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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603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09.0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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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5
추천
10
글자
20쪽

러시안 룰렛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112화



“러시안 룰렛?”

“마땅한 방법이 없잖아요. 저들의 방식에 맞춰줘야지.”


러시안 룰렛은 약실이 6개인 권총에 단 1발의 총알을 넣고 배짱 싸움을 하는 내기이다.


내가 알기로는 90년대에 러시안 룰렛을 다룬 영화가 미국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폼에 살고 폼에 죽는 갱 녀석들이라면 거품을 물고 열광할 터.


러시안 룰렛이라면 상대도 분명 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상혁아. 아무리 그래도...”

“말했죠. 이건 타임어택이라고.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요. 그리고 쓰러진 사람들 안 살릴 거에요? 그러니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말해 봐요.”


당연히 대답이 돌아올 리는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부팀장 석호는 죽어가고 있었기에.


러시안 룰렛도 사실 내기에서 이겨야 치료제를 얻을 수 있다는 단점은 있지만, 나머지 방안 중에서는 확률이 가장 높은 게 사실이었다.


경호 팀 중 하나가 머뭇거리며 권총을 내밀었다.


“에잇! 이건 자동권총이잖아요. 누구 대가리에 바람구멍 뚫을 일 있나 진짜. 리볼버 없어요?”


자동권총은 탄창에 있는 탄환을 무조건 적으로 장전시켜주는 권총이다. 1발이 들어있든 6발이 들어 있든 크게 다르지 않다.


‘하마터면 대가리에 바람구멍 뚫릴 뻔 했네.’


경호팀에게는 리볼버가 없는 것 같아 갱단의 간부에게 손을 내밀었다.


“리볼버. 러시안 룰렛. 고고.”


나의 유려한 영어 실력에 간부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러시안 룰렛?”

“내가 이기면 전체 몸값은 7천만 원 정도로 합의합시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건?”

“원래 금액의 3배. 아니 5배를 드리지.”


9천만 원의 5배, 4억 5천만 원. 그 정도면 약이 문제가 아니다. 약을 몇 년 동안 파는 것과 다름이 없는 수입이 들어올 테니.


간부의 눈에 탐욕이 서렸다. 갱단의 규모를 한 단계 더 키울 기회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말뿐인 게 아니라면 좋겠는데.”


말하는 주체가 9살 꼬마다 보니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걸까.


나는 태호에게 시선을 던졌고, 잠시 고민하던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금괴가 담긴 트렁크를 열었다.


“Holy...”


간부의 동공에 탐욕스러운 금빛이 맴돌았다.


태호는 침착하게 협상 분위기를 조성했다.


“나머지 금액은 승부가 정해지면 가져오도록 하지.”

“뭘 믿고?”

“우리를 인질로 잡으면 되지 않겠나?”


간부도 튕기고는 있지만 시선은 여전히 황금에 고정되어 있다.


“그 때 까지는 양측 다 무장을 해제하고 승부에 집중했으면 좋겠는데.”

“좋군. 아주 좋아. 애들아? 리볼버 가져와라.”


잠시 후, 조악하지만 형식은 갖춘 테이블이 마련되었다.


혹시나 리볼버로 장난질을 칠 수 있으니, 총알을 넣는 과정부터 탄창을 돌리는 것까지 경호팀이 직접 관여했다.


“근데 저 새끼들은 지들 간부가 죽을지도 모르는데 왜 저렇게 낄낄 웃는대요?”

“지더라도 죽는 건 지들이 아니라 이거지. 이기면 조직에 큰돈이 들어오고.”

“이게 아메리카 스타일이구나.”

“폭력 조직이라 저런 성향이 더 강할 거야. 간부로 추대해주는 건 이유가 있다 이거지.”


그에 비해 경호팀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어른들을 대신해서 9살 꼬마를 사지로 몰았다는 것 때문인지 착잡함과 무기력함이 내리앉아 있다.


태호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나에게 붙어 만류했다.


“상혁아. 이건 장난이 아니야.”

“장난으로 보여요?”

“9살 꼬마가 할 만한 일은 아니라는 소리다.”

“이런, 저는 제가 이 팀의 일원이라고 생각했는데요. 고작 9살 꼬마가 아니라.”


아쉽다는 듯 두 손을 어깨로 올리자, 태호가 언성을 높였다.


“지금 말장난 할 때가 아니잖니! 차라리 내가 나서는 게...”

“아저씨가 팀의 수장이라면, 저는 사장 대리에요. 가장 높은 사람이 책임지는 게 맞지 않을까요? 걱정 마요. 지금까지 꽤나 잘 해왔잖아요.”


강건하던 태호였지만 이 부분에서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연구소로 바로 이동하는 선택과 2층을 뒤진다는 판단 모두 성공적이었으며, 성과를 거두었으니.


명분도 실적도 모두 자신이 밀린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래도 목숨은...”

“에이. 걱정 마요. 안 죽어. 그리고 제가 나가는 게 승률이 제일 좋을 거에요.”

“룰렛에 그런 게 어디 있니?”

“있어요. 그런 게. 행운의 여신은 나에게만 미소를 지을 테니까.”


만류하는 팀원들을 뒤로하고, 테이블로 향했다. 간부가 히죽 미소를 지으며 나를 맞아주었다.


“오늘은 좋은 날이구나. 약도 찾았고, 어린아이의 머리통이 터지는 것도 볼 수 있고.”

“됐고. 여기 로컬 룰 같은 거 있어요?”

“... 먼저 집는 사람이 우선권을 가져간다. 한 번 집으면 무조건 한 발 이상은 쏴야 하고, 성공할 시 계속해서 기회를 이어갈 수 있다.”

“시원하네요. 저부터 하죠.”


설명을 다 듣고, 곧바로 권총을 집어들었다.


그러자 주변에서 술렁거림이 일어났다.


“태산 아저씨 뭐라는 거에요?”

“겁이 없다네. 요즘 애들은 다 저러냐고. 혹시 동양에도 총을 쏘는 나라가 있냐고.”


연천이라는 곳에서 2년간 총을 차고 다니긴 했지.


그거와 별개로 갱단의 술렁거림이 웃기긴 했다. 그들이 바랐던 장면은 아이가 겁에 잔뜩 질린 모습이었을 텐데 말이다.


나는 그들의 반응을 즐기며 총구를 관자놀이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지체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빵야.”


달칵!


너무도 빨리 방아쇠를 당겼기에, 구경꾼들의 반응이 한 타이밍 늦게 터져 나왔다.


“허어억. 허억.”


경호 팀 인원들은 나의 뇌수를 구경하지 않을 수 있어 다행이라는 듯 몸을 떨었다.


심장이 떨어졌다 올라오며 아찔함이 등골을 타고 흐른 모양.


간부는 흥분하고 있는지 혀로 입술을 한 번 쓸었다.


생사의 경계에서. 한 끝 차이로 승리하며 얻게 될 막대한 보상이 주는 쾌감은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은 결코 생각지 못할 거라는 듯이.


그는 뜨거운 콧김을 내쉬며 나에게 축하를 건넸다.


“운이 좋구나 꼬맹아. 하지만 다음번에도 그럴 거라는 보장은...”

“뭐래.”


간부가 씨부리는 걸 굳이 들어줄 필요는 없었기에 그냥 방아쇠를 당겼다.


두 번 연속으로.


“bang! bang!”


달칵! 달칵!


총성은 터지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실내의 정적이 더욱 고요하게 느껴졌다.


“자. 이제 아저씨 차례에요.”

“무슨 말도 안 되는...”


너무 자연스럽게 총을 건네는 모습이 위화감이 들었던 걸까?


그 어떤 이도 지금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다음 약실에 무엇이 들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방아쇠를 세 번 연속으로 당겼다.


한 번에 당기나, 순서대로 당기나 확률은 똑같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 심리라는 게 그렇지 않다. 목숨을 거는 리스크를 한 번 넘은 이상, 그 리스크를 연이어서 지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바로 다음에 총알이 들어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러니 상대에게 총을 넘기고 그것이 터지기를,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 러시안 룰렛의 묘미다.


그런데 그걸 세 번 연속, 무미건조하게 쐈다. 아무런 긴장 없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구경꾼들은 저건 뭐하는 새끼냐, 어린이라 겁을 모르는 건가 중얼거리겠지만, 딱히 그런 건 아니다.


나 역시 쫄리긴 했다. 정말 만에 하나라도 총알이 나왔으면 천금 같은 인생 2회차 기회가 끝날 수도 있는 거니까.


그러나 나는 믿었다. 내가 이 자리까지 오게 만들어준 정점의 DNA의 힘을.


이것보다 더한 확률도 현실로 끌어올린 행운의 DNA라면 반드시 날 지켜줄 것이라 믿고 있었다.


만약 다음 약실에 총알이 들어 있다면, 총을 내리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들었을 것이고.


거기에 총알이 발사되더라도 수호의 DNA가 있다면 조금 살살 박히지 않을까 하는 희망회로도 돌렸다.


자신의 능력을 믿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정점에 이르지 못한다.


리스크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절대 큰 물에서 놀지 못하고.


나는 정점에 걸맞는 격을 입증했고, 리스크가 컸던 만큼 큰 리턴을 얻었다.


권총의 남은 3발. 그 중에 한 발은 무조건 총알이 담겨 있으며, 그 3발은 모두 간부의 관자놀이가 부담해야 했으니.


녀석이 총을 붙잡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기만 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어떻게. 제가 쏴드려요?”

“건방진 칭챙총 같으니.”

“네 다음 9살 챙총한테 져버린 갱단 간부~. 여기서 약속 안 지키면 그 쪽 명예고 뭐고 다 날아 가버리는 거 알죠?”


무법자의 세계라는 게 원래 그렇다. 얕보이는 순간 끝이다.


총도 못 만져본 9살 꼬맹이한테 쳐발리고 도망친 간부는 어떻게 될까?


지금 상황은 모면할 수 있겠지만 훗날 큰 변고를 겪을 것이 확실하다. 부하들이 더 이상 그를 두려워하지 않을 테니까.


상황이 반전되었다. 아까까지 축제였던 갱단 측은 초상집이 되었고.


경호 팀은 깊은 카타르시스에 젖어 괴성을 내뱉는 중이다.


“으으으.”

“우우.”


생각해보자. 팀원 중 가장 어린 아이가, 모두가 주저하는 가운데 목숨을 걸어,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그들 모두가 내게 부채의식을 가질 것이요, 모두가 나를 영웅으로 여길 것이다.


그러나 샴페인을 일찍 딸 필요는 없다.


다른 팀원들과 마찬가지로 내게 경의를 보이는 경호실장에게 눈빛을 보냈다.


“응?”


그의 시선을 확인하자마자, 경호 팀이 사용하는 수신호를 보냈다.


“전투... 준비?”


얼떨떨한 그의 시선을 이끌어 간부에게 던졌다.


아직 상황이 끝난 게 아니다. 간부가 어떻게 나올지를 봐야 한다는 소리.


성실하게 약속을 지킬 스타일이었으면 저들은 갱단이 아니라 회사원이었겠지.


모두의 시선을 받던 간부가 천천히 총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나에게 총을 겨누었다.


“This is gang style!”


새끼. 쳐발리고 있어 보이는 척 하다니. 그래봤자 추할뿐인데.


“진압해!”


먼저 총을 집어든 것은 간부였지만 행동은 경호 팀이 더 빨랐다. 내가 먼저 주의를 주었던 만큼,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


탕! 타당!


때문에 갱들이 총을 들어올리기 이전에 아군의 엄호사격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나의 러시안 룰렛 퍼포먼스가 상대의 혼을 빼어놓았기에 그 과정이 한층 수월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다만 문제인 것이 총구를 겨누고 있는 갱단의 간부였는데.


경호 팀의 입장에서는 내가 맞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쉽사리 총격을 가할 수가 없었다.


태호는 미리 준비했던 만큼, 빠르게 옆으로 치고나가 제압을 시도했지만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되는 상대보다는 느릴 수밖에 없었다.


“Go to hell!”


간부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방아쇠를 당겼다.


나 역시 걷기의 DNA를 활성화하여 바닥을 박차며 대응했다.


나 역시 인간인지라 총알보다 느릴 수밖에 없지만, 그건 총알이 나올 경우의 이야기.


저건 탄알이 단 하나 들어 있는 권총이고, 행운의 여신은 언제나 나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으니.


달칵! 달칵!


“Fuck! Fuck! Fuck!”


두 발 연속으로 불발되자 간부의 얼굴이 당혹으로 물들었다.


이론상 5발까지는 약실이 비어있을 수 있다지만, 설마 5발이 모두 비어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테니까.


“나는 알고 있었지롱 등신아.”


이 말을 영어로 들려주지 못한 것이 아쉽다. 한국에 돌아가면 영어 공부나 해야지.


간부는 상황이 말린 와중에도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마지막 약실엔 탄환이 들어있다. 내가 도달하는 게 더 빠르겠지만 그래봤자 9살 꼬맹이. 그에게는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한다는 생각.


그러니 한 대 얻어맞더라도 방아쇠를 당기는 선택을 하려는 것 같다.


다 읽힌다. 읽혀.


저 오만한 노란 머리 갱에게, K-잼민펀치의 위력을 보여주도록 하자.


모든 DNA를 활성화시키자 주위의 흐름이 천천히 흐르기 시작했다.


그 느려진 시간 속에서 홀로 기민하게 움직여 디딤발을 내리는 데 성공했고.


온 몸의 체중을 실어 잔뜩 팽창한 오른 주먹을 내질렀다.


퍽!


간부의 발이 잠시 허공에 떠올랐다. 복부를 꿰뚫을 듯 내지른 주먹이 상대를 반으로 접고도 모자라 들어올렸다.


아마도 이곳의 모두가, 심지어 같은 편인 경호 팀마저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으리라.


그들이 내 행동을 인식하는 것보다도 빠르게 간부의 팔을 내리 찍어 무장해제시킨 뒤.


빠르게 왼쪽으로 돌아 총기를 확보하고 그대로 간부의 머리채를 들어 겨누었다.


“꼼짝 마! 니들 대장 두개골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구경하고 싶은 거 아니면!”


사람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처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게 된다.


그나마 뼈가 굵은 갱 중 하나가 내게 총구를 겨눴지만, 나는 빠르게 간부의 뒤로 숨었다.


“below the belt!(비겁한!)”

“뭐래 느그 간부한테 배운 건데.”


뭐라는지 확실하게는 모르겠지만 욕이라는 건 알겠다.


나는 상대가 누구라도 배울 줄 아는 바람직한 학도였기에, 간부의 방패술을 활용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경호 팀이 한발 앞서 상대에게 사격을 가한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내가 적의 간부를 무력화시켰고.


더 끌어봤자 갱단의 피해만 커질 터, 어쩌면 존폐의 위기에 놓일지도 모른다.


그 때문인지 녀석들은 총을 버리고 항복의사를 밝혔다.


길다면 길었던 연구실의 전투가 끝이 난 것이다.


경호 팀은 빠르게 전장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적들을 무력화시키고, 아군의 피해 상황을 확인한 뒤, 물건을 챙기며 떠날 준비를 했다.


이번에도 할 일이 별로 없었던 나는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한바탕 해치우고 나니 담배가 땡겼다. 한국도 아니고 알아보는 사람이 없으니 그냥 한 대 태울까 생각하던 차에 경호실장 태호가 다가왔다.


“고생했다. 네가 아니었으면 이번 임무도 실패했겠구나.”

“그런 말 마세요. 이것도 경호 팀이 있으니까 할 수 있었던 거죠.”


태호의 옆구리를 탁 치며 너스레를 떨자 그가 쓰게 웃었다.


그러면서 담배를 자연스럽게 빼어 물다가 나를 보고 멈칫했다.


“미안하다. 바로 끄마.”

“아뇨. 피세요. 제발.”


이왕 못 필 거 간접흡연이라도 할란다.


나의 계속되는 권유에 그가 연기를 뿜어냈고 나는 그 옆에서 열심히 숨을 들이 마시고 내쉬었다.


태호가 이상한 눈으로 보긴 했지만 이거라도 하니 조금 나은 기분이 드는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놀라지는 않았니? 웬만한 어른도 사람이 죽는 걸 보면 힘들어 하는데 말이다.”


그건 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부분이다.


경호 팀도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갈수록 손대중을 하지 못했다. 때문에 죽은 사람도 꽤나 나왔고, 나는 그 광경을 바로 앞에서 지켜보았다.


생명이 다른 이에 의해 뜯겨나가는 모습은 처음 보았지만, 이상하게도 그렇게 큰 충격은 없었다.


마치 큰 스크린으로 액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자동으로 필터를 하나 거쳐 받아들이는 느낌.


그리고 이는 아마 두뇌가 무언가 손을 써 준 거라고 생각한다.


‘긍정. 그 상황에서 가장 최적의 행동이었음.’


매번 잘난 척만 하고 도움이 안 되는 두뇌지만, 이번만은 고마웠다.


덕분에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냉철함을 유지할 수 있었으니까.


‘좀 더 나한테 고마워 할 필요가 있음’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고.


내가 답이 없자 태호는 그 나름대로 해석하여 받아들인 듯하다.


“참 대단하구나. 똑똑하고 냉철한데 힘마저 가지고 있으니. 세상 어느 9살이 이럴까 싶어.”

“천재니까요. 정점에 이를 사람이기도 하고.”

“그래. 그렇겠지.”


어느새 날 보는 태호의 시선이 달라졌다. 그가 평소 이제이 사장을 대할 때의 그것과 꽤나 닮아 있다.


정점. 언제나 단조로운 세상을 뚫고 나오는 존재들이 있었으니. 나도 그들 중 하나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리라.


“앞으로도 자주 보겠구나.”

“그러면 좋겠네요.”


우리는 담담하게 결론을 내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정리가 끝날 타이밍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총총걸음으로 달려가 금괴가 든 트렁크를 낚아챘다.


그러자 묶여있던 갱들이 발작하며 소리질렀다.


“뭐랍니까? 저거?”

“돈은 주기로 한 거 아니었냐는 군.”

“그런 게 어디 있어. 꼬우면 지들이 이겼어야지.”


디스 이즈 아메리카 스타일? Fuck! 디스 이즈 코리아 스타일이다.


돈 가방을 유유히 가져가는 나를 보는 갱단들의 눈에는 거의 핏발이 서 있을 정도였다.


그런 그들 앞으로 경호 팀 중 하나가 나에게 다가왔다.


“약은 어쩔 생각이니? 쓸모가 있을 것도 한데 말이다.”


약의 모습이 드러나자마자 그들의 발버둥이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그것마저 가져가면 정말 가만 안 두겠다는 듯이.


“에휴. 짜식들. 가져가라. 가져 가.”


그들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고는, 그토록 바라던 약을 던져주었다.


“아깝지 않니?”

“어차피 쓸 일도 없는데요. 뭐. 그리고 저것마저 안 주면 원한관계가 남을 것 같아서요.”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계속해서 성과를 올린 덕분인지, 경호 팀은 내 말을 전적으로 신뢰해주었다.


떠날 채비를 마친 우리는 치료제를 엄중히 보관한 뒤 연구실을 떠났다.


떠나는 우릴 향해 갱들이 욕지거리를 내뱉었기에 나는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것도 가운데 손가락을 빼들고.


그러자 갱단들은 아주 좋아 죽으려 했다.


어쩌면 이동할 차량을 빼앗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석호를 비롯한 부상자들을 우선적으로 수송할 필요가 있었기에 갱들의 차량을 좀 빌렸다.


미국의 땅덩이가 넓다는데 열심히 걸어서 복귀하길 바란다. 아마 지금부터 열심히 걸으면 아침 해가 뜨기 전에는 도착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우리는 연구실에서의 모든 일을 끝마치고 공항으로 복귀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끝나도 끝난 게 아닌 만큼 경계를 풀지 않았지만, 다행히도 일이 원만하게 풀리기 시작했다.


태호가 불렀던 대사관이 공항에 도착해 있었다.


여전히 폭탄 테러 수사는 끝나지 않았지만 대사관이 나서 오해를 풀었고.


때마침 치료제를 구매하기 위해 가져온 금괴가 남아 경찰들에게 적당히 금칠을 해주었다.


덕분에 미국 경찰들은 미국과 한국의 우호관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떠올릴 수 있었고, 양동 작전을 펼쳤던 최고참 정훈 역시 돌려받을 수 있었다.


그는 내 손에 들려 있는 치료제를 보면서 기쁘면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억류되어 있던 동안 나에 대한 울분이 쌓였는데 이를 풀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거기에 어느새 팀원들이 나를 상관으로 모시며 명령에 충실히 따르고 있으니, 그 짧은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의문을 감추지 못했다.


정훈은 팀원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그의 애를 태울 뿐이었다.


“키아. 지렸어요.”

“그렇지. 나 비행기 타기 전에 팬티 좀 갈아입자.”


물어보는 족족 지렸다고만 하니,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가 있나.


결국 폭력을 행사하며 연구실에서의 전말을 들었지만, 이 또한 이해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저 꼬맹이가 러시안 룰렛을 했는데 세 번 연속으로 살아남고, 거기서 끝나지 않고 적 간부를 인질로 잡아 상황을 종료시켰다고? 씨발 알려주기 싫으면 싫다고 해 새끼야.”


뭐, 납득하지 못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객관적으로 들으면 이상한 이야기였으니까.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결국 비행기가 떠나는 순간까지 정훈은 답답함을 해소하지 못했다.


우리는 미국을 떠났지만, 그의 절규는 한동안 미국에 남아 떠돌리라.


나중에 부상당한 인원들이 따로 복귀할 때에나 사라지려나 모르겠다.


어쨌든, ‘상혁과 그 외 경호원’ 팀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지 않았고.


치료제를 실은 비행기가 무사히 한국에 착륙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새 모기가 많습니다... 독자님들도 조심하셔요.


추천, 선호작, 댓글은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그럼 화요일 날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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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천재는 약점을 극복한다 22.09.13 578 11 19쪽
117 합창 22.09.10 621 9 18쪽
116 별에 관한 고찰 22.09.09 620 1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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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가족들이 호강하다 +1 22.09.07 627 11 24쪽
113 가족끼리 왜 이래 +1 22.09.06 596 10 18쪽
» 러시안 룰렛 22.09.03 586 10 20쪽
111 혀어어업상 22.09.02 588 9 18쪽
110 오스틴의 연구실 22.09.01 596 8 17쪽
109 공항에서의 기싸움 22.08.31 606 8 17쪽
108 숨바꼭질 22.08.30 615 9 17쪽
107 제왕과 정점 22.08.27 645 9 20쪽
106 정중지와 22.08.26 631 9 18쪽
105 피와 살육, 대환장의 주주총회 22.08.25 672 8 25쪽
104 유성아의 연구실 22.08.24 683 11 21쪽
103 가만히 있어도 22.08.23 711 13 19쪽
102 운이 좋은 날 22.08.20 745 13 19쪽
101 외양간을 고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1 22.08.19 745 11 17쪽
100 돈이 삭제가 된다니 +4 22.08.18 745 9 18쪽
99 투자는 계획적으로 22.08.17 772 10 28쪽
98 돈이 복사가 된다 +1 22.08.16 755 11 18쪽
97 대역전극 +1 22.08.13 723 11 11쪽
96 역전의 서막 +1 22.08.13 714 10 12쪽
95 구설수 22.08.12 731 12 18쪽
94 박상혁 쟁탈전 +1 22.08.11 764 10 20쪽
93 위대한 령도자 박상혁 동지를 맞이하라! 22.08.10 790 13 22쪽
92 지금까지 이런 판매는 없었다. 이것은 팬미팅인가 판매인가. 22.08.09 764 12 20쪽
91 광고를 했다. 효과는 대단했다. +2 22.08.07 799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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