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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남녀

결혼 후 愛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설理雪
작품등록일 :
2012.05.02 22:52
최근연재일 :
2012.05.02 22:52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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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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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9
글자수 :
318,861

작성
12.03.2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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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
13쪽

29.내 눈에는

DUMMY

29.내 눈에는


새벽녘, 이불 덮고 나란히 누운 부부. 이불 위로 배 부근에 손 가지런히 모은 혜리가 기운 없는 얼굴로 누워 있다. 그녀의 표정을 본 준은 모로 누워서 손목으로 목을 지탱하고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이불을 여며준다.

“많이 아팠나봐?”

“…….”

혜리는 눈동자만 슬그머니 들어서 준의 얼굴을 바라본다. 가까스로 입을 여는 그녀는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다.

“신랑이 제 입장 되어 봐요.”

“후후, 미안해.”

“정말 길었어요.”

“나도 알아. 그래서 미리 말했었잖아.”

“그래서 50분쯤이면 되는 줄 알았어요. 2시간씩이나 먹힐 줄은 몰랐어요. 힘들어서, 너무 피곤해서 잠이 안 와요.”

“거듭 미안하다.”

촉! 끝이라는 신호로 혜리의 이마에 입을 맞춰주는 준.

확실히 오늘이 두 번의 관계에 대비해보면 길기는 길었다. 첫 날 6월은 30분, 둘째 날 7월은 45분쯤, 그리고 오늘인 셋째 날은 혜리가 언급한대로 무려 2시간. 다른 때에 비해서 길기는 길었다. 기운 빠지는 거야 당연한 현상이다. 또 한참 두런두런 얘기하는 부부.

“음. 이제 슬슬 졸려요.”

“자자. 시간이. 아, 벌써 1시이다.”

등 뒤쪽 스탠드에 올려 놓은 손전화로 시계를 확인해보니 파리 현지 시간은 새벽 1시를 조금 넘어섰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냐며 도로 내려놓고 혜리를 슥 보는데 이미 부인은 꿈나라로 출발해버린 뒤다.

“사랑한다, 신부. 꿈에서 보자.”

“으음. 나도 사랑해.”

다시 혜리의 볼에 짧은 키스를 해준 준은 혜리의 목 아래에 자신의 팔을 넣어 팔베개를 해주고 자세를 잡았다. 이윽고 혜리가 몸을 돌려 남편의 품을 파고들었다. 다른 왼팔로 혜리의 등을 소중히 감싸며 잠이 드는 준.


그리고 다음 날.

똑똑똑.

“쌤? 일어나셔야 합니다.”

룸서비스로 나오는 호텔 아침 식사가 7시가 되면 나오기 때문에 그 전에 깨워야 하는데 방에서는 반응이 없다. 그렇다고 신혼여행 첫 날이 어제였는데 함부로 문을 열고 들어갈 수도 없고, 난감하다. 방문 앞의 채은이 곤란해 하고 있는데 리키가 다가왔다. 그는 부부가 아직 안 일어났냐고 불어로 물어왔고 채은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럼 깨우지 말아요.”

“룸서비스 나오잖아요.”

“내가 내려가서 얘기해놓고 올라올게요. 좀 기다려주는 게 나을 거 같은데.”

“알았어요, 부탁드릴게요, 리키.”

불어로 얘기를 나눈 후 리키가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가고, 아직 전화번호를 모르는 탓에 전화로 깨울 수도 없다. 방밖에서 노크를 하던 채은은 지친 표정으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 전화로 옆방에 전화를 해보지만 역시나 받지를 않았다.

‘포기하자. 나중에 일어나면 찾아오겠지. 아아. 완전 지쳤어. 첫 날이라고 설마, 밤 샌 건 아니겠지?’

그리고 3, 4시간이 지났다. 그 사이 호텔에서 주는 룸서비스로 아침을 마친 채은과 리키는 부부가 깨어나면 어디부터 갈지 일정을 짰고, 그래도 깨어나지 않자 호텔 밖으로 나왔다. 물론 옆방의 부부가 혹시나 깨어나서 찾게 되면 연락 달라고 호텔 1층 카운터에 미리 부탁을 넣어 놓았다.

오전 11시.

준의 품에 안겨 그 때까지도 잤던 혜리가 먼저 눈을 떴다. 그리고 순간 보인 건,

“!! 꺄악!”

남편의 꽃봉오리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덕에 화들짝 놀란 혜리의 비명에, 덩달아 놀라 깬 준이 고개만 들어서 주위를 살폈다.

“뭐야, 뭐야, 무슨 일이야.”

“아니, 눈을 딱 떴는데 신랑의 가슴이 바로 보여서 놀랐어요.”

“신부, 한 두 번 보는 것도 아닌데 뭘 그리 놀라시오?”

“잠이 번쩍 깼단 말이에요. 근데 떡하니 보여서 말이에요.”

별 거 아닌 걸로 놀라게 만드는 신비롭고도 엉뚱한 재주의 부인이라며 준은 싱긋 웃었다. 그런 그의 이마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가 가벼운 입맞춤을 하는 혜리지만 거기에 만족을 못 한 준은 아예 혜리의 입술을 먹어버렸다. 아, 여전히 촉촉하구나!

모닝키스!

“신랑, 좋은 아침이에요!”

“좋은 아침, 신부. 일어나자. 옆방에 두 사람은 어쩌고 있는가 모르겠다. 같이 씻을까? 어차피 씻어야 하니까 말이야.”

“!”

놀라서 눈이 확 커지는 혜리. 어안이 벙벙한데 준은 약간의 폭이 있는 혜리의 몸을 확 끌어안으며 말을 이었다.

“뭘 그리 놀라나? 한 두 번 보는 몸도 아닌데.”

“에이, 아무리 그래도요!”

“같이 씻으면 안 되는 이유가 뭔데.”

“신비감 떨어진다니깐요. 어제부터 그렇게 말해도 못 알아듣고. …바보!”

바, 바보? 놀리는 말에 놀란 준이 어안이 벙벙해 있는 사이, 준의 손아귀로부터 벗어난 혜리는 아픈 허리 부여잡고 쏜살같이 화장실로 들어갔다.

‘바보라……. 어차피 바본데, 뭐. 아내바보. 그리고 애기들 생기면 애기들 바보가 되겠지.’

어깨를 으쓱인 준은 자신의 옷과 혜리의 옷을 대충 챙겨서 화장실로 향했다.

“문 열어보시게, 신부. 같이 씻자아아.”

잠시 후 문이 벌컥 열리고 혜리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신랑을 맞았다.

“못 말려, 정말. 우우, 가뜩이나 허리 아파서 죽을 거 같은데 자꾸 일어나게 할래요?”

“많이 아파? 또 하면 안 아픈데.”

“그 말 전에도 했었거든요! 근데 할 때마다 더 아프거든요!”

제대로 발끈하는 혜리다. 샤워수도관으로 몸에 물을 묻힌 부부, 이윽고 비누칠을 혜리의 몸에 해주는 준.

“신부.”

“네, 신랑.”

“어젠 정말 왜 그랬어? 왜 자꾸 튕겼어?”

“얘기했잖아요. 신비감 떨어지면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신랑이 날 밀어낼까봐 그랬다니까요? 장차 아이도 가져야 할 건데 한 번에 성공하지 못 하면, 자꾸 시도하면서 갈수록 신비감 떨어질 거고 그럼 결혼생활 재미없잖아요. 그래서 그랬어요.”

“그럼 자꾸 튕긴다는 거네?”

“물론이죠! 후일을 위해서.”

작당한 듯 목소리에는 당당함이 남아 있다. 급기야 준은 손을 멈췄다. 솔직히 그리 된다면, 한 번씩 안고 싶은 날이 와도 못 안게 되면 그것만큼 고역인 것도 없다. 특히 지연이 그랬다. 가슴계곡 뚜렷하게 있을 만큼 빵빵하고 풍만해서 먹는 맛이 일품일 듯싶었던 그 여자는 결국, 동료로 남자는 말을 먼저 해놓고는 요즘 부쩍 들러붙는다. 저 하나 아니라도 혜리 사수하기에도 버거운 준은 대꾸도 귀찮은 요즘이다. 하지만 작은 건 또 작은데도 맛이 괜찮더라.

응? 뭐냐! 아니지! 나 또 도 닦아야 한다는 거 아냐? 혹시 올해는 어제가 마지막?

“아니, 내가 무슨 아이 못 낳는 몸인 것도 아니고, 꼭 그래야겠어?”

“권태기 빨리 오면 좋아요?”

“권태기?”

“네에! 권.태.기! 서로 좋을 때야 좋지만 결혼생활 뒤로 갈수록 재미없어진다니깐요! 그럼 이제 바람피네 이혼하네 그런 말이 나오는 거라고요. 전 싫거든요? 죽어도 신랑 옆에서 죽을 거거든요!”

“그래? 나도 그래.”

의자 놓고 앉아 있는 혜리 몸을 비누타월로 닦아주던 준은 그 상태로 잠시 포옹을 했다. 안겨오는 신랑의 등을 다정히 토닥여 주는 혜리.

“나도 죽어도 신부 옆에 죽을래. 영원히 함께 하자.”

“영원히 함께 해요.”

달달함이 오가는 샤워 후. 수건으로 몸을 닦고 옷을 입으며 준이 다시 입을 연다.

“아이는 몇 정도 생각하고 있소, 신부?”

“둘은 작겠죠? 신랑도 외아들이고 나도 혼자라서 둘은 작을 거 같아요. 요즘은 또 추세가 확실하게 갈리는 거 같더라고요. 작으면 아예 작게 낳고, 많으면 아예 많게 낳고. 넷 정도가 어떨까 싶어요. 딸 둘 아들 둘. 그게 딱 좋을 거 같아요. 한쪽으로 쏠리지 않으니까요.”

혜리는 생각해놓은 게 있었던 지 대답을 곧장 했다. 오늘도 똑같은 커플룩, 모자 달린 파란색 얇은 반팔 셔츠와 청바지로 한껏 시원함을 강조하는 부부. 고개를 끄덕이던 준은 넷이면 딱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한다.

“연령대는?”

“한 살이 가장 좋지 않을까 싶어요. 차라리 한 번에 배 다 부르고 말게.”

하여간 의견 하나 확실하다. 똑 부러진다. 그러면서도 한 번씩 나오는 엉뚱함은 어찌할 바를 모르게 만든다. 부인은 제대로 만났다는 생각이 든다. 가벼운 포옹 후 로션 가볍게 얼굴에 바르고 선크림까지 바른 뒤, 손을 잡고 방을 나서는 부부.

“가자.”

바로 옆방이 가이드 커플의 방임을 아는 준은 마스터키를 챙기고 문을 잠근 뒤, 옆방에 노크를 했다. 하지만 조용하다. 다시 노크를 해보지만 여전히 반응은 없다. 그 때 엘리베이터 쪽에서 소리가 들리고 그쪽으로 슥 몸을 트는 부부. 내리는 사람은 채은과 리키다.

“이제 일어났어요? 우리는 기다리다가 지쳐서 호텔 근처 한 바퀴 돌고 들어오는 길이에요!”

“두 분 일어났으니 밥 먹으러 가자.”

불어로 채은의 귀에 속닥이는 리키.

“네, 리키. 밥 먹으러 가요. 우리는 호텔에서 나오는 룸서비스로 아침 먹었는데도 배가 고프네요. 돌아다녀서 그런가봐. 자, 가요.”

채은과 리키의 이끎에 부부가 뒤를 따른다. 호텔 밖 근처의 식당으로 가는 길. 꼭 잡은 손과 결혼반지 그리고 커플룩 차림 등 누가 봐도 다정한 모습에, 리키가 슬쩍 미소를 흘리고는 채은에게 불어로 소곤거렸다.

“조금 부러운데?”

“하하하하하하. 신혼부부인데 저 정도는 기본이지요. 혹시나 두 사람 분위기 잡으면 비켜줘야 하는 거 알죠?”

“샘나서라도 있어야겠는데?”

“쿡! 그러지 말아요.”

영어보다 어려운 탓에 별로 친하지 않은 불어로 채은과 리키가 뭐라 뭐라 얘기를 나누는 게, 준은 조금은 신경이 쓰이는 듯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날 때를 기다렸다.

“리키가 뭐래요?”

“두 분 보기 좋다고요.”

“아하. 땡큐!”

준이 영어로 감사인사를 리키에게 전하지만 리키는 묵묵부답이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혜리에게만 머물러있다. 아무래도 꾸미지 않은 순수 동양인은 처음 보는 듯 시선에는 신기함이 조금 묻어났다.

“여자분, 한국에서 연예인으로 유명한 거 아니냐고 물어봐요.”

“혜리 씨. 혹시 한국에서 연예인으로 활동중이지 않느냐고 물어보는데요?”

슥 돌아선 혜리는 커플 머리 위에서 내리쬐는 햇살에 자동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오른쪽 눈을 감아서 윙크하는 게 되어버렸는데 하필 리키 눈에는 예쁘게 비춰질 게 뭐람. 리키는 머리에 패션으로 걸치고 있던 선글라스를 혜리에게 건넸다. 그러면서 준의 속을 뒤집을 한 마디,

“So Beautiful.”

“!”

깜짝 놀란 혜리는 옆의 준을 의식해 선글라스를 받지 않고 무시하듯 그대로 훌쩍 돌아섰다. 아직 대답하지 않은 것이 있다는 건 돌아선 후에 생각났다.

“채은 씨, 연예인 아니라고 전해줘요. 먼저 가요, 신랑.”

잡았던 손을 풀어서 준의 팔에 팔짱을 끼고는 그대로 힘을 조금 더 주는 혜리. 리키에게 경계의 눈빛을 보내려고 했던 준은 오히려 혜리에게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팔에 힘을 있는 대로 줬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준이 되레 아, 하는 탄성을 내뱉었을까.

“아, 괜찮아, 괜찮아.”

팔짱의 힘을 풀려던 그녀에게 힘 풀지 않아도 된다며 만류한 준은, 리키를 슬쩍 돌아본 뒤 혜리와 나란히 발걸음 맞춰서 걸었다. 그 질투 어리고 사나운 눈빛에 채은이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다시 리키의 팔을 툭 쳤다.

“뭐하는 거예요. 거기서 아름답다는 말이 왜 나와요?”

“예쁘기는 예쁘니깐.”

“신혼부부인데 정말. 눈치 없는 것처럼 굴 거예요?”

앞장서서 가던 혜리의 얼굴도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준의 기분을 신경 쓰느라 바쁜 듯.

“신랑, 괜찮아요?”

“불쾌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준. 아까 비행기에서도 널 봤었다, 어떤 여자도 네 싸인 받고 싶어서 왔다 갔었다, 몇 명이 알아보더라, 등등 간밤에 못 한 얘기를 이 자리에서 하는 그다.

“도대체 널 보는 눈이 몇 개인가 모르겠다. 다 적이야, 지금. 난 나중에 부산 가서도 겁 나. 남정네들이 널 보고 혹해서 달라붙으려고 하면 어쩌나 싶어서.”

부인 관리에 한 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준이다. 경계의 눈빛을 감추지 않는 준을 본 혜리가 빙그레 웃으며 발걸음을 멈췄다.

“걱정 말아요.”

“?”

“내 눈에는 신랑만 보이니깐!”

“!”

굽이 조금 있는 샌들의 도움을 받아 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춰 짧은 키스를 해주는 혜리. 뜻하지 않은 조그마한 선물을 받은 준은 긴장과 경계를 확 풀었다.

“그래? 그럼 다행이고! 내 눈에도 우리 신부만 보이니깐!”

부부는 리키와 채은이 예약을 해놨다는 식당을 향해 마저 걸었다.


작가의말

쫌 짧다...~~;;

준,혜리 부부의 애기들 성별 순서를 원하는 게 있으면 적어주세요~
제가 성별 순서로 고심중이라서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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