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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남녀

결혼 후 愛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설理雪
작품등록일 :
2012.05.02 22:52
최근연재일 :
2012.05.02 22:52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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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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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9
글자수 :
318,861

작성
12.04.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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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17쪽

40.웬수 꼬물이?

DUMMY

40.웬수 꼬물이?


2012년 2월 14일 그 유명한 밸런타인데이. 이제 제법 배가 불러 임신 6개월째를 넘어 7개월째로 접어드는 오늘은 정확히 27주 4일째 되는 날 새벽 4시. 금방 신은 양말 위로는 금색 발찌는 그대로 두고, 오른 손목에 시계와 왼쪽 손목에 팔찌를 다 빼고, 양손 약지에 끼워져 있던 각각 결혼반지와 커플링도 빼서 책상 위에 조심스레 얹는다. 혹시나 초콜릿 만드는데 들어가면 그것만큼 곤란한 일도 없으리라.

옷을 갈아입고 준비를 끝낸 혜리는 준이 자는 것을 확인한 뒤 손전화를 꺼둔 뒤 집을 나섰다. 미리 집 열쇠를 복사해서 갖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 들어오는 길도 마련되어 있다. 부른 배를 코트로 단단히 감싸 안은 혜리는 집 근처의 동원보라아파트로 건너온다. 103동 705호임을 확인한 그녀는 초인종을 띵동 누른다.

집 안에선 앞치마에 조리 준비 차림의 가현이 해맑게 웃으며 문을 열고 혜리를 반긴다.

“어서 와요!”

혜리가 쌩하니 들어오고 잠시 후 가현은 문을 잘 잠근다.

“가현 씨 집이 비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우리 신랑은 학교 방학이라고 꼼짝도 안 하네요. 오늘 같은 날은 집 좀 비워주면 어디가 덧나나.”

“오늘 같은 날 남자들은 특히 갈 곳이 없어요, 혼자라면 더더욱.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 맛있게 만들어 봐요!”

“네에!”

혜리는 가현이 주는 앞치마를 입고 끈을 잘 맨 뒤 팔소매를 잘 걷고 준비를 끝낸다. 준과 가족의 눈을 피해 가현의 집으로 도망 나온 그녀의 목적은 오로지 하나! Made in 혜리 of 가현네 집의 <초콜릿> 이다. 마침 부모님이 부곡 하와이로 여행을 떠나셔서 집이 빈 덕에 가현네로 오는 것이 가능하다. 의진네는 종갓집에다 동래에 있어서 너무 멀다.

초콜릿 만드는 건 가현이 가르쳐주는 방법을 바탕으로 설탕은 조금 적게 넣고 대신 아몬드를 넣을 예정이다. 신랑 준이 심하게 달달한 음식, 즉 던킨에서 파는 도넛이나 초콜릿은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혜리도 던킨에서 파는 도넛은 별로 안 좋아한다. 달다 못 해 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아무리 그래도 오늘이 서로를 알게 되고 첫 밸런타인데이인데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가현에게 조언을 구한 끝에, 초콜릿 안에 아몬드를 넣으면 별로 안 달게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그렇게 하게 된 것이다.

미리 준비한 초콜릿을 잘게 썬 다음 생크림을 데운다. 그리고 미리 썰어놓은 초콜릿에 넣고 잘 섞으면 가나슈가 완성. 이제는 그 가나슈를 여러 모양으로 나누면 되는데 그러기 전에 혜리는 일단 아몬드부터 적당한 크기로 썬다. 그런 다음 가나슈를 적당히 여러 모양으로 나누고, 그 안에 아몬드를 넣는다. 초콜릿을 녹이는 작업을 템퍼링이라고 하는데 60도로 녹이고, 차가운 물을 깔아서 28도까지 식힌 뒤 다시 60도로 데운다.

베이스 레시피를 바탕으로 해서 조금 다르게 만드는 혜리. 도우미 아줌마께 드릴 것도 만들고 시부모님께 드릴 거부터 별모양 틀에 넣어 초콜릿을 만들고 장식을 얹고, 신랑에게 드리는 것만 특별히 커다란 사랑표 모양 틀에 넣고 위에 다른 것과는 좀 더 다르게 장식을 올린다.

“다 됐다!”

“저도 다 되었어요!”

“어? 왜 하나밖에 안 만들었어요, 가현 씨?”

“저는 부모님이 부곡에 놀러가 계시고 외동이라, 따로 챙겨줄 사람은 윤 쌤 지훈 씨뿐이에요.”

“아하!”

고개를 끄덕이는 혜리와 가현은 초콜릿을 거실 탁자로 옮겨 잘 올려두고 그대로 굳히는 작업만 남긴 뒤 두 사람은 비빔밥으로 아침을 해먹었다.

혜리는 초콜릿을 잘 챙겨서 오전 7시 무렵 집으로 건너온다. 일단 이제는 꼬물이가 쓰게 될 자신의 방에 초콜릿을 잘 숨기고 방으로 건너와 문을 닫고 돌아서는데,

“헉!!”

“어디 갔다 옵니까? 반지 팔찌 다 풀어 놓고 심지어는 손전화까지 꺼두는 단호함까지 돋보이더군요, 이번에는?”

언제 깼는지 이불을 침대 위로 잘 펴놓고 그 위로 책상 다리를 하고 팔짱까지 끼고 있는,

“시, 신랑? 왜 깼어요, 언제 깼어요?”

“지금 나 깬 게 문제야? 자다 말고 자리를 비우는 걸로도 모자라 장신구란 장신구는 다 놓고 어디론가 사라지는 신부 문제가 아니고? 신부 자꾸 이럴래?”

“화났어요?”

“났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어딜 갔다 오는 거야? 자꾸 이런 식으로 손전화 놔두고 행방불명에 연락두절 할 거야? 지금 한두 번도 아니고 한 겨울에 엄청 추운 새벽에, 꼬물이한테 영향이라도 가면 어쩌려고?”

그동안 이런 식으로 몰래 몰래 놀라게 해주었던 게 쌓이고 쌓여서 이번을 계기로 터진 것이다. 그냥 손전화만 두고 갔으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결혼반지와 커플링을 빼놓고 가고 팔찌까지 풀어놓고 갔다. 덕분에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새벽녘에 나이트라도 나가서 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기를 낳은 것도 아닌데 그 몸으로 처녀 행세를 하나, 혹시나 길바닥에서 동사한 건 아닐까, 112에 신고라도 해야 하나, 온갖 안 좋은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신부라는 사람은 서프라이즈를 핑계로 자꾸만 신뢰를 깎아먹으려 한다.

그래서 화가 났다. 화난 만큼, 삐졌다.

헌데 장신구 다 챙기고 나서 침대 위로 올라와 풀썩 자리 펴고 누운 혜리는 또 한 번 덤덤하다. 덤덤함은 물론 동시에 말장난 비슷한 유도심문이 시작되었으나, 험악한 용 마냥 뿔이 제대로 나서 하늘을 뚫으려고 하는 준은 유도심문인 것도 말장난인 것도 알아차리지 못 하고 있다.

“연애하자면서요?”

“뭐?”

“결혼은 법적과 호적 관계일 뿐이라고, 결혼한 거 잊어버려도 된다면서요? 연애하자면서요? 그래서 하고 있잖아요. 연애.”

“뭐라고?”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

“그 날은 무슨 날인데요?”

스무고개 하나? 하지만 여전히 혜리의 뜻을 간파하지 못 한 준은 오늘이 무슨 날인가 생각한 후 답을 하기에 이른다.

“오늘은 밸런타인데이,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

“정답! 그 초콜릿을 집안에서 만들면 다 들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어요. 그래서 가현 씨네 집에 가서 초콜릿 만들어야 했는데, 맨손으로 해야 하는 작업이라서 반지 팔찌가 다 걸리적거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놓고 가야 했어요.”

“그랬어?”

“그러니까 화 풀어요. 초콜릿 갖고 올게요, 엄마야!”

일어나려는 혜리의 몸을 확 끌어당겨 품에 안는 준.

“약속 하나 하고 가. 서프라이즈는 좋은데 연락두절은 원하지 않아. 행방불명도 원치 않아. 그래서 그거 하나는 지켜줘야겠어! 각서 쓰라는 말은 안 할 테니 꼭 기억하고 지켜줘. 어딜 가든 반지는 꼭 끼고 가고 손전화를 챙겨갔으면 좋겠어. 나, 어려운 부탁 하는 거야? 아니지? 들어주기 어려운 부탁하는 거, 아니지?”

혜리는 준의 등을 토닥여주며 고개를 끄덕인다.

“불안하게 해서 미안해요. 약속할게요. 그리고 꼭 지킬게요.”

“응. 신부.”

“네?”

“놀라게 했으니까 사과 말고, 달달한 한 마디 해주고 가지?”

“사랑해, 여보! 초콜릿 가져올게요. 방금 만들어서 맛있을 거예요.”

“응. 나도 사랑해.”

가벼운 키스와 함께 포옹을 풀고 자신의 방으로 건너가서, 4개의 포장된 선물 중 제일 큰 것을 들고 준의 방으로 총총히 건너오는 혜리. 양손으로 선물을 건넨다.

“자요.”

“포장까지 했네?”

“가현 씨가 갖고 있는 걸로 쌌어요.”

포장을 푸니 사랑표 모양에 아기자기한 장식으로 위가 예쁘게 꾸며진 초콜릿이었다. 음식 솜씨가 없어서 늘 사주는 걸로 초콜릿의 날을 채웠던 지연과는 정말 다른 혜리의 초콜릿! 일단 기념 사진 한 장 찍고, 톡 떼어서 한 입 먹어보는 준. 어? 초콜릿인데 별로 달지가 않다? 그래서 오히려 입에 맞다.

“아몬드와 땅콩가루가 들어갔고 설탕도 적게 넣었어요. 단 음식을 안 좋아하는 신랑의 입맛에 맞게 만들었어요.”

“역시 그렇구나! 정말 맛있다. 먹기 쉬워.”

“다행이네요.”

보내지 않겠다는 듯 혜리의 한 손을 자신의 한손으로 꼭 잡은 준은 다른 한 손으로만 초콜릿을 냠냠쩝쩝 맛있게 먹는다. 그렇게 먹다가 문득 그녀와의 시선이 마주하자, 초콜릿 먹다 말고 그녀의 입술을 바라본다.

“코앞에 이 초콜릿보다 더 맛있고 더 달달한 술이 있네?”

“네?”

“네 입술!”

짧게 답한 준은 입 안의 초콜릿을 다 먹고는 곧바로 그 달달한 술을 먹어버린다. 정말 맛있는 이 술은 온 몸에 짜르르르르 전기를 흐르게 하는 독특한 알코올의 기운을 갖고 있다. 5분을 익히 넘긴 키스 후 준은 입에서 입으로 초콜릿을 조금 떼어 그녀에게 주지만,

“우욱!”

“이건 또 무슨 반응?”

“우욱!”

혜리는 그 길로 화장실로 뛰어 들어간다. 쫓아가지 못 하고 얼떨결에 남은 준은 다시 한숨을 크게 내쉰다.

“아이씨. 저 입덧을 어떻게 하지?”


그로부터 정확히 한 달 후. 3월 14일 수요일 화이트데이. 곧 임신 8개월째에 접어드는 혜리는 종이접기를 통해 태교도 하고 나중에 아이 크면 같이 놀 장난감도 직접 만들고 있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익히 아는 그녀는 사탕 한 바구니를 기다리고 있다. 사탕은 집에서 어떻게 만들 수 없으므로 나가서 사와야 한다.

준은 퇴근하면서 지훈과 함께 고르고 골라 커다란 곰인형이 품에 안은 사탕 한 바구니를 같이 사서 각각 가현과 혜리에게 주기로 결정을 내린다. 집에서 기다리다가 사탕을 보며 함박웃음을 짓는 혜리. 사탕 하나 얼른 까서 자신의 입 안에 쏙 넣고, 하나 더 까서 준의 입에 쏙 넣어주던 그녀는 히죽 웃다가 구토 증세를 보이고, 급기야 화장실로 향한다.

사탕 하나에도 저리 큰 반응을 보인다니 꼬물이 너 정말이지, 해도 해도 너무 한다! 혜리가 주고 간 사탕을 오물거리며 먹는 준의 입술이 삐죽 앞으로 나온다.


* * *


200일을 중심으로 시작된 입덧은 갈수록 심해지다가 32주, 즉 8개월째에 접어들면서 가까스로 가라앉았다. 혜리는 그 때부터 아이 몸을 가볍게 하고자 운동을 시작해보지만 쉽지 않았다. 이미 통통하니 살이 오른 아이의 체중은 쉬이 빠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2012년 6월 1일 금요일 오전 9시 무렵. 갑자기 진통이 온 혜리는 시아버지 그리고 시어머니와 함께 급히 다니던 문정주산부인과로 향했고 분만실로 즉각 들어갔다.

아무 것도 모르는 채로 기말고사 전 쪽지시험을 듣기시험으로, 한 반 한 반 보던 준은 점심시간이 되어 혜리한테 전화를 건다.

“수업하다 말고 웬 전화야!”

“어? 왜 어머니가 받으세요?”

“혜리 전화 못 받아, 산통 중이니까 끊어!”

“!”

그대로 온 몸이 굳어버린 준이다. 툭! 그 통에 흘러내린 손전화는 이내 화면이 점차 까맣게 변하다가 꺼지고 만다. 언제나처럼 같이 나온 지훈은 아무 소리도 못 들었는지 냉면을 먹다 말고 친구를 쳐다보며 입모양으로 묻는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그러나 굳어버린 준은 손전화를 들 생각도 못 할 정도로 정신줄을 놓은 듯 보인다. 준의 정신상태가 의심스러워진 지훈은 젓가락을 냉면 그릇에 그대로 담그고, 왼손을 준의 앞에 갖다 대고 휘휘 저어 보인다.

“친구!”

“…….”

“준아?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준아? 야, 인마!”

“아.”

급기야 준의 어깨를 툭 치는 지훈, 그제야 뒤늦게 반응이 오는 준. 하지만 아직 완전히 정신이 돌아온 건 아닌지 눈에 초점이 약하다.

“왜 그러냐고 묻잖아.”

“산통 중이니까 끊으라던데, 어머니가?”

“진통이 왔다는 얘기잖아? 애기 낳는다는 거네!”

“! 진짜야?”

“어! 우리 두 누나도 그렇게 산통 오고 진통 와서 애기 낳았거든. 원래 출산일보다 조금 빠르게 낳는 경우가 많대. 늦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다는 거지. 애기들이 엄마 뱃속에서 열 달을 정상적으로 있다가 딱 맞춰서 나오는 건 극히 힘들어.”

“그렇구나.”

최대한 덤덤한 척 받아치는 준이지만 손이 덜덜덜덜 떨린다. 역시 정신이 온전히 돌아온 건 아니다.

“뒤에 남은 수업도 오늘은 다 쪽지시험 볼 거야?”

“응.”

“부장 쌤한테 연락해서 허락하시면 가보든가. 나 안 그래도 수업 없으니까 들어가서 쪽지시험 봐주든가 할게. 녹음된 CD랑 책이랑 다 책상 위에 있어?”

“노트북 안에.”

“알았으니 부장 쌤한테 전화해봐.”

“으응.”

옆에 떨어져 있는 손전화를 들어서 부장 쌤한테 전화를 넣은 그는, 현재 부인의 상태를 얘기하지만 끝내 한소리를 들어야 했다. 저번에도 그러더니 또 그러냐며. 제발 좀 봐달라며 용서를 구하고 구했더니 겨우 허락해주시는 부장 쌤이셨고, 쌤은 이번에는 못 들어간다며 대타 뛸 선생 구해놓고 가라는 허락이시다. 그래서 그는 지훈을 내세운다. 어차피 그가 해준다고 허락한 마당이니 준은 거칠 것이 없다.

차를 갖고 오지 않은 탓에 버스와 지하철로 산부인과까지 건너가야 하지만, 옆만 지킬 수 있다면 이 정도의 불편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 날아온 준은 분만실로 직행한다. 시어머니 맞은편에 앉는 준이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손 잡아주고 땀 닦아주는 게 다였다. 혜리는 있는 힘껏 목청을 높여댔고, 이렇게나 힘들어 하는데 목이 다 나갈까 걱정이 되는 한편에서 자신은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게 한심하게 느껴졌다.

얼마나 가슴을 졸였나 모르겠다. 그녀에 관한 한 겁쟁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어제만큼 불안한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저러다 잘못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다. 장장 10시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은 그를 피 말려 죽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야속하게 느껴졌다. 왜 이렇게 안 나오고 엄마 아빠 힘들게 하냐. 왜 이렇게 고생시키냐. 너 태어나면 엉덩이 몇 대 맞을 줄 알아라, 야속하고 미웠다. 그러나. 그렇게 어렵사리 태어난 첫 아이 공주마마는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왔다. 감탄의 대명사였다. 행복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탯줄을 자르라는 의사의 지시를 받았을 때 얼마나 심장이 쪼그라들었던가. 이걸 끊으면 아이한테 혹 안 좋은 건 아닐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다.

3.8키로라는 제법 커다란 체중은 왜 그렇게 오래 걸렸는가에 대한 질문을 깔끔하게 해소시켜주었다.

체중만큼이나 힘이 들었던 것이다.

신부의 손을 꼭 잡은 채 놓지 않았던 그는, 잠시 후 간호사의 품에 안겨 들어서는 아이를 보기 위해 벌떡 일어났다.

보자기에 둘러싸인 아이를 받은 준은 감격어린 미소를 지었다. 신생아는 산모의 휴식을 위해서 신생아실에 있는 게 원칙이지만, 아무리 원칙이라도 아빠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아이는 엄마의 젖을 먹어야 건강하지 않느냐며 한 시도 신생아실에 머물지 못 하게 막은 준은 그렇게 첫 아이를 하루 만에 품에 안는데 성공한다.

“예쁘다……천생 우리 부인 닮았네. 너무 예뻐서 나중에 시집보내기 싫어지면 어쩌지?”

그의 자세가 처음 아이를 품에 안아 보는 사람 치고, 상당히 안정적이라는 것을 본 간호사는 안심하고 세 가족끼리 있을 수 있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음.”

첫 아의 감동을 느끼다가 긴장이 한순간 확 풀린 듯 어느 순간 까무룩 잠이 든 모양이다. 그렇게 문득 눈을 떴는데 안고 있던 아이가 어디론가 사라진 게 아닌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준은 엄마 품에 안겨 있는 아기의 모습을 보고서야 안도했다.

한 폭의 그림이라는 말이 왜 존재하나 싶던 준은 딸에게 모유를 먹이는 혜리에게서 그 말의 의미를 실감할 수 있게 된다. 입가에는 포근한 미소를 눈으로는 아이를 온전히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은 하늘에 날개를 미처 놓고 온 천사였다.

“깼어?”

“네. 좀 더 주무세요. 계속 못 잔 것 같은데.”

아기에게 젖을 다 먹인 혜리는 브라와 옷을 내리고는 그대로 품 안의 아기를 재운다.

“난 괜찮아, 넌 괜찮아?”

“푹 잤더니 괜찮아졌어요. 이름은 어떤 걸로 할까요?”

“천천히 하자. 급한 것도 아니고.”

“그래요. 그럼.”

혜리는 딸을 보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엄마 미소를 지어 보인다.

“우리 첫 아이에요.”

준도 따라서 빙그레 웃다가 미소를 슥 지운다. 그의 얼굴을 보고 있던 혜리는 고개를 갸웃대며 묻는다.

“왜 그래요?”


작가의말

왜 그럴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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