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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575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08.09 22:00
조회
763
추천
12
글자
20쪽

지금까지 이런 판매는 없었다. 이것은 팬미팅인가 판매인가.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92화



가게 내부를 얼핏 보니 오픈 준비가 거의 끝난 것 같다.


시간도 때마침 거의 다 되었고. 본격적으로 나서기 전에 엄마에게 확인을 받기로 했다.


“엄마! 평소처럼 사람들은 제가 받을 게요! 괜찮죠?”

“괜찮겠니? 손님들이 적지 않을 텐데.”

“물론이죠. 엄마 아들인데요. 손님들 들여보낼까요?”

“그래. 오픈하자. 조심하고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말해야 해?”

“네!”


당차게 대답한 뒤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다.


가게 바깥에 붙은 close를 open으로 바꾸자 대기하던 사람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누구지? 못 보던 꼬마인데? 설마 민수인가? 민수? 민수면 좋겠다.”

“에이... 걔는 촬영한다고 바쁘잖아. 동네 꼬마겠지.”


수군거리는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치켜세웠다. 외모의 DNA의 현재 출력은 60%, 사람들의 소란이 더욱 커졌다.


“야! 민수다! 민수 맞아!”

“미쳤나봐. 여기 진짜 민수네 가게 맞구나. 어떻게 내가 온 날 딱 만날 수가 있지? 이게 운명?”

“이럴 때가 아니야. 팬 카페에 올려야 해.”


아직 나는 말 한 마디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꽤나 데시벨이 높았다.


나는 영업용 스마일을 띄우고 손님들께 꾸벅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나비효과에 출연중인 민수입니다. 대한제일 빵집 마스코트 박상혁이기도 하고요! 저희 빵집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앞줄에서 비명이 들렸다.


“꺄아아아악! 진짜 민수야!”

“민수야! 격하게 아낀다. 내 맘 알지?”


원래는 영업을 시작하기 앞서 한 마디 말을 건네려 그랬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이면 힘들 것 같다.


앞사람들의 목소리 때문에 맨 뒤의 사람은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 같으니까.


그렇다고 여기에 마이크나 확성기가 있는 건 아니다.


“후우. 어쩔 수 없지.”


새벽부터 몰리는 인파를 보며 몇 가지 대비책을 생각해두었다. 그 중 첫 번째 보따리를 풀기로 했다.


목소리가 안 들린다고 해서, 눈이 안 보이는 건 아니었으니까.


나는 모든 행동을 멈추고 가만히 섰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멀뚱히 있자 사람들 역시 나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적지 않은 시선이 내 얼굴에 머물렀을 때, 외모의 DNA를 100% 개방했다.


“흐읏!”


무형의 기운이라도 퍼져나가는 것처럼 사람들이 일제히 몸을 움츠렸다.


그리고 잠시 후 하나같이 입을 벌리고 멍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마치 머리 위로 떨어지는 폭탄을 보는 것처럼.


하던 일, 하던 생각을 모두 잊게 만드는 파괴력이었다.


“끄으으읏!”


민수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만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음에도 그저 조금이라도 민수의 자취를 밟기 위해서.


그런데 우연히, 생각지도 못하게 그 본인과 마주했다.


심지어 TV에서 보던 모습보다 실물이 더 잘생기기까지.


말 그대로 폭탄이 터지는 것처럼. 어안이 벙벙함을 넘어, 행복함과 기쁨이 빵 터지려는 찰나.


외모의 DNA의 출력을 다시 60%로 낮췄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혼돈의 도가니가 될 게 뻔하다.


내가 준비한 한 수는 출력을 100%로 높이는 게 아닌, 그 부가효과였다.


출력을 줄이자 사람들이 호흡을 가다듬으며 진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의도했던 대로이다.


사람들이 눈을 못 뗄 정도로 집중하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감정이 요동치게 만든 뒤, 이를 강제로 해제한다.


이와 비슷한 감정의 흐름을 나는 하나 알고 있다.


우리가 흔히 현자타임이라 부르는 그것.


감정에 몸을 맡겼다가 이윽고 감정이 사라졌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법이다.


때문에 가게 앞을 가득 메운 손님들은 보다 차분하고, 침착한 상태가 되고 말았다.


기술명을 붙이자면 ‘강제 현자타임’이라고나 할까?


이제 좀 대화할 준비가 된 것 같다. 나는 목을 가다듬고 다시 한 번 목소리를 틔웠다.


“안녕하세요! 민수 역을 맡고 있는 박상혁입니다. 언제나 저와 저희 빵집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야악! 내가 더 사랑핵!!!”


익룡이 출현했다. 아무래도 현자타임으로도 억누르지 못할 정도로 기가 센 팬 분이 있는 모양이다.


그래도 한, 두명에 불과했기에 소란이 커지지는 않았다.


“오늘은 나비효과 제작진 분들이 휴가를 주셔서 가게 일을 도와주러 왔어요! 제가 안내를 해 드릴 테니 순서대로 입장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내 말이 끝나자마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주로 나비효과 팬 분들이었다.


“미친. 민수가 안내를 해준다는 거야? 잘못 들었나?”

“나도 그렇게 들었는데. 아... 진짜 오늘 오길 잘 했다. 살면서 제일 잘 한 선택인 것 같아.”


다들 기대를 숨기지 않고, 기이한 열망이 담긴 눈으로 나를 보고 있다.


앞자리의 손님들은 숨을 죽이고 나를 기다릴 뿐이니, 얼핏 보기엔 더 이상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아직 문제는 하나도 사라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내가 차례대로 손님에게 손을 내밀자 싸움이 일어난 것이다.


“아니! 내가 먼저 왔는데 왜 쟤가 먼저 들어가는 거여!”

“무슨 소리에요 아저씨! 내가 먼저 왔는데?”

“육시럴! 너희들이 오고 나서 내가 이집 빵을 못 먹어! 그니까 먼저 들어가야지!”


도착한 순서의 불분명함, 기존 단골과 새로운 손님간의 갈등 문제가 다시 점화한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도 물론 세워두었다.


상황만 놓고 보면 잘잘못이 명백하다. 단골 아저씨가 억지를 부리고 있는 거니까.


하지만 그렇게 접근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단골 아저씨도 억울할 만한 요소가 있다.


한창 백종X 선생님이 골목 식당들을 돌아다닐 때도 그런 피해자가 속출하지 않았던가.


원래도 유명했던 빵집이지만, 그래도 3일에 한 번 정도는 방문을 할 만한 곳이었다.


그런데 드라마 때문에 7일에 한 번도 오기 힘드니 화가 날 만도 하지.


우리 집 빵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대한제일 빵집 빵은 정말 맛있다.


미각이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못해도 1주에 1번은 꼭 우리 집 빵을 먹어야 할 정도.


먹지 않으면 괜히 스트레스가 쌓이고, 우울해진다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아저씨가 저렇게 예민하게 굴고 있는 것이리라.


그러니 너무 잘못 여부만 따지지는 않기로 했다.


그 전에 단골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어 주는 것이 먼저다.


나는 싸우고 있는 두 사람 사이에 쏙 들어갔다. 그리고 아저씨의 손을 꼭 붙잡아주었다.


“형준 아저씨!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응? 상혁아 나를 기억하니?”

“아이 그럼요. 저희 가게 자주 오시잖아요. 순옥 아줌마랑 하영이도 다 기억하고 있는 걸요?”

“허허. 기억해주니까 고맙네. 허허허.”


내 말에 그의 눈이 커졌다. 설마 자신을 기억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듯하다.


하기사.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드라마에 등장할 뿐 아니라 전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는 나였다.


새로운 업계에서 정신없이 바쁠 때니 단골 정도 잊었다고 책망받지는 않으리라.


그러나 나는 그의 이름을 잊지 않았고, 여전히 살갑게 대하고 있다. 이전과 다른 점 하나 없이.


그러니 감동은 2배가 되고, 분노는 1/2배가 되리라.


아저씨의 노기가 빠르게 가라앉았다. 다음 단계로 나아갈 타이밍이 되었다.


“입장 순서에 관해서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다 기억을 하고 있으니까요.”


내가 가슴을 두드리며 호언장담을 하자, 아저씨랑 싸우던 여성이 눈을 깜빡이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응? 아하! 농담이구나? 민수 되게 재밌다.”


그야 그럴 게 대충 세도 여기에 모인 사람들의 머릿수가 100은 훌쩍 넘어 보인다. 그런데 그 순서를 다 외운다고?


농담이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세상에 잘 나가는 아역 배우는 꽤 있지만, 그런 일이 가능한 사람은 매우 드물 테니까.


“농담 아니에요!”

“농담 아니지!”


직접 쇼 앤드 프루브를 하려고 했으나 형준 아저씨가 끼어들었다. 모양새가 나쁘지 않아 믿고 맡기기로 했다.


기분이 좋아진 아저씨가 본인이 알고 있는 정보를 털어 놓기 시작했다.


“그쪽은 빵집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모르나 본데, 상혁이 공부 진짜 잘해. 서울 초등학교 공부 대회에서 6학년을 제치고 우승했다니까?”

“... 정말요? 민수가 공부도 잘한다고요?”


팬이란 존재는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싶어 하는 법이다.


자기가 알지 못한 정보를 접하자 여성도 흥미가 동하는 모양.


사실 내가 교류회에서 우승한 건 기사로도 났지만 나비효과 팬들에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당시의 외모가 지금과는 너무 달라 매칭이 잘 안 되었기 때문이다.


팬 카페에서 찌라시 좀 들고 오지 말라고 욕을 먹었다는 소리를 듣고 허탈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하하.


나에 대한 자랑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형준이 물꼬를 트자 주위의 다른 단골들이 나에 대한 자랑을 하나 둘 풀기 시작한 것이다.


“상혁이 얘가 이 근처 킥복싱 도장 유망주여.”

“헉. 그럼 나중에 액션 씬을 기대해도 되는 걸까요?”

“아마 그렇지 않을까? 거기에 학교도 이 근처 다니는데.”

“어머! 사진 가지고 계신 거 있으세요?”


방금까지 다투던 사람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사이가 좋은 모습이다.


공통화제가 생긴 것만으로 관계가 변한 것이다.


팬들은 모르고 있던 정보를 수집할 수 있어 좋고.


단골들은 그들만 알 수 있는 정보를 품으로 거들먹거릴 수 있다.


이것이 팬덤 내부의 선순환이라 할 수 있다. 내가 형준 아저씨의 마음을 달랜 결과가 만들어낸 상황이고.


여전히 가게 앞은 소란스러웠지만 이전과는 양상이 다르다.


왕성하게 정보를 주고받는 것을 보아, 조금 기다린다 하더라도 불만을 토로할 것 같지는 않다.


깔끔하게 문제를 해결했다. 이제 가게 문을 열어도 괜찮을 것 같다.


“자 첫 번째 손님! 같이 들어가실까요?”

“어? 손도 잡는 거야? 나 손 더러울 텐데.”

“괜찮아요. 제가 깨끗하거든요.”


망설이는 그녀를 손을 잡아끌었다. 설령 더럽다고 하더라도 기피할 생각은 없다. 다름 아닌 첫 손님인데.


민수가 좋다고 새벽부터 우리 빵집을 방문하는 사람이다. 그 마음이 가장 깊음은 물론이고.


거기에 내가 개인적으로 처음 만나는 팬이기까지. 이런 사람을 챙겨주지 않고서야 누굴 챙겨주겠는가.


“자. 여기 집게랑 받침대 집으시고 따라오시면 돼요. 여기 있는 빵들은 주로 간단하게 먹기 좋은 빵들인데요?”


그렇게 그녀를 잡고 가게 한 바퀴를 돌았다.


그녀는 말 한 마디,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겠다는 것처럼 숨죽이며 따라왔고, 끝내 손을 놓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조금만 더 이야기 하면 안 될까?”

“죄송해요. 정확히 107명이 기다리고 있거든요. 아마 점점 늘어날 거 같고요.”

“... 어쩔 수 없지. 아! 혹시 선물 같은 건 줘도 될까? 내가 항상 들고 다니는 게 있는데.”

“물론이죠. 유리 누나?”


박수 두 번을 치자 종업원 유리 누나가 큰 바구니를 하나 가져왔다. 눈치가 빠르기도 하지.


나는 그 선물을 받아 확인한 후, 조심스럽게 상자에 놓았다.


“감사해요. 소중히 쓸게요.”

“그래주면 내가 너무 고맙지. ... 혹시 또 볼 수 있을까?”

“또 가게 나오게 되면 전날에 팬카페에 공지할 게요.”

“응! 나 반드시 올게. 팬카페도 자주 챙겨볼게!”


그녀는 몇 번이나 다짐을 하곤 빵을 계산하러 갔다.


1분이 살짝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얻은 게 적지 않았다.


선물도 선물이지만, 누군가의 호의를 받는다는 게 진정으로 행복한 일이었다.


내 존재 자체를, 그 동안의 노력을 전부 긍정해주는 느낌이랄까?


사실 팬이 없는 사람을 스타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보통 스타는 잘 나가고, 팬은 따르는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팬이 없이는 스타도 없다.


그렇기에 나는 처음으로 스타가 되었음을 만끽하는 중이었다.


지금까지는 원치 않아도 시선이 따라 붙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아~ 이래서 연예인들이 팬미팅을 하며 힘을 받는다고 했던 거구나 하고 실감하는 중이랄까.


이제 첫 손님일 뿐이지만, 꽤 오랫동안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오매불망 나를 기다리고 있는 손님에게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민수 역을 맡고 있는 박상혁입니다. 오늘 잘 부탁드려요!”

“네! 제가 더...”


그 뒤로는 장사가 막힘없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욕구가 충족된 만큼, 손님들이 빠르게 빵을 계산하고 나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혹 욕심을 부리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꺄악! 상혁아! 한 번만 안아 보자!”


신체적 접촉은 손으로 참아달라는 부탁에도 육탄 공격을 해오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내 잔상을 껴안을 뿐이었다.


걷기의 DNA를 상시 30% 활성화하고 있으니 잡힐 리가 없다.


“으아악! 억!”


습관적으로 넥 슬라이스를 날리려다가 참았다.


아무리 그래도 공인이 사람을 때릴 수는 없으니까.


다만 이미 내민 손을 그냥 회수하는 것도 어색할 것 같아, 임기응변으로 주변에 양해를 구하기로 했다.


“이 분께서는 약속을 어기신다고 하세요. 다른 분들은 약속을 다 지켜주셨는데 말이죠. 혹시 도와주실 분 계실까요?”


너나 할 것 없이 사람들이 빠르게 모여, 날 껴안으려 한 사람을 끌고 바깥으로 향했다.


“누구는 할 줄 몰라서 가만히 있습니까?”

“그러니까 말이야. 지만 알아 진짜.”


그리고 쉴 틈 없이 쿠사리를 박아댔다. 누구는 간신히 참고 있는데 혼자 나서 물을 흐리고 있으니 어지간히도 화가 났던 모양.


그 사람도 뭐라고 반박을 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워낙 사람이 많은 탓인지 말 한 마디를 꺼내지 못했다.


물량은 그 자체로 폭력이 되기도 한다. 욕심을 부렸던 손님은 쭈구리가 되어 가게를 나갈 수밖에 없었다.


나는 애써 나서주신 분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큰 도움이 되었어요!”

“에이. 당연한 일인데 히힣.”


몇 번 이런 일이 반복되자 사람들은 자연스레 서로를 견제하게 되었고. 불상사는 줄어들었다.


공인에게는 공인의 싸우는 방식이 있는 법이다.


다시 영업을 재개하려는데 한 손님이 안절부절 하고 있는 게 보였다. 눈에 익다 싶더라니 교회 전도를 하던 사람이다.


전도를 하려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자 당황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아! 빵 사시러 왔나 봐요?”

“어... 아니... 그게 아니라...”

“빨리 들어와요. 제가 추천하는 빵이 있으니까.”


그 사람이 뭐라고 대답하기 전에 빠르게 끌고 들어와, 쟁반에 무더기로 빵을 쌓아 올렸다.


“계산하시죠! 진짜 맛있는 빵만 골랐어요!”

“아니 나는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면 뭐 빵집에서 빵 사는 거 말고 따로 할 게 있으신가 봐요?”

“... 아 아닙니다.”


진상을 쫓아낸 사람들이 어느새 다가와 이쪽을 노려보고 있다.


내 말 한 마디면 금방이라도 눈앞의 남자를 도륙낼 기세였다.


나름 동네에서 인망이 있는 목사인 것 같은데 아쉽게 되었다. 내가 신이랑은 인연이 없어서 말이지.


회귀 이전 어렵게 살 때야 엄마가 교회에 도움을 조금 받았다지만, 지금은 갈 일이 없다.


그러니 빵을 잔뜩 사가게 만들어도 죄책감이 하나도 없었다.


“빵 좀 더 골라드릴까요?”

“아뇨. 오늘은 그냥 가겠습니다.”


결국 전도를 하던 남자는 지갑이 후줄근해진 상태로 가게를 벗어났다.


감히 우리 영역에서 내 팬들 가지고 이득을 취하려 들다니 10년은 이르다.


꼭 악당 마냥 퇴장 대사를 남겼는데, 설마 또 볼 일이 있나 싶다.


슬쩍 밖을 봤는데 어째 손님이 줄어들 생각을 안 한다.


내가 있다는 소문이 퍼진 게 틀림이 없다.


뭐 어쩔 수 있나. 내가 너무 잘난 탓인 걸. 그저 영업시간이 끝날 때까지 배우로써, 빵집 아들로써 맡은 바 책임을 다할 뿐이다.


“안녕하세요! 민수 역을 맡고 있는 박상혁입니다!”


그렇게 눈앞의 한 손님, 한 손님에 집중하려 노력했고, 어찌어찌 시간이 흘러 하루를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다.


띠링.


문을 잠그자마자 내부의 인원들이 동시에 털썩 쓰러졌다.


나 역시 더 이상 손가락 까딱할 힘도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다들 얼굴은 평온하기 그지없다.


“이렇게 깔끔하게 장사를 한 게 얼마만이니?”

“그러게요. 상혁이가 한 명만 더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 한 명은 드라마 찍고, 다른 한 명은 빵집에서 일하고.”


진숙 아줌마가 오늘 하루의 총평을 내렸고, 유리 누나가 이를 받았다.


저게 무슨 말이냐고 엄마에게 시선을 던지자 그녀가 대답해주었다.


“오늘 평소보다 사람은 많았지만 일 자체는 어렵지 않았어. 평소였으면 있었을 트러블이 하나도 없이 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으니까.”


무슨 이야기인지 알아들었기에 고개를 주억였다.


평소 가게에서 한 명이 더해졌을 뿐인데, 말썽하나 없이 판매가 순조로워졌다는 소리다.


내가 생각해도 오늘 내 퍼포먼스는 대단하긴 했다.


존재만으로 판도의 흐름을 바꾸는 사람, 그것이 정점이니까.


“상혁아 내일도 나와주면 안 돼?”

“내일은 학교 갈 건데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유리 누나가 눈을 밝히며 물어보았으나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다.


물론 그렇다고 빵집을 방치할 생각은 아니다.


내가 없이도 오늘과 같이 장사를 할 수 있게끔 도울 생각이다.


예를 들면 순번을 매기는 기계를 마련한다던지.


맛집 같은 곳에 가면 놓여져 있는 기계 같은 거 말이다.


줄을 섰던 사람들은 예약을 한 뒤, 핸드폰으로 연락을 받을 때까지 자유롭게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는 시스템이다.


그것만 도입한다면 가게 앞 인파도 줄어들고, 사건이나 사고가 일어나는 일도 줄어들 터.


가게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건 틀림없다.


여러 모로 비슷한 시스템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안 되면 은행에 있는 순번 안내 기계 같은 걸 하나 사오지 뭐.


거기에 나비효과 팬들과 기존의 단골들을 분리할 생각도 하고 있다.


내가 2호점에만 나타난다는 소문을 뿌리면, 나비효과의 팬들은 2호점으로 몰릴 것이다.


그 상태에서 기존의 단골들에게 1호점을 이용하면 된다는 정보를 뿌리면?


단골들이 빵을 못 먹어 분노하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개선 방안들을 하나 둘 적용할 생각이다.


크으. 광고를 따내 판을 키우고, 거기서 발생하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까지.


참. 내가 생각해도 잘난 놈이긴 한데, 너무 자주 말하는 것도 재수 없어 보일 수 있으니 이만 생략하려고 한다.


빨리 마감하고 학교 갈 준비나 해야지.


몇 달 사이에 대세 배우가 된 나를 녀석들이 어떻게 대할지 조금 기대된다.


인기를 얻고, 사랑을 받으며, 오늘처럼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가끔은 일상이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학교에서라면 그나마 어깨에 힘을 풀고 왕노릇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 *


라고 생각했던 어제의 나, 정점에 이른 두뇌는 반성할 필요가 있었다.


“위대하신 박상혁 위원장 동무께 영광을!”

“영광을!”


애들이 나를 둘러싸고 경례를 올리고 있다. 이게 무슨 상황일까?


그동안 있었던 일을 조금 깊게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언제나 댓글도 선호작도 추천도 큰 힘이 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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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가만히 있어도 22.08.23 711 13 19쪽
102 운이 좋은 날 22.08.20 745 13 19쪽
101 외양간을 고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1 22.08.19 745 11 17쪽
100 돈이 삭제가 된다니 +4 22.08.18 745 9 18쪽
99 투자는 계획적으로 22.08.17 771 10 28쪽
98 돈이 복사가 된다 +1 22.08.16 755 11 18쪽
97 대역전극 +1 22.08.13 722 11 11쪽
96 역전의 서막 +1 22.08.13 714 10 12쪽
95 구설수 22.08.12 731 12 18쪽
94 박상혁 쟁탈전 +1 22.08.11 764 10 20쪽
93 위대한 령도자 박상혁 동지를 맞이하라! 22.08.10 790 13 22쪽
» 지금까지 이런 판매는 없었다. 이것은 팬미팅인가 판매인가. 22.08.09 764 12 20쪽
91 광고를 했다. 효과는 대단했다. +2 22.08.07 799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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