 꺾어버리는 게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그 역시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에 불과하다.


즉. 여러 가지 정보를 취합해서 생각해보면, 이 자리에서 미르를 친다는 건 ‘함정’에 가까운 행동이다.


상대가 아가리를 쩍 벌리고 있는데 들어가는 건 미련한 행동이지.


지금 필요한 건 전초전. 정보를 모으며 탐색하는 시간이다.


샘숭 경호팀에 정보 수집을 부탁하면 수일 내로 쓸 만한 정보를 모아오겠지. 행동은 그 다음이다.


그렇다고 그동안 겁쟁이마냥 저 멀리 빠져서 잽만 날릴 생각은 아니다.


성아가 특이점을 발견한 지 3개월이 지났다. 상대의 꿍꿍이를 먼저 발견했다는 이점을 놓칠 이유가 없지 않나.


그동안 성아와 연구실에서 머리를 모아 고민하며 행동지침을 마련해두었다.


전초전 동안에는 ‘대적자’라는 존재를 해체하고 분석하자고.


특히 성아가 콧김을 내뿜으며 열렬히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그녀가 발견한 두 번째 별이라고. 그것도 운명의 흐름을 직접적으로 받는 별.


어찌나 반복적으로 강조했는지 눈을 감고도 외울 수 있을 정도였다.


분명...


‘운명이라는 시스템을 분석할 수 있는 좋은 기회에요. 준비해뒀다가 변인만 바꿔서 테스트 해보죠! 분명 미래 예측에 도움이 될 거에요!’


라고 수없이 말했다.


발상의 전환이다. ‘상대의 공세를 받아내는 것’이 아닌 ‘테스트를 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이자는 것.


이 모든 건 미리 특이점을 발견했기에 얻을 수 있는 이점이었다.


운명이라는 시스템의 원리를 알아낼 수 있다면 성아의 미래예측은 한층 더 정확해질 것이다.


거기에 원리를 알면 파훼하는 것도 문제는 아니고.


잘만 풀리면 신이 우주를 지배하는데 사용한 프로그램의 밑천을 홀랑 털어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눈은 어느새 실험을 앞둔 연구원의 그것으로 바뀌어 있었고.


신이 야심차게 준비한 비밀병기는 한낱 피험자가 되어버렸다.


어머니회를 해산하겠다고 말한 것도 그 때문이다.


가장 먼저 든 의문을 해결하기 위하여.


‘대적자는 운명적으로 박상혁과 척을 지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그 대척점을 무너트린다면 어떤 행동을 보일까?’


항우가 유방과 싸운 이유는 진나라를 먹기 위함이다.


그런데 갑자기 유방이 ‘그래? 그럼 진나라 너 가져.’라고 말한다면 어떻게 될까? 둘은 친우관계가 될 수 있을까?


일부러 미르에게 불만스러운 점을 물은 것도 그 때문이다.


듣고 맞춰줄 수 있다면 어지간해서는 맞춰주고 상대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


굳이 신 새키가 원하는 대로 행동해줄 필요가 없지 않나.


이런 사소한 결정으로 신의 비밀병기를 무력화할 수 있다면 거저먹는 거나 다름이 없는데 말이다.


녀석에게 엿을 먹여줄 수 있다면 온갖 정성을 아낄 필요가 없었다.


물론 우리 엄마가 빵집 일로 워낙 바빠서, 슬슬 어머니회를 그만둘까 고민하고 계시다는 이유가 가장 컸지만. 그거나 이거나다.


막상 대적자를 앞에서 보니 빠르게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망설였다만, 간신히 참아낼 수 있었다.


여전히 상대가 무엇을 준비해왔든 정면에서 쳐부수고, 이겨내는 게 가장 속이 시원하다고 생각한다.


낭만적이고, 정석적이다. 지금도 주먹이 근질근질하다. 그래도 곧 실력을 행사할 일이 있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주먹을 들기보다는 상대의 분석과 연구에 집중해야 할 시간이었다.


나는 은근한 기대를 가지고 미르의 다음 행동을 기다렸다.


그는 잠시 인상을 쓰다가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무슨 꿍꿍이냐.”


친하게 지내자는 제안의 대답으로는 그렇게 긍정적인 답변은 아니다.


아무래도 선의를 선의로 믿지 않고 의심부터 하는 타입인 것 같다.


보통 앞뒤가 꽉 막혀서 자신만을 믿는 그런 사람들이 가지는 유형인데, 설마 8살배기에게서 볼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에이. 꿍꿍이라니. 네가 불공평하다 그래서 바꿔준 건데? 보통 배려를 받으면 다른 반응을 보이던데 말이야.”

“하! 배려라니. 당연한 질서를 세웠을 뿐이다.”


이잉 쯧. 도움을 받으면 감사합니다. 해야 하는 것을.


내 대적자라면서 나랑은 다르게 싸가지가 없었다. 신 녀석도 참, 만들 거면 제대로 만들 것이지.


조금 더 반응을 수집하기 위해 한 발자국 더 나아가기로 했다.


“앞으로도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 도와줄 수 있는 범위 내에선 뭐든지 도와줄게.”


미르는 흠칫하더니 이내 진한 웃음을 지었다.


“그럼. 내가 이 학교의 왕좌를 차지해도 상관없는 건가? 공부도, 운동도, 모든 영역에서 내가 더 낫다는 걸 공표해도 되겠지?”


당연히 안 되지.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를.


사람 속을 긁을 줄 아는 꼬맹이였다. 하지만 이 정도는 예상 범주 내였기에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웃으며 대답할 수 있었다.


“그럼. 공표해도 상관없어.”

“뭐라고?”


반은 사실이고 나머지 반은 거짓이다.


정점의 자리는 내어줄 생각은 없다.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


하지만 공표 자체는 해도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


누가 최고라느니, 정점이라느니. 이런 류의 지위는 소문을 퍼트리고 다닌다고 해서 결정되는 자리가 아니었으니까.


미르가 자신이 최고라는 사실을 공표하고, 내가 그에 수긍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납득할까?


아니다. 붙어 보기 전까지는 모른다며 크게 반발하겠지.


당연히 붙어보면 내가 더 뛰어나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고. 이전과 변함없이 모든 칭송과 찬사를 내가 독식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어차피 효과도 하나도 없을 거, 마음껏 떠들고 다녀도 된다는 소리다.


민감한 부분을 건드려 왔다만, 나 역시 거짓말을 하지 않는 선에서 대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말장난은 꽤나 효과적이었다.


미르는 아직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탓인지 진심으로 혼란스러워 보였다. 시스템에 에러가 뜬 것으로 보인다.


목표로 한 녀석이 화는커녕 미소로 대하고 있으니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어째서냐! 어째서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거지?”

“네가 나를 싫어하는 것 같길래. 내가 양보하면 너랑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이것이 녀석과 나의 근본적인 차이였다.


진실과 거짓을 오묘하게 섞어 미소와 함께 말할 수 있는 뻔뻔함. 나에게 이빨을 드러내는 사람에게도 친절하게 다가설 수 있는 능청스러움.


멘탈적인 측면에서는 절대로 따라올 수 없는 경험의 차이. 즉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다.


능력이야 운명을 통해 어떻게 채워 넣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30살 가까이 나는 연륜은 메울 수 없으니까. 심리전에서 앞서나갈 수밖에 없다.


혹여나 녀석이 나처럼 애어른인가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그건 아닌 모양이다.


왜 어른을 대적자로 삼지 않았을까. 나였으면 그랬을 텐데.


조건이나 제한 같은 게 있었나? 머리가 굵으면 신을 배신할 가능성이 생겨서?


뭐가 어쨌든, 내 입장에선 상대하기 편해진 셈이다. 약점을 하나 알아내었다고 봐도 좋다.


결국 녀석은 여유로웠던 가면을 발가벗고, 순수한 감정을 표출할 수밖에 없었다.


“제길! 왜냐! 왜!”


녀석의 반응만으로도 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현재 미르가 나에게 화를 낼 이유는 없다.


가만히 있으면 내 위치를 빼앗는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테니까.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나와 친분을 가진다는 뒤틀린 가능성이 생긴 덕이다.


일종의 버그나 다름이 없지만, 그가 기피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럼에도 미르는 내게 미소를 보이지 않았다.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부정적인 감정이 마음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저 인상을 찌푸린 채 나를 노려볼 뿐이다.


덕분에 확신할 수 있었다. 미르는 이유가 있어서 나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신에게 조종을 당해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를 혐오하는 것이다.


대화가 통하는 상대였다면. 별 힘을 안 들이고도 평화롭게 처리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울 따름이다.


덕분에 행동의 방향성을 정할 수 있었다.


적어도 괜히 오지랖을 부리다가 뒤통수를 맞는 일은 없을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녀석이 불쌍한 건 사실이다.


고작 8살에 불과한 꼬맹이가 신이 조종하는 장기말이 되어버리다니. 신 자식의 여태까지의 전적을 보면, 쓰다가 실패할 경우 가차 없이 미르를 버릴 것이다.


역시... 나는 신이란 작자와 맞지 않는다. 마음에 안 든다.


첫 번째 실험은 끝이 났다.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시간이다.


잠시 고민하던 미르는 그럴듯한 이유를 찾은 듯 고개를 치켜들었다.


“친하게 지내자고? 거절한다! 그래! 어쩐지 불쾌하더라니! 제대로 된 대결도 없이 승리를 차지하는 건 진정한 승리가 아니지! 대결을 신청한다! 다음 주에 열리는 서울 경시대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불쌍한 녀석. 어떻게든 나와 적대하려는 프로세스 때문에 그런 결론이 나온 것은 알고 있을까?


기껏 원래의 표정을 되찾고 당당하게 밝히고 있지만 이제는 안쓰러울 뿐이었다.


“거절할게.”

“어째서! 도망치는 거냐?”

“그냥. 나가고 싶지 않아서야.”


녀석이 연이어 삐걱거렸다. 설마 거절당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나보다. 대적자들끼리는 서로를 죽일 것처럼 부딪히는 법이었으니까.


그러자 주위가 한층 더 시끄러워졌다.


“박상혁이 도망친다!!”

“어쩌면 3학년 별 거 없는 거 아냐?”


그렇게 보이겠지. 그런데 이것도 약속된 행동이라서 말이야.


다음 연구 주제는, 과연 운명이 어디까지 쫓아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다.


운동, 공부, 연기, 제빵, 투자 등. 내가 두각을 드러낸 분야만 하더라도 5개가 넘는다.


운명은 내 숨통을 조여 오려 하겠지만, 숨구멍이 하나만 남아 있으면 여전히 풍족한 생활을 즐길 수 있다.


과연 상대는 어떻게 반응을 할까. 모든 분야에서 경쟁심을 드러낼까?


대적자에 대한 분석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너. 지금 농락당하는 중이야.


당장이라도 사실을 말해주고 미르의 반응을 지켜보고 싶다만.


피험자에게 실험 사실을 말하는 경우, 연구 성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전하지 않을 뿐이다.


그러다 미르가 정말 나를 쓰러트리기라도 한다면 대참사가 나겠지만.


녀석의 추격? 겁나지 않는다. 나는 내가 지금껏 쌓아올린 것들을 믿고 있다.


그러니 미르는 열심히 용을 써보길 바란다. 내가 의도한 대로, 나를 실망시키지 않도록.


“도망가지 마라! 맞서 싸워!”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미르에게 충고를 담아 말했다.


“상대의 행동을 강요하며 떼를 쓰는 게, 네가 말하던 질서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게 좋을 거야.”


운명의 실에 의해 조종당하는 이가, 자신의 처지를 실감하면 어떻게 될까?


이는 성아가 연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밝히고자 했던 논제였다.


운명이라는 시스템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지금이야 작은 물결에 불과하지만, 녀석이 앞으로 더 설칠수록 그 파장은 점점 더 커져만 가리라.


신이 생각하던 구도랑은 꽤나 차이가 나는 전초전 양상일 것이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도 추천도 선호작도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항상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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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천재는 약점을 극복한다 22.09.13 579 11 19쪽
117 합창 22.09.10 622 9 18쪽
116 별에 관한 고찰 22.09.09 621 10 16쪽
115 아빠 새끼를 만나다 22.09.08 662 9 25쪽
114 가족들이 호강하다 +1 22.09.07 629 11 24쪽
113 가족끼리 왜 이래 +1 22.09.06 597 10 18쪽
112 러시안 룰렛 22.09.03 588 10 20쪽
111 혀어어업상 22.09.02 589 9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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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유성아의 연구실 22.08.24 684 11 21쪽
103 가만히 있어도 22.08.23 713 13 19쪽
102 운이 좋은 날 22.08.20 747 13 19쪽
101 외양간을 고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1 22.08.19 746 11 17쪽
100 돈이 삭제가 된다니 +4 22.08.18 746 9 18쪽
99 투자는 계획적으로 22.08.17 773 10 28쪽
98 돈이 복사가 된다 +1 22.08.16 756 11 18쪽
97 대역전극 +1 22.08.13 724 11 11쪽
96 역전의 서막 +1 22.08.13 717 10 12쪽
95 구설수 22.08.12 733 12 18쪽
94 박상혁 쟁탈전 +1 22.08.11 765 10 20쪽
93 위대한 령도자 박상혁 동지를 맞이하라! 22.08.10 792 13 22쪽
92 지금까지 이런 판매는 없었다. 이것은 팬미팅인가 판매인가. 22.08.09 766 12 20쪽
91 광고를 했다. 효과는 대단했다. +2 22.08.07 801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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