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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570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08.30 21:57
조회
614
추천
9
글자
17쪽

숨바꼭질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108화



“내기? 어떤 내기를 하자는 이야기니?”


제이의 입꼬리가 꿈틀거렸다. 아주 오랜만에 움직이는 건지 조금은 어색해 보이지만 기꺼운 듯 호선을 그렸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이야 폐인처럼 저러고 있는 제이였지만,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수많은 사람들의 도전을 받아 왔다.


그들을 모두 물리쳤기에 샘숭이 대기업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겠지.


그런 남자가 9살 꼬마에게, 그것도 도발이 섞인 도전을 받았으니. 잊고 있던 호승심이 깨어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그러나 그런 제이도 내기의 내용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숨바꼭질이요.”


숨바꼭질은 어린이들의 전유물과 같은 놀이다.


30대 후반을 바라보는 제이에게는 뜬금없는 종목이었다.


“숨바꼭질? 나랑 너 둘이서 말이니?”

“그렇긴 한데, 사장님은 부하 직원들을 동원하셔도 상관없어요.”

“그러면...”

“장소는 한 층, 제한시간은 1시간. 충분하죠?”


제이는 내기의 내용을 꼼꼼히 곱씹었다.


대기업 사장 정도 되면 어린아이의 제안도 철저하게 따진 뒤 응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자시고 할 건덕지가 없다.


아무리 병원 한 층을 통으로 쓴다지만 경호원만 10명이 넘어간다. CCTV나 첨단 기기를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고. 거기에 시간까지 1시간으로 넉넉하네?


상식적으로 꼬맹이 1명 측이 이기기가 불가능한 구조였다.


제이가 김이 샌다는 듯 콧김을 내뿜으며 그 사실을 지적했다.


“내가 너무 유리하지 않겠니? 10분 정도면 할 만 할지도 모르겠구나.”


그러나. 바로 그 점이 내가 노리던 것이다.


“지금까지 약을 공수하시면서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모두 실패하셨다면서요?”

“... 그랬지.”

“그 반대를 보여드릴게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이뤄내는 힘을.”


내 의도를 깨달은 제이가 나를 뚫어져라 보았다. 한 기업의 총수가 될 사람의 시선이다. 당연히 가볍지는 않았지만, 담담히 버텨냈다.


“좋아. 하자꾸나. 하지만 내기라 함은 무언가를 걸어야 하는 법이란다.”


이제이가 바라는 것은 단순했다. 한번, 딱 한번 자신이 부르는 순간에 바로 찾아올 것.


아마 은하를 염두에 둔 소원인 듯하다.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그녀가 너무 힘들어 할 때 도움이 되어주기 위해서.


반면 내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였다.


하지만 그걸 지금 말하는 건 재미가 없지.


“제가 원하는 건 이기고 들려드릴 게요.”


말을 마친 뒤, 행운의 DNA의 흐름을 다시 한 번 바꾸었다.


잠시 후 내 신형은 제이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정확히는 제이가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린 것이지만 결과는 같으니 제이의 입장에서는 귀신에 홀린 것이나 다름이 없으리라.


그가 허탈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허허. 눈 뜨고도 코를 베이는구만. 오랜만에 꽤 재미있는 친구를 찾았어.”


제이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집사에게 명령했다.


“찾아오세요.”

“그럼 사장님께서는...”

“통제실로 가죠. 거기서 cctv를 보고 있겠습니다.”


그렇게 샘숭 전자와 정점에 이른 소년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흐음. 어디에 있어야 하나.”


병실을 나선 뒤, 유유히 VVIP 층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처음에는 행운의 DNA가 있으니 가볍게 승리를 따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샘숭 사람들이 수색에 나섬과 동시에, 내 행동에 제약이 걸리기 시작했다.


“음? 갑자기 목이 마르네?”


뜬금없이 목이 말라서 정수기를 찾아 물을 마셨다.


그런데 방금까지 내가 있던 곳으로 한 무리의 떡대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뒤로도 그런 현상은 이어졌다. 갑자기 불길한 느낌이 들어 방향을 바꾸는 일이 부지기수.


잠시라도 움직이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잡힐 것 같은 불안감이 끊이지 않았고, 머지않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가만히 있다간 잡히게 될 테니, 나를 움직이는 거구나.’


행운도 은근히 확률을 기반으로 작동을 하는 녀석이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현실을 조작할 뿐, 기본적으로 아예 불가능한 건 실현시키지 못한다.


낮은 확률을 겹겹이 쌓아 올려 얽어맨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그러니 내가 움직여야 하는 경우는, 모든 행운을 동원하더라도 들켰을 경우 뿐.


그러니 나의 무의식을 자극해 움직이게 만든 것 같다.


그 후로도 나는 바쁘게 움직여야만 했다.


무협에서만 보던 천라지망이 이런 건가 싶을 정도로 경호원들은 집요하게 추적에 나섰다.


딱 봐도 텅 비어있던 복도에게서 당장 도망쳐야 한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정말 소름이었다.


알고 보니 내 행동을 유도한 뒤, 잠복을 하며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개개인의 판단으로는 불가능한 일사분란한 움직임. 이제이가 통제를 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이러다간 정말 막다른 곳에 몰려도 이상하지 않다.


“흠. 어쩔 수 없네.”


자존심을 부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나는 다른 모든 능력을 활성화시켰다.


“두뇌야. 말 안 해도 알지?”

‘훗. 역시 나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됐고. 빨리 하기나 해.”


두뇌가 나서자 도주가 한결 수월해졌다.


두뇌가 가동하는 순간 시야에 필터가 씌워졌다. 어느 곳이 얼마나 안전할지를 녹색과 적색으로 나타내어 두뇌가 적용한 것이다.


이전에 멧돼지한테 쫒길 때 사용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꽤나 덕을 본 기억이 있다.


덕분에 자신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었다.


두뇌는 계속해서 몸을 숨길 확률을 높일 방안을 내게 제안했고, 그 중 마음이 끌리는 몇 개의 방안을 채택했다.


두뇌는 확률을 계산할 수 있고, 행운은 낮은 확률을 현실로 끄집어 올 수 있다. 어쩌면 두 능력의 시너지는 꽤나 좋을지도 모른다.


‘부정. 비과학적인 능력이랑 붙여서 생각하지 말 것.’


뭐 본인은 아니라고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두 능력의 조화 덕에 도망이 용이했던 것은 사실이다.


한 번은 사방에서 포위되어 꼼짝없이 갇힐 뻔 했는데, 괴물과 같은 팔다리 근육으로 천장에 매달려 회피할 수 있었다.


“어디 간 거야?”

“분명 여기 있다 그랬는데. 사장님은 별 말씀이 없으신가?”

“일단 다른 쪽도 찾아보자고.”


나를 코앞에 두고도 찾지 못하는 이들을 보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었다.


사람들이 어째서 첩보 영화를 즐기는지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나는 천장에 매달리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걸 깨닫고, 그 때부터는 아예 천장을 통해서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러다가 관찰력이 좋은 경호원 한 명이랑 눈이 맞았다.


“히엑!”


좆된 줄 알고 머리를 팽팽 굴리며 다음 도주로를 찾고 있었는데, 의외로 그는 별다른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잘못 본 게 아니라면 굳어서 벌벌 떨고 있다.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갑자기 즐거운 기분이 들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몸이 뒤집어진 상태에서 내는 목소리는 기괴했고, 침이 뚜욱 뚝 떨어졌다.


“흐... 흐억.”


내 미소를 본 경호원이 더욱 몸을 움츠렸고, 나는 참을 수가 없어 팬서비스를 해주기로 했다.


그냥 멀어지는 척 하다가... 360도 회전하여 네 발로 달그락 거리며 그를 향해 뛰어갔다.


“끄아아아악!!!”


결국 그 경호원은 눈을 까뒤집고 기절을 하고 말았다.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시 천장으로 올라왔고, 비명을 들은 사람들이 몰리는 걸 구경했다.


“준호가 쓰러졌다!”

“119! 119를 불러!”

“여기 병원인데?”


효과 한 번 끝내준다. 그저 숨바꼭질을 했을 뿐인데 귀신의 행동심리를 파악할 수 있게 될 줄이야.


이와 같은 소동이 몇 차례 지난 후, 기어코 제한시간 1시간이 모두 흘렀다. 시간이 끝나자 VVIP 층 전체에 방송이 울렸다.


“내 패배다. 상혁아. 이제 그만 나오려무나.”


흐흥. 결국 샘숭이라고 해도 이몸의 상대는 안 되는 건가.


고작 팔 근육으로 벽의 장식들을 집고 올라가 대형 샹들리에 위에 숨어 있었을 뿐인데 말이다.


나는 수호의 DNA를 활성화 한 뒤, 허공에 몸을 던져 멋지게 착지했고. 행운의 흐름을 바꾸었다.


“짜잔! 제 승리네요?”


그들의 입장에서는 내가 갑자기 허공에서 몸을 드러낸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꽤나 복합적인 능력이 요구되었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연기했다.


어차피 상대도 내가 어떻게 피해 다녔는지 모른다. 알았으면 잡았겠지.


그러니 내가 여유로운 척 행동해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그래. 인정할 수밖에 없겠구나. 정말 대단한 능력을 지녔어.”

“좋은 승부였어요. 역시 샘숭이더군요.”


상대의 낯에도 금칠을 해주는 걸 잊지 않았다.


내가 꺾은 상대를 칭찬하는 건 곧 나를 추켜세우는 것과 다름이 없었으니까.


제이는 나의 능력을 경이로워하면서도, 묘하게 착잡해 보였다.


“내가 맞대결에서 진 게 얼마만인지. 고작 숨바꼭질이긴 하지만 정말 오랜만이구나.”


그렇다고 이번 대결을 ‘고작 숨바꼭질’로 폄하하는 건 조금 추한 일인 것 같다. 나는 저런 어른이 되지 말아야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제이가 무릎을 꿇었다.


나의 능력에 감탄하여 갑자기 부복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된 것은... 아니겠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은하를 구하는 일에 도움을 달라고 부탁을 하려는 것이겠지.


애초에 내가 도와주겠다는 걸 제이가 의심하고 무시해서 벌어진 숨바꼭질이었다.


나의 능력을 입증한 이상, 갑과 을이 뒤바뀌었고.


현재 제이는 딸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9살 꼬마에게 무릎을 꿇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직 계산이 안 끝나지 않았나? 우선적으로 할 이야기가 남은 것 같은데.


“우선 제 요구사항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응? 아. 그래야지.”


그는 무릎을 꿇다 말고 엉거주춤 한 상태로 멈추었다.


협상을 하기엔 매우 엉성한 자세이지만 패자의 사정은 고려되지 않는 법이다.


나는 고개를 쳐들고 당당하게 요구 조건을 입에 올렸다.


“신약 공수하러 가실 때, 저도 데려가 주세요. 제가. 가져올게요.”


명품, 자동차, 최신형 휴대전화. 과연 무엇을 내놓아야할지, 어떻게 협상할지 고민하던 제이의 표정이 멍해졌다.


그가 무릎까지 꿇어가며 부탁하려던 내용을 내가 내기 보상으로써 요구했으니, 그로써는 아무런 노력 없이 원하는 바를 얻어낸 셈이다.


계산과 거래에 익숙한 제이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감각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애초에 별다른 목적은 없었다. 그저 확실하게 참전 허가를 얻고 싶을 뿐이다.


‘부탁’이 아닌 ‘약속’이라면 따라 가서 마음이 내키는 대로 행동하더라도 제지를 받지는 않을 테니.


왜 이런 절차가 필요하냐면, 빌어먹을 운명 때문이라고 답하겠다.


운명은 언제나 좆같이 꼬여 있다. 심지어 가야 할 곳이 미국 아닌가. 총기 소지가 합법화 된 나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러니 내가 나설 일은 111%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거기 가서 샘숭 경호원이랑 기싸움을 하느니 지금 포석을 깔아두는 게 좋다는 계산이다.


아 물론, 샘숭 전자 사장한테 확정적으로 뜯어낼 기회를 그냥 날리는 건 조금 아깝긴 하다.


기왕 쓰는 거 샘숭 전자 주식 좀 무더기로 떼어 주면 고마울 것 같긴 한데...


안 그래도 저점 아닌가. 최고민수에게 고마워하며 나 나름대로 추가 매수를 하긴 했는데, 사람 욕심이란 게 원래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법이니까.


그래도 이걸 내 입으로 말하면 없어 보일 테니 조용히 있도록 하자. 눈치가 있는 양반이면 알아서 챙겨 주겠지.


실제로 제이는 감동의 바다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생면부지의 꼬맹이가 그를 위해서 전력을 다하고 있다. 삶이 곧 경쟁 자체였던 제이에게는 뭉클할 수밖에 없으리라.


“왜 나와 은하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 주는 거니?”


세상에 이유 없는 호의만큼 꺼림직 한 건 또 없다. 그러니 이 질문은 제이 나름대로의 확인절차라고 할 수 있다.


기다리고 있던 질문이기도 하다. 저 사람이 나를 신뢰해도 되는지 가늠하고 있다는 증거였으니까.


기왕이면 좋은 이미지를 쌓아 두는 편이 좋을 것 같아 답변을 고민했다.


은하를 구하고 싶어서? 틀린 말은 아닌데 조금 작위적이고.


빌어먹을 운명에 저항하기 위해. 이건 맞는 말이긴 한데 약간 사이비스러울 수 있다. 결국 내가 샘숭 전자를 찾아온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으니까.


세계의 평화와 사랑을... 하. 됐다. 집어 치우자.


원래 이런 대답은 길어지면 신뢰가 떨어지는 법이다. 대답도 타이밍이라는 소리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가장 큰 이유를 내뱉기로 했다.


“샘숭 전자에 만 삼천 주가 물려 있어서요!”


... 젠장. 이건 너무 직관적이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더니.


그러나 다행히도 제이는 답변이 마음에 든 듯 웃음을 터트렸다.


“하! 그래서 회사를 구하려는 거라고? 하하하하! 이거 대주주셨구만!”


완전히 내숭을 떠는 것은 실패를 하고 말았지만 결과만 좋으면 올 라잇이다.


제이는 내 합류가 결정되자마자 경호실장을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네. 강 실장. 고생이 많아요. 이쪽은 내일 신약 수송에 동행할 박상혁입니다. 얼굴은 아시죠?”

“... 네? 네. 본 적은 있습니다만. 내일 작전에 함께한다는 말씀이십니까?”


작전을 준비하느라 내 활약을 지켜보지 못한 경호실장은 의문을 표했다.


이거 다시 다이다이를 떠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는데, 다행히 제이 선에서 정리를 해주었다.


“이 아이가 저를 대신한다고 생각하고 믿고 도와주세요. 약 수송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제이가 친근하게 나의 어깨를 두드렸다.


딸아이의 옆을 지키기 위해, 미국으로 함께 가지 못하는 제이였다.


그래서 찜찜하던 차에 믿고 맡길만한 사람이 생겼다며 경호실장에게 첨언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칩거를 하다가 드디어 미쳤나 의심을 하겠지만, 삼성의 경호실장 정도 되는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무언가 이유가 있을 거라며 제이의 명령에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특별히 신경 쓰도록 하겠습니다.”


이래서 윗사람들이 그렇게 상명하복을 좋아하나 보다. 자칫 번거로울 수 있는 상황이 짧게 정리되었으니.


경호실장은 간단하게 작전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출발은 내일 아침 7시. 목적지는 미국 캔자스시티 근처에 있는 오스틴 박사의 개인 연구소다. 도착 예정 시간은 아침 9시 35분. 우리는 연구실을 빠르게 뒤진 뒤 신약을 찾아 복귀하면 된다. 예상 작전 시간은 3시간 남짓이지만 최장 하루 이상 걸릴 수도 있으니 참고하도록.”


브리핑 경험이 많은지 설명이 간단하고 명료했다. 질문사항 있으면 물어보라기에 거리낄 것 없이 손을 들었다.


“굳이 연구실을 뒤지는 이유는 뭔가요?”

“오스틴 박사와 거래를 하던 중, 그가 감옥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물건을 챙긴 후 다시 거래하는 꼴이 되겠지만 상황이 급하니 어쩔 수 없지.”


박사를 감방에 넣은 운명도 징하고, 그걸 굳이 뺏어가겠다는 샘숭도 징했다. 역시 세계관 최강자들의 대결답다.


다음 질문을 바라는 것 같아 또 다시 손을 들었다.


“저 여권 없는데.”

“전용기로 갈 테니 걱정 마라. 밀입국 정도야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엄마한테는 뭐라고 그럴까요?”


촬영이야 이제 막바지니 시간 조율이 널널하다. 문제는 외박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귀염뽀짝한 9살 꼬마에게 외박은 허용되지 않은 일이었다.


이를 가족에게 어떻게 둘러대느냐 문제였는데, 이제이가 방안을 마련해주었다.


“샘숭 주관 영재 합숙 캠프에 왔다고 하면 되겠네.”

“내일 그런 게 열리나 봐요?”

“아니. 이참에 열지 뭐. 집사? 일 진행시켜요.”


참으로 호쾌한 일처리 방식이다. 언젠가 나도 정점에 이를 테니 참고하면 써먹을 날이 있으리라.


그 뒤 자잘한 사항까지 협의를 마치었다.


내가 한국을 비운 동안 무슨 일이 있을 생길지 모르니, 성아에게 시물레이션을 부탁했고.


한국에 남은 샘숭 경호원들에게 가족의 호위를 부탁했다.


엄마가 샘숭은 요새 떨어지는 별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승윤이가 자기도 미국에 가고 싶다며 몸통박치기를 해 온 것 말고는 특이사항 역시 없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건 첫 외국행이라 그런 걸까? 그게 아니면 위험천만한 호송미션이라 그런 걸까.


뭐가 되었든. 내가 할 일은 하나다. 내 돈을 되찾는 것. 설령 신이 가로막고 있더라도 뚫고 지나갈 생각이다.


아니, 이참에 주가를 떡상시켜 고생한 몫까지 차액을 뽑아내는 것이 좋으리라.


빌어먹을 운명, 딱 대라지. 뒤지게 패버릴라니까.


당찬 다짐과 함께 비행기가 떠올랐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총알세례를 맞으리라는 사실은 알지 못한 채로.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추천과 댓글 선호작은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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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대적자 22.09.15 577 10 17쪽
119 빛이 나는 사람 22.09.14 583 7 26쪽
118 천재는 약점을 극복한다 22.09.13 578 11 19쪽
117 합창 22.09.10 620 9 18쪽
116 별에 관한 고찰 22.09.09 620 10 16쪽
115 아빠 새끼를 만나다 22.09.08 661 9 25쪽
114 가족들이 호강하다 +1 22.09.07 626 11 24쪽
113 가족끼리 왜 이래 +1 22.09.06 596 10 18쪽
112 러시안 룰렛 22.09.03 585 10 20쪽
111 혀어어업상 22.09.02 588 9 18쪽
110 오스틴의 연구실 22.09.01 596 8 17쪽
109 공항에서의 기싸움 22.08.31 606 8 17쪽
» 숨바꼭질 22.08.30 615 9 17쪽
107 제왕과 정점 22.08.27 645 9 20쪽
106 정중지와 22.08.26 630 9 18쪽
105 피와 살육, 대환장의 주주총회 22.08.25 672 8 25쪽
104 유성아의 연구실 22.08.24 682 11 21쪽
103 가만히 있어도 22.08.23 711 13 19쪽
102 운이 좋은 날 22.08.20 745 13 19쪽
101 외양간을 고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1 22.08.19 745 11 17쪽
100 돈이 삭제가 된다니 +4 22.08.18 745 9 18쪽
99 투자는 계획적으로 22.08.17 771 10 28쪽
98 돈이 복사가 된다 +1 22.08.16 755 11 18쪽
97 대역전극 +1 22.08.13 722 11 11쪽
96 역전의 서막 +1 22.08.13 714 10 12쪽
95 구설수 22.08.12 731 12 18쪽
94 박상혁 쟁탈전 +1 22.08.11 764 10 20쪽
93 위대한 령도자 박상혁 동지를 맞이하라! 22.08.10 790 13 22쪽
92 지금까지 이런 판매는 없었다. 이것은 팬미팅인가 판매인가. 22.08.09 763 12 20쪽
91 광고를 했다. 효과는 대단했다. +2 22.08.07 799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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