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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599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08.13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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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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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대역전극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97화



“에이씨. 뭔 놈의 기자들이 이렇게 많아? 돌아오느라 한참 걸렸네.”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던 사람들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떠올랐다.


그러나 상혁은 아랑곳하지 않고 기지개를 피더니, 운동장을 살펴보았다.


“음. 안 늦은 거 맞겠지? 늦은 거면 민망한데.”


늦지 않았다. 현재 달리고 있는 용훈이라는 아이가 마지막 전번의 아이였으니 아슬아슬하게 늦지 않은 셈이다.


“상혁아!!! 안 늦었어!!!!”


그의 등장을 확인한 승윤이 종종 달려와 보고했다.


평소 상혁과 자주 붙어 다녔던 만큼 그가 험한 말을 가끔 쓴다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승윤의 체육복은 흙먼지로 더러워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그녀는 해맑게 웃었다. 이제 이길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으니까.


상혁이 승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현재 상황을 좀 알려줄래? 몇 점차에, 몇 번째 주자이며, 몇 바퀴나 차이가 나는지.”

“응! 일단 5점차고...”


다빈은 그 모습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가능하다면 저 바로 옆자리를 차지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멍을 때리고 있을 시간이 없다. 다빈은 빠르게 마지막 반 티셔츠를 꺼내와 상혁에게 건넸다.


“고생했다.”

“응!”


그걸로 충분했다. 다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운동장으로 향했다.


현재 주자에게 상혁이가 도착했음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용훈아! 달려! 다음 주자!”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 외침이 용훈에게 닿았다.


용훈은 혹시, 설마 하는 심정으로 다음 주자가 있는 곳을 확인했다. 그곳에 상혁이 있었다.


상혁이 3반의 단체 티를 입고 이쪽을 지켜보고 있었다.


용훈은 그렁그렁하던 눈물을 털어냈다. 그리고 젖먹던 힘까지 끌어내어 죽기살기로 달렸다.


어떻게든 격차를 줄인 상태에서 마지막 바통을 넘기기 위해.


“끄아아아아아아악!”


1바퀴 반 정도의 차이가 1바퀴 정도로 줄여졌다.


용훈은 필사적으로 몸을 던지며 바통을 건넸다.


승부의 키가, 모두의 염원이 상혁의 손에 넘어갔다.


* * *


심장이 뛰는 게 느껴졌다. 모두의 간절한 응원이 명치를 간지럽혔다.


처음엔 별 감흥이 없던 나마저도 덩달아 열기가 오를 정도. 여기 오길 잘 한 것 같다.


“상혁아!!!!”

“그래.”


용훈이 바통을 건네고는 그대로 옆으로 쓰러졌다.


살이 다 쓸려서 아파 보였지만, 여기서 뒤를 돌아보는 건 용훈이 바라는 게 아니리라.


1바퀴 차. 상대는 육상부의 에이스. 상대로는 부족함이 없었다.


나는 걷기의 DNA를 활성화하고 발을 내딛었다.


극도로 발달한 다리의 근육이 땅을 짓밟았다.


그로 인한 반발력이 한계까지 다리에 축적되었고, 발을 뗀 순간. 나의 신형이 총알과 같이 튀어 나갔다.


가장 이상적인 달리기는 땅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것이라 말하곤 한다.


마찰력을 줄이고 저항력을 최소화하며 극한의 속도를 뽑아내는. 그런 달리기가 가장 효율이 좋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지금 나의 달리기는 그런 이상과는 거리가 있었다.


마찰력? 그런 건 신경 쓰지 않고 그저 근육이 충만한 발을 꽂아 넣을 뿐이다.


공기의 저항은 수호의 DNA가 깔끔하게 흘려내주었다.


땅이 움푹 움푹 파이고, 쿵쿵 거리며 부하가 더럽게 걸리긴 하지만.


신체가 이를 모두 무시할 정도로 받쳐주기만 한다면 이것이 가장 빠른 주행법이다.


만약 육상 관계자가 봤다면 모든 노력과 상식을 처부술 파괴적인 달리기였다고 평가했으리라.


1등과의 거리가 빠르게 좁혀지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다른 애들을 제쳤음은 말할 것도 없다.


지켜보던 관중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와... 쟤 뭐야?”

“박상혁인 거 같은데? 쟤가 왜 여기 있어? X발 이러다 지는 거 아냐?”


1반을 향한 응원이 거세졌다. 3반을 제외한 모든 아이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1등으로 달리고 있는 아이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자신의 압도적인 달리기 때문에 사람들이 찬사를 보내는 것이라 착각한 모양이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욕과 야유 세례였다.


“야 등신아! 뒤! 뒤! 달리라고!”

“넌 지면 뒤졌어!”


육상부 녀석은 그제야 상황이 이상함을 깨닫고 내 쪽을 보았다.


이미 내 표정을 분간할 수 있을 정도로 차이는 좁혀진 상황이었다.


1바퀴 정도의 차이가 벌써 반 바퀴 이상 좁혀졌을 줄은 몰랐으리라.


나는 녀석을 향해 씨익 미소를 지어보였다.


“히이이익!”


녀석이 다급히 속도를 높였지만, 나는 탐욕스럽게 남은 거리를 집어삼키며 다가갔다.


도망가고 쫓는 양상이 되었다. 조금만 있으면 녀석의 뒷덜미를 깨물 수 있을 즈음, 방해가 들어왔다.


“1등은 안 된다!”

“넌 못 지나간다!”


근처의 녀석들이 몸을 던지며 내 주행을 방해한 것이다.


보통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몸을 틀기란 어려운 일이다.


전심전력을 다하는데 밸런스가 무너지면 어떻게 되겠는가. 넘어지게 된다.


나 역시 인간인 이상 물리법칙에서는 자유롭지 못했기에, 몸이 앞으로 쏠렸고 이내 엎어졌다.


하지만 속도는 줄지 않았다.


“저게 뭐야! 네 발이잖아!”


반격의 DNA를 활성화시켜 손으로 바닥을 짚고 그대로 달렸다.


두꺼운 팔 근육은 내 체중을 감당하고도 남았다.


이대로 달려도 1등을 제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안정을 되찾는 대로 다시 일어나 두 발로 달리기 시작했다.


네 발로 달리니 뭔가 동물이 된 거 같이 흉했기 때문이다.


이제 골인 지점이 보였다. 나는 한층 더 속도를 높여 녀석과 나란히 달리기 시작했다.


육상부 유망주는 숨이 차 헉헉 거리며 침을 흘리는 반면, 나는 여유가 있었다.


녀석도 이미 패배를 직감했으리라.


“어째서... 헤엑. 나는 육상부인데... 흐억.”

“내가 원래 달리기에 일가견이 있어서. 아기 때도 겁나 뛰어 다녔거든.”


생각해보니 웃기다. 기어 다니기 대회에서는 두 발로 걸어서 우승하고, 달리기 대회에서는 네 발로 뛰어서 우승하게 생겼다.


피식 웃음을 흘리고 속도를 한 단계 더 높였다.


이것이 내 전력의 속도다. 숨이 차고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조금 느긋하게 들어간다고 해서 순위가 바뀌지는 않겠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상혁아!!! 달려!!! 1등이야!”

“조금만 더 힘내 상혁아!!!”


열심히 응원을 해주는 반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다. 나 역시 그들을 향해 전력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10걸음 5걸음 1걸음.


골인 지점이 다가왔다. 다른 이들의 경악 어린 시선을 받아들이며 나는...


결승선을 넘었다.


무려 1바퀴 차이를 역전한 대역전극이다.


동시에 3반이 우승을 확정한 순간이기도 했으며.


최근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던 3반이, 그들의 슬로건처럼 다시 위대해지는 순간이었다.


“흐어어엉. 상혁아! 흐어어엉!”

“이겼어! 이겼다고! 우리가 이겼어!”


3반의 아이들은 기쁜 감정이 벅차올라 눈물을 쏟아냈다.


기쁨, 짜릿함, 행복함, 성취감. 온갖 긍정적인 감정이 쏟아지는데 8살 꼬마들이 이를 버티지 않고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


“상혁아. 흑흑. 멋진 추억을 남겨줘서 고마워! 흐흐흑. 나중에 아기한테도 꼭 들려줄게!”


8살 꼬마라 운다는 말은 취소. 공아린 선생님마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3반을 위대하게!”

“이겼다! 우리가 최고다아앗!”


최종 우승을 차지했음에도 우레와 같은 환호는 쏟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저걸로 충분하다. 이미 3반 아이들은 자신의 세상이 떠나가라 표현을 하고 있었으니.


스스로의 손으로 우승을 차지한 저 소중한 경험은 아마 오랜 시간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얼을 타고 있던 체육 부장과 교장이 3반의 우승을 선언했고, 그렇게 1학년 운동회는 끝이 났다.


승자에게는 축하를, 패자에게는 위로를.


운동회가 끝나고 나와 3반 애들은 여러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았다.


거기에 상금까지.


아린 쌤은 현명하게도 상금을 통해 고생한 아이들에게 맛있는 한 끼를 선물하고자 했다.


그럼 분명 오늘의 기억이 더욱 달콤하게 남을 터였다.


“후후. 뭐를 시킬까? 짜장면은 애들이 먹기엔 많고. 햄버거! 햄버거가 괜찮겠네.”


햄버거는 빵과 야채, 고기가 모두 들어간 완전식품이다.


짭조롬한 감자튀김은 땀을 많이 흘린 아이들에게 염분을 공급할 것이며.


콜라가 남은 갈증을 해소해 줄 것이다.


그런데 세트를 시키자니 돈이 조금 부족했다.


“걱정마 상혁아. 선생님이 사 줄게.”


아린 쌤이 모자란 금액을 채우려 했으나, 나에 의해 제지당했다.


교사 초봉이 얼마나 된다고. 그걸 뺏어 먹기는 미안했다.


그렇다고 내가 내면 선생님이 무안하실 것이다. 좋은 날 어른으로써 턱을 내고 싶기도 할 테니까.


그래서 아무도 슬퍼지지 않는 방법을 찾아냈다.


잠시 인적이 드문 곳으로 향해,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어! 상혁아! 우승 축하한다! 크으 멋진 달리기더구나.”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상금 좀 더 쓰실 생각 없으세요? 애들끼리 뭘 먹으려는데 돈이 부족하네.”

“... 얼마?”

“5만원 정도만 부탁드려요.”


잠시 후 우리 반에는 특별 상금이라는 명목으로 봉투가 하나 더 도착했고, 나와 3반 아이들은 맛있게 햄버거를 먹을 수 있었다.


“히히. 그래도 내가 복주머니에서 잘한 보람이 있는 거 같아.”

“내가 장애물 경주에서 1등하지 못했다면 우승이 힘들었을 걸?”


아이들은 볼이 미어 터져라 음식을 먹으면서도 자랑을 늘어놓았다.


경기를 복기할수록 자신의 활약이 아른거리는 게 틀림없다.


원래 누가 자랑하는 걸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열심히 노력한 꼬꼬마들이 하는 자랑은 귀여울 따름이었다.


그래서 맞장구를 쳐주며 녀석들의 활약상을 들었다.


“그래? 대단하다. 우리 모두가 잘한 덕에 우승을 한 거네?”


결정적인 활약을 한 사람이 다른 이들을 치하하자 훈훈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즐거웠다. 우승을 차지한 것도. 다 같이 협력하며 8살만이 할 수 있는 경험을 쌓은 것도.


오늘 운동회에 참석한 것은 정말 잘한 선택인 것 같다.


내가 흐뭇하게 햄버거를 먹고 있자니, 다빈이 조금 굳은 표정으로 다가와 물었다.


“상혁아. 와줘서 정말 고맙긴 한데. 그 일은 괜찮아?”


그 일이라 함은, 오만방자하다는 찌라시를 이야기 하는 것이리라.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물론이야. 이제 곧 끝날 거야.”


소문 역시 장거리 계주와 다르지 않다.


지금은 밀리는 것처럼 보여도, 달리기만 시작하면 금방이라도 역전할 수 있다. 마치 9회말 역전 만루 홈런처럼.


3반 아이들의 활약상을 듣느라 귀가 시간이 꽤나 늦어졌다. 집에 왔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물고 있었다.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우려는 찰나, 핸드폰이 진동을 울렸다.


한국 주니어 수학 올림피아드의 성적이 나왔다는 문자였다.


"좋아. 다 뒤졌으."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님들 모두 행복하고 평안한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그럼 화요일날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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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가족끼리 왜 이래 +1 22.09.06 596 1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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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유성아의 연구실 22.08.24 683 11 21쪽
103 가만히 있어도 22.08.23 711 13 19쪽
102 운이 좋은 날 22.08.20 745 13 19쪽
101 외양간을 고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1 22.08.19 745 11 17쪽
100 돈이 삭제가 된다니 +4 22.08.18 745 9 18쪽
99 투자는 계획적으로 22.08.17 772 10 28쪽
98 돈이 복사가 된다 +1 22.08.16 755 11 18쪽
» 대역전극 +1 22.08.13 723 11 11쪽
96 역전의 서막 +1 22.08.13 714 10 12쪽
95 구설수 22.08.12 731 12 18쪽
94 박상혁 쟁탈전 +1 22.08.11 764 10 20쪽
93 위대한 령도자 박상혁 동지를 맞이하라! 22.08.10 790 13 22쪽
92 지금까지 이런 판매는 없었다. 이것은 팬미팅인가 판매인가. 22.08.09 764 12 20쪽
91 광고를 했다. 효과는 대단했다. +2 22.08.07 799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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