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483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09.02 21:59
조회
587
추천
9
글자
18쪽

혀어어업상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111화



“오우. 역시 본토 잡지는 뭐가 달라도 달...라가 아니라. 왜 이게 눈에 띈 거지?”


사실 침대 밑에 야한 잡지 한 두 개 정도는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게 지금 등장한 게 이상한 거지.


나는 분명 두뇌에게 신약이 숨겨져 있을만한 곳을 찾으라 명령했다.


그런데 평소처럼 쓸모없는 정보들을 제거하고 나온 것이 바로 이 성인 잡지.


두뇌 녀석. 아무리 혈기가 왕성하다고 그래도 때와 장소는 가려야 하는 게 아닐까.


‘부정. 무언가 있다면 여기뿐임. 미친 새끼야.’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한 번 더 확인해보도록 하지. 그래도 주인한테 미친 새끼는 좀...


궁시렁 거리며 성인 잡지를 살피고 있는데 특이사항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차갑네?”


잡지가 차가웠다. 아무리 캔자스시티의 3월이 추운 편이라고 하더라도 이곳은 실내다.


보온 장치가 다 켜져 있어, 다른 물건은 멀쩡한데 이 잡지만이 유독 차가웠다.



나는 고개를 숙여 잡지가 있던 곳을 확인했다.


아무리 선진국의 잡지라고는 해도 냉동 기능까지 탑재되어 있을 리가 없다.


역시, 이곳에 무언가 숨겨져 있는 게 확실했다.


“차갑다. 여기구나.”


바닥이 차가웠다. 굳이 바닥을 차갑게 만들 이유가 뭐가 있을까?


약 같은 걸 숨겨놓는다던지, 아니면 약 같은 걸 숨겨놓는다던지. 아 그냥 약이 여기 있었으면 좋겠다.


미국 놈들은 실내에서도 신발을 신고 다니기 때문에 온도의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한 모양.


녀석들도 K-맨발 시스템을 따랐으면 한발 늦는 건 갱단이 아닌 우리가 되었으리라.


어쨌든, 먼저 발견했으니 전리품을 챙길 시간이다.


여닫이가 없는 걸 보니, 뭔가 비밀 장치가 숨겨진 모양인데 이를 기다리고 있을 시간이 없다.


내겐 맥가이버의 칼과 비슷한 게 있었으니까.


나는 반격의 DNA를 활성화했다. 팔의 근육이 빵빵하게 차올랐고, 나무판자로 된 바닥을 향해 힘껏 내질렀다.


차가운 부분을 때렸다간 약품이 깨질 수 있으니 거기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파삭!


꽤나 연식이 있는 건물인지 나무가 힘없이 부서지고 말았다.


하긴, 나무판자니까 비밀 장치 같은 걸 설치하지, 콘크리트 바닥이었으면 뭘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조금 더 파야겠는데?”


나는 구멍 주변부를 향해 주먹을 연거푸 날렸고, 이내 꼬마 머리 하나 정도 들어갈 정도로 확장공사를 마칠 수 있었다.


“그럼. 확인해보자고.”


숨을 크게 들이쉬고 구멍 안으로 머리를 넣었다.


어둡긴 했지만 구멍으로 빛이 어느 정도 쏟아졌기에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다.


바닥 밑에 콘크리트로 된 바닥이 한 층 더 있었고, 그 위로 기계장치가 핏줄처럼 바닥을 메우고 있었다.


그 가운데에 네모난 상자가 있었다. 찬 기운은 상자로부터 나오는 듯하다.


“저걸 가져가면 되겠네.”


상자 자체에 온도 조절 장치가 달린 것 같으니 저대로 들고 가면 약에 문제는 없으리라.


오스틴 박사. 배짱 장사만 하는 줄 알았는데, 포장 측면에서 이렇게 디테일을 살릴 줄이야.


집까지 거리가 먼 경우 아이스팩을 담아주는 베X킨라빈스 알바생 같은 느낌이다.


“끙차.”


상자를 붙잡아 위로 꺼내는데 성공했다.


잘 빠지지 않는 것이 마치 비밀장치가 ‘그렇게 여는 거 아니야 미친놈아’라고 말하는 것 같았지만.


몇 번 힘을 주고 비트니 순순히 뽑혀 오더라. 역시 근육은 대다수의 경우 해결책이 되어준다니까.


만약 상자까지 잠금장치가 걸려 있었다면 나는 정말 오스틴 박사를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장이라도 교도소로 찾아가 응징을 했을 텐데, 다행히 오스틴은 그렇게까지 경우가 없는 사람은 아닌 듯하다.


상자의 뚜껑은 부드럽게, 내 손길을 따라 열리기 시작했다.


꼼꼼히 숨겨두었으니 안심을 한 걸까, 상자가 최첨단 기계라서 자물쇠를 못 단 걸까.


뭐가 정답인지는 몰라도, 내게는 좋은 상황이라는 건 달라지지 않는다.


상자 안에는 두 개의 밀봉된 플라스크, 그리고 영어로 된 설명서가 같이 있었다.


“이게 새로 개발한 치료제.”


목적을 달성했다는 충만감이 샤워를 하듯 머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망가진 내 주식들을 되돌릴 방법을 손에 넣었다. 미국까지 온 보람이 있었다.


다만 확인해야 할 내용은 있었다.


“태산 아저씨! 와서 이것 좀 읽어 봐요!”

“뭐 찾았니?”

“그랬으니까 부르지 않을까요?”

“싸가지 없는 자식.”


사용설명서는 중요한 사항이다. 오스틴 박사가 쓸 데 없는데 집어넣지는 않았을 터.


취급 방법이라든지, 복용 순서 그런 게 적혀 있을 것 같다.


이를 주의하며 이송을 하면 우리의 임무도 성공으로 끝이다.


“이거 약!”

“아 빨리 읽기나 해요.”

“... 싸가지 없는 새끼.”


약을 보며 흥분하는 태산의 등짝을 때린 뒤, 번역을 들었다.


“하나는 우리가 찾던 약이 맞다. 라이트 오스틴 17. 신약의 이름이야. 그냥 상자에 보관하기만 하면 된다더군. 상자는 36시간에 한 번 충전하고, 충격에 주의하라고 한다.”


태산이 보라색 플라스크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복용 방법은 10ml 씩 하루 3번을 마시라는 것 같구나. 그 아래는 제조 방법인 것 같은데 전문 용어는 모르겠네.”


미국이나 한국이나 하루 세끼 식후 30분은 국룰인 듯하다.


“응? 그런데 하나가 더 있잖아요. 그건 뭐에요?”


보라 플라스크로 치료가 가능하다면 그 옆에 있는 초록 플라스크는 왜 넣어둔 걸까? 예비용?


“... 허어.”


설명서를 읽어 내려가던 태산이 말을 멈추고 마른 침을 삼켰다.


“이건.”

“그건? 뭔데요!”

“마약이네.”


탕!!!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총성이 고막을 때리고 지나갔다.


소음기를 끼지 않은 날것의 총성이다.


경호 팀들은 모두 소음기를 착용했을 것이다. 그러니 저건 우리 편의 총성이 아니다.


총성은 우리가 있는 2층에서 들렸다.


불길함이 등을 타고 전신을 억죄었다.


또각. 또각.


총성과 화약의 여운이 사라지지 않은 복도 속으로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의 주인은 유유히, 느긋하게 우리가 있는 방에 고개를 들이 밀었다.


검정 머리카락, 피로 물든 얼굴, 갈 곳을 잃은 눈동자.


튀어나온 머리는 부팀장 석호의 것이었다.


석호의 것인데... 그는 육체의 통제권을 상실한 상황인 듯했다.


뒤이어 그를 붙잡고 있는 금발의 중년이 나타난 걸 보면 말이다.


우리 측에 총을 지닌 인물이 있을지도 모르니 방패 대용으로 석호를 들이민 모양, 신중하면서도 쓰레기인 같은 놈이었다.


만약 태산이 방아쇠를 당겼다면, 평생을 따라다닐 트라우마가 되었으리라.


딱 봐도 험하게 구른 듯, 얼굴에 칼자국이 많은 금발의 중년이 영어로 말을 내뱉었다.


그를 보며 내 머리가 팽팽 돌아가기 시작했다.


‘어디서 나타난 거지? 아까 다 처리한 게 아니었나? 아래층에서 총성이 들려도 2층 방에 남아 있었다는 건데. 그럼 쫄보인가? 아니면 간부급 거물이라거나. 아니면 귀가 잘 안 들리는 놈일지도 모르는데. 석호를 제압한 걸 보면 보통 놈은 아닌 것 같네. 제길’


높은 확률로 녀석은 갱단의 중진일 것이다.


이쪽은 두 명이라고 해도, 상대는 인질을 방패로 사용하고 있다. 이길 거라는 보장이 없다.


그래도 다짜고짜 총을 안 쏘니 다행이지.


갱단 간부는 우리에게 묻고 싶은 게 있는지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물론 총은 여전히 우리를 겨눈 채였지만.


그런데 번역기가 일을 안 한다.


간부의 움직임을 의식하면서도 태산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는 얼굴이 빨개져 콧김을 거세게 내쉬고 있었다. 눈동자도 흔들리는 것이 흥분상태로 보인다.


좋지 않다. 전쟁 경험도 있다는 사람이 왜 이렇게 급발진을 하려는 걸까.


이런 경우 상급자가 진정시키고 이끌어줘야겠지만, 여기엔 나 밖에 없다.


“하아... 어쩔 수 없군.”


나는 한숨을 내쉬고 한 걸음 나서 간부에게 말을 건넸다.


“Hey. I don’t speak english.”


이 상황에서 내가 나설 줄은 몰랐는지 간부의 눈이 커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옆을 가리키며 몇 안 되는 영어지식을 짜냈다.


“He can. But excited. wait a minute.”


여기까지가 내 한계였다. 말을 마치자마자 간부는 시원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중간 중간 퍼킹 어쩌구, 퍼니 키드 어쩌구 하는 걸 보니 알아들었다는 소리인 것 같다.


한숨을 돌린 뒤, 얼떨떨하게 있는 태산에게 핀잔을 먹였다.


“한방에, 깔끔하게 죽일 수 있겠어요?”

“... 뭐?”

“자신 없으면 일단 번역이나 해 줘요.”

“너는 부팀장이 죽어가고 있을 지도 모르는 걸...”

“그거까지 포함해서. 문제를 해결해주자고요.”


한 순간의 선택으로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된다. 그 때문에 결정은 어려운 법이다.


그것이 목숨이 걸린 선택이라면 더욱 그럴 테고.


자신의 역할과 책임 사이에서 고민하던 태산은 결국 생각을 포기하기로 했다.


책임감이 없는 걸 보니 태산은 경력이 쌓여도 감투는 못 맡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오히려 그게 도움이 되었다.


“너희들 뭐냐고. 여긴 무슨 일이냐고. 네 손에 든 그거 약이냐고. 내놓는 게 좋을 거라 그러더라.”


그 순간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상황이 재정립되기 시작했다.


오스틴은 마약을 만들어 갱단에 팔고 있던 것 같다. 이 갱단 새끼들은 그걸 탈취하러 온 모양이고.


“아저씨 이거 마약이랬죠?”

“정확히는 기분이 좋아지는 약이라고 적혀져 있는데.”

“마약 맞네요. 그럼 얘도 제조법 적혀 있는 거에요?”

“맞아.”


나도 모르게 미국식 욕이 나올 뻔 했는데 간신히 참았다.


이들도 처음엔 얌전히 거래를 받아들였겠지.


그런데 바보가 아닌 이상 끝도 없이 생성되는 마약의 출처가 궁금했을 것이고.


찾다보니 마약을 제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추측하게 되었겠지.


갱이나 카르텔의 주 수입원은 마약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찾았는데 눈이 안 돌아가는 게 이상하다.


마약을 만들어 낸 것도 대단한데, 그걸 순진하게 갱단에 팔았다는 사실이 더 대단했다. 도대체 똑똑한 건지, 멍청한 건지.


“그러게 왜 마약은 만들어가지고.”

“생활고 때문이래. 신약 개발하는데 돈이 없다고.”

“오스틴이랑 친해요?”

“여기 적혀 있어. 경찰에 잡혀갔을 경우를 대비해서 적어놓은 것 같다.”

“염병.”


이래서 인성 교육이 중요한데. 똥이나 싸지르고 맘 편히 교도소에서 일광욕이나 하고 있겠구만.


따지고 보면 이 모든 건 신이 나를 견제하기 위해 시작된 거지만 그건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퉤.


간부는 충분히 기다렸다 싶은지 시간이 다 되었음을 알렸다.


“시간 다 됐다.”

“우리도 끝났어요. 그 전에 하나만. 저 사람 죽었어요?”


간부는 손을 들어 석호를 살폈다.


“살아있다. 아직은.”

“그래요. 이야기를 시작해보자고요.”


안 그래도 물량에서도, 화력에서도 밀리는데 석호의 수명줄이라는 제한시간까지 생겼다. 역시 인생이라는 게임은 좆망겜이 틀림없다.


아무리 애새끼 같은 석호라지만 죽일 수는 없었기에,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했다.


“저희는 희귀병 약 찾으러 왔어요. 오스틴 박사가 연구하던 거요. 그쪽은 마약 찾으러 오신 거죠? 그러니 우리 서로 원하는 것만 가지고 빠지는 건 어떨까요?”


가장 무난한 방법이다. 미국에서야 갱단의 세력이 넓어져 경찰들이 골머리를 썩힌다거나 하겠지만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끼치는 건 아니니까.


그런데 간부는 검지 손가락을 까딱였다. 계산을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듯이.


“선심 쓰듯이 말하지 마라 꼬맹이. 어차피 내 눈에 띈 이상 내 거니까. 그리고 내 거를 가져가려면 값을 치러야지.”


하필이면 까다로운 타입이 걸렸다. 수적 우위가 그들에게 있으니 거래에 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마약이 아닌 치료제에도 관심이 생긴 듯하다.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찾고 있으니 가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 일단 빼앗고 우리 돈을 뜯어낼 생각인 것 같다.


지하실이 아닌 2층을 뒤졌을 때부터 머리가 잘 돌아가는 놈이라는 건 입증이 된 거나 다름이 없지만. 상당히 껄끄럽기까지 한 놈이다.


“더러운 돈벌레 같으니. 아 이 말은 번역 안 해도 돼요.”


이미 dirty까지 입 밖으로 내뱉었던 태산이 빠르게 입을 주워삼켰다.


저런 유형과 진정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는 방법은 한 가지.


힘으로 굴복시킬 수 없음을 보여줘야 한다.


“태산 아저씨. 담배 피죠?”

“그런데. 왜. 한 대 줄까?”

“미친 소리 하지 말고. 라이터 내놔요.”


라이터를 받아들어 불을 붙이고, 레시피가 담긴 종이를 근처까지 가져다 댔다.


간부가 내 생각을 눈치채고 빠르게 총을 들었지만, 태산 역시 위협을 가했다.


“총 맞으면 종이가 떨어질 거에요. 불이 붙겠죠?”

“죽기 싫으면 그 손 내려놔 빌어먹을 꼬맹아.”

“간부 양반께서는 자꾸 이 약들을 자기가 가졌다고 착각하고 있는데. 현재 들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을 하셔야 할 것 같아요.”


간부는 흥분을 감추지 않으며 당장이라도 쏠 듯 위협했지만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이 협박이 우리 경호 팀의 목숨줄인데 내려놓는 게 멍청한 짓을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거기에 행운 출력이 100% 되었기에 혹여나 상대가 총을 발사하더라도 즉사는 피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있었고.


솔직히 그게 컸다. 살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은 내게 깡과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었다.


결국 간부는 한 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작은 욕심을 위해 큰 이익을 저버릴 수는 없었으니.


하지만 이대로 끝낼 생각은 없는 듯하다.


“그래. 네 말대로 협상을 하지.”

“하나씩 나눠 가지는 거 말고 더 할 말이 있던가요?”

“있지. 피의 값을 안 치뤘잖니.”


피의 값. 보통 조직원들의 목숨을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고, 그 생각이 맞는듯했다.


“너희들 때문에 병신이 된 애들이 하나, 둘이 아니야. 이러면 우리가 약을 제조해도 공급이 어려워. 정말 깔끔하게 원한을 씻고 싶다면 그 값 정도는 내야할 거다.”


지랄. 결국 치료제 값에서 명목만 바뀌었지 돈을 내라는 건 똑같은 게 아닌가.


그렇게 계산을 좋아했으면 오스틴처럼 박사나 할 것이지.


“제 눈에는 그쪽이 병신으로 만든 사람도 보이는데요?”


석호를 가리키며 피차일반임을 주장했지만 씨알도 안 먹혔다.


“쓰러진 건 이쪽 인원이 더 많아. 그리고 얘는 아직 살아있으니까 무효다.”


회유를 해보았지만 간부는 물러나지 않았다.


갱으로써 이 정도도 받지 못하면 위엄도 무너지고, 장사도 접어야 된다나 뭐라나.


결국 나도 양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샘숭이 돈이 적은 기업은 아니었으니까.


“일단 내려가서 이야기할까요. 계산할 사람들이 더 있을 거 같은데.”

“좋은 생각이야. 너 우리 갱단 안 들어올래?”


내 똑똑함이 또 한 명을 홀리고 말았다. 갱한테 9살 때 스카우트 받은 썰 같은 걸 풀면 술자리 분위기가 틀림없이 달아오르리라.


간부와 우리는 대치 상태를 유지하며 1층으로 내려갔다.


총성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걸 보면 그쪽 상황도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 같다.


“상혁아! 물건은 찾았... 무슨 상황이냐?”


1층의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경계를 서는 인원과, 2층에 있던 제외한 10명의 팀원이 서른 가까이 되는 갱단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고 있었던 까닭이다.


전투 불가로 쓰러진 인원 셋, 의식이 위험해 보이는 인원 하나.


도합 4명이 전투에서 이탈되었지만 상대의 쓰러진 숫자는 열 댓 정도였으니.


다행이긴 한데, 계산해야할 머릿수가 늘어난 셈이다.


“두당 얼마나 드려야 한다고요?”

“3천 달러. 였다만 이렇게 많이 뒈졌다면 이야기는 다르지. 두당 4천은 받아야겠다.”

“그게 무슨 할증 같은 소리에요?”

“고작 그딴 돈 받고 우리가 기뻐할 수 있겠냐? 이렇게나 많이 죽었는데?”

“젠장.”


대충 어림잡아 계산을 해보니 18명 정도인 것 같다. 7만 2천 달러라는 소리인데.


한화로 계산하면... 거의 9천만 원이다.


“경호실장님. 저희가 들고온 돈이 얼마였죠?”

“7천만 원 정도. 이것도 넉넉히 가져온 거다.”


샘숭이 요새 흔들리기는 하는 모양이다. 넉넉히 잡은 게 7천이라니. 그런데도 상대가 요구하는 돈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디스카운트 되나요?”

“아니.”

“혹시 후불 결제는...”

“너네는 갱을 좆으로 아는 거냐? 좆까.”


답이 없었다.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돈을 더 구해와야 하는데, 그랬다간 일정이 어떻게 꼬일지 모른다.


누누이 말했지만 이번 작전은 타임어택이었으니까.


약을 구해가도 은하가 죽으면 결국 김첨지 엔딩이다.


“그냥 들이 받을까?”


그것도 방법 중 하나겠지만 2가지 문제가 생긴다.


하나는 부상자들을 챙길 수 없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사실이다.


태호는 나에게만 들릴 정도로 전황을 들려주었다.


총알이 상당 수 떨어졌다고. 거기에 인원 수 차이도 여전했다.


압승을 장담할 수 없다는 소리다. 거기에 치료제가 깨지지 않게 지키며 이동하면 손해가 더 커질 것이다.


진퇴양난은 이럴 때를 두고 쓰는 말이리라. 원만하게 해결할 건덕지가 없었다.


정공법도 안 돼, 합의도 안 돼. 그렇다고 눈앞의 갱단이 사라지지도 않아.


“갱단.”


눈앞의 갱단들을 야리고 있자니 방법이 하나 떠올랐다.


저들은 갱단이다. 그리고 갱단에게는 갱단의 해결법이 있는 법이다.


애매한 상황에 뒤끝 없이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혹시 권총 남는 사람 있어요?”

“... 어디다 쓰려고?”

“러시안 룰렛(Russian Roulette).”


이런 갈등에는 러시안 룰렛이 최고였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추천과 댓글, 선호작은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귀찮으실 텐데 언제나 추천을 눌러주시는 분들께도 감사, 또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0 대적자 22.09.15 577 10 17쪽
119 빛이 나는 사람 22.09.14 583 7 26쪽
118 천재는 약점을 극복한다 22.09.13 578 11 19쪽
117 합창 22.09.10 620 9 18쪽
116 별에 관한 고찰 22.09.09 620 10 16쪽
115 아빠 새끼를 만나다 22.09.08 661 9 25쪽
114 가족들이 호강하다 +1 22.09.07 626 11 24쪽
113 가족끼리 왜 이래 +1 22.09.06 596 10 18쪽
112 러시안 룰렛 22.09.03 585 10 20쪽
» 혀어어업상 22.09.02 588 9 18쪽
110 오스틴의 연구실 22.09.01 596 8 17쪽
109 공항에서의 기싸움 22.08.31 606 8 17쪽
108 숨바꼭질 22.08.30 614 9 17쪽
107 제왕과 정점 22.08.27 645 9 20쪽
106 정중지와 22.08.26 630 9 18쪽
105 피와 살육, 대환장의 주주총회 22.08.25 671 8 25쪽
104 유성아의 연구실 22.08.24 682 11 21쪽
103 가만히 있어도 22.08.23 711 13 19쪽
102 운이 좋은 날 22.08.20 745 13 19쪽
101 외양간을 고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1 22.08.19 745 11 17쪽
100 돈이 삭제가 된다니 +4 22.08.18 745 9 18쪽
99 투자는 계획적으로 22.08.17 771 10 28쪽
98 돈이 복사가 된다 +1 22.08.16 755 11 18쪽
97 대역전극 +1 22.08.13 722 11 11쪽
96 역전의 서막 +1 22.08.13 713 10 12쪽
95 구설수 22.08.12 731 12 18쪽
94 박상혁 쟁탈전 +1 22.08.11 764 10 20쪽
93 위대한 령도자 박상혁 동지를 맞이하라! 22.08.10 790 13 22쪽
92 지금까지 이런 판매는 없었다. 이것은 팬미팅인가 판매인가. 22.08.09 763 12 20쪽
91 광고를 했다. 효과는 대단했다. +2 22.08.07 798 10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