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308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05.11 21:36
조회
7,885
추천
98
글자
19쪽

세상이 날 억까해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1화



하류인생[下流人生].


내 삶을 한 단어로 정리하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말은 없을 것이다.


편부모 가정에서 태어나 부족한 삶을 살아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격차는 더욱 벌어졌고, 엿같게도 이를 뒤엎을만한 재능은 내게 없었다.


결국 고등학교 졸업 후 중소기업, 생산직을 전전하다 맞이한 서른 살.


남들은 가정을 꾸리며 본격적으로 인생의 2막을 연다는 나이지만 여전히 나는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게 더 많았다.


집도, 차도, 배우자도. 모두 막연하게 바라기만 할 뿐 손을 내밀 수 없었다.


이제는 먹을 것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유일한 위안이다만.


밥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 갈망이 있는 법이다.


“하~ X발. 나도 잘 살고 싶다.”


그렇다. 현재 나는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지만 아직도 저 높은 상류층의 삶을 꿈꾸고 있다.


혹여나 남들이 들을까 조심스럽고, 현실적으로 가망이 없는 바람이지만.


그래도 그런 바람 하나가 오늘도 나를 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곤 한다.


“그런데 갑자기 웬 회상?”


생각해보니 뜬금없긴 했다. 취업준비생이 자기소개서 쓰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불우했던 어린 시절은 왜 떠올린단 말인가?


이상했다.


“분명 아까까지 집 근처 케이크 가게에 있었던 것 같은데...”


오늘은 5월 13일.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의 생신이다.


어머니께서는 비싼 케이크는 싫다고 하실 게 뻔했기 때문에 롤 케이크를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맞다. 이상 현상.”


생각해보니 케이크를 구경하던 도중 무언가 이상한 일이 일어났던 것 같다.


희한하게도 갑자기 구경하던 케이크가 두 개로 분열된 것이다.


갑자기 초능력을 각성한 게 아니라면 피곤한 탓이리라 생각했던 나는 눈을 비비고 다시 케이크를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이번엔 케이크가 네 개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 때, 세상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눈앞이 깜깜해져서...


섬짓 소름이 돋았다. 불길한 기시감이 식은땀과 같이 등을 타고 흘렀다.


갑작스러운 혼절과 의도치 않은 과거 회상. 어디선가 들은 바가 있는 현상이다.


“이거 혹시... 주마등이냐?”


기분 탓인지 저 멀리서 당황하는 가게 종업원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손님! 손님! 정신 좀 차려 보세요! 손님! 119에 연락해야 하나?”


아무래도 주마등이 맞는 모양이다.


“흡! 흐압! 흐이익!”


다급하게 몸을 일으켜 보았으나 아무리 용을 써도 몸뚱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니, 뭐 했다고 갑자기 주마등이야? 이건 아니지! 이러면 안 되는 거지!”


평소에 지병이 있던 것도 아니다. 칼든 강도와 혈투를 벌이던 것도 아니다.


육군을 만기전역 했던 장정이 고작 케이크를 고르다가 죽는 게 말이 되나?


간절한 바람과는 다르게 정신은 점점 아득해져만 갔다.


이러다 정말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어 죽을힘을 다해 몸을 들어 올렸다.


“끄아아아악!”


그렇게 눈을 뜬 곳은. 빛만이 가득한 공간이었다.


그 곳엔 딱 봐도 신 같이 생긴 노인이 흰 날개를 달고 있는 소년을 동행한 채 하늘에 둥둥 떠 있었다.


나는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아주 잠시 눈을 꿈뻑거리고 있어야 했다.


“아! 케이크 가게가 그새 인테리어 공사를 했나보네. 하하. 역시 빨리빨리의 민족답다. 주인장도 그새 바뀌었어.”


정적이 흘렀다. 그렇게 믿고 넘어가고 싶었지만 그럴 순 없는 모양이다.


“영혼 박상혁. 지금부터 네 거취를 결정할 심판을 진행하지.”


날개 달린 소년이 한심한 눈으로 내려 보며 말했다.


영혼. soul. 죽은 사람의 넋. 내가 기어코 죽었다는 소리로 들린다.


“꿈? 천국 임시체험? 가사상태?”


그게 아니라면 현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러나 소년은 무정하게도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넌 확실하게 죽었다. 이제 심판을 받고 처우가 결정될...”

“지랄. 개소리도 작작해야지.”


하도 어이가 없었던 탓에 소년의 말을 끊어버렸다. 그의 표정이 구겨졌지만 이를 신경 쓸 겨를이 없다.


하다못해 트럭에 치인다면 모를까. 케이크를 구경하다가 죽을 일이 뭐가 있단 말인가?


“... 계속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나도 굳이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지.”


천사의 위협적인 말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이미 죽은 이상 더 뭐가 위험한 게 있을까 싶다만 본능이 사정없이 경종을 울렸다.


생각해보면 언제나 인생은 불합리하게 굴러갔다. 이번에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만에 하나라도 내가 정말 케이크에 코라도 박고 죽었다면? 심판을 받아야 한다면?


굳이 천사랑 척을 질 필요는 없었다.


나는 바로 OFF상태이던 사회인 모드를 ON으로 바꾸었다.


“존경하는 천사 선생님. 제가 놀라 실언을 한 것 같습니다.”

“음?”


직장생활만 16년이다. 상대를 띄워주는 법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자부한다.


특히 ‘능력’보다는 ‘관계’가 중요한 좆소기업에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그 증거로 언짢아 보이던 천사도 의외라는 표정을 짓고 있지 않은가. 조금 거만하긴 하다만 입가에 미약하게 피어난 미소는 숨길 수 없었다.


이제부터였다. 비위를 맞춰주었으니 얻어가는 것도 있어야 했다.


“그만큼 제 죽음이 정상적이지 않았음을 말하고 싶습니다. 천사님이시라면 공명정대하게 의혹을 풀어주실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나의 신들린 듯한 아부신공이 천사의 몸을 움직였다. 그는 거들먹거리며 들고 있는 장부를 뒤적였다.


“그 정도야... 음?”


소년의 움직임이 굳었다. 그리곤 조용히 있는 노인 쪽을 힐끔힐끔 쳐다본다.


역시 예상이 맞았다. 문제가 있는 게 틀림이 없다. 그것도 천사의 선에서는 해결하지 못할 커다란 문제가.


침묵이 길어지자 그동안 조용했던 노인, 신이 한숨을 쉬며 나섰다.


“너의 죽음은 내가 직접 처리했다. 아무런 문제도, 착오도 없으니 그렇게 알도록.”


반박을 불허하는 일방적인 통보에 어수선하던 상황이 정리되었다.


석연치 않은 점이 있더라도 문제될 건 없다. 왜냐, 신의 의지가 곧 법이요 세상의 의지였기 때문이다.


하여 천사도 그렇게 알고 머쓱하게 심판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화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누가 말꼬리를 잡고 늘어졌기 때문이다.


“왜요?”


왜요는 일본에서 만든 이불이라는 중학교 때 선생님의 말이 생각이 났다.


그 때 그 농담을 들은 학생들처럼 신의 미간에도 주름이 생겨났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신이 죽으라고 한다고 그냥 ‘예’하고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적어도 납득이 가게 설명이라도 해주던가.


그러나 그 대가는 참혹했다.


“그렇게 넘어가기엔 납득이...”

“건방진 놈!”


노인이 손짓하자 강력한 충격이 내 몸에 쇄도했다.


“크흑!”


숨이 멎을 뻔 했다. 무형의 압박감이 당장이라도 나를 터트릴 것처럼 짓눌렀다.


동시에 저항의 의지도 실시간으로 깎여나가고 있었다. 위압과 폭력 속에 감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신은 이를 확인하고 천사에게 손짓했다. 빨리 처리하라는 신호였다.


“크흠. 영혼 박상혁은 태어나 지금까지 남들을 위해 크게 공헌한 것이 없다. 그러니...”


천사가 읊는 판결문이 멍멍하니 잘 들리지 않았다. 나는 바닥에 엎드려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 저 이야기가 끝나기를 기다려야만 했다.


‘그래. 언제나 이런 식인 거지.’


부당함을 지적하지 못하고, 억울함에 익숙해지고. 약자의 흔한 일상이다.


그러면서도 상류사회를 포기하지 못해 이만 갈면서 도망쳤다.


그러나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었다. 여기서 목소리를 높이지 못한다면 나는 평생을 버러지로 살다가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고개를 들었다. 몸은 땅바닥에 처박혀 있더라도 시선만은 높은 곳을 향하리라.


그러나 그 단순한 행위조차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를 악물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온 나날 중 가장 크게 힘을 터트렸다. 이윽고 고개를 쳐들고 소리쳤다.


“적어도! 제 사인(死人)은 알고 싶습니다!”


천사는 당황하며 내 고개를 땅에 처박으려 노력했다.


“미친놈아! 그냥 가만히 있어! 정말 소멸이라도 되고 싶은 거야?”


그러나 내 시선은 고작 천사에 머무르지 않았다. 보다 위, 이곳의 최고 책임자이자 전 세계의 절대자. 신. 그를 보며 울분을 터트렸다.


“또한! 제가 죽은 이유가 타당하지 않다면! 살고 싶습니다! 죽고 싶지 않습니... 크헉!”


신의 기세가 가일층 강해졌다. 이제는 살기가 모든 세포를 쪼개는 것만 같다.


“내가 생명을 내렸으니 내가 거두어 가는 것이 당연하거늘! 주어진 것에 감사할 줄은 모르고!”


응당 맞는 말이다. 쳐맞는 말.


“X발! 좀 넉넉히 줘야 감사하지!”


내가 얼마나 없이 자랐는데 쥐꼬리만큼 줘 놓고 생색이다.


오히려 챙겨주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하지는 못할망정.


“크허어억!”


기세는 좋았지만 대치는 얼마가지 못했다.


애초에 신과 인간의 갈등이다. 잠시나마 제 의견을 냈던 것도 기적에 가깝다.


“영혼의 소각을 진행하겠다.”


신이 손을 내밀자 몸이 지 멋대로 뒤틀리기 시작했다. 누군가 몸을 붙잡고 강제로 찢어발기는 것만 같다.


영혼이 두 조각, 아니 네 조각으로 분해되는 끔찍한 느낌이다. 그런데 이 엿같은 느낌, 처음이 아니다.


“케이크 가게의 이상 현상.”


어쩌면 이 모든 것이 계획된 일일지도 모른다.


내가 아무리 얌전하게 있었어도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결국 나를 소멸시켰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누가 들으면 미쳤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현재 나는 신에 의해 계획적으로, 존재를 말살당하고 있었다.


삶의 끝에서 떠오른 것은 돈도, 못 다 먹은 음식도, 하드디스크 속 자료도 아닌 어머니였다.


“엄...마...”


날 홀로 키운다고 못 입고, 못 먹으며 고생하신 울 엄마. 못난 아들이라도 항상 기를 세워주시던 따뜻한 엄마. 본인 생일날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실 불쌍한 우리 엄마...


보란 듯이 성공해서, 꼭 효도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죽고... 싶지 않...아.”


그곳은 하늘 위 세계. 작은 중얼거림 따위는 어디에도 전해지지 않을 것이다.


“살고 싶...크윽.”


설사 들린다 해도 마찬가지. 누가 감히 신을 대적하려 하겠는가. 헛된 발버둥이다.


“도... 와줘.”


그러나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생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 순간 하늘이 갈라지며 검은 색의 무리가 쏟아졌다.


“거짓된 평화를 조성하는 악한 신이다! 죽여라!”


그들은 허공에 다양한 병장기를 소환하며 신에게 덤벼들었다.


허약한 노인네가 능히 감당하지 못할 기세였으나, 그는 금세 몸집을 키우며 반격에 나섰다.


“건방진 쓰레기 녀석들. 오히려 잘 되었다! 다 죽여주마!!!”


쿠과과광


마치 천지가 개벽하는 것만 같은 울림이다.


“후우. 후욱.”


그 진동 속, 몸의 떨림이 잦아드는 것을 느끼며 몸을 일으켰다.


신의 주의가 분산되었고, 그 덕에 죽음을 회피할 수 있었다.


아직도 두렵고, 눈의 초점도 맞지 않았지만 이러고 있을 여유는 없다.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았다.


겨우 찾아온 기회다.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어떻게 해야 목숨을 연명할 수 있는가. 필사적으로 방법을 강구했다.


단순히 생각하면 검은 무리에게 몸을 의탁하는 것이 제일이리라.


하지만 정보가 너무 적었다. 타이밍 좋게 등장했다고 해서 저들이 내 편이라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혹시나 뒤늦게 각성한 초능력인가 싶어 저들을 조종하기 위해 애써보았지만 택도 없었다.


확신이 없는 이상 접근하는 것은 자살 행위다. 괜히 끼어들었다가 걸리적거린다고 반 토막 날지도 모른다.


갑작스런 죽음과 신의 심판, 검은 무리의 난입까지.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다. 그런데 정작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때문에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일을 벌렸으면 설명이라도 해줘야 할 것 아냐 개X끼들아...”


단념하고 출구를 찾던 중, 검은 인영 하나가 무리에서 빠져나와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발견했다.


‘망했다’


설마 욕한 게 들린 건가? 만약 들리지 않았다하더라도 어그로를 끈 것 자체가 낭패였다. 해명을 위해 빠르게 손을 내저었다.


“아뇨! 무슨 일인지 설명해주실 필요 없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저 노인네 지인도 아니니까 저 같은 건 신경 끄시고 볼 일 보시는 게...”


이 모든 말을 1.5초 만에 빠르게 마쳤으나 상대는 들을 기색이 없어 보였다.


“염병.”


너덜너덜해진 몸을 이끌고 도망쳐보았으나 1리도 가지 못해 붙잡혔다. 탈인간적인 속도다.


“살려..”


줘!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괴한은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들이 등장했던 때와 같이 차원이 찢어져 나갔고, 그는 거리낌 없이 그 어둠 너머로 발을 들이 밀었다.


그것도 나를 붙잡은 채로.


그곳은 우주와 같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 빛의 알갱이들이 무리지어 박혀 있다.


또또또 미지의 공간이다. 혹시나 숨이 안 쉬어진다거나 펑 터지는 게 아닌가 싶어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Mr. 검정의 어깨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을 뿐이다.


나는 어디로 가는가, 어떻게 사용될 것인가. 왜 끌고 가는가.


그는 설명할 기색이 없이 그저 달리고 있다. 온전히 나아가는 데만 집중하는 중이다.


그래. 얘도 무슨 계획이 있겠지. 그러나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저기 선생님...?”


상대의 직업을 자세히 모르는 경우 선생님, 사장님 등으로 부르는 게 좋다.


좋은 첫인상을 가지고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우리의 검정 선생님께서는 묵묵부답이다.


“아차.”


실수다. 모든 사람이 한국어를 알 수는 없는 법이다.


초월자나 절대자들이 모두 한국인일 수는 없지 않겠는가. 저 사람이 외국인, 외계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Hello? anybody there?”


그나마 만국 공용어인 영어를 사용해 보았으나 이번에도 대답은 없었다.


“X발 한국에 왔으면 한국말이나 쓸 것이지 무례한 외계인들...”


작게 투덜거리자 검정 선생님이 고개를 살짝 돌아보았다.


“불렀으면 용건을 말해라.”

“헉.”


유창한 본토 한국어였다. 설마 이어지는 말을 기다리고 있던 건가?


상황이 좋지 못했다. 타개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아~ 한국 분이셨구나. 저도 한국 사람인데. 대단한 우연이네요? 역시 한국 사람이 키도 크고, 위엄도 있고. 거 뭐냐 손에서 불도 뿜고 차원도 찢고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자연스럽게 화제를 전환하며 상대를 추켜세웠지만 반응은 쌀쌀했다.


“안타깝게도 시간이 많지 않군. 용건은?”


그래. 대화가 통하는 게 어딘가? 나는 현재 상황에 대해 질문을 무더기로 토해냈다.


검정 선생은 달리는 와중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고, 할 말을 정리하듯 잠시 중얼거리더니 이내 대답을 시작했다.


“신은 너를 죽이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현재 이를 피해 도망가고 있지. 목적지는 네가 있던 우주. 그곳에 너를 데려다 주마.”


심장이 두근거렸다. 혹시 모를 가능성에 가슴 속 흥분이 차올랐다.


“그럼 저는 살 수 있는 겁니까?”

“그래. 그럴 것이다.”

“크아악!!!”


기뻐도 비명을 지르는 법이다. 검정은 시끄럽다는 듯 고개를 저었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살 수 있다. 그거 하나만으로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것만 같았다. 서둘러 검정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드렸다.


“감사합니다. 누구신지는 모르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대체 어떻게 갚아야 할지.”


그러나 검정 선생은 별 반응이 없었다. 아니, 떠름해 하는 것처럼 보였다.


“고마워할 필요 없다. 네가 신에게 노려진 것은 순전히 내 탓이니.”


... 뭐라고?


검둥이는 폭탄 발언을 이어갔다.


“박상혁.”

“네?”

“나도 박상혁이다. 즉 나는 다른 세계에서 온 너라는 뜻이다.”


최근에 본 영화 ‘거미인간3’이 생각났다.


멀티버스. 다중우주에서 온 나라는 뜻이다. 영혼 생활 초창기부터 지랄도 가지가지였다.


“그게 무슨...”

“어차피 이야기 해봤자 이해하지 못할 거다. 그래도 듣고 싶다면야.”


다른 세계의 박상혁은 우주 속을 달리며 자신의 인생담을 풀었다.


최악의 환경에서 태어나 개처럼 구르다 추잡하게 죽은 그는 자신의 힘들었던 삶이 모두 신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세계의 다양성을 통해 균형을 유지한다나 뭐라나.


쉽게 이야기 하면 어떤 세상에는 부자인 박상혁도 어떤 세상에서는 거지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 모든 것이 신에 의해 결정이 된다. 저 검정 박상혁은 그 중 최악에 해당했고.


그래서 그는 그 따위 법칙이 어디 있냐며 신과 대적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신을 없애려는 ‘해방군’이라는 단체와 마주했고 그곳에 들어가 피나는 노력 속에 신도 감히 무시 못 할 힘을 손에 넣었단다.


거기서 끝났으면 좋으련만. 문제는 그 때부터였다.


그 과정에서 신이 ‘박상혁’을 위험 분자로 인식한 것이다. 하여 모든 우주의 박상혁을 소각시켜 혹시 모를 위험을 봉쇄했다는 그런 이야기였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 이제 이 우주에 남은 박상혁은 그와 나뿐이란다.


내가 울면서 구조 요청한 것을 듣고 겨우 도착했다나 뭐라나.


“복잡하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웹소설에나 나올 것 같은 인물의 일대기였으니까.


그나저나 다른 세계의 나 때문에 죽다니, 운 한 번 더럽게 없었다. 그러니 케이크 고르다가 쓰러지기나 하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며 궁시렁거리고 있자니 그간 딱딱하던 검정 선생이 피식 웃었다.


“그래. 너는 몰라도 된다. 이건 내 문제니까.”


쿠르릉!


불길한 굉음과 함께 어둠이 흔들리며 떨어져 내리고 거대한 빛의 형상이 나타났다. 신이다.


세상 모든 것의 종말을 목격한 것 같은 원초적인 공포에 몸이 굳었다.


검정 선생은 여유로운 모습으로 내 심장을 토닥였다.


“그러니. 너는 너의 삶을 살아라. 오늘 본 건 모두 잊고, 그냥 두 번째 기회를 받았다고 생각해라.”


그는 내 몸을 저 멀리 별들이 반짝이는 무리를 향해 밀었다. 그리곤 작별이라는 듯이 손을 흔들었다.


“위로금을 넣었으니 어느 환경에서도 삶이 힘들지는 않을 거다. 행복해라. 남들 보란 듯이 잘 살아라. 그리고 ... 정점이 되어라.”


그 말을 끝으로 선생, 아니 다른 세계의 박상혁은 멀어져 갔다.


나는 빛과 어둠이 서로를 없앨 기세로 집어 삼키는 광경을 꿈처럼 멍하니 바라보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소음 속 의식이 침잠했고


나를 다시 깨운 것은 그리운, 그보다는 조금 젊은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작가의말

공모전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 작성자
    Lv.47 kj******..
    작성일
    22.06.30 12:55
    No. 1

    오 뭔가 신박한 시작이긴 한데 솔직히 케이크가게에서 죽은 박상혁보다는 신에게 대항하는 박상혁이 훨씬 주인공 같아서 헷갈리네요 나중에 저 얘기도 나오나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2 서지구.
    작성일
    22.06.30 22:26
    No. 2

    검정 박상혁도 언젠가 다시 나올 예정입니다. 그래도 글의 중반까지는 회귀 상혁의 성장이 주된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2 기냥그래
    작성일
    22.07.10 07:10
    No. 3

    서른살이 직장생활이16년.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2 서지구.
    작성일
    22.07.10 16:37
    No. 4

    앗. 오타...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1 하늘맑음
    작성일
    22.07.24 22:25
    No. 5

    달려볼께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희망작
    작성일
    22.08.10 23:04
    No. 6

    마지막 정점이 되어라는 쫌 아닌듯...... 주인공 스스로 정한 2회차 인생의 목표설정이라고 하기보다는 부여받은 지령같은 느낌이네요 ..
    2회차 정점으로 커라 다크면 대려와서 써먹겠다 .같은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기. +2 23.01.02 140 0 -
공지 12월 17일 연재 관련 공지입니다. 22.12.17 76 0 -
공지 11월 11일 연재 관련 공지입니다. 22.11.11 83 0 -
공지 연재주기는 화, 수, 목, 금, 토 오후 10시입니다. 22.08.07 96 0 -
공지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1 22.06.06 180 0 -
공지 5월 31일 연재 공지입니다. 22.05.31 138 0 -
공지 5월 21일 연재 관련 공지입니다. 22.05.22 716 0 -
203 재미없고 지루한 해피엔딩 +2 23.01.01 349 6 27쪽
202 22.12.31 271 6 29쪽
201 리셋 22.12.31 240 6 22쪽
200 신의 선택 22.12.30 240 5 18쪽
199 구원자 22.12.30 227 5 23쪽
198 북쪽 전선 22.12.29 219 4 21쪽
197 검정 상혁과의 만남2 22.12.29 225 5 22쪽
196 검정 상혁과의 만남 22.12.28 232 5 18쪽
195 고3의 숙명 22.12.27 232 5 17쪽
194 사랑의 형태 22.12.24 245 4 19쪽
193 사랑과 전쟁 2 22.12.23 233 5 22쪽
192 사랑과 전쟁 22.12.22 237 5 19쪽
191 흑역사 박람회 22.12.21 246 5 18쪽
190 차원의 틈 22.12.20 221 5 18쪽
189 참교육 22.12.17 235 5 17쪽
188 주제파악 22.12.16 228 5 19쪽
187 힘을 숨긴 찐따?가 되다 22.12.15 248 5 22쪽
186 졸업, 입학 22.12.14 251 5 15쪽
185 관측 22.12.13 266 5 18쪽
184 악마와 함께하는 제주도 투어 22.12.10 257 5 18쪽
183 바엘 22.12.09 230 5 20쪽
182 제주도 현장학습 22.12.08 253 5 25쪽
181 샌드백 필요 22.12.07 267 5 2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