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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남녀

결혼 후 愛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설理雪
작품등록일 :
2012.05.02 22:52
최근연재일 :
2012.05.02 22:52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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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689
추천수 :
869
글자수 :
318,861

작성
12.03.20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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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28.신혼여행

DUMMY

28.신혼여행


진정제 안에 수면제가 들어있었는지 아니면 간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잔 것 때문인지, 혜리는 약을 먹고 얼마 안 돼서 잠이 들었다. 부부는 출국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가볍게 뭐 좀 먹었다. 그 때가 마지막 양치다. 이제 비행기 안에서 양치하는 건 쉽지 않아서, 입 냄새에 대해 굉장히 민감한 준은 껌을 몇 개 사왔다.

키스할 때 입 냄새가 깔끔해야 한다는 건 그가 가진 일종의 규칙 같은 것이다. 목에 둥근 목베개를 매고 준에게로 고개를 기댄 혜리는 숨소리도 고른 채고 계속 자는 중이다. 이런 기분도 가져보는 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가볍게 찾아오는 행복을 만끽하며 준은 여행사에 부탁해서 챙겨온, 파리 여행에 필요한 책자를 이리저리 살폈다. 여권 만들 때 챙겼던 것들이다.

37도127분N의 위도를 가진 한국과는 달리 프랑스는 42도52분N이다. 시간도 한국에 비해 8시간이나 늦다. 게다가 해양성 기후, 대륙성 기후, 지중해성 기후 등 유럽기후를 다 나타낸다. 여름에는 그다지 덥지 않고, 겨울에도 그리 춥지 않으며 농사짓기에 딱 좋은 기후인 것이다.

연평균 기온은 15 내지 20℃이고 7월 평균기온이 20℃로 가장 높으며 겨울 최저 평균기온은 2℃이다. 연평균 강수량은 500 내지 800mm정도이다. 봄, 가을은 짧으며 이 시기 봄에서 여름 사이가 녹음이 짙은 북프랑스로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이다. 여름엔 30℃ 이상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건조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만큼 여름 날씨가 짜증스럽지는 않다.

그리고 여름이라도 상당히 서늘한 때가 있기도 하다. 겨울철이 우기인데 낮엔 잔뜩 흐리다가 그냥 맞아도 될 정도로 밤에 이슬비가 촉촉히 내린다. 일교차가 크고 지역에 따라 기온이 많이 다르므로 미리 알아보고 여행지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라는 것이 준이 프랑스에 대해 알아보면서 알게 된 프랑스의 기후다.

4박 5일 일정이지만 하루는 비행기 안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서 파리에서 놀 수 있는 시간은 3박 4일 정도 될 것이다.

“저기…….”

한참 책자 보면서 일정을 대충 짜고 있는데 누가 부른다. 슬쩍 고개를 드니 어느 여자가 옆에서 자고 있는 혜리를 보고 있다.

“죄송한데요, 옆에 여자 분이요, 며칠 전에 갤러리 홍보 광고에 나오신 분 아니신가요? 갤러리 이름이 레인보우갤러리였어요.”

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 갤러리 홍보용으로 쓸 광고물 촬영했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곤히 자는 혜리를 한 번 슥 쳐다본 준은 다시 여자를 봤다.

“예, 맞습니다. 지금 자는 중이니 용건 있으면 저한테 말씀하시거나 나중에 와주십시오.”

“깨우면 안 될까요?”

“예?”

‘뭐시라? 감히 누굴 깨우라고?’

준의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

움찔한 여자는 알았다는 말을 남기고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가볍게 혀를 찬 준은 다시 책자를 보지만 손을 못 잡는 대신 팔짱을 꼈다. 잠결에도 그걸 느꼈는지 혜리는 몸을 준 쪽으로 바짝 당기며 팔짱 낀 오른팔에 힘을 조금 줬다. 결혼반지 낀 왼손을 준의 팔에 얹기까지 했다.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준은 다시 미소를 입가에 매달았다. 이런 느낌도 썩 나쁘지는 않다. 그런데. 누가 보고 있는 듯한 기운이 느껴져서 다시 고개를 든 준은, 앞자리에서 몸을 완전히 튼 채로 혜리만 보고 있는 앞자리의 남자와 눈이 딱 마주쳤다.

“쓰읍! 내 여자한테서 눈 떼지요? 감히 누굴 넘봅니까?”

“크흠.”

마른기침을 한 남자는 입맛을 다시며 몸을 돌렸다. 아무래도 가슴 쪽을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너 같은 놈한테 넘어갈 내 여자 아냐. 속으로 생각한 준은 아무래도 불길한 예감을 숨길 수가 없다. 주위에 적이 많은 느낌이다. 내 여자를 넘보는 적들의 야수 같은 느낌.

‘쳇! 오늘 결혼했으니 망정이지, 큰일 날 뻔 했잖아? 혜리 혼자 파리 시내로 내보냈다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어! 지금도 이런데 파리까지 가서 남정네들이나 유혹하고 다니면 큰일이지! 안 돼, 안 돼. 갤러리를 위해서는 홍보물도 한 번씩 찍어야 한다지만 자주 찍지 말라고 말려야겠어. 큰일 나겠어! 며칠 전에 찍은 게 첫 번째 촬영인데 벌써부터 봤다는 사람이 나타나질 않나, 언놈은 넘봐선 안 될 걸 넘보고서 침이나 흘리질 않나. 위험해, 위험해. 내 여자 내가 지킨다!’

고개를 내저은 준은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면서 다시 책자를 바라봤다.

출발하고 1시간 뒤 잠시 안전띠를 푼 준은 팔짱도 풀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가벼운 스트레칭을 했다. 이렇게나 오래 앉아 있는 건 처음이다. 장시간 비행도 참, 할 짓이 아니지 싶다. 그런데 팔짱 푼 것을 알아차린 혜리가 눈을 번쩍 떴다.

“음! 왜 일어났어요?”

“아, 깼어? 너무 오래 앉아 있었더니 찌뿌드드해서. 스트레칭 조금 하려고.”

“나 혼자 두고 어디 가면 안 돼요, 알았죠?”

“비행기 안에서 어딜 가. 아직 10시간 넘게 더 가야 하는데. 그리고 뭐라고? 사돈 남 말하네. 누가 할 말 누가 하는 거야? 내가 할 말을 왜 네가 해?”

“헤헷.”

“어휴, 여우.”

타악. 또 한 번 그녀의 코를 튕겨주는 준. 또 코를 맞은 혜리는 준을 가볍게 흘겨보았다. 이윽고 기내식이 나왔다. 오후 3시가 다 되어 가는데 늦은 점심으로 영양쌈밥이 나왔다. 배는 별로 안 고프지만 지금 든든히 먹어두지 않으면 나중에 힘들다. 슬쩍 알아봤는데 다음 식사는 출발하고 11시간이 지나서다. 거의 9시간을 공복으로 가야 한다. 간식이 나오는 하나 간식은 어디까지나 간식이지 않은가.

그래서 과자와 비스킷 등 먹을거리 좀 챙겨왔다. 간식 나올 때쯤 조금씩 야금야금 먹을 생각이다.

쌈밥 맛있게 한 그릇 뚝딱 해치우는 부부.

“나 자는 동안 혼자 뭐 했어요? 심심했겠다.”

“갖고 온 책자 보면서 일정 짜고 있었어. 파리 도착하면 일단 호텔에서 짐부터 풀고 어디부터 갈래? 에펠탑? 개선문? 아니면 두 군데 다?”

“내리면 몇 신데요.”

“내리면?”

“프랑스가 한국보다 8시간이 늦어요. 우리나라 시간으로 13시간을 넘게 가는 거잖아요. 그러면 오후 7시쯤 넘겠네. 그 시간에 어딜 가요?”

“그런가……. 그럼 에펠탑 야경이라도 구경하면 되지.”

“내리는 곳이 샤를 드 골 공항인데, 잠은 어디서 자며 그 호텔이 파리의 중심지에 있느냐 하는 것도 봐야 하잖아요. 호텔에서 에펠탑이 가까우면 근처에 가서 보면 되지만 멀 거라는 가능성은 염두에도 없나 봐요? 어떻게 무작정 돌아볼 거부터 생각해요?”

“또 교육 시작했지, 선생은 난데.”

식사 마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속에서 반응을 해댄다. 준은 불편해진 심기를 서슴없이 밖으로 표한다. 그 모습이 귀여운 듯 빙그레 웃어 보인 혜리가 다시 묻는다.

“일정 짠다면서요? 그 일정 어디까지 진행 됐나 한 번 들어나 보죠? 전 치밀하게 짜임새 있는 계획이 아니면 꼼짝도 안 할 거예요.”

“이런 건 부인이 해야 하니 얼른 한 번 짜보시게.”

“오빠가 먼저 한다고 했으니까 해봐요, 얼른.”

팔을 툭툭 치면서 재촉하던 혜리는 그제야 피식 웃었다.

“으이그. 입도 벙긋 못 할 거면서.”

체면 구긴 준은 애꿎은 물만 들이켰다. 입고 있던 바지 주머니를 뒤적여서 뭔가를 꺼내든 혜리는 그것을 준에게 건넸다.

“이게 뭐야?”


첫째 날: 콩코르드 광장 -> 개선문 -> 바토 무슈 유람선

둘째 날: 방브 벼룩시장 -> 루브르 박물관 -> 노트르담 성당 -> 에펠탑

셋째 날: 몽마르트 언덕 -> 오스만 거리


라고 적혀 있는 종이다. 딱 보니 일정표다.

“에펠탑과 개선문이 다 들어있네? 오오, 이건 또 언제 준비했대?”

“됐죠? 더 넣고 싶으면 셋째 날에 더 넣어 봐요. 셋째 날 오스만 거리 이후로. 우리가 비행기 안에서만 보내는 시간이 13시간이 넘어요. 4박5일에서 하루는 오가는데 다 써버리는 거라고요. 그래서 일단은 그런 일정이 추천으로 올라와 있다는 걸 보고 그냥 베껴왔어요. 공항 근처에 호텔도 있다 하니까 거기서 자면 되고요.”

“……그러면서 날 볶았단 말이야?”

“일정 짰다는 말에 장난기가 갑자기 발동해서요. 헤헤.”

“하여간.”

빙그레 웃는 혜리 덕분에 화도 더 못 내는 준이었다. 이제는 먼저 장난도 치고, 혜리가 가진 마음의 상처가 빠른 속도로 아무는 것 같아서 준은 그게 더 좋다.


“아아.”

“온몸에 쥐가 날 거 같아요.”

“그치? 돌아갈 때도 이렇게 고역일 걸 생각하니 징그럽다, 징그러워.”

“왜 사람들이 신혼여행을 동남아로 가는 지 이제 알 거 같아요. 가깝잖아.”

“그러게.”

무려 13시간의 비행을 끝내고 프랑스 파리의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하는 대한민국 관할 아시아나항공 소속의 비행기. 여권을 통해 입국절차를 밟고 여행 가방 갖고 내려서 입국장을 나오자마자 혜리는 기지개부터 켰다. 저녁이라 좀 쌀쌀해진 날씨다. 공항 안의 화장실에서 커플룩으로 장만한 후드셔츠로 갈아입고 나오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 했을 거 같다.

13시간 넘게 앉아만 와서 힘들었던 건 다 잊어버린 듯.

공항 홀.

“와아! 좋다. 이제야 살 거 같아요.”

“가자.”

준은 왼손에는 여행 가방을 오른손에는 혜리의 왼손을 꾹 잡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시외고속열차를 타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지만.

“에고.”

여기가 어디야!! 한 번 와보지 않은 이상 헤매는 건 당연지사. 그렇다고 노선 안내도를 펼쳐 봐도 도움이 되는 건 없다. 눈만 팽글팽글 돌뿐이다. 아아. 어지럽다.

“여행사에서 가이드 한 분 붙여준다고 할 때 그냥 한다 하지 그랬어요.”

“우리 둘이 오붓하게 보내고 싶은 신혼여행에 혹을 달수는 없잖아.”

“자리를 비켜달라고 하면 되잖아요. 헤매면서 시간 낭비 하는 것보다 훨씬 낫겠다!”

“정말이지, 너?”

“물론이죠!”

시외고속열차를 타기 위해 움직이다 결국은 드넓은 파리국제공항에서 미아가 되고 만 두 사람을, 저 멀리서 어느 커플이 발견하고는 다가왔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완전 유럽인인 티를 팍팍 내고 있던 두 사람은 영어로 혹시 영어할 줄 아느냐고 물었고, 준이 그렇다고 답했다. 혹시 방금 도착한 대한민국에서 출발한 비행기에 타고 있었지 않느냐는 두 번째 질문에 준이 고개를 갸웃대다가 탄성을 내뱉었다.

“아! 아까 우리 혜리 보던 앞자리의 그 남자!”

남자는 실례했다는 뜻에서 고개를 꾸벅 숙였다. 커플 여자가 준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주먹으로 연인의 팔을 툭 쳤다. 여자가 다시 질문하는데.

“파리에는 어쩐 일이에요?”

“신혼여행 왔습니다. 어! 한국어 하실 줄 아세요?”

그제야 자신의 신원을 제대로 밝힌 여자가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전 한국인이에요! 이 친구는 리키, 프랑스인이고요.”

왼손을 슬쩍 들어서 가볍게 인사를 건네는 리키. 그 모습에 빙그레 웃은 부부도 손을 들어 인사를 건넨다.

가볍게 통성명을 나눈 넷은 공항 안에 있는 카페로 일단 자리를 옮겼다. 리키라는 남자의 안내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곳에서 커피와 음료수를 시킨 네 사람은 부부와 커플끼리 앉았다.

“우리는 펜팔로 만났어요. 그랬다가 리키가 이번에 저한테 파리 여행 시켜주고 싶다고 먼저 얘기를 해왔고, 저 데리러 한국까지 직접 왔어요. 솔직히 첫 해외여행이라 두려운 게 먼저였는데, 이렇게 저한테 파리를 보여주겠다고 손수 미행까지 나와서, 감동 받고 따라 오게 되었어요. 리키가 두 사람만 괜찮으면 파리 여행에 동행해도 괜찮다고 먼저 얘기를 해왔거든요? 두 사람 어때요?”

가이드, 즉 안내를 맡아주겠다는 얘기다. 잠깐이지만 미아였던 준과 혜리는 잠시 서로를 본 뒤 다시 커플을 보며 오른손을 쭉 내밀었다. 두 말 필요없이,

“콜!”

가이드를 자청한 커플과 함께 음료수를 들고 공항을 나오는 부부. 시계는 현지 시간으로 8월 5일 금요일 여덟시다. 채은이라는 이름의 그녀는 두 사람 손전화가 스마트폰임을 확인한 뒤 대한민국 시간으로 설정된 것을, 파리 시간이 추가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부부는 손전화의 시계에 파리 현지 시간을 넣을 수 있게 됐다.

하얀 피부에 샛노란 파마머리에 파란색 눈까지, 채은은 누가 봐도 유럽 사람이다. 그 말에 그녀는 한국의 문화를 조금 빌렸을 뿐이라고 수줍게 답했다. 누가 봐도 동양인이라고 이마에 써 붙이듯 하고 있는 준과 혜리와는 퍽으로 대조적인 모습이다.

공항과 연결되어 있는 시외고속열차를 타고 공항을 벗어나는 부부와 커플.

“어? 보인다!”

저 멀리 우뚝 솟아 있는 파리의 명물 중의 하나인 에펠탑이 보인다. 완전 들뜬 혜리는 창문이 양손 바짝 붙이고 에펠탑의 야경을 두 눈 가득 담는다. 즐거워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던 준은 이내 그녀가 신혼여행을 서울로 가자고 했던 말을 떠올린다.

“싫다며. 싫다며! 서울로 가자며어어!”

“잘못했어요.”

“킥! 저 영혼 없는 사과 좀 봐라.”

“그래서 왔잖아요.”

곧장 돌아오는 사과지만 어딘가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혜리는 투덜거리기조차도 싫은 지 에펠탑에서 눈을 떼지 못 한다.

파리 시내에서 괜찮다고 소문난 호텔로 일행을 안내하는 리키. 그는 자신과 채은 방 하나, 그리고 혜리와 준의 방 하나, 그렇게 두 개를 잡고는 일행을 이끌었다.

밤.

짐을 풀고 샤워까지 끝낸 준은 팬티만 입고 방바닥에서 팔굽혀펴기를 10번 정도 한다.

“후우. 운동 끝! 이리와!”

“네?”

“신혼여행 첫 날밤인데 당연히 그냥 못 넘어가는 거 아냐? 먹자!”

다가오는 준의 얼굴을 피해 자신의 몸을 뒤로 쭉 뺀 혜리는 허리에 감겨 있던 준의 손을 풀고는 후다닥 문 쪽으로 도망을 간다. 브라와 팬티와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슬립밖에 걸치지 않았지만 도망이라도 갈 태세다.

“어딜 가? 이리 와.”

“싫어요.”

고개를 내젓는 혜리의 반응에 잠시 몸이 멈칫 굳는 준이지만 긴 다리로 성큼성큼 혜리를 향해 걸어온다. 관계하자고 했을 때 두 번 다 한 번에 오케이했지 지금처럼 튕긴 적은 단 한 번도 없던 혜리다. 그런데 지금은 저렇게 튕기는 걸로도 모자라서, 그 즉각 문을 열고 방 밖 복도로 도망 나가는 혜리가 아닌가! 따라 나서던 준은 혹시나 문에 잠길 경우에 마스터키를 챙긴다.

“안 돼!”

“어딜 가? 신혼여행 첫 날밤인데 그 정도 마음의 준비도 안 했던 거야? 얼른 와.”

“싫어요! 첫 날밤 이미 두 번이나 치렀잖아요.”

“언제?”

시치미 뚝!

“거짓말쟁이, 6월에 방에서 한 번 7월에 욕조에서 한 번 한 거 다 기억하면서!”

“너 누구랑 했어. 누구랑 한 거야, 난 기억 안 난다니까?”

“거짓말, 다 기억하면서.”

복도를 뛰던 혜리는 급기야 엘리베이터 앞에 섰고, 문을 열고 후다닥 안으로 들어갔다. 준도 얼른 따라 들어갔다. 결국은 붙잡힌 혜리.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손으로 얼른 감은 준.

“꺄아악!”

“힘 낭비하게 하지 말고 얼른 가. 한숨도 못 자서 피곤하지도 않아?”

“전 잠깐이라도 잔 것 같은데요?”

“나보고 어디 가지 말라고 해놓고 이러기야?”

“히힛! 이거 놔요오!”

“글쎄, 오늘이 첫 날밤이라니까?”

“첫 날이 아니라 셋째 날 밤이겠죠! 정말 싫어요.”

경찰 시절 기른 힘으로 준의 악력에서 벗어난 혜리는 1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에서 얼른 내렸다. 준도 따라 내리며 묻는다.

“배 부인! 정말 이러기요?”

“싫은 건 싫은 거예요. 아악, 추워!”

“것 봐, 들어가자니깐! 얼른 와.”

“싫어욧!”

다시 몸을 내빼는 혜리는 급기야 호텔 밖으로 나가버렸다. 같은 여름의 시원한 밤이라고는 해도 아무것도 안 입었으니 추위가 느껴질 수밖에 없다.

처음에 튕길 때는 장난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줬는데 저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 그렇다고 다른 날도 아니고 신혼여행 첫 날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날릴 수는 없는 노릇. 어떻게든 잡아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급히 혜리의 뒤를 따르는 준.

키야 당연히 둘 다 크지만 준은 지난 2주를 운동을 하면서 보낸 몸이다. 순식간에 좁혀진 격차를 줄이고 줄여서 혜리를 붙잡는데 성공하는 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호텔 뒤편으로 왔다. 정문 위치에서 정반대로 온 것이다. 그녀와 함께 풀숲에 풀썩 엎어진 준은 일단 혜리의 입안부터 탐색하기에 이른다.

“읍! 으읍!”

오늘따라 저항이 심하지만 못 누를 준도 아니다. 그는 그녀의 몸이 쉬이 달아올라서 내빼지 못 하도록 삼각대에 손을 얹는다. 간신히 준의 입술로부터 벗어난 혜리는 거세게 반항을 해보지만.

“꺄아아악! 놔요오오, 싫다니깐요?”

“그만 튕기고 올라가자, 응? 어차피 샤워도 다 끝낸 마당인데 튕길 이유 없잖아. 한국보다 시원해서 긴 팔 입고 다녀야 하니 키스마크 신경 안 써도 되지? 일전의 두 번이야 힘 조절 했지만 오늘은 아니야. 게다가 도망까지 나왔으니 절대 그냥 못 넘어가.”

쇄골 부분에 혀를 얹은 준은 가볍게 키스마크 하나 남겨준 뒤 그대로 혜리를 들어올린다.

“꺄악!”

“조용히 해. 아무리 호텔이라지만 비명소리 너무 커. 어차피 오늘부터 부부니까 못 할 것도 없잖아.”

“신비감 떨어진단 말이에요!”

준의 목에 자신의 팔을 감고도 냅다 진심 담긴 말을 내뱉는 혜리. 덕분에 성큼성큼 걷던 준의 발이 멈췄다.

“뭐라고?”

“신비감 떨어지잖아요. 속살 자꾸 보여주고 그러면 결혼생활 재미없을 거 아니에요.”

“뭐야, 그럼. 내 앞에서 방귀도 안 낄 거야?”

“당연하잖아요! 버틸 수 있는 한 최대한 오랫동안 안 틀 거예요.”

오오. 이번에도 현명함의 진수를 보여주는 혜리. 그러나.

“안 돼. 오늘만큼은 잡아먹어야겠어. 신혼 첫 날이니깐!”

“그런 법이 어디 있어요!”

“우리나라에는 있거든?”

“여기는 파리잖아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해요!”

“여기는 로마가 아니야.”

가볍게 응수하며 호텔 정문으로 다시 들어와 엘리베이터 올라서 방으로 들어가기까지 혜리를 못 내려준 준은, 그대로 침대 위에 혜리를 던지듯 내려놓는다.

“각오해!”

짧은 한 마디 남긴 준은 성큼 혜리 위에 올라타 슬립부터 벗긴다.

“정말 할 거예요?”

“그렇다니깐 몇 번 얘기해.”

약간 짜증 섞인 말투로 받아친 준은 브라까지 끌어올린다.

“신비감 떨어진다니깐요?”

“알아들었습니다, 부인. 그런데요, 오늘은 신혼여행 첫 날이거든요? 그러니 그냥은 못 넘어갑니다, 절.대. 포기하시오, 부인!”

“쳇.”

오리처럼 입술 삐죽 내미는 혜리는 다시 한 숨 길게 내쉰다. 그녀의 작은 이마에 짧은 키스를 남긴 그는 다시 밤의 시작을 알린다.

“오늘은 좀 길거야. 각오하라고.”

마지막 남은 팬티까지 벗긴 준은 서서히 올라오는 흥분을 갖고 그대로 혜리의 입술과 그 안을 탐한다. 허니문베이비 따위 필요 없다, 13개월 넘게 도 닦고 싶지 않은 준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콘돔도 착용했다.

부부의 첫 날 밤은 그렇게 여지없이 불타오른다.


작가의말

베드씬 얼마 전에 찍었으므로 이번에는 통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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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외톨이야 외톨이야 +6 12.03.13 1,622 18 16쪽
21 21.어머니랑 삼각관계 +5 12.03.12 1,934 23 15쪽
20 20.초밥집 데이트 +6 12.03.10 2,033 20 15쪽
19 19.유치한 별명 +9 12.03.09 2,045 20 16쪽
18 18.합방 +9 12.03.09 2,914 2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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