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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600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08.26 21:58
조회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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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8쪽

정중지와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106화



혼돈, 파괴, 망각. 대 혼돈의 주주총회는 갈수록 파멸로 치닫고 있었다.


“상혁이가 쓰러졌다!!”

“카메라를 사수해!”

“내 주식 돌려내 이 X발 새끼들아!!!”


샘숭도 바보 머저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경비들을 준비했지만 이 정도의 소동은 예상하지 못한 것이 틀림없다.


주주들 전원, 거기에 기자들까지 합류한 난동을 누가 예상할 수 있을까.


의장의 머리털은 이미 생명력이 0에 수렴했고, 모발과 동시에 의지도 꺾여버린 듯하다.


과연 회의장의 혼돈이 진정은 될까? 이러다 정말 누구 하나 죽는 거 아닌가?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이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 인물의 등장으로 상황이 반전되었다.


검정 양복을 입은 백발의 노인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제 집을 들어오는 것 마냥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기에, 그 누구도 제지할 생각을 못했다.


그는 주변 상황을 둘러보고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뭐해. 정리해.”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떡대 좋은 남성들이 추가적으로 밀고 들어왔다.


주주들의 분노, 기자들의 탐욕을 억제할 수 있을 만한 힘과 물량이었다.


노인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잠시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무언가 계산이라도 하는 것처럼.


“... 어쩔 수 없나.”


신체의 자유를 되찾은 의장이 노인에게 다가가 물었다.


“집사님. 뭐가 어쩔 수 없는 겁니까?”


그러나 집사라 불린 남자는 대답하지 않고 내 쪽으로 걸어와 공경하게 한쪽 무릎을 굽혔다.


“실례가 안 된다면 상혁 군을 저희 샘숭의 병원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개소리다. 아무리 저 남자가 상황을 정리하고는 있다고 하지만, 회의장은 아직 내 입김이 뻗치는 장소였다.


그런데 그러한 이점을 다 버리고 샘숭의 홈그라운드로 가달라?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나는 유리 누나가 있는 쪽으로 눈을 힐끔 뜬 뒤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자 신호를 알아들은 유리 누나가 집사의 앞을 가로막았다.


“거절하겠습니다.”

“저희 회의장에서 일어난 불찰이니 저희가 치료를 맡고 싶습니다. 저희 샘숭 병원은 대한민국 최고의 인프라를 자랑하는...”

“저희도 다니는 병원은 있거든요.”


아이고 잘한다. 우리 유리 누나. 이곳에 데려온 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무급으로 데려온 거기는 하지만.


“그래도 저희가...”

“다니는 병원이 있다고 말씀 드렸던 것 같은데요. 아니면 다치게 한 것도 모자라 강제로 끌고 갈 생각이라도 하는 건가요?”


사실 다니는 병원이라고 해봤자 동네의 김옥자 아주머니네 병원이 전부였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과와 실이 명확한 상황에서 저쪽에게 여지를 줄 필요가 없었으니까.


우리 유리 누나는 경영학과를 졸업한 인재답게 똑부러지게 상대의 개수작을 막았고, 결국 집사는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이제이 사장님을 만나고 싶다고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병원 같이 조용한 장소에서는 이야기하기 좋지 않겠습니까?”


꽤나 파격적인 제안이다. 지금까지 꽁꽁 숨겨 놨으면서 역으로 제안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얼핏 들으면 너무 쉽게 원하는 것을 내어 준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그러나 합리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기자들의 카메라를 압수하는 것보다, 나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을 한 것이겠지.


내 말 한 마디에 따라 사건의 크기가 규모가 결정될 테니까.


나이를 헛으로 먹은 건 아닌지 상황판단이 굉장히 빨랐다.


간다고 해서 이제이의 행방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응할만한 가치는 있는 것 같다.


상대방이 비협조적인 것보다 협조적인 게 협상에 도움은 될 테니까.


나는 유리 누나를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였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야... 알겠습니다.”

“정말 탁월하신 선택입니다.”


집사가 손가락을 퉁기자 정장들이 다가와 나를 조심스레 들었다. 그리고 차로 이동했다.


병원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는 별다른 이야기가 오가지 않았다.


눈을 감고 있어야 했기 때문에 불편한 점이 있었고, 또 별별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새끼들 이래놓고 이상한 곳으로 끌고 가는 건 아니겠지?’


영화 보니까 내려 보니 항구고 드럼통이고 시멘트고 그러더라고.


그래서 일단 모든 DNA를 켜두었다. 언제든 반격할 수 있게, 상대의 공격에도 당하지 않게.


나야 뭐 알아서 빠져나오겠지만 유리 누나는 아니지 않겠는가. 하여 전신의 감각을 예민하게 끌어 올렸다.


하지만 행운님이 열심히 일을 한 것인지 다행히도 별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나는 정밀검진을 받을 수 있었다.


이제는 DNA 정밀 조정이 가능했기 때문에, 피 좀 뽑힌다고 해서 능력이 폭로당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공짜 검사 개꿀이라는 생각을 하며 마음 편히 누워 있다가 검사 결과가 나올 즈음 슬그머니 정신을 차린 척 연기했다.


나의 신들린 듯한 연기 덕인지 아무도 의심을 하는 사람은 없었고, 잠시 후 나와 집사의 독대 자리가 마련되었다.


“다행히도 큰 이상은 없다고 합니다. 일시적인 충격에 의한 기절이라고 하네요. 저희가 주최한 회의에서 피해를 입으신 점, 진심으로 유감을 표합니다.”

“아니요. 이제이 사장님의 행적을 들려주신다고 하는데요 뭐.”

“저희 사장님이 상혁 군의 팬이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찍으시는 드라마에 광고나 협찬을 해드릴까 합니다. 멋진 옷, 멋진 가구가 드라마에 더해지는 거죠.”

“그렇군요. 그래서 이제이 사장님은 어디 계시는 거죠?”


초장부터 가볍게 공방이 오갔다.


집사는 광고와 협찬으로 회유를 시도했고, 나는 딴소리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상혁 군은 공부도 잘하신다고 들었어요. 저희 샘숭에서는 유능한 인재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그만하시죠. 이야기가 다르면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

“대한민국에서 제일 짱짱하다는 병원의 의사가 멀쩡하다니까. 집 가도 되는 거 맞죠?”


정말 어지간히도 숨기고 싶은 정보인 듯 요리조리 집요하게 활로를 찾는 집사였다.


하지만 명분은 나에게 있다.


집사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니가 주도한 소동 아니냐. 혹시 이 상황을 노리고 일부로 의도한 건 아니냐.


그런데 설사 심증이 있더라도 입 밖으로 함부로 내뱉지는 못한다.


원래 일이라는 게 그렇다. 어떤 경위로 일어났든 책임은 져야 하는 법이었으니.


이렇게 좆같은 상황을 피하고 싶었다면 미리 예방을 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못했죠? 그럼 맞아야죠?’


방금까지 사람 좋아 보이던 표정의 집사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더 이상 아이를 대하는 태도도, 스타 배우를 대하는 태도도 취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선 모양.


어쩌면 저것이 샘숭 일가를 뒷받침하는 집사의 본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는 위압이 서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제이 사장님은 왜 만나자고 하시는 거죠?”

“주식 때문이죠. 거의 2만 주 가까이 들어가 있는 걸요.”


정확히는 만 삼천 주 정도였지만 조금 올려치기 했다. 자신감이 필요한 시점이었으니까.


그러나 2만 주로는 설득력이 떨어지기라도 하는 걸까? 집사의 표정은 아직 의심을 담고 있었다.


“혹시 다른 의도는 없으십니까?”

“...네?”

“그런 것 치고는 상황이 공교로워서 말입니다. 하필 주주총회에, 하필 영향력이 큰 인물이, 하필이면 사장님의 행방을 묻다니. 거기에...”


집사는 나를 위 아래로 훑었다. 입 밖으로 뱉기엔 무례한 말을 속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


뭐, 고작 9살 꼬맹이가 주도했다고 보기에는 너무 복잡한 일이라는 그런 말이겠지.


그럼 당연히 경쟁 기업 쪽의 사주를 의심하고 있는 것일 테고.


거참. 의심도 많은 양반이다. 심심할 때마다 인터넷으로 음모론 같은 거 찾아서 보는 거 아닌가 몰라.


9살 꼬마가 능력이 뛰어나서 사건의 맥락을 딱딱 짚을 수도 있지.


그래도, 덕분에 알아낸 건 있다.


“이제이 사장님이 단순히 일 문제 때문에 모습을 숨기고 있는 건 아닌가 봐요?”

“그게 무슨...?”

“그렇잖아요. 정보의 출처를 의심한다는 것부터가, 약점임을 드러내는 거 아니겠어요?”


집사의 표정에 미세하게 균열이 일어났다. 바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긴 했지만 그 나이 먹고 꼬마에게 한 방 먹은 게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그러시겠죠.”


이번에는 집사의 관자놀이에 혈관이 꿈틀했다. 왜, 이번에는 맞장구를 쳐줬는데 화가 난 걸까?


9살 상대로 너무 열을 올리는 것도 멋없는 행동인데.


집사는 자신의 실언을 만회하기 위해 다른 이유를 꺼내 들었다.


“상혁 군은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뉴스에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일을 안 하는 게 아니랍니다.”

“저도 TV에 안비치고 일을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죠.”


평범한 사람은 그럴 수 있어도 한 기업의 사장은 어쩔 수 없이 노출 될 수밖에 없다.


저 영감, 내가 평범한 꼬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일부러 아이를 대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나는 그 점을 꼬집었다.


그런 식으로 상대의 기를 죽이려 하나 본데, 응애 나 박상혁은 39살이어서 말이지.


“그럼 하나 물어 보겠습니다. 만약 이제이 사장님과 만난다면 뭘 하려는 겁니까?”


상대가 질린다는 듯이 말을 내뱉었다. 어차피 만나봤자 달라질 것도 없는데, 귀한 시간을 뺏고 싶냐는 질책이다.


그렇게 궁금하다면 대답해주는 것이 인지상정.


“제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도와...? 푸핫. 큭. 아 죄송합니다. 실례했어요.”


미안하다면서도 집사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비웃으려는 속셈은 아닌 거 같고 정말 웃긴 모양.


간만에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눈물을 닦은 집사는 웃음기를 거두고 말했다.


“도움을 받을 일은 없습니다. 그리고 없을 겁니다. 저희 샘숭에서 해결하지 못한 일을 상혁 군에게 도움을 받을 리가 없으니까요.”


집사는 단언하고, 못을 박았다. 그리고 더 들을 것도 없다는 것처럼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이번 문제는 원만하게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광고나 협찬으로요. 멀지 않은 시일 내에 소속사 측으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지 멋대로 웃으며 결론을 내리고 있다. 건방진 할배 같으니.


태어나서 처음 만난 대기업의 높은 양반인데, 상류층 사람들은 다 저렇게 인성이 더러울까 의문이 든다.


이제이 사장 만나게 해준다고 그럴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는 입을 싹 닦고 모른 척 하다니.


자기들이 갑이니 그래도 된다는 오만함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다 큰 코 다치지.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괜한 걸음을 했네요.”


나는 링거를 거칠게 뽑아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아는 언론 쪽에 연락을 돌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집사는 그 생각을 읽고 있다는 것처럼 첨언했다.


“안 그러시는 게 좋을 겁니다.”

“왜요?”

“저희가 힘이 없어서 권유를 하고 있는 게 아니니까요. 그깟 기자랑 언론? 샘숭의 힘이라면 모두 수습할 수 있습니다. 다만 좋게, 좋게 가고 싶을 뿐이지요.”


원래 아쉬운 사람은 혀가 긴 법이라고 그랬다.


지금 내가 돕지 않는다면 정말 골로 갈지도 모르는 회사의 집사 주제에 쓸 데 없이 자존심이 강하다.


진짜 내가 만 삼천 주만 아니었어도 샘숭이 망하든 말든 내버려 뒀을 텐데.


나를 믿고 샘숭에 전 재산을 투자한 예언교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들이야 내 사비를 털어 보상을 해주면 되는 문제였으니까.


하여간, 운이 좋은 줄 알라며 병원에서 나가려는데 집사가 기어코 선을 넘고 말았다.


“대한제일 빵집 2호점. 삼길 초등학교.”

“... 뭐라고?”

“좋은 곳들이라고요. 샘숭이 주시할 정도로.”


큰 소리는 떵떵 쳤지만, 끝내는 쫄렸던 것이겠지. 방송국 차원에서 나서기라도 한다면 구설수에 오르는 건 확정된 일이었으니까.


그러니 아이와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그럴듯한 말을 지껄이며, 위협을 가하고 있는 것 같다.


저게 대기업의 문제 해결 매뉴얼이라는 걸까?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되었다. 감히, 별 것도 아닌 기업의 집사 따위가 내 가족을 건드리다니.


그 오만함 때문에 머지않아 벌을 치루게 될 것이다.


나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개인 병실을 나섰다.


마음 같아서는 백발을 모두 불태운 뒤, 멱살을 잡아 흔들고 싶었지만 이곳은 샘숭의 안방이다.


주먹 한 방 정도라면 모를까, 마음 가는 대로 분을 풀면 흔적이 남고 만다. 나는 굳이 위험을 자처하는 멍청이가 아니었고.


“끝났어?”

“일단은요. 나가죠.”


밖에서 대기하던 유리 누나가 나를 맞아주었다. 내 표정을 본 그녀의 표정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끝난 게 아닌 거 같은데?”


역시. 유리 누나와는 교류가 오래 되어서 그런지 내 마음을 잘 알아준다니까.


그래. 병원을 나갈 예정이지만, 이대로 끝내겠다고 한 적은 없다.


나는 병원에서 정확히 10걸음을 걸은 뒤,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핸드폰을 꺼냈다.


* * *


삼성가의 집사 김윤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할 일은 많은데, 일을 한다고 해서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가장 골치 아픈 일을 처리했으니 망정이지.


“훗.”


방금의 일을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왔다.


주주총회가 난장판이 되었으며, 그 중심에는 아역 배우 박상혁이 있다는 소리에 얼마나 놀랐던지.


꽤나 앙큼한 꼬맹이었다. 나름대로 날카로운 추론을 선보이긴 했으나 그래봤자 9살 꼬맹이.


샘숭은 그런 날고 긴다는 놈들 무더기 중에서 옥석을 가려서 직원을 뽑는 기업이었다.


저런 꼬맹이 따위가 함부로 이빨을 드러낼만한 곳이 아니다.


마지막 경고는 개인적인 감정이 조금 섞이긴 했다만, 집사도 사람 아니겠나.


이 정도 스트레스 해소는 평소 고생한 것의 보상이라고 생각해도 좋으리라.


만에 하나 상혁이 언론에 제보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에 대한 대비는 끝내 놓았다.


사설 경호팀 중에서도 실력이 뛰어나다는 3명에게 감시를 맡겼으니까.


보고가 들어오는 대로 그에 알맞은 대응을 하면 그만이다.


고작 9살 꼬맹이가 이에 대응할 수단을 갖추고 있지는 않을 테니, 이번 사건은 이걸로 끝이라 봐도 좋다.


“그럼 다시 이동해볼까.”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이제이한테 갈 생각이다. 이번 주주총회에 대하여 보고를 드려야 했으니까.


“그렇게 영특하셨던 분이 어쩌다 이렇게 되셨는지.”


이럴 때일수록 자신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채찍질을 가하려던 찰나, 부하 직원의 다급한 보고가 들어왔다.


“김 집사님! 큰일입니다!”

“하아. 뭔가요 또.”

“방금까지 대화를 나누셨던 꼬마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떠난지 1분이 안 되어 로비 쪽으로 전화가 왔다고 한다.


다짜고짜 전화를 걸어 자신에게 말을 전해달라고 그랬다고.


기껏해야 돈을 더 받아내려는 협상 정도 밖에 없을 텐데 뭐가 큰일이라는 걸까?


라고 생각하던 김윤호는 그 내용을 듣고 당황을 금치 못했다.


‘병원 앞 쉼터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 흰 셔츠의 젊은 남자, 맞은 편 벤치에서 멍을 때리고 있는 노인, 근처를 배회하며 유산균 음료를 파는 중년의 여성. 그리고 정중지와(井中之蛙)라고 전해주세요.’


상혁이 말한 사람들은 모두 윤호가 보낸 감시자들이었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고작 9살 꼬마가 1분도 안 되는 시간 안에 훈련을 받은 경호원들을 모두 파악해 낸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러나 착각이나 오해일 리는 없다.


인상착의나 위장 행동까지 정확하게 맞췄는데 부정할 도리가 있나.


거기에 윤호 말고는 아는 사람도 없으니, 어디선가 정보가 새어나갔다고 의심을 할 수도 없고.


믿기도 힘들고, 어떤 방법을 썼는지도 모르겠지만 상혁이 자신이 보낸 경호원을 모두 집어냈음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정중지와. 우물 안 개구리라는 뜻.


샘숭의 권위를 내세우며 상대를 무시했던 윤호에게 상혁이 경고한 것이다.


당신의 알량한 상식으로 판단하지 말라고. 자신의 역량은 샘숭 따위로 측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그 냉랭한 도발이 귓가에 울리는 것 같아 소름이 돋았다.


“이 꼬맹이 새끼가...”


이래서는 이제이에게 올릴 보고를 대폭 수정해야만 했다.


‘주주총회 이상 무’에서 ‘비상 상황 발생’으로. 일이 꼬여서 쉽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고.


윤호가 꿈꾸는 샘숭의 재도약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순간이었다.


“가만 안 둬. 본때를 보여주... 으악!”


저주의 말을 내뱉고 있는데 갑자기 뒤통수에 커다란 충격이 발생했다.


누군가 손바닥으로 있는 힘껏 내려친 것 같은 느낌이다.


“어떤 자식이 감히.”


그런데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통증은 있는데 사람이 없다니.


그럼 귀신이 때린 것일까?


그게 아니면 유난히 행운이 좋은 꼬맹이 하나가 복수를 실행하고도 운이 좋아서 들키지 않는 걸지도 모르고.


전자든 후자든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내용임은 틀림이 없지만 말이다.


한참을 주위를 살피던 김윤호는 스트레스로 인한 통증이라고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그게 가장 합리적인 추론이었기에.


거기에 답이 안 나오는 일을 가지고 매달릴 만큼 윤호는 한가하지 않았다.


빠르게 이제이한테 보고를 마치고 샘숭을 위해 일을 해야만 했다.


윤호는 아직도 얼얼한 뒤통수를 문지르다가 병원 개인실을 나섰다.


자신의 뒤에 누군가 떡하니 따라 오고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한 채로.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날이 선선해지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네요! 독자님들께도 설레고 행복한 날이 되시길 바랍니다.


추천, 댓글, 선호작은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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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가족들이 호강하다 +1 22.09.07 627 11 24쪽
113 가족끼리 왜 이래 +1 22.09.06 596 10 18쪽
112 러시안 룰렛 22.09.03 585 10 20쪽
111 혀어어업상 22.09.02 588 9 18쪽
110 오스틴의 연구실 22.09.01 596 8 17쪽
109 공항에서의 기싸움 22.08.31 606 8 17쪽
108 숨바꼭질 22.08.30 615 9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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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유성아의 연구실 22.08.24 683 11 21쪽
103 가만히 있어도 22.08.23 711 13 19쪽
102 운이 좋은 날 22.08.20 745 13 19쪽
101 외양간을 고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1 22.08.19 745 11 17쪽
100 돈이 삭제가 된다니 +4 22.08.18 745 9 18쪽
99 투자는 계획적으로 22.08.17 772 10 28쪽
98 돈이 복사가 된다 +1 22.08.16 755 11 18쪽
97 대역전극 +1 22.08.13 723 11 11쪽
96 역전의 서막 +1 22.08.13 714 10 12쪽
95 구설수 22.08.12 731 12 18쪽
94 박상혁 쟁탈전 +1 22.08.11 764 10 20쪽
93 위대한 령도자 박상혁 동지를 맞이하라! 22.08.10 790 13 22쪽
92 지금까지 이런 판매는 없었다. 이것은 팬미팅인가 판매인가. 22.08.09 764 12 20쪽
91 광고를 했다. 효과는 대단했다. +2 22.08.07 799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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