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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남녀

결혼 후 愛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설理雪
작품등록일 :
2012.05.02 22:52
최근연재일 :
2012.05.02 22:52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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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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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9
글자수 :
318,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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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05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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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38.스캔들

DUMMY

38.스캔들


시간을 조금만 되돌려서 며칠 전 대연고. 등교한 애들은 자기들끼리 한바탕 난리가 났다.

“나도 들었어, 나도! 그 날 당직에 김주형 쌤이랑 최 준 쌤이었는데 하지연 쌤이 남아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해.”

“하 쌤이랑 최 쌤이랑 사겼다가 깨졌다며? 청혼단계에서 하 쌤이 찼다던데? 최 쌤이랑 하 쌤이랑 그렇고 그렇다는 소문도 있었잖아, 그럼 그것도 사실이었다는 거네?”

“왜 그랬대? 야, 우리 학교가 남녀공학이면 최 쌤 완전히 난리 나잖아. 아마 좋다고 들러붙는 여자애들이 한둘이 아닐 걸?”

“그리고 그 당일에 들은 애들도 좀 있다 하더라?”

“진짜야?”

“어! 양호실 바로 옆에 1-6반 애들! 야자 하자 말고 이상한 소리가 나서 자세히 다 들었다 하더라고?”

“청혼 얘기가 두 쌤 사이에서 있었나 봐! 그게 진짜였나 보더라고. 그러고 보면 하 쌤도 심하지 않아? 청혼 거절할 때는 언제고, 결혼하고 최 쌤 아내 되는 사람 아이도 가졌다면서? 뭐냐? 추잡하게? 어우, 추하다, 진짜. 하 쌤 부끄러운 것도 몰라?”

1학년에서 시작된 소문이 지금의 2학년까지 올라와 있는 것이다. 애들 눈에도 추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그러게 말이야. 교장 쌤이 할아버지라고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냐?”

“이게 진짜라면 아무리 친 할아버지가 교장이라도 이것까지 커버하지는 못 하겠다. 우리 사이에도 이렇게나 도는데 쌤들 사이에서도 돌지 않겠냐?”

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소문이 무성하게 돌고 있다. 애들 사이에만 도는 소문이 교무실로 건너가는 것도 시간문제다. 그렇게 교무실로 건너가다 보면 교장 쌤과 교감 쌤의 귀에 들어가는 것 역시 시간문제가 되겠지. 이 말인 즉, 소문이 이렇게나 커지고 부풀어지는 이상 혜리가 직접 나서지 않아도 지연은 스스로 자멸의 길로 걷게 될 것이다.

이윽고 잠시 후. 9시, 조회를 위해 들어선 담임을 향해 애들의 질문이 쏟아진다. 그리고 마무리로 결정타를 쏴주는 애들.

“쌤! 그게 다 진짜에요?”

“…….”

교실 안을 꽉 채운 채로 자신만을 바라보는 애들과 눈을 마주하던 준은 한 동안 아무런 말도 못 했다. 아무 말도 못 하는 쌤의 행동에 애들은 다시 놀랐다.

“진짜에요?”

“사실이었단 말이군요!”

“그, 근데 너희가 이 얘기를 어떻게 알아?”

“양호실 사건을 직접 접한 애들이 많아요! 양호실 바로 옆 1-6반!”

“거기서 건너왔잖아요.”

“뭐라고?”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준이다.

‘아이고, 하지연 선생. 이 일을 어쩌냐? 나 하나 잡자고 이렇게까지 일을 크게 벌이냐. 지금 같은 속도로 퍼진다면 교직원들에게도 들어갈 텐데. 나한테 묻는 걸 보니 다른 반 애들도 자기네 담임 쌤한테도 물어볼 테고, 하 선생한테도 애들이 물어볼 건데. 쯧쯧쯧쯧쯧. 네 무덤 네가 팠구나, 하 선생!’


대연고등학교 교장실.

탁!! 손에 들린 서류철을 책상 위에 집어던지듯 내려놓은 교장은 허리에 손을 얹으며 앞의 여인을 바라봤다.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예?”

“너 정말로 양호실에서 최 선생이랑 갈 때까지 갔어?”

“! 하, 할아버지.”

“사실이란 말이지.”

대꾸한 교장은 눈을 감으며 머리를 차갑게 하려 애썼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신의 친손녀가 학교에서 섹스를 할 뻔 했단 말인가. 그것도 이미 처자식까지 있는 교사랑. 남자에 대한 연애 감정 하나 차분하고 깔끔하게 정리 한 번 제대로 못 하고 이 무슨 망발이란 말인가.

아이들을 통해 교직원이 알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최 선생 부인 아이까지 가졌다면서! 그럼 그 선에서 적당히 포기할 줄도 알았어야지! 이제 어쩔 거야? 이제 어쩔 거냐고!”

“…….”

“전근 가라.”

“! 할아버지!”

“다른 학교로 빨리 전근 가는 게 가장 나은 방법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널 더 이상 이곳에 머물게 할 수는 없다. 빨리 너를 다른 학교로 전근 보내고 우리 학교에서 그냥 퍼진 소문이라고 무마시키면 된다.”

“전 못 가요. 준 오빠 여기에 두고 제가 어떻게 다른 학교에 가요?”

“가라면 가!”

생태 쓰는 손녀 앞에서 기어이 윽박지르는 교장.

“교직원들 입단속과 학생들 입단속은 당연히 시켜야겠지. 다른 학교로 소문이 건너가기라도 하면 넌 이대로 영구제명 된다. 다시는 교단에 설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라. 호텔로 갔어야지 어쩌자고 학교에서 그랬어. 게다가 야간 자율학습 중이었는데 말이야. 애들한테서 얘기 다 들었겠지? 학기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소문이 너무 크다. 하루 빨리 전근가라. 지연아, 네가 저지른 일이니 네가 책임져야 해.”

“할아버지.”

“교장으로서의 명령이다. 너 하나로 인해서 학교의 명성이 바닥에 떨어져야겠어?”

“전 못 가요.”

절대 전근 안 간다고 떼쓰는 지연이지만 교장 역시 꿈쩍도 않는다.

“영구제명 시켜주리?”

“그건 더 싫어요!”

“그럼 잔말 말고 전근 가라. 물론 최 선생은 놔두고 너만 가라. 그렇게 감정 정리 안 되면 할 수 없다. 전근 가거라.”

“같이 보내주세요. 혼자선 절대 전근 안 가요.”

“지연아.”

손녀 이름을 다시 부른 교장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너 혼자 전근 가라. 교장으로서의 명령이다. 학교 체통은 지켜야할 거 아니겠느냐. 다음 주 중으로 가거라.”

“…….”

입술 앙 다문 지연의 모습에선 전근 가지 않겠다는 고집스런 모습이 역력했다. 그 때 갖고 온 손전화가 울어댔고 지연은 발신자를 확인하고는 혀를 찼다. 까칠하게 전화 받는 그녀.

“넌 또 웬일이야.”

“할 얘기가 좀 있는데 만나줄 수 있어요?”

“알았어. 언제 어디로 갈까?”


토요일 오후 3시 카페베네. 지연이 자리에 앉기 무섭게 자신의 손전화를 꺼내든 여인은 음성녹음의 목록으로 가서 양호실 앞에서 녹음한 걸 재생해주었다. 준과 자신 사이에 오간 대사가 몽땅 들어있는 그 목록에 놀란 지연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 너! 그건!”

“당신 전근 보내려고 녹음했던 거예요. 이거 학교 안에 퍼트리기 전에 알아서 전근가시죠.”

“안 그래도 돼. 좀 전에 우리 할아버지 뵙고 오는 길이야. 내년 3월 새 학기 시작하기 전에 전근가라고 하시네. 내가 자초한 실수야. 야자라는 것도 잊고서 말이야. 직접 들은 애들도 있어서 소문이 있는 대로 퍼졌나 봐. 교직원들도 다 알고.”

“…….”

“알아서 꺼져 줄 테니 다른 학교에 소문만 내지 말아줘. 까딱 잘 못 하면 나 영구제명 될 지도 몰라. 용건 끝났지? 그럼 먼저 간다.”

어깨 축 쳐진 상태로 카페베네를 나서는 지연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던 혜리의 입에서 옅은 한숨이 세어 나왔다.

‘안 됐다! 친할아버지한테서 전근 가라는 명령을 직접 받다니. 게다가 내가 특별한 수를 쓴 것도 아닌데 애들이 먼저 알았다니 말이야. 쯧쯧. 안 됐어, 하 선생. 부디 다른 학교에서는 그런 짓 하지 않기를.’


집.

남편 배를 베개 삼아 베고 누운 혜리는 지연을 만난 얘기를 오늘 처음 털어놓는다.

“아까 그렇게 나가는데 어쩐지 뒷모습이 너무 축 쳐져 있는 거예요. 일 터진지 얼마나 됐다고 친할아버지한테서 전근 가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속이 오죽할까. 전근 보내려고 녹음을 했었는데 그걸 쓸 필요는 없겠더라고요.”

“안 그래도 나도 사흘 전에 학교에서 깜짝 놀랐어. 조회하러 들어갔는데 애들 질문이 있는 대로 쏟아지는 거야. 양호실 사건을 직접 겪은 애들이 서로 얘기를 하다가 점점 말이 커졌나 봐.”

“신랑한테는 전근가라는 말은 안 해요?”

“응. 난 오늘 안 불려갔어. 어차피 난 이미 결혼했고 애기도 신부 뱃속에 있으니까, 내가 의도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아신다는 얘기지.”

“다행이네요.”

“입덧 없어? 아니면 먹고 싶은 거.”

“입덧은 없고, 잡채 먹고 싶어요.”

말 끝나기 무섭게 일어나려는 준을 급히 잡는 혜리.

“어딜 가요?”

“잡채 해달라고 얘기해야 저녁 때 잡채 먹지. 내 음식 솜씨 내가 알거든요, 신부!”

“쿡!”

신부의 염려하는 바가 무엇인지 아는 준이 미리 선수를 치고 방을 나와서 계단을 내려가며 고개를 갸웃댄다.

‘신기하네? 드라마 같은 거 보면 임신하고 두 달만 되어도 입덧을 하던데. 지금 3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 입덧을 안 하네?’

부엌으로 들어선 준은 저녁 준비를 막 시작한 가사도우미 아줌마 옆으로 다가선다.

“우리 신부가 잡채가 드시고 싶대요. 근데 아줌마, 있잖아요.”

“네, 말씀하세요.”

“원래 여자들 임신하면 입덧 하지 않나요? 일명 헛구역질이라고 하죠? 우리 신부는 헛구역질을 도통 안 하네요.”

“원래, 여자들 입덧하는 건 어머니한테 물려받는 거예요. 혜리 씨네 어머니께서 입덧을 천천히 시작하셨다면 늦게 할 수도 있어요. 그리고 입덧은 늦게 하면 좋은 거니까 너무 그러지 말아요.”

“예, 알았어요. 잡채 좀 부탁드릴게요?”

“잡채부터 할게요, 걱정 말아요. 아, 도련님?”

부엌을 나가려던 준이 다시 돌아선다.

“예? 예.”

“지금처럼 뭐 먹고 싶다 할 때 바로 바로 말씀 올려주세요. 그리고 여자들 임신했을 때만큼 예민한 시기도 없고, 다른 때는 못 해도 되니까 임신 10개월만큼은 잘해주셔야 해요. 특히 조심하셔야 하고요.”

“알고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

“네? 아니, 어떻게 알아요?”

준은 씨익 웃으며 자신의 손으로 귀를 가리킨다.

“지훈이 녀석한테 워낙에 들은 게 많아서요. 그 녀석이 매형 되는 두 형으로부터 배운 게 많다고 저한테 다 알려주는 거 있죠?”

“호호호호, 공부 확실히 됐겠네요.”

“책에서 보는 것보다 지훈이한테 배우는 게 더 많다니깐요?”

“그렇겠네요.”

호호호 웃는 가사도우미 아줌마의 말에 같이 후후후 웃어준 준은 얼른 방으로 올라간다. 더 이상의 대화를 거절하겠다는 듯 한 그 행동에 도우미 아줌마는 호호호 웃었다.

“한창 좋을 때에요!”

방으로 쌩하니 올라온 준은 아까부터 보고 있던 태교용 책을 다시 펼쳤다. 한참 책 보다 말고 갑자기 혜리 배에 자신의 얼굴을 기대는 준.

“꼬물아, 아빠야! 아빠 해봐, 아빠, 아빠!”

“뱃속 애기가 말을 어떻게 해요?”

“나중에 태어나면 아빠 소리부터 먼저 한다? 두고 봐라? 그치, 꼬물아? 아빠 목소리 잘 듣고 있지?”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애기들은 다 엄마부터 먼저 하지.”

“아니라니깐? 내가 본 게 있다니깐.”

대꾸한 준은 침대에서 나와 컴퓨터를 켰다. 켜놓고 하다가 혜리 들어오는 순간 컸던 컴퓨터다. 곰플레이어를 틀고 파일 하나를 여는 준. 그리고 봐뒀던 곳으로 확 당겨간다. 파일은 놀러와 다산의 여왕 특집이다. 이혁재가 아빠 목소리를 들려주면 나중에 태어나서 아빠 말부터 먼저 한다는 부분이다. 씨익 웃으며 그 부분을 부인에게 보여준 준은 컴퓨터를 다시 끈 뒤 침대 위로 올라온다.

“실화야, 실화. 진짜 저렇다 하잖아. 그러니 내 목소리 많이 들려줘야 해.”

“쿡! 꿈이에요?”

“응! 다가올 미래에 이뤄질 확률 100프로의 꿈이야.”


이틀 후 11월 7일 월요일. 준 학교에 보내놓고 오전 중에 늘어지게 자다가 오후 5시가 넘어선 지금, 방에서 일기 쓰고 있는 혜리.

‘꼬물이 탄생 12주 3일째. 오늘 갑자기 잠이 늘었다. 어제 의진 씨한테 들으니 임신 초기에 잠이 좀 많이 올 거란다. 입덧도 점차 심해질 때이고 빈혈도 있을 시기라는데 난 잠 오는 것 외에는 잘 모르겠다. 엄마 아빠 성격을 닮은 우리 꼬물이가 너무 순한 모양이다. 빨리 꼬물이 성별에 대해 알았으면 좋겠다. 시댁 식구들이랑 나랑 신랑이랑 모두 딸이길 고대하고 있고, 태몽도 딸이다. 호적에 실을 꼬물이 이름도 생각해봐야 하는데? 뭐가 좋지?’

“다 썼다.”

일기 덮고 일어서는 혜리. 바로 그 때, 주르르르륵 소리와 함께 목이 확 허전해졌다. 목걸이가 갑자기 왜? 언젠가 들은, 받은 선물이 끊어지거나 잃어버렸을 경우 그 선물을 준 사람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속설이 문득 떠올랐다.

‘혹시, 우리 신랑에게 무슨 일 있는 건가? 꼬물아, 너희 아빠 안 좋은 일 생기는 거 아니겠지?’

그렇다고 학교에서 수업 잘 가르치고 있는데 방해할까봐 전화도 못 하겠다. 불안을 잠재우려 하면 할수록 심장박동이 더 빨라진다. 이러면 아이한테 좋을 거 하나 없는데. 진정하자, 진정하자.

그러나 오후 6시 무렵.

“아, 제수씨? 우리 지금 부산고려병원인데 좀 늦을 거 같아요, 준이 교통사고가 났는데……!”

“!”

혜리는 교통사고가 났다는 말 끝나기 무섭게 전화를 끊고 손가방 챙겨 황급히 방을 나선다.

“어머? 이 시간에 어딜 가? 혜리야! 너 뛰면 안 돼, 아이한테 안 좋아!”

“병원 좀 갔다 올게요!”

“병원?”

시어머니 말씀도 듣는 둥 마는 둥 급히 신발 신고 집을 나서는 혜리. 택시 잡는데 성공한 혜리는 부산고려병원이라고 말한 뒤 결혼반지를 잠시 빼어 손 안에 모으고서 마음으로 외쳤다.

‘제발! 무사해줘요! 우리 때문이라도 신랑, 무사해야만 해요!’

택시 타고 병원으로 날아온 혜리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황급히 접수실로 향했다.

“교통사고 환자 최 준 씨라고 있지 않나요?”

“응급실로 가보세요.”

“감사합니다.”

이 병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익숙한 혜리, 헤매지 않고 응급실로 들어섰다.

“지훈 씨! 우리 신랑, 꼬물이 아빠 어디 있어요?”

“아, 제수 씨 왔어요? 준이 화장실 갔어요.”

“화장실이요? 아니, 교통사고 났다면서 화장실을 어떻게 가요? 혼자 움직일 수 있을 만큼 멀쩡하단 말인가요?”

“그게,”

“신랑!”

지훈 어깨 너머로 슥 모습을 드러낸 준의 모습을 확인한 그녀는 즉각 준의 몸 곳곳을 살피느라 눈이 이리저리 바쁘다. 이마와 팔에 반창고를 두 개 정도 붙인 거 외에 큰 부상은 없는 듯 보인다.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 혜리는 그의 품에 와락 안겼다가 잠시 후 포옹을 푼다.

“아니, 신부가 병원에는 어떻게? 지훈아, 혹시 네가 불렀어?”

“뭐야, 교통사고 났다면서 찰과상이 전부잖아요?”

“그러게 왜 사람 말을 끝까지 안 듣고 전화를 끊습니까? 교통사고 났는데 가벼운 찰과상이 전부에요, 라고 말하려던 참이었단 말이에요. 한국인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지요. 아! 아파요.”

“아프라고 때렸어요. 그럼 찰과상이라는 말부터 먼저 해야지요, 아니면 아예 전화를 말든가! 우리 꼬물이한테 큰 일 있으면 책임지세요, 지훈 씨. 일단 저는 산부인과에서 진단부터 받아야겠어요.”

손가방을 휘둘러 지훈의 등짝에 큰 한 방 먹인 혜리는 손 안에 꾹 쥐고 있던 반지를 끼고서 병원을 나섰다. 이곳 부산고려병원에는 산부인과가 따로 없으므로 지금 다니는 문정주산부인과로 가야 한다.

“아기가 좀 많이 놀랐네요. 놀랄 일이 있었나요?”

“기절할 정도는 아니지만 놀랄 만한 일은 있었습니다. 별 일 없는 거죠, 선생님?”

“네, 놀란 거 외에는 없어요. 지금은 놀라는 것만으로도 위험한 때이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다행이네요. 우리 꼬물이, 아빠가 놀라게 해서 미안해. 신부한테도 미안해. 지훈이 이 자식은 괜히 우리 신부한테 전화를 해선. 그치, 꼬물아?”

혜리의 배에 대고 직접 미안하고 말하는 준이다.

집으로 돌아온 부부는 저녁을 먹고 나서 방에 나란히 누웠다.

“우리 애기, 이름 생각해놨어요?”

“호적에 실을 진짜 이름 말하는 거지? 음, 뭐가 좋을까.”

“아까 일기 쓰면서 대충 생각해봤는데요, 하늘이, 영원이, 바다, 사랑이, 어때요?”

“오오! 잘 지었는데? 그러면서 나한테는 왜 물어봐?”

“쿠쿡! 그냥요. 꼬물이 별 일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지훈 씨는 전화 안 해도 되는데 괜히 전화를 해선. 에이. 한 대밖에 못 때렸는데 더 때려야 하는데. 근데 교통사고는 어떻게 하다가 난 거예요?”

신부의 질문을 받은 준은 교통사고 당할 때의 상황을 회상했다.

원래는 지연이 도로 위로 몸을 던질 예정이었다. 이대로 쫓기듯이 전근 가는 것보다 병원에 눕는 게 나을 거라는 어처구니없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연이 도로 위로 달려들기도 전에 어디선가 축구공과 함께 몸집 작은 남자 아이가 도로 위로 뛰어들었고, 보고 있던 준이 황급히 아이를 품에 안고 뒤로 몸을 돌렸지만, 아스팔트 위로 길게 쓰러지면서 이마와 팔을 다친 것이다. 아이도 가벼운 찰과상을 입는 걸로 끝났고, 정작 지연은 사고를 당하려던 꿈이 무산되고 만다.


작가의말

몸살 왔습니다...
새벽기도+수면부족+수면장애
때문인가 봅니다...
어제도 종일 잤습니다..
1시간 30분만에 7천자 뽑은 것 치고는 그다지,
날림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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