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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남녀

결혼 후 愛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설理雪
작품등록일 :
2012.05.02 22:52
최근연재일 :
2012.05.02 22:52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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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9
글자수 :
318,861

작성
12.03.27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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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
13쪽

31.여행 준비

DUMMY

31.여행 준비


“빼.”

“?”

“이딴 거 이제 다 필요 없어.”

“!”

얼음장 같은 그의 얼굴. 그리고 말. 심장이 얼어붙는 느낌에 충격에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데.

“이혼이야, 나 지연이한테 갈 거라고! 반지 빼. 빼라고.”

“!! 안 돼!!”

결국은 남편의 손에 의해 반지가 손을 빠져 나가는 장면에서, 비명과 함께 눈이 번쩍 떠졌다. 잠시 꿈과 생시의 구분이 가지 않았다. 눈을 깜박여본다. 신혼부부 사진이 눈앞에 바로 보인다. 급히 왼손을 들어 손가락의 반지를 확인한다. 다행히 잘 있다. 잠깐이지만 뜻하지 않은 악몽에 시달린 그녀는 가쁜 숨을 내쉬며 이마의 땀을 닦았다.

‘꿈이구나. 신이시여. 꿈이라서 감사합니다! 근데 이이는 어디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녀는 얼른 남편을 찾지만 남편은 온데간데없다. 심지어 손전화도 책상 위에 있다. 연락할 길이, 정녕 없나? 어딜 간 거야, 날 두고 가지 말라고 했잖아요, 안 간다고 했잖아요. 거짓말이었어요? 불안과 혼돈 당황 등 복잡한 감정이 그녀의 두 눈동자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자신의 손전화를 꼭 쥔 두 손이 파르르르 떨린다.

‘신랑, 어디야…….’


오후 3시. 부인 몰래 집밖으로 몸을 내뺀 그는 차도 주차장에 놓고 왔다. 어느 건물 벽에 찰싹 붙어선 그는 안쪽을 향해 조용히 말했다.

“성공했어?”

“어.”

“가자.”

이윽고 건물 벽 안쪽 그늘에서 누가 슥 나왔다. 반바지에 반팔 셔츠 등 편하게 입은 친구는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투덜거림을 시작했다.

“내가 진짜 너 때문에 못 살겠다! 제수씨 선물 하나 사자고 우리 누나까지 불려나와야 한다냐?”

“뭐 어때, 팔아주는 건데. 좋잖아?”

“좋기는 개뿔이, 안 좋아! 오늘처럼 황금 같은 일요일에! 데이트하다고 불려나왔다고, 알아, 인마?”

“그랬어? 몰랐어, 진작 얘기하지. 어차피 누님도 작은 조카님 덕분에 집에 계신다며, 잠깐 나오시는 건데 뭐 어때서.”

“몰라, 몰라! 책임져, 인마. 책임져, 책임지라고!”

“깨진 데이트는 미안한데 그건 네가 애초에 못 간다고 하면 될 일 아냐? 대체 뭘 책임져야 하는 건데? 책임질 일을 딱히 한 것 같지는 않다? 아, 얼른 가.”

“책임져, 이 자식아!”

“그렇게 나올래?”

자자, 걸음은 빨리빨리! 쿡쿡 웃은 그는 발걸음을 빨리 했다. 저 앞에 목적지가 보였다. 그는 친구가 헐레벌떡 쫓아오는 것도 잊고 먼저 성큼 들어섰다. 멀리서 친구 녀석이 소리치는 게 들리지만 깔끔하게 무시!

“같이 가, 인마!”

“오랜만입니다, 누님!”

“와아, 진짜 너무한다! 다른 평일 다 놔두고 하필 일요일? 이럴래, 최 선생? 그리고 뭐냐, 저 녀석은 데이트 중에 불려나왔다는데 아무리 친구라지만 그래도 돼? 결혼했다고 막나가는 건 아니겠지?”

“히익! 무서워라. 죄송해요! 미안하다, 응? 풀어라. 얼른 골라봐 주세요. 몰래 나왔어요, 알아차리기 전에 들어가야 해요.”

히죽 웃은 그는 상대를 향해 그리고 친구를 향해 빙그레 웃어 보인 뒤 말했다. 일요일인데 가게 문 열고 대기 중이던 여인은 끼고 있던 팔짱을 풀면서, 막 들어선 동생이 그랬던 것처럼 투덜거린 뒤 비키니가 걸려 있는 쪽으로 몸을 옮겼다.

“사이즈!”

“A컵이요.”

“맨 위에 있는 것 중에 골라볼래? 다 A컵이야. 근데 그렇게 작았나?”

여인은 결혼식 때 봤던 신부의 가슴을 슬쩍 떠올려보지만 쉽지는 않다. 언뜻 패드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음……. 저거요!”

아래위 파란색에 척 봐도 시원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에이, 최 선생 그렇게 안 보이는데 웬 노인네 취향? 저건 좀 아닌 것 같다? 저건 어때? 아이보리색.”

“응, 괜찮네요. 근데 너무 무난해요.”

“그래?”

여인은 긴 고리를 잡으려다가 그냥 뒀다.

“어디, 경주로 놀러가게?”

“네! 한참 피크잖아요.”

“그래서 사람 많을 거야, 각오는 되어 있지?”

“예. 그래서 결혼반지도 놓고 가려고요.”

“잘 생각했어. 워터파크에서 잃어버리는 것만큼 아쉬운 것도 없지. 지금은 끼고 있네?”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려고요.”

가게 주인과 얘기를 나누면서도 눈은 이리저리 바쁜 그는 뒤쪽이 너무 조용하다 싶어서 얼른 뒤쪽을 바라봤다.

“좀 골라 봐. 뭘 멀뚱히 보고 있는 건데, 넌. 윤 선생 진짜 이럴 겨?”

“네 부인 거 사는데 왜 내 의견이 필요한데? 알아서 골라. 제수씨 취향을 네가 알지 내가 알아?”

“나 이런 거 처음이잖냐.”

“누군 와봤고?”

아까부터 자꾸만 말대꾸 있는 대로 ‘쫑쫑쫑’ 해대는 친구 놈으로부터 눈길을 거둔 그는, 앞에 수없이 걸려 있는 속옷 같은 옷들을 보며 뭐가 좋을까 고민했다. 절대 피해야 할 색깔의 옷은 걸려 있지 않으니 일단 다행이기는 한데. 가장 무난한 건 너무 무난해서 곤란하다.

기껏 끌고 왔더니 도움은 되지도 않고 되레 투덜거리기 바쁜 친구 녀석은 버리다시피 하고, 누님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고르고 포장도 했다.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빙그레 웃은 그는 친구 그리고 누님과 함께 가게를 나왔다.

재밌게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하며 집으로 가려는 친구의 팔을 얼른 끌어당기는 그다.

“웬만하면 못 이기는 척 그냥 같이 가는 게 어때?”

“아직 그 단계 아냐. 그리고 지금도 너 때문에 쪽박 찼는데 간다 하겠어?”

“얌마! 네가 지금 뺄 때야? 정신 차리고 같이 가자고 해봐. 쪽박 찬 건 내가 미안하니까 같이 가자고 하잖아. 저쪽에서 대시까지 해주는데 그 정도는 해야지. 솔직히 너 같은 천연기념물도 드물다. 학습효과 없냐? 부럽지도 않냐, 넌? 얼른 연락해봐, 인마.”

“알았으니 그만 때려. 아퍼, 이것아.”

“아프라고 때리는 거야.”

그러면서 한 대 더 찰싹, 은연중에 친구 녀석 등짝을 때리는 그였다. 몰아붙이는 그의 추진력에 진 친구는 손전화를 꺼내 들어서 어디론가 연락을 취했다.

“네, 가현 씨. 접니다. 혹시 내일과 모레 시간되시면 저랑 친구내외랑 같이 놀러가실래요? 네, 요 며칠 전에 결혼식 올렸던. 예. 내일은 경주 워터파크로 가고요, 모레는 대구의 우방타워랜드에서 놀다가 내려오자고, 친구 놈이 자꾸 꼬드기네요. 가현 씨 시간 괜찮으시면 같이 가실래요?”

“그럼 그 친구 분이 저한테 테러 가한 그 분이에요?”

“하하하하하하하! 맞아요.”

“지훈 씨가 가자는데 당연히 없는 시간도 내야지요. 테러 가한 신랑한테도 복수도 좀 할 겸. 내일 어디서 모이는데요?”

“잠깐만요. 내일 어디서 모이냐고 묻는데? 가현 씨 집은 동원보라아파트야. 잠깐만. 너희 집 근처잖아!”

그는 손을 튕겼다. 딱 됐다.

“내일 아침 7시까지 여벌옷이랑 선크림이랑 수영복 등 챙겨서 내려오라 그래. 아파트단지 버스정류장 옆에 흰색 차량 기다리고 있다고. 어차피 결혼식 봤으니까 내 얼굴 알 테지?”

그렇게 약속을 잡고 돌아서는데 친구의 손전화가 울었다. 화면의 발신자를 확인한 친구는 전화는 받지도 않고 그를 바라봤다.

“너 집에 전화 놓고 왔어?”

“응, 금방 갈 거라서 집에 놓고 왔어.”

“그럼 네가 받어.”

“누군데. 히익!”

대뜸 전화를 그에게 내미는 친구. 졸지에 전화를 받아든 그는 화면의 발신자를 확인하고는 얼른 받았다. 깼구나!! 이런, 일 났다!

“응, 신부!”

“신랑 어디에요?”

“응, 잠깐 쇼핑 나왔어요. 금방 들어갈게!”

뚝.

오랜만에 먼저 끊는 그녀. 넋 놓고 가만히 꺼져 가는 화면만 보다가, 가라앉은 상대의 목소리에서 무슨 일이 있음을 파악한 그는, 친구에게 손전화를 던지듯 돌려주고는 집 방향을 향해 달렸다. 얼마 안 가 도착한 집, 열쇠로 손수 열고 들어가는 그. 2층으로 다다다다 올라간 그는 방 을 열자마자 헉 소리를 냈다. 품을 파고든 그녀는 울기 직전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울었어요?”

“몰라요, 남편 미워.”

남편 허리에 손을 단단히 감은 그녀는 그대로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한참을 서 있었다. 영문을 전혀 모르겠는 그는 궁금한 얼굴로 토닥여줄 뿐이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겨우 진정한 그녀는 꿈에서 봤던 걸 그대로 얘기했다.

침대에 나란히 앉은 부부. 그는 등 뒤에 숨기고 있던 포장된 선물을 건넸다.

“허허, 이런. 달갑지는 않지만 예행연습을 했다면 조금은 충격이 덜 할 지도. 자, 일단 이것부터 받으시지요, 신부!”

“훌쩍! 뭔데요.”

코가 빨간 그 상태로 조금은 거칠게 포장지를 뜯는 그녀, 혜리. 안의 내용물을 확인한 그녀의 안 그래도 큰 눈이 확 커졌다.

“어!”

소, 속옷? 눈 커진 그대로 남편을 다시 보는 혜리. 하지만 그는 싱긋 웃을 뿐이다.

“내일 꼭 필요한 거거든!”

“내일?”

“놀러 가자! 방학인 지금 멀리 멀리 놀러가야지, 개학하면 나도 바빠서 안 돼. 갤러리도 봄, 가을이 성수기거든. 그 때가 한창 웨딩 시즌이잖아. 그림과 사진 사려고 찾아오는 손님들로 인해 갤러리 터지는 거 제대로 보게 될 거야. 그 전에 확실히 놀아둬야지. 태풍 오기 전에 말이야. 경주에 워터파크 생긴 거 알지? 입장권이 네 장이나 생겼어! 강 경장님이 공짜 표 생겼다고 갔다 오라고 주셨거든. 갔다가 모레는 대구 놀이공원에서 기구도 좀 타고 말이지. 복잡한 곳에 가는 거라서 결혼반지 집에 놓고 가야 하니까 그런 꿈을 꿨나 봐.”

“…….”

가만히 남편을 올려보던 혜리는 선물을 다시 본 뒤 폭! 머리를 어깨에 갖다 댔다. 그럼 이건 워터파크에서 입을 수영복인 셈이다.

“수영복 없지?”

혜리는 고개만 가만히 끄덕였다. 여름의 바닷가와 해수욕장 캠프 놀이공원 워터파크. 전부 꿈같은 얘기니까. 준은 혜리의 어깨를 손으로 감싼 뒤 말을 이었다.

“지훈이 녀석이랑 같이 갈 거야. 수영 공원을 지나가던 길에 우연찮게 우리 결혼식을 보게 된 어떤 여자 분이, 지훈이한테 꽂혀서 바로 대시 들어간 거 있지? 내일 그 아가씨도 올 거야. 아까 내가 뜻하지 않게 테러를 가했다고 벼르고 있나 봐.”

“테러를 가해요?”

“응! 지훈이 위에 누님이 두 명인데 그 중 한 누님이 여성 속옷 전문 매장을 갖고 계셔. 수영복도 같이 팔거든. 거기서 겨우 샀어. 같이 가달라고 꼬드기는데 하필 데이트 중이었던 거 있지? 그래서 테러를 가했다고 생각하시나봐. 어쨌든 내일이랑 모레 재밌게 놀다 오자.”

“예. 좋아요.”

이틀 정도 빼놔야 할 결혼반지에 대해 미리 꿈에서 빼는 꿈을 꿨던 모양이다. 남편이 옛 여친 이름을 들먹여서 악몽으로 변한 것만 아니라도 충분히 악몽인데, 이유를 알고 나니 마음이 제법 편해지는 혜리다. 비키니를 소중하게 매만지던 그녀가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었다. 준도 덩달아 고개를 들었다.

“?”

“물에 지워지지 않는 선크림을 따로 팔아요! 그거 사러 가야 해요. 지금 갖고 있는 선크림은 물에 닿으면 바로 다 지워져 버려요. 혼자 갈 거예요. 나 두고 손전화도 두고 홀몸으로 갔다 온 벌이에요. 최대한 늦게 와야지. 흥!”

오랜만에 콧방귀 크게 낀 혜리는 비키니가 든 상자를 오른쪽으로 옮겨 놓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뒤의 준이 양손을 뻗어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잡고 그대로 끌어당겼다. 그 통에 그대로 준의 위로 쏟아지다시피 한 혜리는 고개를 슥 돌려 혀를 내밀었다가 쏙 숨기고는, 준의 커다란 손을 떼어내고는 다시 일어섰다. 준은 이번에는 그냥 놓아줬다.

“빨리 와야 해?”

“흥!”

“어어? 대답하고 가!”

“흥!”

두 번의 콧방귀로 연타석을 먹인 뒤 총알처럼 몸을 뺀 혜리는 문 뒤로 갔다가 다시 매롱을 한 번 더 하고는 그대로 계단을 내려갔다. 당한 거 그대로 갚아 주리라는 심보가 완벽히 있는 건 아니지만 손전화가 책상 위에 올라가 있는 그대로다. 혜리의 손전화가 주인을 따라가지 않았음을 뒤늦게 확인한 준은 피식 웃었다. 문득 자신이 선물로 사온 수영복, 비키니를 보던 준은 입술을 모으고서 홀로 상상에 빠졌다.

‘신부! 기대해도 되지? 이 비키니를 입은 그대의 모습을! 아하, 기대된다! 내일이랑 모레랑 진짜 신나게 놀아야지!’

또 한 번 입 꼬리가 찢어지는 준이었다.


작가의말

늦게 온 주제에 짧아서 미안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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