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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남녀

결혼 후 愛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설理雪
작품등록일 :
2012.05.02 22:52
최근연재일 :
2012.05.02 22:52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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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696
추천수 :
869
글자수 :
318,861

작성
12.03.30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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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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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
19쪽

33.강력한, 라이벌?

DUMMY

33.강력한, 라이벌?


토렌트 리버에서 한 바퀴 돌고 난 뒤, 준과 지훈은 잠시 라카룸에 들러 현금을 챙겨서 충전소를 찾아가 돈 충전부터 했다.

수영장이니만큼 지갑을 따로 챙겨 쓸 수 없는데, 음료를 먹거나 핫도그 등 간식을 먹고 싶을 때의 사람들에 대비해, 블루원에서는 입장할 때 손님들에게 건네주는 바코드에 현금을 충전하는 충전소를, 수영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쪽에 따로 두고 있다. 이걸로 각종 푸드 코드에서 음식이나 음료수를 사먹을 수 있으며, 적당한 현찰을 바코드에 충전한 뒤 쓸 만큼 쓰고 남은 금액은 퇴장할 때 현금으로 돌려받는 시스템이다.

선불식 교통카드에 어느 정도의 금액을 충전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다른 점은 나중에 현금으로 다시 받는 점이랄까.

블루원에서 가장 큰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스톰 웨이브로 건너 온 일행. 수영장에 바다의 거친 파도를 합해놓은 스톰 웨이브는 길이 90m/26.5m에 최고파도 높이 2.6m까지 올라가는, 블루원에서 제일 큰 초대형 풀이다. 토렌트 리버에 건너가서 놀다가 또 한 차례 물을 먹고 <푸우우우우!> 내뿜은 혜리는, 이번에는 안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 남았다.

아무래도 두 번이나 물을 먹고 정신이 없는 모양이다. 덕분에 준까지 덩달아 남았다.

지훈과 가현은 저 안에 들어가 파도를 즐기는 중이다.

“들어가서 놀아도 되요. 전 괜찮아요.”

“내가 안 괜찮아!”

얇게 물 깔린 바닥에 엉덩이 붙이고 무릎 모으고 앉아서 파도와 노는 사람들 구경하던 혜리가, 얼굴을 돌려 똑같은 자세로 앉아 있는 준을 바라봤다. 신랑이 안 괜찮다는 건 무슨 말이에요?

“여기 남정네들 천지잖아. 반지도 없는데 우리 신부 누가 훔쳐 가면 어떻게 하냐? 걱정이 돼서 혼자 못 놔두겠으니 그러지.”

“어머? 그냥 같이 있겠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어디가 덧나나 봐요. 왜 빙 돌려서 말하나 모르겠네요. 신랑 특기도 아니면서.”

“어라? 빙 돌린 거 아닌데?”

“훔쳐가기는 누가 훔쳐간다 그래요. 훔침을 당할 만큼 작은 몸 아니에요. 가서 놀아도 된다니깐요?”

“싫어! 같이 있을 거야. 어차피 저 둘도 둘이서 오붓하게 놀고 싶을 테니,”

결국은 속내를 솔직히 털어 놓고 마는 준이다. 혜리는 물이랑 놀던 왼손을 들어 허전한 약지를 신랑에게 보여준다.

“손이 허전해요.”

“잃어버리는 것보단 나아. 블루원 홈페이지에 뭐라고 적혀 있는 줄 알아? <각종 액세서리 착용 금지> 라고 되어 있어. 갖고 왔다가 잃어버리면 블루원은 책임 안 진다는 뜻이기도 하지. 시계도 못 갖고 들어오는데 반지는 더 안 돼. 내가 누군데. 섹스 중에도 반지가 빠지는 희한한 사람이야. 그러니 수영장에서도 빠지지 말란 법 없지 않겠어?”

“어? 신랑도 그랬어요? 나도 그랬어요! 6월에 첫 번째 섹스 했던 날, 먼저 일어났는데 반지가 사라지고 없는 거 있죠?”

“그랬어? 그래도 찾았네? 어디 있든?”

“베개 밑에 깔려 있더라고요.”

호호호호호! 반지 없어 허전한 왼손을 보여주던 혜리는 그대로 입을 막고 깔깔깔 웃었다. 신부 따라 깔깔깔 웃은 준은 그녀의 목을 보게 됐다.

“목이 많이 허전해 보인다. 부산 가면 목걸이부터 사줄게.”

“안 그래도 되요.”

“팔찌도 하나 사줄게.”

“그런 거 필요 없어요.”

“내가 사주고 싶어서 그런다니까.”

“…….”

무슨 여자가 액세서리도 하나 없이 사냐? 이 멋쟁이 신랑을 만났으면 신부도 멋쟁이이어야 하지! 신랑의 까만 눈동자가 진심으로 사주고 싶다고 말하는 걸 읽은 혜리는 가만히 그를 보다가 빙그레 웃었다.

“알았어요. 제가 져요.”

“후후! 고맙다, 신부.”

나란히 앉아서 서로의 어깨에 머리를 대고 둘이 가만히 놀고 있다가, 슬쩍 왼손으로 바닥에 찰랑이는 물을 살짝 튕겨서 혜리에게 툭 주는 준. 서로의 발목에 물을 조금씩 주고받던 부부의 물놀이 강도가 점차 거세지더니, 급기야 바닥에 붙어 있던 엉덩이를 떼고 일어나 서로에게 물을 튕겨주는 게 거의 실전 같다. 장난처럼 시작했다가 죽자고 덤벼드는 꼴이다.

한참 둘이서 재미나게 놀다가 다시금 첨벙!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물 깔린 바닥에 풀썩 엎어지는 부부.

둘이서 즐거워 한참 깔깔깔깔 웃다가 신부가 먼저 일어나고 뒤이어 신랑이 일어나서는 신부의 어깨를 오른손으로 감쌌다. 영문을 몰라 자신의 어깨 한 번 보고 이어 자신을 보는 신부의 뽀얀 뺨을 그윽한 눈으로 보던 신랑이 천천히 다가갔다. 그의 행동을 다 파악한 신부는 얼굴을 빼고서 애정행각을 피했고 알아차린 신랑의 눈이 커졌다. 뭐야, 왜 피하는 거야? 알면 그대로 있어야지 왜 피하는 거야? 신부 너 설마!

“벌써 사랑이 식은 거야?”

“땡! 틀렸습니다, 신랑. 선크림 때문에 안 돼요. 볼 뽀뽀는 민낯에 받고 싶단 말이에요. 정 하고 싶으면.”

신부는 고개를 신랑 쪽으로 돌리고서 눈을 감았고 그녀의 깊은 뜻을 이해한 신랑은 망설이지 않고 입술을 포갰다. 오랜만인 것도 아닌데 어쩌면 이리도 맛있는지 모르겠다. 신부 신랑이 깊은 키스에 빠져 있는 사이, 지훈과 가현이 다가왔고 열렬한 애정행각을 구경하려고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짙으면서도 달콤한 키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을 오글거리게 만드는 것에 질린 직원도 둘 셋 다가왔다. 주변이 사람으로 만들어진 장막이 두껍게 쳐진 것도 모르는 채 둘만의 시간을 만끽한 부부는 키스 시작 무려 5분 만에 떨어졌다. 가현과 팔짱을 끼고 있던 지훈은 질린다는 포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징하다. 진짜 징해. 어떻게 무려 5분씩이나 하냐? 진짜, 와, 말이 안 나올 만큼 징하다. 정말 징해. 저기.”

“……?”

그가 턱짓으로 한 방향을 가리킨 곳을 조심스레 올려다본 부부는 세 명 직원의 번개같이 부리부리한 시선을 맞고는 몸을 움츠렸다. 눈썹을 꿈틀거린 직원을 저 혼자 팔짱을 낀 뒤 입을 열었다.

“9월부터 뜨겁고 진한 애정행각 금지라는 규칙이 새로 생기면 두 분 때문입니다, 아시겠습니까? 그리되면 수많은 커플들의 원성이 쏟아지겠죠? 블루원은 그 책임을 두 분께 전가시킬 것입니다. 그 규칙이 두 분 때문에 생겼으니 말입니다!”

자기 말을 끝낸 직원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인산인해도 천천히 흩어졌다. 하지만 정작 부부는 무슨 잘못을 했는지 영문을 몰라 하는 얼굴이다. 바코드에 충전해놓은 블루원 전용 코인으로 카페데리아에서 커피와 음료수를 산 일행은 잠시 한숨 돌리기로 했다. 가현이 스트로로 음료수를 휘휘 저으며 말했다.

“그러게 누가 5분씩이나 키스하래요? 제가 볼 때도 두 분 좀 심했어요. 그렇다고 달달한 분위기를 깰 수도 없고. 오죽하면 키스 금지 규칙을 만들겠다고 엄포를 놓겠냐고요, 직원이. 어쨌든 두 분 달달하기는 달달했어요! 저도 오글거렸으니까요. 물론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오글거렸을 거고. 이렇게 사람들 많은 데서 그런 애정행각, 결코 쉬운 거 아닌 거 알거든요? 후후후.”

싱긋 웃은 가현은 젓기를 끝내고 스트로로 한 모금 쭈욱 마셨다.

“아아, 시원하다! 마셔요, 세 분.”

준과 혜리와 지훈도 음료와 커피를 한 모금씩 마셨다. 천천히 음료를 마시던 가현이 지훈과 준을 차례로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두 분 얼마 충전했어요?”

“5만원이요.”

동시에 답한 준과 지훈은 서로를 슥 봤다.

“우리 통했나 봐?”

“그러게. 그 정도면 충분히 놀 수 있겠지? 저녁때까지.”

“모자라면 더 넣으면 되고. 어차피 퇴장할 때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으니까.”

“하긴.”

짧게 중얼거리듯 대꾸한 지훈이 커피를 마셨다. 준도 커피를 마신 뒤 일행을 돌아봤다.

“다 먹고 또 어디 갈까? 김 쌤 가고 싶은데 있어요? 신부, 어디 갈래요?”

“저거 한 번 탈래요?”

혜리가 손을 뻗었다. 아까 탔던 토네이도 슬라이드 근처의 슬라이드 기구가 그 손끝에 있다. 그 기구는 캐논볼 슬라이드. 길이 100m 높이 12m의 그 기구는 토네이도 슬라이드보다 조금 작다. 또한 2인용 튜브를 쓴다는 것과, 거리는 멀지 않지만 캐논볼은 포시즌 존에 있고 토네이도는 웨이브 존에 있다는 것이 다르다.

“좋지! 다 먹고 일어나자.”

헌데 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른 셋이 아주 빠른 빛의 속도로 음료와 커피를 들이켰다. 놀란 준이 멍하니 있는 동안 제일 먼저 다 먹은 지훈이 벌떡 일어섰다. 이윽고 혜리와 가현도 일어나 준을 봤다. 세 남녀의 쏟아지는 시선을 받으며 준이 당황하는 동안 지훈이 오른손 엄지로 뒤쪽의 기구를 가리켰다.

“가자!”

“나, 나 다 안 먹었는데?”

“너 안 먹고 뭐 했냐? 얼른 먹고 일어나. 기구 타러 가야지.”

대표로 보채는 지훈. 혜리도 눈빛으로 말했다. 안 먹고 뭐해요? 먼저 그런 말한 사람이 누군데. 지훈의 재촉보다는 눈빛으로 재촉하는 신부에게 기가 눌린 준은 커피 얼른 들이키고는 일어났다. 그런 뒤 오른손을 신부에게 슥 내밀었다. 혜리는 찰싹! 소리를 내며 신랑 손을 잡는 척, 하더니만 바로 가현에게 붙었고 두 여자는 룰루랄라 팔짱까지 끼고서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졸지에 뒤에 둘이 남은 준과 지훈은 입을 헤 벌렸다가 소리를 지르며 뒤를 쫓았다.

“또 뺏겼다!!”

“같이 가요, 가현 씨!”

“날 버리고 이러기야, 신부?”

가현과 혜리를 억지로 떼어내는데 성공한 두 남자는 억지로 상대의 손을 잡았다.

“나랑 타! 또 붙기만 해에? 누구랑 결혼했는지 똑똑히 알게 해줄 거야.”

“가현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히잉!”

“쓰읍! 아니, 전에는 우리 어머니랑 결혼할 것처럼 굴더니만 이번에는 김 쌤이야? 도대체 내 질투를 어디까지 끌고 갈 셈이야, 어?”

“흥!”

“흐으응? 지금 콧방귀 꼈다 이거지!”

눈에 불을 켠 남편의 말을 깔끔하게 무시한 혜리, 그리고 가현은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서로를 봤다. 같이 타고 싶은데 남정네 둘이 그걸 못 하게 막는다. 신부를 억지로 끌고 가던 신랑, 준은 튜브가 오기 무섭게 신부부터 태우고 자신도 튜브에 올라탄 뒤 슈웅 내려간다. 이윽고 슬라이드 안이 신부 특유의 고음으로 꽉 차는 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캐논볼 슬라이드에서 내려온 지훈은 혜리 옆으로 가려 하는 가현의 손을 꾹 잡고서 준에게 말했다.

“준아, 도저히 안 되겠다. 우리 따로 놀자.”

“그래야겠다! 1시에 점심 먹을까?”

“좋지. 한식이 낫겠지? 육개장 하는 것 같더라. 그걸로 먹자.”

“Ok. 이따 보자.”

“음.”

자석마냥 붙으려고 애쓰는 두 여자를 떼어놓기 위해서라도, 각자 놀아야겠다는 결론을 내린 두 남자는 만날 곳과 시간을 정한 뒤 쫘악 찢어졌고, 혜리와 가현은 서로 붙어있지 못 한다는 아쉬움에 서로를 향해 손을 뻗으며 울상을 지었다. 무슨 견우와 직녀 헤어지는 것마냥 말이다.

그렇게 하루 종일 블루원에서 신나게 놀고 저녁까지 먹고 더 놀다가 리조트에 방을 잡고 들어오는 일행.

가현과 같이 놀게 하지 못 한 것 때문에 제대로 뿔이 났는지, 혜리는 준은 보지도 않고 먼저 침대로 올라가는 걸로도 모자라, 총 네 개의 베개 중에 두 개를 침대 한 가운데에 떡하니 놓는다. 침대에 올라가려다가 가운데에 놓이는 베개 두 개를 보고서 눈을 껌벅이는 준.

“이게 뭐야?”

“금이에요! 절대 넘어오지 마세요. 흥!”

콧방귀 크게 한 방 낀 혜리는 남은 두 개 중 하나를 다리 사이에 끼고서, 모로 누워서 팔을 자신의 왼팔을 베고 누웠다.

“금을 왜 놨어?”

“이유를 몰라요, 정녕? 정말 몰라요? 진짜 몰라요? 정말 너무해요.”

“치워도 되지?”

“손대지 말아요. 넘어오기만 해요?”

신랑은 보지도 않고 누운 상태 그대로 쏘아붙이는 혜리다. 침대 끝에 걸터앉은 준은 고개를 갸웃댔다. 삼팔선처럼 떡하니 놓은 금을 보며 곰곰이 생각하던 준은 마침내 결론을 얻었다. 답이 나온 거다. 김 쌤 때문이구나! 그런데 결론을 내고 보니 도리어 속상한 건 자신이다. 붙어있을 시간은 점점 줄어들기만 하는데 신부라는 여자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 지 처음 만난 여자와 같이 놀기 바쁘다.

블루원을 왜 왔는가.

스킨십 나눠도 자연스럽고, 한동안 보지 못 할 신부의 몸매 구경 실컷 하기 위해서 왔다. 같이 붙어 있고 싶어서. 여기라면 어머니 방해 안 받을 수 있으니까. 의진 씨라는 사람도 쫓아오지 못 하니까. 적어도 이 1박2일만큼은 어머니라는 라이벌로부터, 의진이라는 라이벌로부터 신부를 지킬 수 있으니까. 둘이 있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지훈에게 새로 생긴 연인이라는 여자가 라이벌로 변할 줄 누가 알았으랴?

어처구니없고 당황스러운 건 뒤로 물리고 지훈이랑 얘기해서 따로 놀았다. 연인끼리 부부끼리. 둘이 놀자고 했더니 신나는 것도 잠시, 뿔이 나서는 지금 저러고 있는 신부의 행동이, 그로서는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안 간다. 신랑이랑 놀러 왔지 친구랑 놀러 왔어? 아니, 이럴 거면 둘이 오지 왜!

혼자라서 외로웠던 거 안다. 이해한다. 그래. 친구 좋다. 자신도 지훈이라는 동성 친구 있으니 없다면 더 이상하겠지. 그 연민이 걱정으로 변하고 걱정이 커지고 애틋하게 변하면서 사랑으로 자리 잡았다. 처음에는 지연이 마음 돌리기 위해서 하게 된, 가짜로 시작했던 감정이 어느새 진심이 되어버린 거다.

순식간에 찾아온 변화로도 모자라 번개에 콩 구워먹듯이 하게 된 속전속결의 결혼이라지만, 이렇듯 2인자로 대하는 신부의 태도는 섭섭하고 서운하게 다가온다. 한창 사랑이 뜨겁고 불타올라도 모자랄 신혼에! 금이라니. 그래, 미안하다. 미안한 건 알지만. 난, 나는? 안중에도 없는 거야?

생각 정리하고 다리를 올려 편히 누운 준은 임시 금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는 베개 위로 상체를 올리고서 입을 연다.

“가현 씨랑 못 붙어있게 해서 그러는 거야?”

“…….”

“그래. 미안해. 사과할게. 잘 못 했어. 그런데 있지. 신부가 가현 씨랑 붙어 있기만 해서 외톨이 기분을 느끼는 난 안중에도 없어? 부산에 있을 때는 어머니랑 붙어 지내고 갤러리 나가고, 툭하면 전화 안 받고. 받아도 바쁘다는 말 한 마디 남기고 끊어버리는 신부. 어머니랑 결혼했는지 나랑 결혼했는지 분간을 못 하는 내 생각은 일절 안 하지?”

“……!”

“어차피 개학하면 붙어 있고 싶어도 그렇게 못 해. 그리고 어제도 말했듯이 갤러리도 본격적으로 바빠진단 말이야. 지금 봐, 김 쌤도 학교 그림 다 바꾸기 위해 갤러리 물색하면서 준비 중이라잖아. 그래서 신부랑 붙어 있으려고 놀러 온 거라고. 가는 김에 지훈이 녀석 대동시키고. 녀석도 이왕 멀리 놀러 왔으니 가현 씨랑 잘 되면 좋잖아. 진짜, 이럴 때 보면 여자들 이기적이야.”

남편이랑 애인 생각 하나도 안 하고! 나, 섭섭해.

혜리는 고개를 들어 신랑을 봤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블루원에서 노는 동안 새로 생긴 가현이랑 붙어있지 못 해서 심통이 났고 뿔이 났다. 그래서 금까지 만들었다. 그러는 동안 자신의 일방적인 생각만 늘어놨던 거 같다. 신랑 생각, 할 겨를이 없었던 거 같다. 나야말로 미안하다. 어느새 화는 풀리고 미안함이 대신 자리를 잡았다.

“신랑.”

“왜 불러?”

짧게 반문하는 준의 목소리에선 심통이 묻어났다. 너 토라진 만큼 나도 토라졌어! 라고 말하듯 말이다.

“미안해요. 신랑 기분 이해 못 해서 미안해요. 내일은 신랑이랑 놀게?”

“정말?”

“응!”

“약속해.”

손가락 걸자고 소지를 뻗어오는 신랑의 행동에 쿡! 웃어버린 혜리는 자신의 소지를 걸어 약속한다. 그리고 알아서 베개를 머리맡에 놓으며 정리를 착착 하는 신부, 팔베개를 해주려 팔을 뻗어오는 신랑의 팔을 베며 왼팔로 신랑의 허리를 감아버린다. 그의 러닝에 자신의 얼굴을 푹 묻었다가 이내 떼고서 신랑 얼굴을 올려다봤다.

“내 마음 그대로 신랑만 사랑해요. 친구와 신랑이 어떻게 똑같겠어, 안 그래요?”

“나도. 나도 내 마음 그대로 신부만 사랑해. 그런데 신부 행동하는 거 보면 안 그래. 내일은 나랑 놀 거지? 나랑 지훈이 외톨이 만들지 않을 거지?”

“물론이죠. 아, 놀이동산이라! 한 번쯤 꼭 가고 싶었는데. 내일도 재밌겠다!”

“재밌을 거야. 대구 이월드(구 우방타워랜드)도 한 재미 하는 곳이거든. 물론 그래도 양산의 통도 환타지아에 있는 환타지아 스페셜보다는 못 하지만. 참, 우리 신부 수학여행도 못 가봤지?”

“당연히 못 가봤죠. 검정고시로 다 졸업했는걸요.”

“그래. 지금까지 못 해봤던 거 나랑 같이 해보자. 그러자. 8월 가기 전에 통도환타지아에도 한 번 놀러 가자. 9월 오기 전에.”

“양산에도 놀이공원이 있어요?”

“물론 있지. 부산에도 있잖아, 미월드라고. 수영구 민락동에.”

몰랐던 정보! 혜리의 눈이 다시 커졌다.

“아, 정말요? 그럼 거기도 한 번 가요! 참. 부산 돌아가면 그거 사줘요. 팔보채랑 양장피! 유명한 중국 음식. 나 이름도 모르고 살았던 것들.”

“알았어, 사줄게. 그것부터 제일 먼저 사줄게. 단! 내일 김 쌤이랑 놀지 않고 나랑 놀면 사줄게.”

“뭐야. 지금 조건 다는 거예요? 아까 손가락 걸고 약속도 했는데 못 믿는 거예요?”

“얼굴만 보면 붙으려고 하니까 내가 마음이 안 놓여. 꿀단지를 맡겨놓은 것도 아닐 테고 말이야. 나한테 맡겨, 정 맡길 거 같으면.”

“쿡! 지금 질투하는 거 같아요.”

“질투 맞거든? 세상에. 어떻게 남자한테 질투 안 하고 여자한테 질투를 하게 만드냐? 책임 져, 너야말로 책임져! 책임져. 얼르으으은.”

“어떻게 해줄까요?”

“여기 뽀뽀해줘.”

오른손으로 자신의 코를 가리키는 준이 예뻐서 그의 코에 쪽! 뽀뽀해주는 혜리는 이윽고 다시금 맞물려오는 신랑의 입술을 외면하지 않았다.

재밌는 건, 지훈과 가현도 베개로 금을 놨다가 치웠는데, 이 둘은 부부와는 반대로 지훈이 금을 놓았다는 점!


* * *


신혼여행과 블루원 그리고 대구 양산 부산에 흩어진 각종 놀이공원을 정복한(?) 8월이 가고 가을이 시작되는 시원한 9월. 대연고등학교와 남천초등학교 등 대한민국 안의 모든 학교가 개학하면서, 준과 지훈 그리고 가현은 학교와 중간고사에 자동적으로 바빠지고 혜리 역시 준이 예고한대로 갤러리에 손님이 몰리면서 바빠졌다. 심지어는 아버지 최 사장이나 신랑 준이보다도 늦게 들어오는 날이 잦아졌다.

중간고사까지 마친 10월 하순. 이제야 한숨 돌린 준과 미뤘던 데이트를 하기 위해 행복한 일정표를 짜려는 혜리. 그런데. 그녀의 몸에 생각지도 못 한 변화가 찾아온다. 김밥이랑 유부초밥 등 도시락 싸서 태종대로 소풍가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다. 하얗게 질리다 못 해 핏기 가신 표정의 혜리는 충격 어린 얼굴을 그대로 유지하며 중얼거린다.

“……말도 안 돼……어떻게 이런 일이……?”


작가의말

다음 편에 계속!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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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초밥집 데이트 +6 12.03.10 2,033 20 15쪽
19 19.유치한 별명 +9 12.03.09 2,045 20 16쪽
18 18.합방 +9 12.03.09 2,915 2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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