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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960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08.2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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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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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9쪽

가만히 있어도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103화



애들과의 분식집 flex를 마치고, 어묵 국물을 담은 종이컵을 한 손에 쥔 채 집으로 향했다.


새로운 능력 개방은 안전한 장소에서 할 필요가 있었으니까.


나는 방문을 닫고 가부좌를 틀었다. 심장에는 2개의 이물감만이 느껴진다.


7개의 DNA 중 어느덧 2개만이 남았다니. 고작 9살임을 감안하면 줄어드는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아쉬운 감이 없지는 않지만, 후회가 크지는 않다.


두뇌, 걷기, 반격, 수호, 외모. 각 DNA 중 어느 하나라도 빠졌다면 현재의 나는 지금의 위치까지 도달하지 못했을 테니까.


아직 남은 살날이 구만리 가까이 남았으나 어차피 메인 빌런은 신, 운명이 될 터.


그러니 운에 1개의 DNA를 투자하는 것은 아깝지 않다. 운명만 어떻게 해결하면 나머지는 내 선에서 감당이 가능하니.


하지만 본격적으로 능력을 활성화시키기에 앞서 확인해야 할 게 있다.


“야 두뇌. 운을 추천하지 않은 이유는 뭐냐?”


승윤이를 비하하는 말은 아니지만, 초등학생의 머리에서 떠오른 생각을 정점에 이른 두뇌가 고려하지 않았을 리 없다.


그럼에도 추천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무언가 이유가 있다는 소리.


두뇌는 잠깐의 뜸을 들인 뒤, 판단의 근거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운은 일종의 저항력임.’

“저항력?”

‘어떠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좋은 쪽으로 작용하도록 뿜어내는 무의식적인 기운이라고 보면 됨.’


어째서 운의 작동 원리부터 설명하는 건지는 모르지만. 의구심이 하나 풀렸다.


운과 DNA의 관계성. 과연 DNA를 활성화시킴으로써 인위적으로 운을 증가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은 Yes였던 것이다.


두뇌의 말에 따르면 ‘운’은 인간이 누구나 소지한 ‘기운’ 중 하나라는 이야기였으니.


아마 뇌의 특정 부위를 강화시키면 그 기운을 증폭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왜 안 된다는 것일까?


‘수치화할 수 없음. 최댓값으로 고정시킨다고 하더라도 운명을 다 비껴낼 수 있을 거라는 보장 역시 없고.’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답변이다. 사실 운도 운명도 형체가 없는 것이다 보니 계산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거기에 운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있음.’


그것도 그렇다. 신이 괴롭힘의 범위를 나라, 대륙 단위로 넓혀버리면 나는 멀쩡해도 스플래시 데미지가 들어오게 된다.


수퍼맨이 아무리 튼튼하다고 하더라도 멸망된 행성에서는 계속 살아갈 수 없는 것처럼.


운은 분명 대응책 중 하나가 되겠지만, 만능은 아니라는 경고였다.


그래. 두뇌가 선뜻 추천하지 못한 이유는 잘 알았다. 얘도 은근히 완벽주의자여서 확실하지 않으면 이야기를 안 꺼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때론 완벽보다 우선해야 하는 게 있다.


아주 나중 가서 완벽한 방법을 찾는다 해도, 이미 종이쪼가리가 된 샘숭 전자의 주식은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소생 가능성이 있을 때 발을 디뎌야만 한다.


“그래서. 다른 방안은 생각 좀 해 봤어?”

‘아직. 연산중.’

“야. 며칠이나 지났는데. 안 되는 걸 오래 붙잡고 늘어지는 것도 보기 안 좋아. 그냥 운으로 가자.”

‘... 알겠다.’


그렇게 회의를 마치고, 6번째 DNA를 선별할 수 있었다.


두근!


심장이 두근거리며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음에도 기분이 고양되었다.


그렇게 한없이 치솟던 감정은 한계치에 도달했고, 이내 6번째 이물감이 톡 터지며 뜨거운 액체가 흘러 내렸다.


그 액체는 역류하며 머리 쪽으로 향했고 이마의 정중앙 보다 조금 위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끄으으윽!”


두뇌가 달궈지는 건 처음 겪는 고통이었다. 첫 번째 DNA가 두뇌였지만 그 때는 의식이 없었으니까.


“그으으으.”


쿵. 우우웅. 쿵.


머리가 자연스럽게 흔들렸다. 신체보다는 초능력에 가까운 부분을 강화하는 것이니만큼 평소와는 느낌이 다르다.


이마 윗부분에서 무언가가 계속해서 뽑히는 느낌이 들었다.


운의 출력을 강제로 높이며 기운을 거세게 뿜어내고 있는 것 같다.


무형의 기운은 어느새 체감마저 될 정도로 방 안을 가득 채웠다.


폐가에 가면 공포를 느끼듯이, 살기를 느끼면 몸을 흠칫 떨 듯이.


방 안 가득 메운 운 속에서 나 역시 특정한 감정이 솟구치고 있었다.


“지금 당장 뭐라도 하고 싶다.”


전능감과는 궤가 살짝 다르다. 전능감은 무엇이라도 능히 해낼 수 있다는 느낌이라면.


지금 나의 감정은 ‘할 수 있다.’가 아닌 ‘하고 싶다’였다.


내가 지금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최고의 결과가 돌아올 것만 같은 느낌.


앞면과 뒷면이 모두 당첨인 코인 토스를 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도 일단은 정신을 부여잡고 능력이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20분 정도가 지나자 이마에 드릴을 꽂는 것 격통이 사그라들었다.


다른 DNA와 마찬가지로 ‘행운’ 역시 능력을 활성화 시키자마자 조작 방법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실전만한 것이 없으니 밖을 돌아다닐 생각이다.


외모의 DNA 때와 같은 참사를 막기 위해 행운의 수치를 60% 정도로 조절한 뒤, 집 밖으로 나섰다.


나란 어린이는 학습을 할 줄 아는 어린이였으니까.


아직은 차가운 공기 속, 봄을 알리는 새싹의 내음이 향긋하다.


어차피 새로운 능력을 테스트해 볼 생각이니 느긋하게 경치를 구경하며 어슬렁거리기로 했다.


아역배우 일을 시작한 뒤로 이렇게 여유롭게 자연을 구경할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혼자서 나가는 일은 더욱 없었고.


조금만 걸어도 구름과 같이 사람이 모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나가는 게 어색하면서도 긴장된다.


“그렇게 북적거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는데.”


오늘은 조금 여유롭게 보내고 싶은 기분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 말을 듣기라도 한 걸까? 집을 나온지 10분이 지났음에도 사람 그림자조차 보지 못하고 있다.


이게 어쩐 일일까? 평소였으면 이미 사람들이 근방 10m는 점령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는데.


오늘따라 집에 있고 싶은 기분인 걸까? 아니면 오늘이 국제 집돌이의 날이라도 되나?


흥미가 돋아 대로변으로 향했다. 아무리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도 아예 한 명도 없을 수는 없을 터.


“그래. 없을 리가 없지.”


실제로 대로변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평소에 비하면 극히 드물기는 했지만.


그런데 그 사람들이 내게 몰리는 일은 없었다.


하루아침에 인기 스타였던 내가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당연히 아니었고.


사람들의 시선이 기이하리만큼 이쪽으로 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마침 전화가 걸려 핸드폰을 하게 되었거나, 급한 일이 생겨 주변을 살피지도 않고 달려가거나, 그것도 아니면 날아가는 새에게 오물 테러를 당해 하늘을 노려보기까지.


우연히도 모두의 시선이 내가 아닌, 다른 쪽으로 쏠리게 된 것이다.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두 다른 이유로, 지나가는 인기 아역 배우를 보지 못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수려한 두뇌로도 쉽게 계산하지 못할 만큼 낮은 확률이리라.


그리고 지금.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딱 누군가가 바라 마지않던 상황이다.


“이거 신기하네.”


행운의 활용법에 대해 대충 감을 잡은 것 같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조그마한 목소리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음. 쿠키가 먹고 싶은 기분인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근처 골목에서 한 아주머니가 뛰어 나오더니, 나에게 쿠키 한 바구니를 가져다주었다.


“어머. 비밀정원에 나오는 상혁이 아니니? 너무 팬이란다. 이거는 내가 마침 집 나올 때 들고 온 쿠키인데 너 줄게. 그럼 나는 바빠서 이만!”


그러고는 사람 좋은 웃음을 터트리며 다시 골목으로 사라졌다.


역시. 예상대로다. 나를 둘러싼 모든 확률이 나에게 이로운 형태로 발현되고 있다.


더 경이로운 사실은 ‘행운’이라는 능력의 범용성에 있었다.


여전히 도로의 사람들은 각각의 이유로 내게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그 때 내가 흘리듯 한 마디를 던지자 상황이 급변했다.


“흠. 다들 나를 못 알아보네? 아쉬워라.”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각자의 사정이 모종의 이유로 갑작스레 끝이 났다.


전화가 끊어지고, 급한 약속이 취소되었다.


할 일이 없어진 사람들은 하나, 둘 나를 발견하기 시작했고, 몇 분 지나지 않아 평소처럼 인파를 형성했다.


“꺄악! 상혁이다!”

“팬이에요!”


행운의 DNA를 활성화시킨다고 해서 언제나 ‘사람들이 못 알아본다.’는 고정 값이 나오는 건 아님이 증명된 것이다.


때로는 사람을 모을 수도 있고, 흩을 수도 있다.


모든 것은 내 의지에 따라 달라진다. 행운은 내가 바라는 쪽으로, 유리한 쪽으로 다양한 값을 뽑아낼 것이다.


“음. 사람이 너무 많아 곤란하네.”


이렇게 의사를 드러내자마자, 사람들이 다시 각자의 이유 때문에 흩어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다른 DNA도 충분히 사기적인 능력이지만 이 행운은 궤를 달리하는 것 같다.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능력이었기에.


동시에 두뇌가 왜 이 능력을 꺼려했는지도 알 것 같다.


항상 최선의 결과를 추구하는 두뇌에겐, 언제나 최고의 결과를 도출하는 행운이 껄끄러울 것이다.


기껏 예측을 해 놓으면 확률을 다 때려 부수고 예상과는 상황을 만드니까.


아마 행운이라는 녀석에게도 자아가 있다면, 두뇌와 꽤나 투닥거렸을 것 같다.


‘부정. 나는 DNA중에서도 특별한...’


으휴 상대가 말 못한다고 뻔지르르하게 말하는 것 봐. 누굴 닮아서 저러는지.


어떤 능력인지는 충분히 파악한 것 같으니, 이제 출력을 확인할 시간이다.


60%의 힘으로 주위를 비틀어 원하는 상황을 조성해 내는 능력이다. 과연 100%를 개방하면 어떻게 될까?


해보면 알겠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출력을 최대로 올렸다.


구구구궁.


그러자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저 멀리에서 흙먼지가 이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이는게 맞았다.


“상혁아! 오늘 고등어가 맛있단다!”

“김치 냉장고 필요하지 않니?”


어디서 갑자기 튀어 나온 건지, 한 무리의 사람들이 길을 가득 채웠다. 그들은 하나같이 양손에 가득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바람에 도망갈 길이 마땅치 않았고, 나는 그대로 인파에 휩쓸리고 말았다.


누누이 말하지만 인파도 일종의 파도다.


한 번 휩쓸리면 정신을 차리기가 쉽지 않다.


그들은 기세를 멈추지 않고 더욱더 몸집을 불렸고, 이내 내가 정신을 차릴 즈음엔 일개 대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나는 어느새 쇼맨십을 하는 락 가수마냥 인파의 위에 누워 이동되고 있었다.


“목 마르네.”

“상혁이가 목이 마르단다!”


상혁 가로되 목이 마르다 하시니, 어느새 생과일 100% 음료가 손에 쥐어져 있더라.


“심심한데.”

“만화 가지고 있는 사람?”

“나! 내가 있슈!”


또 가로되 심심하다 고하니, 눈을 세 번 감았다 뜨기 전에 만화책이 솟아나더라.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있다 보니 생각보다 편했다.


말만 하면 원하는 게 모두 튀어나오니 편할 수밖에.


심지어 춥다고 하니 미니 난로도 구해왔다. 도대체 전기는 어디서 공급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만.


어쩌면 낙원은 멀리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신선한 경험이긴 하다만, 무위도식을 즐기기 위해 개방한 DNA가 아니다.


행운의 DNA의 출력을 낮추자,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음. 상혁이가 좋은 건 사실이지만 이건 좀 과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러게. 그래도 일단 이건 상혁이 줘야지 뭐.”


그들 중 선물을 주려는 사람들은 소속사에다가 물건을 두고 갔고, 나머지는 원래 가려던 곳으로 돌아갔다.


나는 적당히 상황을 지켜보다가, 다시 시선이 쏠리기 전에 빠져나와 지하철에 올랐다.


인기 배우가 된 이후 대중교통을 탄 적이 없지만, 방금 좋은 기능을 하나 추가했기 때문에 부담 없이 오를 수 있었다.


행운의 DNA를 70%까지 올리자 사람들의 시선에서 다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인지 저하 기능, 이것 하나만으로도 행운을 선택한 보람이 충분하다.


목적지는 인천, 테스트를 해보고 싶은 게 있었다.


인천은 수도권 중에서도 손꼽히는 인프라를 구축한 도시다.


그럼에도 바다와 붙어 있다는 특성 때문에 불법 이민자들이 꽤나 있었고, 그 때문인지 잔혹한 범죄가 꽤나 벌어지고는 했다.


오죽했으면 별명이 마계 인천일까.


나는 그 중에서도 가장 외지고, 험하다는 지역을 찾아갔다.


지역 주민이라고 하더라도 쉽게 발을 들이지 않는 곳이다.


어린이들은 근처에도 가지 말라며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받는 곳이고.


그런데 TV에 나오는 인기 아역 배우가 대동하는 인원 하나 없이, 또 호신용 무기 없이 달랑 맨 몸으로 온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


만약 내가 신 새끼였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서울 한복판에서도 칼부림을 주도하는 신 새끼다.


이렇게 쓸 수 있는 칼이 많은데 굳이 수단을 가릴 필요가 있을까? 죄다 소모해서라도 죽여 버리지.


정점에 이른 두뇌도 그 가능성을 높게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동네에 발을 들이자마자 이곳, 저곳에서 끈적한 눈길들이 쏟아졌다.


돈을 위해서라면 법에 저촉하는 일도 꺼리지 않는 미친놈들의 탐욕어린 시선이다.


아무리 행운의 DNA를 켰다고 하더라도 아무 일도 없지는 않으리라.


“일단은 30%”


평소 유지할 수치도 30%다. 외모의 DNA를 겪어본 결과 그 정도가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안 끼치는 정도더라고.


그러니 30%만으로도 운명의 억까를 이겨낼 수 있을지 확인해보려고 한다.


“아. 아픈 건 싫으니까 수호의 DNA는 켜고.”


그렇게 설정을 마친 뒤, 더욱 깊숙이 들어갔다.


이제는 외부의 시선도 닿지 않는 곳에 이르렀을 때, 녀석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잡아! 오랜만에 대어다!”


추레하고 냄새나는 못생긴 아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그들은 내가 있는 곳까지 이르지 못했다.


“X발 신발끈!”

“아니 여기 돌부리가 왜 있지?”

“건물이 무너진다!!!”


세상이 나를 보호하는 것처럼, 상대에게 억까를 시전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쓰러진 애들은 우연히도 머리를 부딪치고, 자신의 칼에 찔리며 모두 다 행동불능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내가 맨날 당하던 억까를 상대에게 퍼부을 수 있다니. 황홀한 감정이 뒷목을 타고 흘렀다.


그 많던 사람들 중 내게 이른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었다.


그나마 깔끔하고 덩치가 큰 것으로 보아 이곳의 우두머리로 보인다.


어찌나 구르며 살았는지 옷 밖의 부위에서 흉터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눈빛에 현형한 광기가 맴도는 것이, 운명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너 이 새끼. 잘도 내 부하들을!”

“저는 가만히 서 있었는데요?”

“... 가만두지 않겠다!”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으나, 입 냄새가 심하게 났다.


코가 아릿하더니, 이내 재채기가 나왔다.


“엣취!”

“어쭈 피해?”


나는 재채기를 했을 뿐인데, 상대의 청부업자 인생 30년의 정수가 담긴 비장의 기술을 피한 것 같다.


“엣취!”

“이번에도?”


상대가 자존심을 모두 버리고, 한 단계 기어를 올려 펼친 최종 오의도 마찬가지.


“에취!”


다시 한 번 재채기를 마쳤을 때, 상대는 땅바닥에 턱을 쳐 박고 쓰러져 있었다.


무리하게 공격을 이어가다가 균형을 잃고 쓰러진 모양이다.


마침 그 자리에 뾰족한 돌멩이가 있었던 것 같고.


시운전으로는 나쁘지 않다. 아무것도 안했는데 운명의 야료를 피할 수 있었으니.


마치 자동 방어 시스템을 구축한 것만 같은 성능이다.


수호의 DNA와 연계를 한다면 방어에 한해서는 더 이상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리라.


“이 사람들을 어떻게 한다?”


타는 쓰레기인지 안타는 쓰레기인지를 모르니 처분하기가 어렵다.


“저기! 저기 있다.”

“뭐야 쌍호 녀석은 왜 쓰러져 있는 거지?”


흠. 아무래도 쓰레기가 더 생길 예정인 듯하다.


한 번에 모아서 치우는 게 깔끔하겠지?


여기까지 온 김에 충분히 테스트를 하는 거라고 생각하자.


나는 행운의 DNA의 출력을 100%까지 올렸다.


이마의 지끈거림과 동시에 무형의 기운이 다시 한 번 주위를 채웠고.


갑자기 불법 이민자들이 자기들끼리 싸우기 시작했다.


시작은 평소의 원한이었다. 칼은 들고 있고, 상대는 정신이 팔렸고 좋은 기회라 생각한 거겠지.


“너 이 자식!”

“X발놈아! 그러니까 양주 그거 혼자 먹지 말라고 했지!”


작은 분쟁의 불씨는 이내 몸짓을 키웠다.


개판인 지역은 개판 나름대로 서열 체계가 확실하다.


그런데 그게 깨지고, 평소의 앙금이 수면 위로 드러나다 보니 싸움의 규모가 커지는 것이다.


끝에 가서는 결국 다들 알아서 죽고 죽이더라.


나는 손을 쓸 필요도 없었다. 마지막 남은 두 사람도 크로스 펀치를 날리더니 동시에 쓰러졌으니까.


“대단하네.”


느와르 영화를 한 편 본 느낌이었다. 새로 개방한 DNA는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선택에 후회는 없다. 아니, 아주 만족스럽다.


운명에 대처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니, 이제 내 돈을 되찾을 시간이다.


유성, 아니 유성아 그 점술가 양반과 상의 하에 앞으로의 행동지침을 세워야 할 것 같다.


아니, 그 양반은 진또배기 점술가였으니 가만히 있으면 별을 보고 알아서 연락을 해오겠지.


나는 그동안 쓰레기나 정리를 해야겠다.


다들 꽤나 피를 흘리고 있지만 불쌍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쯧. 나는 그래도 이렇게 살지는 않았다.”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만, 나는 하류인생을 전전하면서도 남을 죽이며 살지는 않았다.


살기 위해 칼을 드는 자, 칼에 의해 스러지리라. 누가 말했는지는 몰라도 참 맞는 말을 잘 하는 것 같다.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그냥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처분 방법을 모르는 쓰레기는 공무원에게 물어보는 것이 최고가 아닐까?


“여보세요? 거기 경찰서죠? 여기 사람이 쓰러져 있어서요.”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들이 도착했다.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경찰차가 여러 대 출동한 것 같은데 때마침 시의적절하다. 쓰레기가 많이 널브러진 만큼 손이 많을수록 좋았으니까.


이제 저들이 알아서 잘 해결해주리라 믿고, 나는 집으로 가는 길에 올랐다.


다음 날. 인천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범죄 조직 일당이 모두 소탕되었다는 소식이 각 신문 1면에 실렸다.


그 살벌한 인원들을 어떻게 제압했는지, 어떤 경위로 잡아들이게 되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그저 기사의 말미에 최초 신고자 분께서는 꼭 연락을 달라는 이야기가 적혀 있을 뿐이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화요일만 되면 독자님들이 더 보고 싶은 것 같습니다!

댓글과 선호작, 추천은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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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별에 관한 고찰 22.09.09 622 1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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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가족들이 호강하다 +1 22.09.07 629 11 24쪽
113 가족끼리 왜 이래 +1 22.09.06 597 1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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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유성아의 연구실 22.08.24 684 11 21쪽
» 가만히 있어도 22.08.23 714 13 19쪽
102 운이 좋은 날 22.08.20 747 13 19쪽
101 외양간을 고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1 22.08.19 746 11 17쪽
100 돈이 삭제가 된다니 +4 22.08.18 746 9 18쪽
99 투자는 계획적으로 22.08.17 773 10 28쪽
98 돈이 복사가 된다 +1 22.08.16 756 11 18쪽
97 대역전극 +1 22.08.13 724 11 11쪽
96 역전의 서막 +1 22.08.13 717 10 12쪽
95 구설수 22.08.12 734 12 18쪽
94 박상혁 쟁탈전 +1 22.08.11 765 10 20쪽
93 위대한 령도자 박상혁 동지를 맞이하라! 22.08.10 792 13 22쪽
92 지금까지 이런 판매는 없었다. 이것은 팬미팅인가 판매인가. 22.08.09 766 12 20쪽
91 광고를 했다. 효과는 대단했다. +2 22.08.07 801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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