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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964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09.13 22:00
조회
579
추천
11
글자
19쪽

천재는 약점을 극복한다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118화



음치에는 두 가지 부류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자기가 못 부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


자기 객관화가 되어 있는 이들은 그나마 희망적이다. 발성 방법이나 음정을 조금만 가다듬으면 사람처럼 노래 부르는 게 가능하니까.


진짜 답도 없고 회생 불가능한 사람들이 바로 두 번째 부류인데. 이는 심각한 음치임에도 자기가 잘 부른다고 믿는 이들이다.


어디가 문제인지 모르니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모른다.


설령 다른 이들이 문제점을 알려준다고 해도 마찬가지. 음치의 귀에는 자신의 노래는 정상이니 고칠 방법을 찾지 못한다.


영점을 잡지 못한 상태에서 총을 쏘는 것과 다름이 없다. 탄착군이 예쁘게 형성되면 뭣하겠나.


실제 사격에서 쐈다간 아군에게 피해를 입힐 텐데.


그러니 자기 객관화가 안 되는 음치만큼 답이 없는 음치는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내가 그런 류의 음치였다. X발.


못 부르는 걸 알고 있었으면 공장 아저씨들한테 맞지도 않았겠지.


그래도 괜찮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점인 이 몸은 하지 못하는 게 없었으니까.


그러기 위해 음악실에 찾은 것이고. 그런데...


“뭐 별 게 없네.”


음악실에 생각보다 쓸 만한 도구가 없다.


이곳을 고른 건 나지만, 덩그라니 피아노 하나만 있는 곳에서 뭘 할 수는 없는 법이다.


내가 베토벤이나 모차르트도 아니고 말이야.


원래 무협은 폐관수련, 스포츠물은 체육관, 음악은 음악실이 국룰이 아닌가.


그래서 이곳을 골랐건만, 역시 소설은 소설일 뿐인 것 같다.


내가 생각한 걸 실천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장비가 필요하다.


보통은 최첨단 장비가 갖춰진 연습실로 이동을 하겠지만... 난 그러지 않을 예정이다.


기껏 이곳을 골랐는데 1분도 안 되어 나가는 건 멋이 없는 행동이다.


그리고 나 정도 되면 아무것도 없이 몸만 있어도 충분하다.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이 챙겨줄 테니까.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수신처는 샘숭의 이제이.


하루에도 휴식 시간이 채 30분을 넘기지 않는다는 제이였지만, 내 전화는 전화벨이 3번이 울리기 전에 받았다.


착신음을 다르게 설정해둔 것이 틀림없다.


“어. 그래 상혁아 무슨 일이냐?”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어서요. 혹시 전화 가능하신가요?”

“그럼 당연하지. 누구 부탁인데. 나한테 말만 하렴.”


답변에 짜증 같은 건 일절 섞이지 않았다. 오히려 내 부탁을 기꺼워하는 것 같다.


부탁이라는 게 원래 때에 따라서는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어주지 않나, 아무래도 그 때문인 것 같다.


하여 나는 부담 없이 내 요구사항을 말할 수 있었다.


“음악에 능통한 사람이 필요해요. 음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계도 있어야 하고, 작곡 기능이 있으면 더욱 좋겠네요.”


그 정도면 사실 A부터 Z까지 필요한 수준이지만 제이는 별다른 태클을 걸지 않았다.


“그 정도는 어렵지 않을 것 같구나.”

“넵. 저는 삼길초등학교 음악실에 있을 게요.”

“그래. 혹시 성과가 나오면 은하에게도 들려줄 수 있겠니?”

“물론이죠.”


어쩐지 너무 쉽게 허락해준다 싶더라니. 그런 꿍꿍이가 있을 줄이야.


은하의 입장에선 최고로 좋아하는 배우가 단독 콘서트를 열어주는 것과 다름이 없다. 분명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장사는 저렇게 하는 거구나. 한 수 배웠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내가 손해를 보는 건 아니기 때문에 휘파람을 부르며 기다리기로 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과연 음치는 휘파람도 엉망일까에 대한 고착에 빠져 있자니, 물건이 도착했다.


똑똑.


“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다름 아닌 샘숭가의 집사 할배였다.


샘숭의 잡다한 업무를 맡아서 처리하는 사람이니, 이곳에 와도 크게 이상하지 않다.


별로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공과 사는 구분할 줄 알았기에 적당히 맞아주었다.


그런데... 왜 집사는 맨 손으로 온 걸까? 장비는?


“어... 뒤에 사람들이 또 오는 겁니까?”

“아뇨. 저 뿐입니다.”


내가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자 그가 담담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음악에 능통한 사람이 필요하시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명색이 샘숭의 집사인데 교양은 빠삭하겠지.


“그럼 음을 측정하는 기계는요?”

“제가 절대음감이거든요.”

“음... 그럼 작곡도 기가 막히게 잘 하겠네요?”

“정확하십니다.”


내가 바라는 요구조건에 모두 부합하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노비도 대감집 노비가 최고라더니. 그 말이 사실인 것 같다.


생각해보면 꼭 기계여야만 하는 이유는 없다. 연식이 오래 된 집사도 잘만 굴러가면 된다.


약점이 들킬 염려도 없다. 상대는 프로이니 대외비 정도는 지켜줄 터.


천재의 약점 극복 프로젝트를 시작할 준비가 끝난 것 같다.


나는 그에게 앉을 자리를 내어준 뒤, 오선지와 펜을 건넸다.


“제가 지금부터 노래를 부를 테니. 집사님은 들리는 음계를 받아 적으면 돼요.”


내 계획의 알파이자 오메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음치가 부르는 노래도 엄연히 음을 담고 있다.


정답이 아니라도 음은 음. 우선은 이를 오선지 위에다가 박제를 해둔다.


나는 합창회에 선보일 곡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창했다.


내 노래를 처음 듣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충격에 빠지기 십상인데, 그는 연륜을 보여주며 열심히 손을 놀릴 뿐이었다.


그 모습에 나조차도 살짝 놀라고 말았다.


그는 노래가 끝나자마자 박수를 치며 한 줄의 평을 남겼다.


“역시 비범하신 분이십니다.”

“... 예?”

“가사를 그대로 두고, 아예 다른 곡의 멜로디를 가져와 부르시다니. 평범한 사람이라면 시도조차 못할 곡예입니다.”


이 할배가 사람을 무슨 광대 취급을 하고 있다. 나름 전력을 선보였는데 말이다.


“그런데 아무리 악보를 봐도 이게 무슨 곡인지 모르겠단 말이죠. 아! 알겠습니다. 이건 저에게 내리는 테스트인 거 아닙니까? 하하하. 역시 당돌하신 분. 샘숭 가의 명예를 걸고 금방 통과해 드리지요.”


... 저 새끼 어쩌면 알고 있는 거 아닐까?


심증뿐이었기에, 그를 처벌하지 못했다. 그저 오해를 바로잡을 뿐.


“네? 이게 제대로 부르신 거라고요? 허허.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X발. 맞네 맞아. 알고서 일부러 멕이는 거구만.


내 오늘 저 양반의 수염을 다 쥐어 뜯어버리리라.


“아니!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오해입니다! 오해에요! 윽! 힘은 또 왜 이렇게 센 거야?”


집사는 호신술을 익힌 듯 했으나, 압도적인 근육 앞에서는 순한 양이나 다름이 없었고.


결국 수염의 4분의 1 정도를 잃고 말았다.


“허... 제가 역린을 건드렸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집사 생활 50년 평생 이런 경험은 해 본 적이 없어서 말입니다.”

“쯧. 나도 미안해요.”


잠시 눈이 까뒤집혔다는 사실을 순순히 인정했다.


때마침 음악실에 핑킹가위밖에 없었기 때문에 집사의 수염을 지그재그로 자르고 말았다.


그 꼴이 꽤나 웃겨, 흥분을 하더라도 금세 진정할 수 있게 되었다.


“좋아요. 우리 그럼 음악 이야기나 할까요?”

“네. 그래서 제가 이 웅장한 존재에 대해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는 걸까요?”


아직 말하는 게 불손해서 가위를 다시 집었다. 그러자 집사가 딴청을 피우기 시작했다.


“에효. 이 노래들의 악보 원본을 드릴게요.”

“네.”

“제 음정에 맞게 고쳐 와요.”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히야. 이거 참 대단합니다.”


그렇다. 내가 음치 탈출을 위해 준비한 계획은 다름 아닌 ‘오조준’이다.


오조준은 음악 용어가 아닌 군대, 그 중에서도 사격 용어다.


영점을 따로 잡는 것이 아니라, 첫 사격을 기준으로 삼아 일부로 어긋나게 쏘는 방법을 말한다.


애초에 조준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조준을 어림짐작으로 쏴야 적중을 한다는 원리다.


이를 음악에 적용시켜보자.


나는 노래만 불렀다 하면 음이 자동으로 엇나가는 음치다.


영점 자체가 허공을 향하고 있는 거나 다름이 없다는 이야기지.


그런데 내 목은 총기가 아니기 때문에, 클리크 조절을 할 수가 없다. 쉽게 말해 영점을 맞출 수가 없다는 소리.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오조준을 실행할 수밖에.


‘레’를 부르면 ‘솔’으로 나가는 목구녕이다. 그러면 내가 ‘라’를 불렀을 때 ‘레’로 들릴 수도 있지 않을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추론이다. 오조준에 성공만 한다면 내 실력으로도 정상적인 노래를 부를 수 있을 터.


단 하나 문제가 있다면 오조준 역시 쉬운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나는 내 목소리가 어떤지도 모르는 음치 중의 음치. 정점의 음치였으니까.


그래서 부른 것이 바로 저 집사다.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다는 그는 내가 개떡같이 부른 노래의 음을 박제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니 원본을 던져주면 비교를 하며 내 음색에 대해 분석을 할 수 있겠지.


어떤 음계에서 어떤 소리를 내는지 분석이 끝난다면 그 뒤로는 쉽다.


원래의 악보를, 내 음계에 맞게 교정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럼 나는 교정본을 가지고 완벽에 가까운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천재의 노래 법, 정점에 이른 자의 약점 극복 방법이다.


샘숭 일가의 집사조차도 감탄을 하며 이마를 짚을만한 수준의 계책.


노래를 부르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파헤쳤기에 겨우 찾을 수 있었다.


집사는 안경을 들어 올리며 펜을 잡아 들었다.


“제 집사 인생에서도 손꼽힐 만큼 어려운 임무가 되겠군요.”

“실패하면 마지막 임무가 될 거에요.”

“네?”


머리 위로 물음표를 세 개 정도 띄운 집사가 뜨악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잘못 들었나 고민을 하는 것 같기에 쐐기를 박아주었다.


“샘숭가는 새로운 집사님을 맞겠네요? 젊으신 분이 좋겠어요.”


집사의 입이 달싹거렸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모양.


네가 뭔데 나를 자른다 만다 하는 거냐. 내가 그래도 이제이 기저귀도 갈아 줬는데 고작 악보 하나 실패했다고 일을 그만두어야겠냐. 그것도 사명감이 넘치는 집사 일을!


아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 싶다.


그럼에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는 건, 아마 100% 아니라고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요즘 제이가 딸을 제외하고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모두가 나를 꼽을 것이다.


현명하고, 인사성이 좋으며, 성공의 향기가 짙게 베인 아이었으니까.


거기에 제이의 금지옥엽 은하마저도 나를 좋아한다.


은하가 단식투쟁이라도 하면서 집사의 퇴진을 요구하지? 그럼 설령 근속 50년의 집사라도 자리가 위험할 것이다.


집사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열심히 하셔야겠죠?”

“넵. 노력하겠습니다.”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악보 해독에 들어갔다.


1시간이 흘렀다. 이미 교정 작업은 끝이 난 것 같지만, 집사는 끝까지 교차 검증을 하며 미세 조정을 하고 있다.


어지간히도 집사 자리를 내려놓기 싫은 모양.


어차피 쉬운 임무는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그로부터 추가적으로 30분이 흐른 뒤, 집사가 땀을 뻘뻘 흘리며 오선지 더미를 내밀었다.


“아까 부르신 곡들 교정악보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장은 그 지침서고요.”


보통 암호 문자를 해독하거나 새로운 문자를 개발하면 누가, 언제 보더라도 해석할 수 있게끔 해례본을 만들어두는 법이다.


솔직히 내 음정이 그 정도로 심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냥 감사히 받기로 했다.


매번 새로운 노래를 만날 때마다 집사를 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나는 교정본을 들고 마이크 앞으로 향했다.


그런데 의지와는 다르게 쉽게 노래가 나오지 않았다.


“어... 음. 쉽지 않네요?”


생각해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 결과물이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내 목소리를 거치기 전까지는 불연속적인 음의 모음일 뿐이니.


“피아노 좀 쳐 주시죠.”


이왕 이렇게 된 거 집사를 조금 더 굴리기로 했다.


잠시 후, 집사의 손길을 따라 기괴한 음색이 울리기 시작했고.


이를 잘 외운 뒤. 나만을 위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부르면서도 이게 맞나? 과연 이런 노래가 존재해도 되는 걸까 싶었는데, 예상 외로 꽤나 괜찮았던 모양이다.


노래를 들은 집사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걸 보면 말이다.


“으흑. 인간의 가능성과 음악의 신비로움에 대해 이런 깨달음을 얻을 줄이야.”


놀리려는 의도는 없어 보인다. 그저 감동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그게 오히려 더 꼴받긴 했다.


어쨌든 목표한 바를 이루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깔끔하지는 않았지만, 그건 원래 내 노래가 그만큼 엉망진창이었다는 방증이겠지.


이전까지 내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 느꼈을 감정을, 이제는 나 혼자 떠안게 되었을 뿐이다.


중요한 건 성과를 냈다는 점이다. 39년 평생 따라다녔던 약점을 극복했다. 그것도 DNA의 능력을 빌리지 않고 자력으로.


이제 노래방에 가자는 권유를 거절할 필요 없다. 흥겨운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 일도 없다.


정점의 DNA가 없어도 나는 할 수 있는 녀석이다.


그동안 서럽고, 분했던 만큼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방도를 찾았으니 남은 것은 반복 숙달 뿐.


우선, 피아노의 도움 없이도 교정본을 부를 줄 알아야 한다.


그 다음은 일반 악보를 보고도 교정본처럼 부를 줄 알아야 하며.


최종적인 목표는 악보가 없이도 완벽하게 부를 줄 아는 것이다.


그래야만 언제, 어떤 노래를 부르던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다.


두뇌에 지침서를 때려 박는다. 그리고 자동으로 악보를 교정할 수 있도록 필터를 요청한다.


그 뒤론 그냥 음에 익숙해질 때까지 계속 노래를 부르기만 하면 된다.


어차피 오늘도 노래방에 하루 종일 박혀 있을 생각이었다. 장소만 바뀌었을 뿐, 그동안 못 불렀던 노래들을 하나씩 정복해간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좋았다.


“축하드립니다. 도움이 되어 기쁘군요. 그럼 저는 이만.”

“응? 어디 가려고요?”

“일이 끝났으니...”

“에이. 아직 안 끝났어요. 나 익숙해질 때까지 앉아서 피아노나 쳐봐요.”


혹여나 그가 탈출할 수 있기 때문에 음악실 문을 자물쇠로 잠궜다.


“... 학교도 나가야 하는 시간이 정해진 거 아닙니까?”

“괜찮아요. 저 교장 쌤이랑 친하거든요. 제가 말해둘게요.”

“아니 그게 아니라...”

“어허. 빨리 앉아요.”


고급 노동력을 순순히 놓아줄 생각은 없다.


사용할 수 있는 만큼 단물을 쪽쪽 빼내야 하지 않겠는가.


그 날 삼길초의 음악실에선 밤 늦게까지 노래가 흘러나왔다.


해가 지고, 달이 떠올라도 텐션이 멈추지 않았던 9살 꼬마는 01년도엔 나오지 않았던 노래까지 흥얼거리기 시작했고.


미리 사정을 듣지 못했던 경비 아저씨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노랫소리에 귀신이라며 혼비백산 하다가 의식을 잃었다고 한다.


삼길초의 7대 불가사의가 8대 불가사의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노래는 계속되었다. 다시 별이 지고 해가 떠오를 때까지.


* * *


“후아아암. 응? 상혁아 되게 일찍 왔네? 내가 먼저 와서 놀라게 해주려 그랬는데.”


아침에 연습을 함께 하기로 한 승윤이 하품과 함께 음악실에 들어왔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지. 나는 집에 안 들어갔으니까.


잠은 안 잤지만 컨디션은 나쁘지 않다. 연습을 할수록 실력이 상승하는 게 보였기에, 하나도 힘들지 않더라.


야밤에 간식으로 가져왔던 빵과 음료수를 승윤이에게 차려주었다.


“고마워 헤헤.”


그녀는 양 볼 가득 빵을 넣으며 8대 불가사의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밤이 되면 음악실에서 이상한 노래가 들린대. 내 안에 빼곡하게 피어나는 브루?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감정들은 트루. 뭐 그런 건가봐.”

“... 그렇구나.”


설마 신나게 연습한 게 그런 결과를 불러올 줄은 몰랐다. 앞으로는 주의해야지.


그나저나 승윤이는 정말 노래를 잘 불렀다.


그저 흥얼거리기만 했을 뿐인데, 거의 음원이나 다름이 없다.


얼굴도 예쁘겠다. 이 실력이면 바로 아이돌을 해도 괜찮을 텐데.


인생 1회차 때는 그녀와 동급생인 게 전부였기 때문에, 그녀가 훗날 어떤 사람이 되는지 알지 못한다.


어쩌면 그녀는 내가 알지 못할 뿐, 가수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잠깐의 담소를 마치고 연습을 시작했다.


승윤은 베일에 싸인 내 노래 실력을 들을 수 있다며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냈고.


결과적으로 내 위엄이 무너져 내리는 일은 없었다.


“우와! 상혁이 노래 잘 한다!”


그녀는 박수갈채를 보내며 내 노래에 찬사를 보냈다.


평소에 자주 듣지 못했던 말이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일지도 모른다.


집사가 내 노래를 들으며 계속해서 세밀 조정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노래 테크닉도 아낌없이 내어 놓았고.


그렇게 한숨도 못자고 모든 걸 쏟아붓은 뒤, 출근을 위하여 터덜터덜 나갔으니.


내가 노래를 못 부를 경우 각혈을 하며 쓰러지지 않을까 싶다.


덕분에 나는 승윤이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었고, 그녀에게 진심어린 칭찬을 건넬 수 있었다.


“아니야. 승윤이 네가 나보다 노래를 더 잘 부르는 걸? 정말 아름다운 목소리야.”

“... 진짜?”


어라? 평소였다면 좋다고 방방 뛰어 다녔을 텐데 오늘따라 얌전한 반응을 보이는 승윤이다.


칭찬이 부족한가 싶어 더 쏟아 붇기로 했다.


“그럼. 진짜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잘 부르는 것 같아. 나도 놀랐어.”

“히히. 기쁘다.”


그녀의 얼굴이 빨개졌다. 평소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 편이지만, 이번 칭찬과는 결이 다른 것 같다.


그녀 스스로도 자신의 노래실력은 특별하다고 어렴풋이 짐작을 하고 있었으리라.


이를 내가 칭찬하니 더 감회가 새로운 모양이고.


어쨌든 좋은 일이었기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동안 신경을 많이 못 써주기도 했고, 그녀가 기쁘면 나도 웃음이 지어지니까.


그렇게 합창회 준비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판이 커지고 말았다.


어디서 새어나간 건지, 내가 지독한 음치라는 사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진 것이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삼길초등학교에서 합창회가 열린다는 소식 역시 팬 카페를 통해 알려졌다.


우연이 겹쳐 상상 이상의 시너지를 만들었고. 합창회 당일, 운동장을 가득 메울만한 인파가 모였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호작 댓글은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이번 주도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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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빛이 나는 사람 22.09.14 584 7 26쪽
» 천재는 약점을 극복한다 22.09.13 580 11 19쪽
117 합창 22.09.10 622 9 18쪽
116 별에 관한 고찰 22.09.09 622 10 16쪽
115 아빠 새끼를 만나다 22.09.08 663 9 25쪽
114 가족들이 호강하다 +1 22.09.07 629 11 24쪽
113 가족끼리 왜 이래 +1 22.09.06 597 10 18쪽
112 러시안 룰렛 22.09.03 588 10 20쪽
111 혀어어업상 22.09.02 589 9 18쪽
110 오스틴의 연구실 22.09.01 597 8 17쪽
109 공항에서의 기싸움 22.08.31 607 8 17쪽
108 숨바꼭질 22.08.30 616 9 17쪽
107 제왕과 정점 22.08.27 647 9 20쪽
106 정중지와 22.08.26 633 9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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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유성아의 연구실 22.08.24 684 11 21쪽
103 가만히 있어도 22.08.23 714 13 19쪽
102 운이 좋은 날 22.08.20 747 13 19쪽
101 외양간을 고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1 22.08.19 746 11 17쪽
100 돈이 삭제가 된다니 +4 22.08.18 746 9 18쪽
99 투자는 계획적으로 22.08.17 773 10 28쪽
98 돈이 복사가 된다 +1 22.08.16 757 11 18쪽
97 대역전극 +1 22.08.13 724 11 11쪽
96 역전의 서막 +1 22.08.13 717 10 12쪽
95 구설수 22.08.12 734 12 18쪽
94 박상혁 쟁탈전 +1 22.08.11 765 10 20쪽
93 위대한 령도자 박상혁 동지를 맞이하라! 22.08.10 792 13 22쪽
92 지금까지 이런 판매는 없었다. 이것은 팬미팅인가 판매인가. 22.08.09 766 12 20쪽
91 광고를 했다. 효과는 대단했다. +2 22.08.07 801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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