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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610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08.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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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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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18쪽

구설수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95화



“자 도착했다. 너의 실력을 아낌없이 뽐내고 오거라!”


교류회 회장은 도착하자마자 나를 시험이 열리는 장소로 들이밀었다.


어째 말하는 것부터 행동하는 것까지 투기장에 노예를 집어넣는 노예상 같은데... 생각해보면 딱히 틀린 것도 아니다.


한국에서 수학 좀 한다는 꼬맹이들은 다 여기 모였을 것이며, 그들은 한 줌의 자리를 두고 다툴 테니. 투기장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실제로 아이들은 주변을 경계하며 날을 세우고 있었다.


내가 시험장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견제가 내 쪽으로 쏠렸음은 물론이다.


“어? 쟤 나비효과 민수 아냐? 쟤가 왜 여기 있지?”

“하... 공부 잘하는 이미지 만들려고 그러는 거 아냐?”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아역 배우가 뜬금없이 수학경시대회에 등장했다. 1등을 하기 위해 왔다고는 예상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내 주 종목은 원래 연기가 아니라 공부다.


지금까지 들어올린 상패가 몇 개인데. 그나마 몇 애들은 나를 알아보는 모습을 보였다.


“방심하면 안 돼. 서울 영재 대회에서 우승한 녀석이잖아.”

“그래도 그동안 드라마 찍는다고 공부도 안 했을 거 아냐. 저런 녀석에게는 질 수 없어!”


알아본다고 해서 응원이 섞인 말을 건네는 사람은 없었지만 말이다.


잘난 녀석에게 경쟁심을 불태우는 건 어쩔 수 없는 순리였기 때문에 질투어린 시선을 담담하게 받아 넘겼다.


잘생겼으면 운동이라도 못해야 한다. 돈이라도 없어야 하고. 공부는 반드시 못해야 한다.


그럼에도 모든 걸 다 갖추고 있다면 하다못해 꽈추라도 3cm여야 한다.


그 심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나 역시 정점의 DNA를 얻기 전엔 그런 마음을 품고 다녔기 때문에.


그래도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다. 똑같이 경쟁심을 불태우는 지훈이는 귀엽기라도 하지.


지훈이와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녀석은 3학년 때부터 나갈 생각이라고 하니 어쩔 수 없다.


그냥 빨리 썰어버리고 이곳을 벗어나는 수밖에.


습관적으로 다리를 꼬고 앉아 볼펜을 돌리려다가 느껴지는 시선에 몸가짐을 바로했다.


인기는 돈이 되지만 동시에 제약이기도 하다. 잘못된 행동 한 번으로 가치가 떨어지고 만다.


나는 그냥 엎드려 시험이 시작할 때까지 멍을 때리기로 했다.


“야! 쟤 잔다! 봐봐 여기 놀러 온 거라니까.”

“여유를 부리는 것도 지금 뿐이야. 이번엔 전남의 호랑이가 출전했으니까!”


허허. 서 있어도 지랄, 누워 있어도 지랄이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건지. 누군가 내게 복면을 건네준다면 당장이라도 칼춤을 출 자신이 있다.


그리고 호랑이. 저번부터 왜 자꾸 공부랑 관련된 대회에서 호랑이라는 별명을 쓰는 건지.


다행히도 시험이 시작할 기미가 보였다.


총 시험 시간은 3시간에, 4점짜리 문제가 25문항인 시험이다.


역대까지 90점을 넘는 어린이가 한 명도 없다고 하니, 그 난이도를 짐작할 수 있으리라.


펜을 잡는 건 오랜만이지만 떨리지는 않았다.


설사 기억이 휘발되었다고 하더라도, DNA에 박힌 실력은 사라지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럼. 시험 시작하겠습니다!”


학생들은 시험지를 받아들고 문제지를 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탄식이 새어 나왔고, 쉽사리 연필이 서걱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윽고 1시간이 흘렀을 때, 서서히 문제풀이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보통 오기로라도 문제를 풀려고 할 텐데 그냥 일어나는 것만 봐도 시험의 수준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나 역시 그 즈음 일어났다. 확실히 전국대회 문제 쯤 되니까 어렵긴 하더라.


그래도 그 뿐이었다. 조금 버벅거릴 수는 있어도 아예 모르는 문제는 단 하나도 없었다. 오랜만에 두뇌 운동을 제대로 했다.


오늘. 주니어 올림피아드의 역사가 바뀔 것이다.


그런데 내가 일어나니까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일어났다.


“역시. 포기하는 건가.”

“내 저럴 줄 알았다.”


음. 단체로 착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 일어났다고 해서 반드시 중도탈락은 아닌데 말이다.


어지간해서는 나도 치열하게 싸운 척 연기를 해주고 싶었다.


첫째. 쓸 데 없이 너무 눈이 띄기 때문이며.


둘째. 그래도 재능 있다는 애들인데 너무나도 큰 재능의 벽과 마주하면 어떻게 되겠나. 분명 내상을 입고 말리라. 어쩌면 공부를 접을지도 모르고.


때문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자제할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기로 했다. 승윤과 한별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어차피 이미 유명스타 반열에 올랐다. 여기서 더 유명해진다고 해서 그렇게 티가 나지는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 유망주들? 알아서 하라지. 사실 내 알 바는 아니다.


그렇게 시험지를 내고 유유히 나가려는데 때마침 좋은 생각이 떠올라 감독관에게 향했다.


“감독관님!”

“네? 아니 응. 그래 무슨 일이니?”

“아까 저 나가는데 저 애들이 떠들었어요. 부정행위 아닐까요?”


생각지도 못한 말에 감독관이 당황하며 대답했다.


“그... 렇지. 시험 시간에는 조용해야 하는 법이니까. 떠든 애가 누구라고?”

“쟤랑. 쟤. 그리고 쟤랑 그 옆에 있는 애. 마지막으로 저 멀리 앉은 친구요.”


언질을 얻자마자 곧바로 떠든 애들을 일러 바쳤다.


짜식들. 시험을 치러 왔으면 시험이나 열심히 볼 것이지. 쓸 데 없게 옆에서 궁시렁 거렸다가 대가를 치르게 생겼다.


이제 개운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기분 좋게 나가려던 중, 감독관이 나를 붙잡았다.


“저...”

“네? 무슨 일이세요?”

“싸인 좀 받을 수 있을까?”

“아~ 저희 드라마 팬이셨구나. 당연히 해드려야죠.”


나는 기꺼이 응할 뿐 아니라 가족 분들의 싸인까지 챙겨주었다.


어쩐지 이렇게 투자를 해주면 리턴 값도 클 것 같아서.


아니나 다를까 아저씨는 뛸 듯 기뻐했고, 내가 언급한 아이들의 귀를 잡고 끌고 나가기 시작했다.


“갑자기 왜 이러시는데요!”

“시험 시간에 입을 열면 안 되는 거란다.”

“안 그럴 게요! 한 번만 봐 주세요!”

“안 돼. 돌아가.”


결국 남을 시기질투 하던 녀석들은 울면서 시험장 밖으로 끌려가고 말았다.


“시원~하다!”


시험장을 나와 교류회 회장을 찾았는데 차가 보이지가 않았다.


“이 양반은 어디 간 거야.”


아무리 공부에 뼈가 굵은 교류회 회장이라고 하더라도 올림피아드를 1시간 컷 내는 꼬맹이가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다.


“아 씨 바쁜데.”


과연 걷기의 DNA를 활성화하고 달리는 게 더 빠를지, 기다리는 게 더 빠를지 고민하며 머리를 벅벅 긁고 있는데 어디선가 셔터음이 들렸다.


찰칵. 찰칵 찰칵.


착각이 아니다. 분명한 카메라 셔터음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웬 남자가 카메라를 내 쪽으로 돌리고 있었다.


차림새를 보니 기자인 것 같다. 주니어 올림피아드가 작은 대회는 아니니 기자 한 둘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취재를 위해 기다리던 중 돈이 될 만한 기삿거리를 발견해 사진을 찍은 것일 테고.


“거 참...”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러나 기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에게 다가와 마이크를 내밀었다.


“나비효과의 주연 배우가 이곳엔 어쩐 일이신가요?”

“소속사를 통해 이야기 해 주세요.”

“아이. 그러지 말고 짧게라도 대답 좀 해 주세요.”


좋게 말하면 행동이 과감하고, 나쁘게 말하면 뻔뻔하다.


내가 공인이니만큼 함부로 나올 수 없다는 걸 알고 저렇게 들이미는 것이다.


인터뷰를 거절하기 위해서는 끝까지 웃으며 대화를 피해야 했다.


내가 정말 착한 사람이라면 그렇게 했겠지. 그 때 내 안의 반동기질이 꿈틀거렸다.


인터뷰? 어차피 할 것도 없는데 까짓 거 해 주기로 했다.


나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자세를 바로했다.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던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왔습니다.”

“아~ 그러시구나. 혹시 목표 등수는 있을까요?”


기자는 반색하며 질문을 투척했다.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구린 냄새가 났다.


저 질문이 결코 좋은 의도는 아니리라.


함정을 파 놓았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나는 거리낌 없이 그 함정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1등입니다.”

“아하! 그러시구나. 그런데 문제가 조금 어려웠던 모양이죠? 3시간짜리 시험을 1시간 만에 나오신 걸 보면 말이죠.”


그래. 그럴 줄 알았다. 뭐가 없을 리가 없지.


기자는 이곳에 취재를 올 만큼, 올림피아드에 대해 기초 지식을 가지고 있는 상태다.


그러니 내가 조금 이르게 나왔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 역시도 내가 시험 문제를 풀지 못하고 도망쳐 나왔다고 생각하는 게 틀림없다.


“충분히 풀 만 했고, 성실히 다 풀었습니다.”

“아. 괜찮아요 괜찮아. 관심이 있다고 해서 다 잘할 수는 없는 거죠. 이해합니다.”


이해하긴 개뿔. 사람이 말을 하면 들었으면 좋겠다.


언제부터 취재가 지 듣고 싶은 말만 듣는 게 되었을까?


나는 마지막 도의로써 다시 한 번 오해를 짚어주었다.


“지금 인터뷰하신 대로 기사를 쓰시면 잘못된 정보를 적는 게 될 것 같아요. 사실과 다른 걸요?”

“그래서. 저보고 기사를 적지 말라는 겁니까? 기자를 상대로 경고하시 거에요?”


기자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말꼬리를 잡았다고 생각한 것이 틀림없다.


사실 관계야 어떻든 내 발언에 msg를 투하하면 구도를 재밌게 짤 수 있을 테니.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꼬마 배우. 분을 못 이겨 기자를 겁박하다. 역시 아직 꼬맹이.


뭐 이런 제목으로 기사를 뽑는다던가.


지금쯤 끝내주는 기사를 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입가에 침이 흥건할 것이다.


물론 상상으로 끝나겠지만.


시험 결과가 나오면 곧바로 정정될 사실이다. 그 때 저 기자는 큰 곤란에 빠질 것이고.


아마 연말 보너스가 아니라 사직서를 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떳떳하다. 경고를 했으니까.


딱 봐도 먹음직스럽게, 물어뜯기 좋게 포장을 했지만 경고는 경고다. 먹은 사람이 등신이지.


만족스러운 기사를 뜯은 기자는 더 이상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한시라도 빨리 기사를 내고 싶은 모양이다.


가벼운 생각으로 온 올림피아드에서 생각보다 재미있는 일이 많이 벌어졌다.


“이 양반은 언제 오는 거야. 아! 저기 있다. 아 회장님! 뭐하다 이제 와요!”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교류회 회장에게 향했다.


“응? 상혁아 벌써 나왔니?”

“네. 풀만 하더라고요. 어디 갔다 오셨어요?”

“아아. 내가 올림피아드만 오면 하는 행사가 있어서. 그거 하고 왔다.”


옛날에 회장 양반이 데리고 간 아이가 올림피아드에서 입상을 했을 때, 근처 가게에서 닭백숙을 사먹었다고 한다.


그 뒤로는 올림피아드에 올 때마다 이번에도 잘 되길 기원하며 그 가게를 찾는다고. 일종의 미신이다.


“그래서 시험은 잘 봤고?”

“아마 회장님이 상상하는 것보다 더 잘 봤을 거에요.”

“못해도 입상은 하겠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그러니까... 2등?”


에헤이. 평소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어디 갔을까.


당신이 추구하는 영재 교육의 정점이 이곳에 있다.


DNA를 원하는 대로 다루게 된 이상 힘을 숨길 생각은 없었고, 이번에 내 실력을 아낌없이 뽐내었다.


그러니 조금 정도는 더 욕심을 내도 괜찮다.


내가 답을 재촉하며 빤히 쳐다보자 교류회 회장이 입술을 떨며 말을 내뱉었다.


“그럼... 1등?”

“역대 최고점. 앞으로도 깨지지 않을 점수의 1등이요.”

“흐어어!”


얼마나 황홀한 말인지. 교류회 회장이 잠시 의식을 잃었다.


그대로 쓰러지려는 그의 등에 손찌검을 남겼다.


“회장님! 저 바빠요!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구요!”

“어? 어어. 그래야지. 으흐흐. 그래. 1등님이 가자는데. 암 그렇고 말고.”


계속 실실 웃기에 사고나 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무사히 동네로 돌아올 수 있었다.


회장은 고생했다며 나를 격려한 뒤 1위를 한다면 뭐든지 소원 하나를 들어주겠노라 약조한 뒤 돌아갔다.


돈, 명예, 힘. 삼위일체를 갖춘 내가 뭐 더 필요한 게 있을까 싶지만 말이다.


이럴 때가 아니었다. 나는 바로 걷기의 DNA를 활성화하여 삼길초등학교로 향했다.


다행히 두 사람은 아직 학교에 있었다. 공부방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기에 바로 그쪽으로 향했다.


“오래 기다렸죠? 미안해요.”

“아니. 생각보다 빨리 와서 놀랐어. 시험은 잘 본 거야?”

“그럼요.”


두 사람은 싸운 기색은 없다. 친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것만 해도 충분한 성과였다.


나는 얌전히 있었던 승윤이의 공을 치하했다.


“승윤이도 조용히 있느라 고생했어.”

“으흠! 물론이야! 나는 상혁이의 친구인 걸?”


한별 누나는 잠시 내 얼굴을 유심히 살피더니 넌지시 물었다.


“뭐 좋은 일 있었어? 뭔가 개운한 표정인 것 같은데.”


역시 표정에 민감한 사람답게 내 미묘한 표정의 변화를 포착한 듯하다.


무례한 기자를 엿먹일 생각에 들뜬 게 티가 난 모양.


그 때 승윤이가 손가락을 칫칫 흔드며 끼어들었다.


“아니에요. 상혁이가 보통 저런 얼굴을 할 때는 누군가를 혼내줄 예정이라고요.”


이것도 정답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내 옆을 오래 지킨 만큼 나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둘 다 맞는 말을 했음에도 그걸로 만족하지 못하는 듯하다.


팔짱을 끼더니 서로 서로 나를 잘 안다며 자랑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의 상혁이는...”

“촬영장에서는 어땠는데!”


보아하니 내가 없는 동안 뭘 하고 있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저렇게 서로 아는 내용을 말하며 우위를 점하려고 아웅다웅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로썬 두 사람이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는데.


성별도 비슷하고 나이도 비슷하겠다.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여기선 어른인 내가 나서야 할 것 같다.


나는 손뼉을 쳐서 이목을 모았다.


“자! 우리 뭐라도 먹으러 가지 않을래요?”

“음. 허기가 지긴 하네.”

“웅. 배고프다.”


어린 애들은 맛있는 걸 같이 먹으며 친해지는 법이다. 두 사람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다.


때마침 두 사람이 좋아할만한 가게를 알고 있다.


“누나 떡볶이 먹어본 적 있어요?”

“... 그거 칼로리 대비 맛은 없는 음식이잖아.”


의외로 그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긴, 떡볶이가 칼로리가 높긴 하다.


양념과 떡의 칼로리 폭탄을 생각하면, 체중감량을 하는 사람에겐 독과 다름이 없으리라.


그러나 나는 아직 자신이 있었다. 그녀는 분명 내가 준비한 떡볶이를 좋아하리라.


“평범한 떡볶이가 아니에요.”

“... 그럼?”

“우리 할머니가 만든 가래떡으로 만든 떡볶이에요.”

“헉! 맙소사...”


한별 누나는 우리 할머니 떡을 사랑한다. 그녀는 침을 꿀꺽 삼켰다.


쫀득쫀득하고 맛이 깊은 가래떡이 얼큰한 양념과 어떤 조화를 이루어낼지 상상을 한 것 같다.


“응! 그 집 맛있어! 상혁이랑 가면 떡 말고 다른 것도 많이 주잖아!”


일전에 같이 간 적이 있던 승윤이는 손뼉을 치며 환영했다.


승윤이 말하는 그 가게는 우리 할머니 친구 분이 운영하시는 곳이다.


그래서 정숙떡집의 가래떡을 사용할 수 있는 거고.


덕분에 내가 방문만 하면 항상 먹고도 남을 정도의 양을 담아주시곤 한다.


아마 한별 누나와 내가 조용히 먹고 갈만한 개인 공간도 내어 주시리라.


합의를 마친 우리는 분식집에서 즐거운 식사 시간을 가졌다.


“이게... 떡볶이? 말도 안 돼.”


서민의 불량식품을 맛 본 유명 아역배우의 눈이 돌아갔음은 물론이다.


우리는 식사를 하며 차기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안목이 좋은 한별 누나의 어머니는 이번에도 기깔나는 작품들로만 리스트를 채워왔다.


“그런데 이걸 저한테 건네는 이유는 뭔데요?”

“엄마가 다음 작품도 같이 하자고 하시네. 큰 이슈가 되지 않겠냐면서.”


그럴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다. 역시 국민 배우답게 판을 짜는 실력이 보통이 아니셨다.


이미 나비효과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두 사람이다. 만약 다음 작품 역시 같이 나온다면 사람들의 관심을 크게 불러일으키리라.


그럼 차기작 역시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종의 치트키인 셈이다.


그래도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다.


사람들이 같은 조합을 지루해 할 수도 있다. 거기에 첫 째만 못한 두 번째 작품이 나오면 명성에도 흠이 가고.


일단은 생각을 조금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전하니 한별 누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엄마도 선택은 맡기라고 하셨어. 나는 그래도 같이 했으면 좋겠지만.”


나도 이왕이면 한별 누나랑 같이 하는 게 좋다. 여러모로 배울 게 많은 사람이니까.


기자가 미끼를 물었으니 어떻게 조금만 더 다듬으면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기도 한데...


“아 맞다. 누나 한 일주 정도 촬영장이 시끄러워 질 수도 있어요.”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는 가진 정보를 풀며 시간을 보냈고, 승윤이는 그동안 떡볶이를 욤뇸뇸 맛있게 먹었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휴가가 끝나고 말았다.


그렇게 맞이한 촬영날. 예상했던 대로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인기 아역 배우인 이 몸이 기자를 향한 막말로 인해 구설수에 오른 것이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도, 추천도, 선호작도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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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가족끼리 왜 이래 +1 22.09.06 596 10 18쪽
112 러시안 룰렛 22.09.03 586 10 20쪽
111 혀어어업상 22.09.02 588 9 18쪽
110 오스틴의 연구실 22.09.01 596 8 17쪽
109 공항에서의 기싸움 22.08.31 606 8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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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유성아의 연구실 22.08.24 683 11 21쪽
103 가만히 있어도 22.08.23 711 13 19쪽
102 운이 좋은 날 22.08.20 746 13 19쪽
101 외양간을 고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1 22.08.19 745 11 17쪽
100 돈이 삭제가 된다니 +4 22.08.18 745 9 18쪽
99 투자는 계획적으로 22.08.17 772 10 28쪽
98 돈이 복사가 된다 +1 22.08.16 755 11 18쪽
97 대역전극 +1 22.08.13 723 11 11쪽
96 역전의 서막 +1 22.08.13 714 10 12쪽
» 구설수 22.08.12 732 12 18쪽
94 박상혁 쟁탈전 +1 22.08.11 764 10 20쪽
93 위대한 령도자 박상혁 동지를 맞이하라! 22.08.10 790 13 22쪽
92 지금까지 이런 판매는 없었다. 이것은 팬미팅인가 판매인가. 22.08.09 764 12 20쪽
91 광고를 했다. 효과는 대단했다. +2 22.08.07 799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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