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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607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08.20 22:00
조회
745
추천
13
글자
19쪽

운이 좋은 날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102화



“일단은 활동을 중단하고 흐름을 지켜보는 게...”

“기각!”


점술가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지금껏 쌔빠지게 고생한 게 대부분 날아가게 생겼는데. 이를 지켜보고 있으라고? 용납할 수 없다.


회귀를 하며 다짐한 게 무엇이던가. 다시는 하류인생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위만을 바라보며 정점을 찍겠다는 것 아니었나.


X같은 신의 야료에 이대로 굴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무슨 방법 없을까요?”

“음. 다른 별자리에 숨어서 몸을 의탁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이미 덩치가 큰 축에 속하는 샘숭이 저렇게 된 것만 봐도...”


가망이 없다는 소리다. 물론 지금 샘숭이 20년대처럼 천상천하 유아독존은 아니지만 대기업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 샘숭에도 견제가 들어갔으니, 신이 얼마나 나를 싫어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아마 다른 대기업에 몸을 의탁하더라도 피해가 발생하겠지.


이왕 이렇게 된 거, 일부러 다른 회사에 돈을 넣어 주가를 하락시킨 뒤 훗날 차액을 늘릴까 생각을 해보았지만...


애꿎은 사람만 피해를 보게 되니 자중하기로 했다. 남에게 피해를 입히면서까지 잘 살고 싶지는 않다.


거기에, 이건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지 않나.


일단은 주가를 회복할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잠깐 정점에 이른 두뇌로 계산기를 두드려보았다. 전력을 다하면 주가를 회복시키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혹시나 싶은 마음에 점술가에게 물었다.


“만약 제가 샘숭 전자 주가를 되돌릴 수 있다면요?”


그러나 그녀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다른 수단을 찾겠죠. 이번보다 더 강한 방법으로.”

“제기랄.”


대기업을 무너트리는 것보다 강한 방법이 무엇인지 쉽게 상상이 안 갔다.


한국이라도 멸망시키려 그러나? 그러다 내가 다른 나라로 넘어가면?


막 스페인에서 투우 천재가 되어 나라를 쥐락펴락 하는 유명인이 되면 스페인도 멸망시키려고?


그럼 세계정세가 잘도 유지되겠다. 나라는 존재 때문에 세계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니.


좀생이. 좀생이 신이다.


“끄으응.”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고민을 해봐도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신과 운명을 이길 수 있는 힘이라니, 스케일이 너무 큰 게 아닐까?


당장은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없다. 정점에 이른 두뇌에게 짬을 때리고 방안을 찾아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날이 늦었으니 자리를 파하고 잠이나 때려야지. 내일도 일을 해야 하니까.


“고맙습니다. 덕분에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되었어요.”


극적인 도움은 안 되었지만 그녀의 정보가 쓸모없지는 않았다.


가만히 있으면 평생 알 수 없는 정보를 물고 와줬으니. 사례를 하는 게 도리이리라.


“필요한 게 있으시면 소속사를 통해 이야기를 해주세요.”


혹시나 돈이 필요하다고 그럴 수 있으니 만식 아저씨에게 떠넘길 생각이다.


나 덕분에 번 돈이 적지 않으니 이 정도는 괜찮겠지.


“저! 그럼! 피 좀!!!”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여름철 모기도 아니고 피는 왜?


“피? 블러드?”

“네! 상혁님은 제가 처음으로 확정한 별이시거든요. 그러니 옆에서 관측하며 조사를 진행하고 싶어서요.”


그러기 위해서는 피나 머리카락 같은 유전 정보가 있으면 좋다는 모양이다.


어느새 그녀의 눈빛은 피험체를 보는 그것으로 변해 있었다.


“음.”


내 신체 정보를 조사하다보면 그녀가 정점의 DNA에 대해서도 알게 될지도 모른다.


천문학과 유전자학은 초콜릿과 민트 초코만큼이나 차이가 있지만 워낙 비상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렇다고 무작정 거절하기는 아까운 건 사실이다.


옆에 두고 쓰면 언제 또 운명이 억까를 실행하려 하는지 파악할 수 있을 테니.


저쪽은 나를 연구를 위한 피험체로, 나는 저쪽을 성능 좋은 레이더로 보고 있으니 어쩌면 상부상조가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아직은 초면이니, 여유를 가지고 생각하기로 했다.


적어도 저 사람이 뭐 하는 사람인지는 알아야지.


그리고 내 발등에 떨어진 불도 치워야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볼게요. 샘숭 일을 끝마치면 진행하도록 합시다.”

“네... 넷! 감사합니다! 꼭 좀 부탁드릴게요. 제 인생이 걸린 연구에요!”


그녀는 전문 분야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다시 푼수로 돌아왔다.


“아. 이름이 어떻게 돼요? 계속 점술가라고 부르기도 좀 그런데.”

“네! 제 이름은 유성아에요!”

“유성?”

“성아요! 유. 성. 아.”


성아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나 역시 집으로 돌아가 침대에 누웠지만 쉽게 잠이 들지 않았다.


새로운 만남과 여전한 문젯거리.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다.


* * *


며칠이 지났다. 아직 그럴듯한 대책은 마련하지 못했다.


어떤 물음도 쉽게 답을 찾는 두뇌였지만 이번만은 곤혹을 겪고 있었는데.


물어볼 때마다 ‘인간을 초월한 능력은 불가능’하다며 투덜거리며 답하곤 했다.


재촉하지 말라고 덧붙이는 건 덤.


덕분에 나는 이제 반쯤은 담담하게 주식의 흐름을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오전에 한 3% 오르고, 장 마감 즈음 5%를 꼬라박아도 ‘허허 이 자식 오늘은 선전했구나.’ 하면서 넘어갈 정도랄까?


어쩌면 이게 체념이라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아니, 전체적으로 감정이 마모된 게 느껴진다.


그래서 오늘 모처럼 촬영이 일찍 끝났는데도 갈 곳을 못 정하고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지 않나.


멍하니 걷다보니 어느새 학교에 도착하고 말았다.


유명 배우가 되었지만 학생의 본분은 잊지 않은 모양이다.


그런데 학교는 아직 방학인데...


개학까지는 1주 정도 남은 시점. 지금 들어가도 만날 사람은 없지만 그래도 담을 넘어 들어갔다.


오랜만에 정글짐 위에 올라가 멍하니 있다 보면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과 조우하고 말았다.


“상혁아!!!”

“어? 상혁이?”

“마이 로드!”


승윤, 지훈, 다빈, 광언. 나랑 친분이 있는 1학년 패거리들이었다.


“상혁아 오랜만이야! 여긴 어쩐 일이야?”

“히히. 상혁이다!!”


애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지훈이는 콧김을 내뿜으며 질문을 던졌고, 승윤이는 바로 달려와 몸통 박치기를 시전했다.


광언이는 주먹을 꽉 쥐고 있는 걸로 보아 나와의 격차를 가늠하고 있는 것 같고, 다빈이는 그저 묵묵하게 옆을 지키고 있다.


그 떠들썩함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나는 촬영 끝나고 시간 있어서 왔어. 너네는 무슨 일인데?”

“으응. 우리는 신전에 왔어!”


고개가 기울어졌다. 신전? 내가 없는 사이 학교가 사이비 종교에 먹히기라도 한 걸까?


내가 갈피를 못 잡고 있자니 애들이 쿠후후 비밀스런 웃음을 흘렸다.


“따라 와보면 알 거야. 요새 3반 애들의 정기행사 같은 거니까.”


다빈이가 슬쩍 알려주려 했지만 지훈이가 제지했다. 나한테 가르쳐 줄 수 있어서 자랑스러운 모양이다.


좋은 분위기 전환이 될 것 같아 기꺼운 마음으로 따라갔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교무실 앞, 트로피들이 모인 장소였다.


“이곳이 신전이라고?”

“응! 영험한 장소랬어! 여기야!”


녀석들은 진열대의 가장 끝부분, 그러니까 가장 최근에 새로 생긴 트로피에 다가가 두 손을 모으기 시작했다.


“아. 이거.”


저 트로피는 나도 알고 있는 물건이다. 6개월 전, 체육대회에서 우리 1학년 3반이 딴 것이었으니까.


아이들의 생각을 알 것 같다.


승윤이는 양 팔을 허리에 붙이며 엣헴 하고 설명했다.


“체육대회 때 우리는 엄청났어!”

“맞아. 그랬지.”

“그래서 트로피는 행운의 부적이야! 우리가 소원을 빌면 들어줄 거야!”


아이들에게 있어서 체육대회의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긍정적인 추억일 것이다.


그러니 트로피를 행운의 부적이라 생각하며 소원을 비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다만 꼬맹이들에게 이렇게 모여서 소원을 빌 정도로 필사적인 소망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아이들은 하나 둘 소원을 빌기 시작했고, 나는 눈을 감은 척 아이들의 소원을 엿듣기로 했다.


굳이 독심술을 각성할 필요까지도 없다. 9살 애들은 생각을 하면서 그대로 중얼거리는 습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보호?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할 일이다. 이런 재밌는 이벤트를 놓칠 수는 없지.


다른 목적으로는 사용을 안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우선 가장 가까이에서 빌고 있는 광언이부터.


“상혁이 녀석을 이길 수 있는 힘을 주세요. 노력은 하고 있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뭐 이 녀석은 그럴 줄 알았다. 밥이랑 싸움만 생각하고 다니는 녀석이었으니까.


그런데 육체 단련이라는 신성한 수단이 있음에도 종교에 의존하다니. 아직 단련이 부족한 것 같다.


나도 DNA를 사용하고는 있지만 이건 이거, 저건 저거.


슬쩍 핸드폰을 꺼내 홍 사범에게 연락을 넣었다.


한동안 수련의 강도가 높아질 테니, 자연스럽게 강해지겠지. 그럼 소원성취 아닌가?


친구의 소원을 위해 솔선수범하다니. 역시 이 몸은 너무 착해서 탈인 것 같다.


다음은 승윤이. 딱히 부족함 없이 생활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뭐가 필요한 걸까?


내가 줄 수 있는 거면 슬쩍 구해서 줄 생각이다.


“내년에도 상혁이랑 같은 반이 되게 해주세요. 음식도 골고루 먹고, 엄마 말 잘 듣는 착한 아이가 될 게요.”


가슴이 따뜻해지는 훈훈한 소원이다. 녀석. 그렇게도 내가 좋을까?


기쁘게도, 이 문제는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있다.


교장이 안 그래도 2학년 반을 구성하면서 나한테 검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몇 반을 할 건지부터, 어떤 애들과 같은 반을 할 건지, 심지어 원하는 선생님이 있는지까지.


내 입맛대로 반을 구성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제발 다른 학교로 전학가지 말아달라며 바지를 붙잡고 부탁하던 교장의 모습이 생생하다.


내가 유명 배우가 되자마자, 교장은 내 이름을 팔며 자신의 명성을 올리는 데 주력했다.


듣기로는 교육부 관련 부서에서 스카웃 제의가 왔다나 뭐라나.


그래서인지 요새 눈치를 더 보고 있다. 2학년 배정표를 처음 봤을 때는 깜짝 놀랐다.


같은 학년에서 난다 긴다 하는 녀석들을 다 내 반에 밀어 넣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유능한 왕 곁에는 유능한 신하가 있어야 한다나. 무슨 세계를 구하러 갈 파티를 짜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퇴짜를 놓고 그냥 랜덤으로 돌리라고 명령한 상태였다.


물론 이왕이면 승윤이는 같은 반이었으면 좋겠다는 첨언은 남겼고.


입학식 날 같은 반이 된 걸 알면 승윤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기대된다.


아마 폴짝 폴짝 뛰면서 기뻐하지 않을까? 생각만해도 벌써부터 즐거워진다.


다음은 지훈이. 나의 라이벌을 꿈꾸고 있는 애다 보니 천재적인 지능 뭐 그런 걸 바라고 있을 줄 알았는데, 지훈의 소원 역시 승윤이와 같았다.


“내년에는 저만 소외당하지 않게 해주세요. 옆에 있으면 진짜 잘 붙어 다닐 자신 있거든요.”


아무래도 반이 다르다 보니 소외되는 경우가 조금 있었다. 그동안 그게 신경이 쓰였던 모양.


그래서 아예 작년 하반기에는 반이라는 개념을 무시하고 우리 반에서 수업을 듣더만.


음. 이것도 마찬가지로 내가 해결해 줄 수 있지만 조금 곤란한 점이 있다.


바로 2학년부터는 반장 경력을 생활기록부에 적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어머니회 일원들은 각자 반을 하나씩 골라잡고 반장을 맡기로 약속이 되어 있다.


지훈이 역시 마찬가지. 지훈이네 아줌마는 성격이 사납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는 문제였다.


일단 이 녀석은 패스하고. 마지막으로 다빈이.


다빈이의 소원은 지훈이와 반대였다.


“제발 지훈이가 다른 반 되게 해주세요. 쟤까지 같은 반 되면 저의 비중이 너무 줄어든단 말이에요.”


다른 애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간절함을 엿볼 수 있었다.


그룹 내에서 자신의 비중을 조금이라도 높이고자 신께 간청을 하는 중.


과연 신은, 상반되는 소원 중 무엇을 들어줄지 궁금하다.


아이들은 소원을 빈 뒤 하나 둘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훈이는 끝까지 눈을 감고 중얼거리고 있다.


“지훈이는 늦네?”

“욕심이 많은가봐.”


그냥 기다리기도 심심하니 옆에서 내용을 들었다. 그런데 불온한 소원들이 귀에 들리기 시작했다.


“이왕이면 제가 활약할 수 있는 무대도 마련해주세요. 상혁이가 너무 다 잘하잖아요. 하나 정도는 제가 자랑하고 이끌 수 있는...”

“그런 건 불가능 하니라.”


장난기가 치솟아 신의 목소리를 연기했더니 녀석이 움찔 떨었다.


그리고는 살짝 눈을 떠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걷기의 DNA를 활성화하여 그 사이 거리를 벌렸기 때문이다.


다른 애들은 눈치껏 모르는 척을 하고 있고.


승윤이만 볼이 빵빵해져 웃음을 참는 중이다.


하지만 영문을 모르는 지훈이는 정말 신에게 응답을 받았다고 생각을 하는 듯하다.


녀석은 눈을 감고 살며시 물었다.


“신님?”

“그래. 신이다.”


신 놀이도 하다보니 재미있었다. 진짜 신 새끼가 하는 꼬라지를 보면 내가 더 잘 할 것 같기도 하고.


“저에게 능력을 주세요! 상혁이보다 잘할 수 있는 능력을요!”

“불가능하다.”


단언하자, 지훈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왜요?”

“네가 무엇을 선택하듯 상혁이라는 꼬마가 너무 뛰어나기 때문에 이기기는 힘들 게다.”

“아니 그러면 너프라도 시켜주세... 아코!”


이 자식이 장단을 맞춰주니까 당당하게 저주를 걸고 있다.


녀석의 머리에 꿀밤을 박아 넣자, 머리를 부여잡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으흑. 뭐야?”

“몰라. 천벌이라도 떨어졌나보지.”


억울한 눈빛으로 이쪽을 보고 있는 지훈이었지만 나는 휘파람을 불며 모르쇠를 했다.


지훈이까지 기도를 마친 후, 우리는 다 같이 학교를 나왔다. 오랜만에 만난 김에 떡볶이나 먹자고 제안하자, 애들이 모두 기뻐하며 따라 나섰다.


“상혁아! 너는 무슨 소원 빌었어?”


승윤이의 질문이다. 그런데 다른 애들도 관심이 있는 건지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잠시 대답을 미루고 가만히 걸었다. 그러자 이쪽에 신경을 기울이던 지훈이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아코!”


좋아. 목표를 달성했으니 답을 할 시간이다.


“안 빌었는데?”

“으잉? 왜?”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까. 신이라는 작자가 마음에 안 들어서?


신이라는 작자의 진상을 알고 있는 나는 종교를 조금 혐오해도 되지만 얘들은 아직 꼬맹이다.


벌써부터 혐오 사상을 가르쳐서 좋을 게 없다.


내가 답변을 고르고 있자니 다빈이가 헛기침을 하며 추측한 바를 밝혔다.


“상혁이는 너무 대단해서 고민이 없는 게 아닐까? 그렇잖아. 공부도 잘해, 운동도 잘해, 연기도 잘해. 행복할 거 같은데.”


다른 애들도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내가 9살 치고는 잘나가긴 하지.


그래도 대단하다고 해서 고민이 없을 거라는 건 속편한 소리다.


녀석들도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만 조기 교육을 하는 셈, 냉혹한 현실을 들려주기로 했다.


“그렇지도 않아. 내가 아무리 대단해도, 나보다 더 대단한 양반들이 나를 괴롭히고 있거든.”

“뭐어! 그럼 돌아가자!”


승윤은 크게 놀라더니 당장이라도 돌아갈 기색을 보였다.


“어디 가게?”

“내가 상혁이 몫까지 기도해주고 올게!”

“에이. 됐어.”


차마 소용이 없을 거라는 말은 하지 못했다. 녀석들의 소원마저 무시하는 셈이 되니까.


갑자기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즐거운 생일파티 날 누군가 갑자기 개인사를 밝히며 눈물을 질질 짜는 그런 느낌이다.


“어허. 괜찮다니까 그러네. 떡볶이나 먹자.”

“그래!”


광언이는 해맑게 웃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먹는 걸 좋아하는 어린이답다.


그러나 승윤이는 꾸물거리면서 다가와 무언가를 내밀었다.


“상혁아. 이거 너 가져.”

“회중시계네?”


어디서 본 기억이 있다. 내가 어딘가의 대회에서 타다가 그녀에게 준 물건이었다.


그런데 이걸 왜 나한테 준다는 걸까?


“이건 내 행운의 부적이야. 얘랑 있으면 용기가 나고, 모든 일이 잘 해결 돼. 너 줄게.”


마음이 참 고맙다. 저 시계를 받는다고 해서 뭐든지 바라는 대로 풀릴 것 같지는 않지만... 어?


별안간 뒤통수에 벼락이 꽂히는 듯한 충격이 들었다.


행운. 어떠한 상황에서 좋은 쪽으로 일이 풀리는 경우 보통 운이 좋다고 말한다.


만약 내게 막대한 운이 있다면 운명이 어떤 개짓거리를 하더라도 피해갈 수 있지 않을까?


운명이라는 전체적인 틀이 마이너스라도, 내 개인적인 행운이 플러스면 상쇄되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껏 내가 운명의 농간을 이겨낸 걸 보면 신의 견제도 100% 확정된 결과를 내지는 못한다.


그저 확률을 높게 조성해두고 조지려고 할 뿐.


그리고 보통 행운은 낮은 확률을 뚫고 발현하는 법이다.


소름이 돋았다. 어쩌면 해결 방안을 찾은 걸지도 모른다.


행운을 올리는 데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용한 점술가를 찾아 천기누설을 듣는다던지, 데일리 행운의 아이템을 찾아 몸에 두른다던지.


보통의 사람은 그렇겠지만, 나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보다 확실하고 효과 좋은 방법이 있으니까.


정점의 DNA 중 행운과 관련된 능력이 있는지를 찾으면 된다.


정점의 DNA를 총괄하는 두뇌에게 묻자 ‘긍정. 운과 관련된 dna 있음’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좋아!”

“어? 정말 시계 가져갈 거야?”

“아니! 그건 아닌데 문제가 해결될 것 같아. 역시 승윤이가 최고다!”


수호의 DNA도 그렇고, 이번 문제도 그렇고. 가만 보면 승윤이가 항상 중요한 순간에 적절한 힌트를 주는 것 같다.


승윤은 멍하니 있다가 꽃이 피는 것처럼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맞아! 나는 상혁이의 친구니까!”


양 손을 허리에 올리고 가슴을 내미는 게 퍽 기쁜 모양이다.


그러자 주위에서 눈총이 쏟아졌다. 자기도 칭찬을 듣고 싶다는 무언의 압박이다.


칭찬에 인색한 나지만, 오늘은 기쁜 날이었기에 아낌없이 풀기로 했다.


“다빈이도 항상 고맙고! 지훈이도 애들을 데리고 다니느라 고생이 많아!”

“흐읏! 감사합니다!”

“맞아! 나도 열심히 한다고!”


다빈이는 평소의 고생을 치하하자 눈물을 터트렸다.


지훈이도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 사실 이렇게 방학 중에 학교에 드나들 수 있는 건 녀석이 손을 쓴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오늘 애들과 만나게 된 것도 지훈이의 공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모두가 기쁨에 차 웃음을 터트렸다.


“애들아! 왜 안 와?”


멀리서 광언이가 혼자서 쓸쓸히 불렀지만, 우리는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웃었다.


기쁜 날,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었기에.


신 새끼, 좋은 방법을 찾았다며 낄낄대고 있었겠다? 이제 반격의 시간이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도 댓글도, 선호작도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화요일 날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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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공항에서의 기싸움 22.08.31 606 8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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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유성아의 연구실 22.08.24 683 11 21쪽
103 가만히 있어도 22.08.23 711 13 19쪽
» 운이 좋은 날 22.08.20 746 13 19쪽
101 외양간을 고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1 22.08.19 745 11 17쪽
100 돈이 삭제가 된다니 +4 22.08.18 745 9 18쪽
99 투자는 계획적으로 22.08.17 772 10 28쪽
98 돈이 복사가 된다 +1 22.08.16 755 11 18쪽
97 대역전극 +1 22.08.13 723 11 11쪽
96 역전의 서막 +1 22.08.13 714 10 12쪽
95 구설수 22.08.12 731 12 18쪽
94 박상혁 쟁탈전 +1 22.08.11 764 10 20쪽
93 위대한 령도자 박상혁 동지를 맞이하라! 22.08.10 790 13 22쪽
92 지금까지 이런 판매는 없었다. 이것은 팬미팅인가 판매인가. 22.08.09 764 12 20쪽
91 광고를 했다. 효과는 대단했다. +2 22.08.07 799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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