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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남녀

결혼 후 愛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설理雪
작품등록일 :
2012.05.02 22:52
최근연재일 :
2012.05.02 22:52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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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8,861

작성
12.04.06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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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9.200일에는 입덧을

DUMMY

39.200일엔 입덧을


“두려웠어요.”

“?”

“신랑마저 떠나면 어쩌나, 또 나 혼자 남으면 어쩌나, 겁이 났어요. 무서웠어요. 게다가 이제는 나 혼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뱃속에 크고 있는 아이까지 있는데, 하늘도 무심하시다는 생각까지 했었어요. 교통사고가 났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내가 얼마나 놀랐는데요. 우리 꼬물이도 놀랐다 하잖아요. 택시 타고 가는 짧은 시간 동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어요.”

이번에는 신랑 팔을 벤 혜리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까의 놀란 심정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준은 왼손을 뻗어 혜리의 손을 잡아주며 빙긋 웃는다.

“거듭 미안해. 말했지? 그런 일 없게 할 거라고. 그 사람처럼 혜리 혼자 놔두고 가는 일 없을 거라고. 나도 명색이 남잔데 약속은 지켜야지.”


“약속 하나 할게요. 재현 씨처럼 혜리 씨 혼자 남겨놓고 또 가는 일, 저는 없도록 할게요. 다른 건 몰라도 그거 하나만, 지금 이 자리에서 약속할게요. 그리고 나 때문에 우는 일, 없도록 할게요.”


“생각나요. 하지만 아까 그 순간에는 그 약속도 떠오르지 않았어요.”

“지훈이 녀석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괜히 쓸데없이 신부랑 꼬물이랑 놀라게 만들고 있어.”

나란히 누워 있던 혜리의 왼쪽 어깨를 툭 쳐서 와락 끌어안는 준. 신부의 등을 토닥여주며 눈을 감고 잘 채비를 하는 신랑.

“자자. 지금 벌써 자정이 다 되어가.”

“잠이 안 와요.”

“어째서.”

“오늘 낮에 실컷 잤어요. 꼬물이가 졸리다고 그래서 꼬물이랑 같이 잤어요.”

“뭐?”

눈을 번쩍 뜨는 준이다. 낮에 실컷 잤다고?

“그런다고 밤에 안 자면 어떻게 해?”

“잠이 안 오는데 어떻게 해요.”

“태교음악이라도 틀까?”

“그럼 꼬물이는 자도 난 못 잘 거 같아요.”

“밤이니까 일단 꼬물이부터 재우고 보자.”

포옹을 풀고 침대에서 내려온 준은 오디오에, 태교 책 뒤에 부록으로 나온 CD를 넣고 태교 음악을 틀었다. 부드러운 선율의 태교음악이 흘러나오자, 준은 만족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뒤 침대 위 혜리에게로 돌아온다. 자연스럽게 팔 베어주고 흥얼 흥얼 태교음악에 빠진 준은 오히려 잠을 못 자고 있다.

“음악 좋지? ……응?”

질문해보지만 혜리는 답이 없다. 슬쩍 고개를 돌려 혜리를 보니 그녀는 어느새 잠이 든 게 아닌가. 준은 기가 막힌다는 듯 웃는다.

“못 잘 거라고 말한 지 1분도 안 됐는데. 어쨌든 자니까 다행이다. 푹 자라. 신부가 자야 꼬물이도 자지.”

이불 덮고 푸욱 잠이 든 혜리의 이마에 짧은 키스를 남겨준 준도 잠이 든다.

아이와 준이 가벼운 찰과상을 입은 그 날부터 지연은 이미 나오지 않았고, 교장은 지연을 휴직계로 처리했다. 학교 안에 퍼질 대로 퍼져서 이미 사실로서 확정되어진 스캔들에 대해서, 입단속을 통해 자신의 손녀가 다른 학교 교단에 설 수 있게 도와달라고, 친할아버지로서 젊디 젊은 자신의 손녀가 이대로 주저앉는 것만큼은 볼 수 없다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신신당부를 했다.

학교장이 아닌 조부로서의 모습을 한 그를 보며 학생들과 교직원 전원은 이번 사건을 묻기로 결론을 내린다.


* * *


12월 20일 화요일. 임신 18주 4일째.

혜리는 홀로 산부인과를 찾았다. 건강검진을 위해서인데 혼자 온 그녀를 본 간호사들이 의아해한다.

“오랜만이에요! 애기 검진 받아야 하는데 왜 자주 못 오셨어요? 오늘은 혼자 오셨네요? 남편 분은 같이 못 오셨나 봐요?”

“예. 그동안 좀 바빠서요. 신랑도 방학이 코앞이라 많이 바쁜가 봐요.”

접수하고 진료실로 들어서는 혜리.

“오랜만이에요, 쌤!”

“혜리 씨! 안 그래도 왜 안 오시나 궁금했어요. 이제 안정기라서 검진 좀 띄엄띄엄 받아도 되는데 착상 후 2, 3개월이 가장 중요한 시기에요. 그런데 오늘은 ‘혹’ 이 없네요? 용케 때어놓고 오셨네요?”

“쿡! 쌤, 우리 신랑보고 혹이라니요!”

“하하하하하. 누우시죠. 김 간(호사).”

“네, 쌤.”

침대 위에 올라가 눕는 혜리. 초음파 검사가 시작되고. 진료 후.

“입덧이 없나 봐요. 애기가 너무 잘 먹고 있어요. 개월 수에 비해서 애기가 좀 크네요. 이제는 걷기 운동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애기 몸집이 더 커지지 않게 유념하셔야겠어요. 나중에 출산할 때 힘들어져요. 애기 성별 궁금해 하셨죠?”

“네? 네. 딸이었으면 좋겠는데 어때요?”

“네, 원하시는 대로 공주님이세요.”

다행이다! 활짝 웃는 혜리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 담겨 있다.

“엄마 닮아서 아이가 참 예뻐요. 신랑이 먹고 싶다 말하는 거 다 사주죠?”

“네!”

“혜리 씨, 특별히 딸을 원하시는 이유라도 있나요?”

“어른들이 딸아이를 되게 원하세요. 워낙에 아들만 나와서 그런가 봐요. 저도 딸이 먼저 갖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후후, 그렇군요!”

검진을 마친 혜리는 새로 받은 초음파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버스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날 저녁, 둘이 오붓하게 밖으로 나온 부부는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다. 핫케이크가 먹고 싶다는 혜리의 말에 준은 그야말로 칼퇴근으로 집으로 온 뒤 혜리와 마트로 건너온 것이다. 가사도우미 아줌마한테서 목록을 받아온 준과 혜리는 팔짱 끼고 카트 밀면서 이리 저리 돌아다니는 중이다. 그러면서 제일 먼저 카트에 담긴 게 핫케이크 가루와 시럽이다.

“우유 있다고 했나?”

“잠깐만요.”

혜리는 목록에서 우유를 찾아본다.

“여기에 우유 있어요. 신랑, 되도록 큰 거 사가요. 두고 두고 먹게.”

“그러자. 어, 저쪽에 달걀도 있다.”

달걀 한 판을 카트 바닥에 잘 깐 부부는 카트 밀고 또 어디론가 향한다. 이리저리 둘러보던 혜리의 눈이 한 곳에 선다. 베이컨 시식 코너다. 덩달아 보게 된 준이 싱긋 웃으며 그곳으로 카트를 몰고 간다. 팔짱 낀 오른손 대신 결혼반지 낀 왼손으로 이쑤시개를 집어서, 베이컨 한 조각을 콕! 찍어 혜리에게 먹여주는 준. 오물오물 먹던 혜리가 순간 인상을 확 구긴다.

“짜!”

“밥이랑 같이 먹을 수 있게 일부러 간이 좀 되어서 나와요. 밥이랑 먹으면 괜찮아요.”

직원이 한 봉지 가져갈 수 있도록 웃는 얼굴로 말해보지만 준이 고개를 내젓는다.

“꼬물이한테 안 좋아요. 그치, 꼬물아? 우리 꼬물이, 맵고 짠 거 못 먹지? 아빠가 잘 알지?”

“……아아, 애기 가지셨구나! 태명인가 봐요, 예쁘네요.”

혜리의 배에 대고 뭐라 뭐라 말을 건네는 준을 잠시 이상한 눈으로 보던 직원이 이내 싱긋 웃는다. 하지만 준과 혜리는 가타부타 말 따로 없이 휙 돌아선다. 카트 밀고 돌아다니던 부부는 시식코너에서 이런 저런 음식을 주워 먹고 입에 맞다 싶으면 바로 바로 집어서 카트에 넣는다. 가사도우미 아줌마가 적어준 10가지로 함축되었던 목록에 비해 무려 10배나 많다.

이른바 충동구매인데, 덤으로 30분이면 충분할 장보기가 3시간으로 늘어버리고 만다.

한편. 저녁거리가 없어서 쫄쫄 굶고 있는 최 사장과 나 여사는 기다렸다가 지친다는 표정이다. 라면이라도 있으면 그거라도 끓여 먹겠는데 하필 라면도 동이 난 것이다. 해서 준과 혜리의 편에 들려 보낸 목록에도 각기 종류 다른 라면이 네 봉지나 들어 있다.

“아아. 왜 안와?”

“전화 한 번 해볼까요?”

“해봐. 쓰러지겠어, 정말로. 이 녀석은 아버지와 어머니 배고파서 병원에 찾아가야 정신을 차리고 돌아오려나.”

최 사장의 투덜거림을 듣고도 한 귀로 흘리며, 나 여사 미진이 집전화로 준에게 전화를 거는 사이, 띵동 소리가 들려온다. 칼 같이 날아가는 도우미 아줌마. 준과 혜리의 얼굴이 보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그녀.

“부부 내외 들어오네요.”

“아줌마. 최대한 빨리 준비해줘요.”

“예, 알았어요.”

“라면 들어 있어요? 라면 끓여줘요.”

“예, 끓일게요!”

최 사장의 배고파 쓰러질 것 같은 목소리를 들은 가사도우미 아줌마는 말대꾸 꼬박 꼬박 하며, 문을 열고 밖으로 쫓아나가 준이 들고 있는 식재료가 든 가방을 받아들고 황급히 부엌으로 들어간다. 천천히 들어서던 혜리가 고개를 갸웃댄다.

“뭐가 저렇게 급하대요?”

“새아가.”

힘이 쭉 빠진 목소리로 최 사장이 부르자 혜리는 준과 함께 얼른 거실 소파로 내려와 앉는다.

“네, 아버님.”

“너 말이야. 아아. 두 말 필요 없고, 얼른 들어가서 식사 준비 좀 도와라. 나랑 네 시어머니랑, 굶어죽기 직전이다. 먹을거리 풍족한 2011년 대한민국 부산에서 아사 사고, 참 볼 만 하겠지?”

“죄송합니다, 얼른 준비할게요! 신랑도 들어와요.”

“어? 어어.”

저녁을 여태껏 못 먹었다는 말을 저렇게나 빙빙 돌리고 싶을까. 게다가 윽박 아닌 윽박도 가미해서 말이다. 전화를 내려놓은 나 여사는 다시 한숨을 길게 내쉰다. 6시 다 되어서 나간 아들 부부가 어떻게 저녁 9시가 넘어서 들어온단 말인가.

“아아. 배고파.”

나 여사와 최 사장은 각자의 방향으로 소파 위로 길게 눕는다. 앉아 있을 여력도 없는 듯 보인다. 달걀 깨 넣고 잔 파 쫑쫑 썰어놓고 나름 라면에 맛을 더 하는 세 사람. 조금은 초라하고 늦어도 한참 늦은 저녁을 먹는 준이네 가족.

그리고 다음 날, 준은 오늘도 칼퇴근을 했다. 200일 기념일을 챙겨야 한다며 쏜살같이 나가는 통에 지훈도 잡을 겨를이 없었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던 혜리를 차에 태운 준은 미리 예약해놓은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스테이크와 파스타를 주문했기 때문에 와인이 딱 어울리는데 꼬물이 때문에 먹을 수 없음이 안타까운 준이다. 혜리가 마셔도 된다고 자신은 상관없으니 괜찮다고 했으나 준은 부부는 일심동체라며 고집을 피운다. 200일 기념 커플링도 오른손에 척 하니 끼는 부부. 못 말리겠다며 빙그레 웃은 혜리는 파스타부터 한 입 먹으려 포크로 조금 돌돌 말아서 입에 가져간다.

“욱.”

“왜 그래?”

“냄새 이상해요. 욱!”

의아한 얼굴로 눈을 끔벅이다 스테이크 썰던 준의 손이 멈춘다. 설마, 입덧 시작한 거야?

“우욱!”

손으로 입을 막으며 황급히 일어서는 혜리의 뒤를 이어 준도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두고 벌떡 일어선다. 급히 혜리 왼편에 서서 그녀를 부축한 준이 지나가던 직원을 보며 묻는다.

“같이 가자! 저기, 화장실이 어디에요?”

여자화장실이지만 준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양변기에 얼굴 파묻고 입덧으로 인한 구토를 하는 혜리 뒤에서 준은 그녀의 등을 두드려준다.

준으로서는 오늘만큼 꼬물이가 밉고 야속한 때가 없다. 다른 날 다 놔두고 왜 하필 오늘! 왜 지금인 건데! 야 인마, 그동안 열심히 참아줬으면 오늘도 그저 조용하고 가만히 지나가 줄 것이지, 왜 하필 오늘인 건데, 응? 왜 하필 오늘 엄마와 아빠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건데, 응? 꼬물이 너 참말로 이럴 겨?

왼손을 들어 물을 내리는 혜리의 행동을 본 준이 커플링을 낀 오른손을 든다.

“다 됐어?”

“네.”

“저녁 먹을 수 있겠어?”

“모르겠어요.”

신랑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선 혜리는 어느새 기운 없는 표정으로 얼굴을 도리도리 내젓는다.

“저거 아까운데 어떻게 하지?”

“먹어야지요.”

“먹을 수 있겠어? 그럼 일단 스테이크부터 먼저 먹어보자. 꼬물아, 맘마 먹자? 엄마 기운 빼지 말고 맘마 먹자, 응?”

아빠의 말을 알아들었음일까. 꼬물이는 튕기지 않고 엄마가 먹는 음식을 잘 받는다. 덕분에 스테이크와 파스타를 맛있게 먹는 혜리다. 한 순간 태아 꼬물이를 향해 품었던 미움을 씻어낸 준은 그제야 만족한다는 얼굴이다.


작가의말

음, 다음편에서는 출산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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