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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남녀

결혼 후 愛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설理雪
작품등록일 :
2012.05.02 22:52
최근연재일 :
2012.05.02 22:52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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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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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9
글자수 :
318,861

작성
12.03.2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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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32.워터파크

DUMMY

32.워터파크


그리 유쾌한 만남은 아니었다. 상대도 그렇지만 자신도 그랬다. 꿈에 이름이 등장한 것도 그 때문에 아닐까, 라고 짐작할 따름이다. 불려나가는 것 자체가 이미. 상대는 자신도 그녀를 만나는 게 기분 썩 좋은 일이 아니라며, 한 마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 나오라고 말했고, 그녀는 하는 수 없이 나가야만 했다.

오렌지주스를 앞에 놓은 상대는 다짜고짜 악담을 시작했다.

“어차피 얼마 못 갈 거야.”

“뭐라고요?”

“두 달 만에 하는 결혼이 정상적인 결혼이라고 생각해? 결코 정상적인 결혼이 아니야. 난 기다릴 거야. 두고 봐. 오빠는 반드시 너와의 결혼을 후회할 거야. 그리고 나한테로 돌아오겠지. 나하고 지낸 시간이 자그마치 7년이야. 연애기간이 그렇게 길다는 걸 함부로 무시하지 마. 내가 장담 해! 오빠는 분명히 나와의 추억을 되새기고 나한테로 돌아오게 되어 있어! 너랑은 안 어울리니까. 그리고 너처럼 빈약한 가슴 뭐 볼 게 있겠어?”

“흥.”

콧방귀와 함께 피식 웃어 보인 혜리는 팔짱을 끼며 반격을 개시했다.

“체력 단련도 안 시켜주는 여자 뭐가 좋다고 거들떠볼까요? 그래요, 나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크기는 크네요. 하지만 크다고 다는 아니잖아요? 두 달 만에 하는 결혼이 우습게 보여요? 근데요. 모르죠? 우리 신랑은 당신 때문에 욕구불만이었어요. 밤일을 그렇게 싫어했다면서요? 어쩌지요? 난 이미 신랑이랑 달마다 했는데.”

“!”

“추억이고 나발이고 신랑이랑 몸 섞은 여자는 내가 처음인 이상, 당신한테는 볼 일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결혼 전 섹스가 자랑이라는 거야, 지금?”

“요즘 세상에 동거도 하는데 섹스가 뭐라고. 말 끝났어요? 그럼 먼저 일어날게요. 신랑 몰래 나왔던 거라 돌아오기 전에 들어가야 해요. 갈게요. 음료수 많이 드세요.”

할 말 끝난 그녀가 먼저 일어났고, 충격에 놀라 받아치지도 못 한 상대는 붙잡지도 못 한 채로 그대로 보냈다. 오렌지 주스를 얼굴에다 뿌리지도 못 하고 그냥 보낸 게 상대로서는 천추의 한이었다. 입술 잘근잘근 깨물며 홀로 앉아 있던 그녀는 주먹을 꾹 쥐었다.

‘두고 봐. 난 침착하게 기다릴 거야. 나한테 돌아올 때까지.’

당당히 받아치고 나오기는 했지만 그녀의 마음도 이미 만신창이였다. 카페를 나오는 그녀의 어두운 안색을 봐도 능히 짐작가는 대목이다. 7년을 함께 했으면 오죽 많은 추억과 기억이 남아 있을까. 저 여자는 지금 그 추억과 기억을 온전히 정리하지 못 했다. 아니, 안 했다. 현재 진행형인 게 저 여자의 마음이다. 그러면서 기다리겠단다. 돌아올 것이라고 호언장담을 하면서.

6월 초에 만나 8월 초에 결혼했으니 두 달 만에 한 초특급 스피드의 결혼이지만, 그녀는 신랑의 마음을 온전히 갖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자신의 마음에 신랑이 온전히 들어 있으니 신랑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방금 그 색이 조금 바래졌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발언이다.

하지만 상대는 청혼을 거절했다. 7년씩이나 연애했으니 결혼해도 된다고 생각해서 신랑이 청혼을 했지만 상대는 한 번에 거절했다. 그 배신감 그 절망감, 오죽하랴. 자신은 그 상처를, 부서진 마음을 돌봐주고 싶다. 잊게 해주고 싶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니까. 사랑하니까.

한 번 거절했으니 두 번 거절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저 여자라면 능히 가능할 것이다. 그러니 붙잡을 것이다. 가지 못 하게. 떠날 생각도 하지 않게.

‘앞으로 잘하면 돼. 저런 콧대 한 번에 부서지게 하면 돼. 내가 충분히 아껴주고 잘해주고 사랑해주면 돼. 그래, 그러면 돼.’

집으로 돌아왔는데도 신랑은 돌아오지 않았고, 결국은 윤 선생 지훈에게 전화를 걸어서 같이 있냐고 물어봤고 아니나 다를까 신랑은 절친 윤 선생과 같이 있었다. 그리고 돌아온 그의 손에는 선물이 들려 있었다. 워터파크용 비키니였다.

수영복 없을 거라고 판단한 신랑의 생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내일과 모레, 남부럽지 않게 더없이 행복하게 놀다 올 것이다. 그 여자가 자신의 생각을 버릴 수 있도록. 정리할 수 있도록.

다음 날. 8월 15일 월요일, 광복절.

생각보다 일찍 깼다. 6시에 깨서 준비하고 밥 먹고 나서면 되는데 시계 바늘은 5에 가 있다. 천장을 가만히 바라보던 혜리는 몸을 슥 돌려 신랑의 얼굴을 봤다. 다시 봐도 못 연예인 남부럽지 않은 훈남이다. 그의 피를 받은 아들이라면 필히 잘 생겼을 것이요 딸이라면 한 미모 할 것이다.

2세 생각을 하니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결혼이 너무 빨라서 신혼 좀 더 즐기고 연애 기분 좀 더 느낀 뒤, 아이를 좀 천천히 가질 생각을 하고 있었고 여차하면 피임도 고려하고 있는데, 기다릴 거라는 당찬 발언은 결코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동화 선녀와 나무꾼에서, 나무꾼은 선녀를 보내지 않기 위해 아이를 둘 낳았으나, 하늘나라 그리워하던 선녀가 안 되어 보내주었고 결국은 이후 영영 이별하게 된다.

‘만약 우리 사이에 아이가 생긴다면 그 여자는 포기하고 단념해줄까? 내가 만약 신랑의 아이를 갖게 된다면 저 여자는 포기할까? 그러면 우리는 신혼이 없는데? 신혼이야 2세냐 그것이 문제로다!’

난데없이 이 꼭두새벽에 신혼이냐 2세냐 저울에 올려놓고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 혜리다.

“더 자자.”

신부가 깼음을 알아차렸음일까. 신랑이 손을 뻗어 혜리를 다시 품에 가둔다. 그렇게 벗어날 수 없게 안는 신랑의 품에 폭 안기며 그녀는 생각을 정리한다.

‘그래! 신혼이다. 그런 여자 따위, 천년만년 기다리라 그래. 지금의 행복, 이대로 쭉 가기를.’

그리고 6시 40분.

태극기 걸어놓고 아침부터 먹고, 선크림 미리 발라서 워터파크에서 놀 때에 대비하고 머리도 최대한 높이 올려 묶는 혜리. 물론 남편한테도 선크림 정성스레 발라주고 여벌옷 든 가방을 챙겼다. 결혼반지는 빼두었다. 준도 가방을 챙겨서 차량의 뒤 트렁크에 싣고 조수석과 운전석에 각각 올라탔다. 잠시 후 뒷문이 벌컥 열렸다. 지훈이 운전석 뒤에 타면서 자신의 여벌 옷 든 가방을 트렁크 쪽으로 휙 던졌다.

“좋은 아침이다, 친구! 좋은 아침입니다, 제수씨! 가자, 우리 가현 씨 데리러.”

“좋은 아침이에요!”

혜리도 들뜬 목소리로 답했다. 준도 빙긋 웃었다.

“쿡! 벌써 우리라는 말이 입에 붙었네?”

“그러엄. 차차 익숙해져야지.”

“후후. 안전띠.”

“응.”

준의 말에 지훈은 안전띠를 착용하는 것으로 출발 준비를 끝냈고 준은 엔진 시동을 걸면서 운전대를 돌렸다. 아파트 단지에서 가현을 태운 준의 차는 양산 방향으로 빠졌다. 이대로 직진만 계속 하면 경주로 빠지는 고속도로다.

지훈이 하는 걸 보지도 못 했으면서 그가 했던 그대로 똑같이 트렁크에 자신의 가방을 휙 던지는 가현. 안전띠를 뒷좌석도 매는 걸 가만히 보던 그녀는 고개를 갸웃대면서도 같이 안전띠를 맸다. 그리 크지 않은 키와 짧은 다발 머리에선 어딘가 지적인 느낌이 났다. 가현은 앞에 앉은 부부의 결혼식을 멀리서 봤던 게 생각나서 결혼 인사부터 건넸다.

“늦었지만 두 분 결혼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가현 씨. 아, 김 쌤이라고 부르는 게 낫겠죠?”

“네, 김 쌤이라고 부르시면 되요. 두 분 학교가 대연고 라면서요?”

“네. 김 쌤은 학교가 어디신데요?”

“남천초등학교에요. 6학년 미술 가르치고 있어요. 그럼 최 쌤 부인되시는 분, 혜리 씨도 교사이신가요?”

“우리 신부는 교사 아니에요. 우리 어머니께서 운영하시는 갤러리 이어받으려고 공부 중이지요.”

“아하! 갤러리 어디에요? 안 그래도 우리 학교 그림 좀 있다가 다 바꿀 거거든요. 괜찮으면 혜리 씨 갤러리에서 그림 사고 싶어요.”

“저야 좋죠! 갤러리에 특별한 일 없으면 집에 있는 편이니까, 레인보우갤러리로 오실 때 전화 한 통만 해주시고 오세요. 나중에 우리 전화번호 교환해요.”

“네에, 좋은 그림으로 부탁드릴게요!”

“최선을 다할게요.”

얘기가 왜 갤러리 쪽으로 샜는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가현과 혜리는 서로를 보는 첫인상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두 여인 사이에 오간 말이 마무리 되자 준이 가현에게 묻는다.

“김 쌤, 우리 지훈이 어때요? 만나보니 괜찮죠?”

“……최 쌤이 우리한테 테러를 가하지만 않았어도 윤 쌤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었겠죠. 근데 최 쌤이 더 훈남 이시네요. 윤 쌤은 미남 쪽이고요. 목소리는 윤 쌤이 더 나은 거 같아요. 언제 들어도 감미롭네요.”

“크윽! 그 테러에 대한 보상은 충분히 할 테니까 잊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 쌤.”

“봐서요.”

가현도 뒤끝 작렬?

“그래서 제가 일부러 체육을 선택했잖습니까. 앉아서 가르치면 애들이 다 잘까봐서요.”

“그럴 거 같아요.”

지훈의 말에 동조하며 빙긋 웃는 가현이다. 이번에는 혜리가 묻는다.

“김 쌤, 선크림 많이 발랐어요?”

“네! 물에 씻기지 않는 걸로 듬뿍 발랐어요. 윤 쌤은요?”

“안 발랐는데요? 준이 넌 발랐어?”

“우리 신부가 발라줬지!”

헤벌쭉 웃으며 자랑스레 대꾸하는 준이다. 순식간에 친구 놈이 부러워진 지훈은 얼른 가현을 봤다.

“가현 씨 혹시 선크림 있어요?”

“전 안 갖고 왔어요.”

“저 있어요, 윤 쌤. 내일도 대구에 있을 거라서 갖고 왔어요. 트렁크에 제 가방 있어요.”

“휴게소 나오는데 잠깐 들어갈까? 지훈이 선크림도 바를 겸.”

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혜리. 이윽고 휴게소를 향해 운전대를 돌리는 준. 어디선가 꼬르르륵 소리가 들리고 가현이 자신의 배를 움켜쥐었다.

“배고파. 세 분 식사하셨어요?”

“우린 먹고 왔어요. 지훈아 넌?”

“나도 먹고 왔어. 가현 씨 식사 안 하셨어요?”

“늦게 일어나서 못 먹었어요.”

입술을 삐죽 내밀며 배고픈 기색을 숨기지 못 하는 가현 때문에라도 이왕 휴게소에 들어온 김에 간식 좀 사야겠다.

고속도로를 총 2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경주 워터파크, 블루원. GOLD에 속하는 8월 중순 현재 블루원의 개장 시간은 오전 8시부터 밤 9시까지다. 리조트까지 끼고 있으니 여기서 숙박도 해결된다. 오늘 하루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 일찍 대구 이월드(구 우방타워랜드)를 향해 출발할 예정이다. 9시 30분이 개장 시간이니 충분할 것이다.

일단 강 경장 해석에게서 받은 이용권은 블루원만 이용할 수 있는 표이니, 리조트는 일행이 돈을 보태야 한다.

블루원 이용권을 내밀고 입장한 일행은 손목에 바코드형 카드를 차고, 각자 라커룸으로 향했다. 바코드를 접촉시켜서 라커룸 문을 열고 옷을 벗고 가방의 비키니를 꺼내서 갈아입는 가현과 혜리. 약간 통통한 가현은 자신에 비해 마른 체형의 혜리를 보며 부러운 기색을 표했다.

“와. 진짜 말랐다. 이런 몸매 유지하는 것도 힘들죠?”

“그래도 요즘은 살이 좀 오른 편이에요. 예전에는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라면만 먹고 살았거든요. 지금은 제대로 밥 먹고 살지만요.”

“그랬군요.”

“전 오히려 김 쌤 몸매가 부러운데요? 가슴계곡도 있으니. 저는 너무 작아서 계곡도 없어요.”

“하하하, 그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거죠. 저는 오히려 좀 커서 고민이에요. 그런데 혜리 씨 작은 걸 보니 저는 고민도 아니겠네요. 호호호호호!”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가현과 혜리다. 긴 머리 뒤로 넘기며 라커룸을 나가는 혜리 옆에 붙은 가현은 팔을 뻗어 혜리 팔에 팔짱을 꼈다. 혜리는 그 팔짱 느낌이 좋아서 그대로 끼고 라커룸을 나갔다. 먼저 나와서 기다리고 있던 준과 지훈은 다정한 두 여인의 모습에 빙그레 웃었다. 그런데 신랑 옆에 붙지 않고 팔짱 낀 그대로 실내 방향으로 걸어가는 혜리와 가현. 각자 손을 잡으려고 기다렸던 준과 지훈은 허망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본 뒤 얼른 뒤를 따랐다.

“어? 신부! 나랑 손 안 잡고 어딜 가?”

“얼른 와요! 우리는 우리끼리 갈게요.”

“나 27살인데 혜리 씨는?”

“동갑이네요. 우리 친구할까요?”

“이왕 이렇게 된 거 말도 놓을까요?”

“아, 저는 초면에 말까지 내리는 건 익숙하지 않아요. 신랑한테도 존댓말 쓰는 걸요.”

“그래요, 그럼.”

혜리의 성격이라고 판단한 가현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하 호호 얘기를 나누며 걷던 두 여인은 한참 후에야 뒤를 슥 돌아봤다. 저 멀리 따라오는 두 교사가 보였다.

“빨리 와요!”

가현이 팔짱 끼지 않은 손을 휘휘 저어서 얼른 오라고 불렀다. 서둘러 가던 준이 지훈에게 말했다.

“우리 신부 네 여자한테 뺏겼다? 그런데도 기분이 안 나빠, 이상해.”

“내가 할 말을 왜 네가 하냐?”

“하하하, 그렇게 되나? 지훈아, 두 사람 저쪽으로 가는데?”

“줄이 제법 긴데? 이 블루원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것 중에 하나가 저거거든. 근데 이미 가 섰어! 얼른 가야겠다.”

“서두르자.”

하지만 그렇다고 막 뛸 수는 없다. 블루원은 워터파크, 즉 수영장이다. 곳곳에 옅은 물이 깔렸으니 무턱대고 뛰었다가 잘 못 미끄러지면 넘어져서 다치니 조심해야 한다. 혜리와 가현이 이미 기다리고 있는 곳은 블루원 명물 중의 하나인 토네이도 슬라이드. 길이 122M 높이 18M의 이 기구는 기다리는 시간에 비해 타는 시간이 턱없이 짧지만, 서로 간에 얘기를 충분히 나눌 수 있어서 또 다른 시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주변에 수영복을 입고 딱 가려야 할 곳만 가린 여자들과 남자들이 많지만, 준과 지훈은 오롯이 자신의 여자인 혜리 그리고 연인 단계의 가현만 보고 있다. 그건 혜리와 가현도 마찬가지다.

“김 쌤, 미술을 가르치면 그림이나 사진에 대해서 많이 알겠네요?”

“그럼요! 제법 깐깐한 눈초리를 갖고 있지요. 레인보우갤러리에 좋은 작품 많을 거라고 생각해도 되죠, 혜리 씨?”

“눈높이가 맞았으면 좋겠어요!”

수줍은 듯 웃으며 말하는 혜리다. 이윽고 4인용 튜브를 타고 슬라이드를 탈 수 있는 기회가 드디어 찾아왔다. 자리를 잡고 앉은 네 명은 슈욱! 물길 따라 슬라이드 타고 내려갔고, 혜리와 가현은 재미있다는 비명을 맘껏 질렀다. 퍼엉. 그리고 도착한 끝에선.

“혜리야!”

튜브에서 잘 내린 준과 지훈과 가현에 비해서 혼자 물속에 풍덩 빠진 혜리는 고개부터 불쑥 내밀었다, 그리고.

“푸우우우우우우!”

얼마나 물을 먹었는지 입에서 길고 긴 분수를 내뿜은 혜리는 양손으로 얼굴의 물을 닦아낸 뒤 고개를 내저으며 정신을 차렸다.

“신부, 괜찮아?”

“괜찮아요, 혜리 씨?”

“제수 씨!”

각자의 호칭으로 혜리를 부르며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 남녀. 튜브를 챙기던 직원마저도 가까이 다가올 정도다.

“괜찮으십니까? 물을 꽤 드셨네요.”

“예, 괜찮아요.”

직원을 향해 웃는 얼굴을 보여준 혜리는 들러붙은 머리카락을 챙기고서 준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너무 재밌다! 한 번 더 타면 안 돼요?”

“그러기에는 줄이 너무 길어. 다른 것도 많으니까 충분히 즐기다가 와도 늦지 않을 거야.”

“그래요, 그럼.”

준의 말에 덤덤히 고개를 끄덕인 혜리는 토네이도 슬라이드를 한 번 더 돌아본 뒤, 일행과 함께 토렌트 리버로 향했다.


작가의말

제 실화입니다.
블루원에서 처음 탄 기구 토네이도 슬라이드에서 물 제대로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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