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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남녀

결혼 후 愛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설理雪
작품등록일 :
2012.05.02 22:52
최근연재일 :
2012.05.02 22:52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90,692
추천수 :
869
글자수 :
318,861

작성
12.03.09 12:39
조회
2,914
추천
21
글자
14쪽

18.합방

DUMMY

-18.합방


벽 쪽으로 등을 두고 모로 누운 준은, 반팔에 반바지 등 비교적 편한 차림으로 영어책과 시험 종이를 같이 보고 있다. 문제를 다 뽑아두기는 했는데 다시 한 번 점검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다.

기말고사 시간표상 영어는 모레인 금요일 4교시라서 오늘까지는 수정해도 상관없다. 물론 이게 학생들의 수중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그러다가 멀쩡한 오른손을 반바지의 호주머니에 찔러 넣는 준. 잠시 후 뭔가가 잡혀서 나온다.

준은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오른손에 끌려나온 것을 바라본다.

‘절제에 대해서 그렇게나 가르쳐놓고서. 이게 웬 말이야?’

그것은 아까 총알 스피드로 튀어 내려가 인사하러 안방에 들렀다가, 아버지가 주셔서 받아온 물건이다.


“잘해 봐! 심하게는 말고, 속도위반은 안 되는 거 알지?”


‘알면서 주십니까? 누구 도 닦다가 폭발하는 거 보고 싶으신 거죠?’

최 준.

아무리 그쪽으로는 놀아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일단은 그도 남정네인지라 늑대로서의 본능은 갖춘 편이다. 그동안 체계적으로 배운 <절제>를 통해 자기 안에 담긴, 늑대로서의 욕구를 누르고 참고 감내했던 건 사실이다.

고비가 없었다면 말이 안 된다. 처음 도로 위에서 쓰러졌을 때, 병원 응급실에 눕혔을 때, 이미 그 때부터 혜리는 그의 마음을 크게 흔들고 있었다. 결정적인 고비도 여러 번 찾아왔다. 혜리를 등에 업고 집에 돌아온 두 번의 밤, 그리고 혜리와 그녀의 방에서 지낸 두 번의 밤.

등등.

지연 역시 밤을 같이 보내는 것을 절대 거부 했었으므로 이미 그녀에게는 사랑이 어느 정도 식어 갔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청혼했을 때 덤덤하고 과감히 찼겠지. 굴러들어온 복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하지만 혜리는 다르다. 청혼했고 받아들였고, 결혼의 증표 반지도 잘 끼고 다닌다. 모든 게 속전속결로 이뤄지는 이 마당에서 밤일까지 속전속결로 해결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래서 아버지도 이것을 준비했다가 주셨다, 이건가?

음, 준비했는지 어땠는지는 차후에 알아볼 일이기는 하다만.

‘콘돔이라. 아버지는 이걸 어디서 사셨대.’

어지간한 곳은 다 판다. 남자 맞아? 뭐, 그럴 수도 있지. 천연기념물도 똑같군, 역시 부부다.

‘나만 안달복달하면 뭐하나, 혜리 씨가 멀쩡한데.’

절대 멀쩡하지 않다.

똑똑.

“!”

노크 소리에 깜짝 놀라 주머니에 넣으려던 것이 허둥대다가 침대 위로, 다시 바닥으로 떨어져 튕겨나가면서 문에 가깝게 착지해버렸다.

‘Oh, my god!!’

분홍색 얇은 실크 원피스를 입고서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며 들어서던 혜리와, 경악에 입이 떡 벌어진 준의 시선이 ‘물건’ 에 똑같이 간다.

“이게 뭐에요?”

“앗!”

타이밍을 놓쳐버린 준이 침대에서 내려가기도 전에, 침대보다 문에 가깝게 떨어진 물건을 혜리가 주워 올린다.

“콘돔? ……콘돔?”

양장피나 팔보채는 몰라도 콘돔은 아는 지 혜리의 크고 까만 눈이 더 휘둥그레진다.


‘우리, 그거나 한 번 할까?’

‘재현 씨!’

‘나 이것도 준비했는걸, 뭐.’


싱긋 웃으며 콘돔을 꺼내 보이는 재현의 모습, 불현 듯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어느 작은 기억.

두 눈 한 일(一)자로 가늘게 뜬 혜리는 오른손에 든 물건을 준 쪽으로 정확히 던진 뒤 콧방귀 흥! 끼고는 돌아선다.

“실망이에요.”

“어!”

탁. 이미 문 너머로 훌쩍 사라진 혜리의 아리따운 모습을 망막에 새긴 준이 다시 한숨을 내쉴 때.

벌컥, 문이 열린다. 고개만 빼꼼 내민 혜리는 그 상태로 입만 움직인다.

“하고 싶어요?”

“뭐, 못 할 것도 없지 않나? 곧 결혼할 사인데.”

혜리의 두 눈이 다시 가늘어진다.

“지연 씨인가 누구인가, 하고는 했어요?”

“아니. 절대 싫다 하길래 근처도 못 갔어요.”

“그래요?”

받아친 혜리는 혼자 가만히 생각에 빠진다.

“하고 싶다는 남정네가 방 분위기가 이게 뭐에요.”

“?”

“하다 못 해 아로마 향초라도 준비하든가요. 이벤트 꽝이네요, 이제 보니. 흥!”

또 콧방귀만 끼고 돌아설 기세다. 준은 이번에야말로 몸을 날려 잡을 기회라고 생각하고는 얼른 날아간다.

“악!”

끌어안은 혜리를 방으로 데리고 들어온 준은 센스 있게 문을 꾹 잠근다.

“쉿! 어딜 가시나. 유혹을 다 해놓고.”

마른 체구의 그녀가 드러내고 있는 어깨에 슬쩍 고개를 묻어본다. 샤워를 막 끝낸 그녀답게 체향이 마음껏 뿜어져 나온다. 그 때 맡았던 그 향이다.

어깨를 간질이는 준의 숨결에 혜리는 자신의 정신이 조금 몽롱해짐을 느낀다. 이 느낌. 좋다.

“그 때 맡았던 그 향이 이 향이네요.”

숨을 크게 들이쉬어 향을 있는 힘껏 들이마신다.

“좋다…… 가죠!”

손을 이리저리 옮겨서 혜리를 번쩍 안아드는 준. 성큼성큼 침대로 다가가 혜리를 내려두고 훌쩍 올라타는 준.

“나 사랑해요?”

혜리는 고개부터 끄덕인다. 머리를 덮고 있던 수건은 이미 내던지고 온 후다.

“사랑해요.”

“해도 되요?”

뭘 물어보고 있나. 또 일자로 변하는 혜리의 눈초리에 준은 알았다는 고개를 끄덕인다.

남녀의 눈이 잠시 마주친다. 혜리의 눈이 먼저 감기고 키스부터 들어가는 준이다. 그리 오랜만에 먹어보는 서로의 입술도 아닌데 너무너무 달달한 맛에 빠져드는 두 사람. 서로가 서로의 옷을 벗기고 침대 밑으로 하나 둘 흘러내리는 옷가지에서.

Cut!

1층에서 한창 자고 있던 부부의 귀를 간질이는 신음소리. 질척이고 끈적함이 묻어나는 야릇한 음성에, 부부의 눈이 번쩍 떠진다.

“이게 무슨 소리에요?”

천장 너머로 세어 들어오는 소리에 이어 침대까지 비걱거리는 소리도 들려오자, 입을 헤 벌리고 있던 나 여사는 손을 뻗어 입가를 가리고는 최 사장의 품에 자신의 얼굴을 묻는다.

“어머, 망측하게.”

“하하하하하하하! 오늘 잠 다 잤네.”

껄껄껄 웃어넘기는 최 사장. 콘돔을 준 효과가 있네!

“아줌마도 같이 사는데 이 무슨!”

“그렇다고 호텔로 자리를 옮기라 할 수도 없잖아. 달걀판을 깔까?”

어느새 손을 내린 나 여사, 미진이 달갈퍈이라는 말에 눈을 깜박인다.

“방음벽을 까는 게 호텔 들락거리는 비용보다 훨씬 싸게 먹힐 걸? 까는 김에 혜리 방에도 깔까?”

“어차피 곧 결혼할 건데 한 방에만 깔면 되지 않을까요?”

“그래놓고 혜리 방에서 저러면.”

“설마 그러기야 하겠어요? 아줌마도 같이 사는 집이라는 거 준이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 혜리도 부모님이 안 계시니 더 분가는 안 하려 할 테고. 이사 가는 것보다야 낫지요. 에이. 잘 못 했다. 5년 전에 리모델링할 때 방음벽 까는 건데 그랬어요.”

미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최 사장.

“그러게. 그 생각을 못 했었네. 아줌마도 불편할 텐데. 방음벽을 까는 게 나을 거 같아. 창고를 치우고 아줌마를 1층으로 내릴까? 2층을 준이랑 혜리한테 다 주는 건 어때.”

하는데 혜리의 커다란 비명이 집을 흔든다.

삽입할 때가 가장 큰 통증이 뒤따른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아는 부부의 인상이 절로 찡그려진다.

“아프겠다. 우리 혜리 내일 못 일어나면 어떻게 하죠?”

“콘돔은 했겠지?”

“여보.”

남편을 다그친 미진은 오른손을 주먹을 살짝 쥐고는 남편의 가슴을 살짝 때린다.

“우리끼린데 뭐 어때.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도 할까?”

“어머, 어머.”

“그냥 소리만 듣고 있기 힘들어서 그래. 저 자식은 침대를 부수려고 하나 왜 저렇게 격렬하대?”

“몰라요.”

휙 돌아눕는 부인의 몸을 다시 휙 돌린 최 사장은 히죽 웃고는 얇은 이불을 덮어쓴다.

“꺄아악!”

합방. 곱하기 2.

아래층에서, 그리고 옆방에서 끈적거리는 소리와 비명이 들려오지만 도우미 아줌마는 편안하게 잘 잔다. 숙면의 원인에는 귀에 낀 이어폰이 있다.

한편.

더위와 섹스의 격렬한 땀이 한데 뒤섞인 준의 방.

준은 혜리의 배꼽에 키스를 남기면서 혜리가 떠안을 충격을 조금은 줄여주기 위해 애쓴다.

“아프게 해서 미안해요, 조금만 참아줘요.”

“하아. 하아. 왜 하는 지 알거 같아요.”

“응?”

“아프면서도, 이상하게, 행복해요. ……!”

또 한 번 혜리의 입 안을 탐하는 준. 강력한 통증과 함께 동반하는 쾌락 그리고 짜릿함에 멈출 수가 없는 두 사람이다.

‘진짜 합방의 밤’ 은 그렇게 지나간다.


다음 날 아침.

햇살에 얼굴을 이리저리 젓다가 끝내 눈을 뜨는 혜리. 간방에 어찌나 격렬했는지는, 원래 자리인 침대를 떠나 옷가지들과 함께 바닥을 헤매고 있는 얇은 이불이 증명해주고 있다.

“!”

발가벗은 몸에 잔뜩 남은 간밤의 흔적 키스마크. 일단은 샤워부터 좀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자신의 몸을 꽉 끌어안은 이 남자의 팔부터 치워야 하는데 말이다.

“오빠. 오빠.”

간밤에 어찌나 불러댔는지 입에 대롱대롱, 하고 달려버린 호칭이다.

“으음? 으음, 더 자요.”

싱긋 웃으며 혜리를 안은 왼팔에 힘을 더 주는 준. 땀에 젖어 헐렁했던 붕대는 어느새 물기가 다 말라있다.

“출근해야지요.”

“하기 싫어요.”

“기말고사니까 금방 끝나지 않아요? 점심 밖에서 먹을까요?”

“응. 영화도 보고.”

“학교 갔다 오세요. 참. 영화, 어디서 볼 건지는 오빠가 다 정해야 하는 거 알죠?”

어르고 달래기 수법을 또 한 번 써보는 혜리.

“응.”

“먼저 내려가서 식사 준비할게요.”

“아아. 일어나기 싫다.”

“정마알.”

혜리는 끝내 말에 짜증을 조금 실었다. 그제야 팔을 치워주는 준.

“알았어요.”

혜리의 정수리에 입을 맞춘 후에야 그녀를 놓아주는 그다.

“악!”

벌떡! 너무 성급히 일어난 탓에 혜리는 허리의 통증을 못 이기고 소리를 내고야 만다. 덕분에 눈이 번쩍 떠지는 준.

“괜찮아요? 많이 아파요?”

“허리가 좀 아프네요.”

“처음이라 그래요. 하다보면 괜찮아질 거예요.”

다음을 기약하며 이내 히죽 웃는 준.

“!”

왼손으로 허리를 툭툭 치면서도 상대를 흘기는 혜리.

“아우. 늑대. 남자는 다 똑같애.”

투덜거린 혜리는 알몸으로 침대를 빠져나와, 바닥을 나뒹구는 이불을 들어서 준의 몸을 덮어준 뒤 자신의 브라와 팬티 등을 챙겨 얼른 화장실로 들어간다.

샤워를 얼른 끝낸 혜리는 뒤늦게 자신의 왼손이 어딘가 허전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 반지!”

섹스하는 동안에도 끼고 있던 은색의 반지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원피스를 걸친 혜리는 다시 준의 방으로 건너간다. 바닥에 남아 있는 준의 옷가지를 탈탈탈 털어 봐도 안 나오고, 준이 덮은 이불을 펄럭여 봐도 안 나온다.

‘이 놈이 어딜 갔지? 큰일이네, 일어나기 전에 찾아야 하는데?’

몸을 바닥에 붙이고 침대 밑까지 살펴보는 혜리. 어느새 반지를 소중히 하는 모습이 보인다.

‘없다. 어딜 간 거야?’

울기 직전의 얼굴로 베개를 든 혜리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찾았다!’

반지가 다 빠질 정도였단 말인가.

그 사이 일어나 앉은 준은 등을 보이고 있는 혜리의 허리를 다시 끌어안는다.

아무것도 입지 않아서 버젓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남성이 혜리의 골반에 와닿을 정도다.

이상야릇함에 놀란 몸에 또 혈기가 돌고 있음을 느낀 혜리는 그의 몸을 벗어나려 애쓴다. 이러다간 아침부터 2차전을 할지도 모른다.

“일어났으면 씻어야지요.”

서둘러 반지를 끼는 혜리의 모습에선 결혼 2년쯤 된 주부의 모습이 보인다.

“나 오늘 학교 안 가면 안 될까?”

“담임이라면서, 그래도 되요?”

핵심을 쿡 찔러대는 혜리를 이기지 못 한 준이 그녀를 놓아준다.

“아니.”

어젯밤 딱 하루 봐서 아직 완전히 익숙해지지 않은 준의 남성을 뒤로 하고, 후다닥 방을 나서는 혜리. 또 허리에 찾아드는 통증에 우뚝 멈춰 서고야 만다.

“아이구.”

통증을 조금이라도 가라앉히려 톡톡톡톡 두드리며 1층으로 내려오는 혜리.

이윽고 방에서 나오는 미진과 만나는데.

“안녕히 주무셨…… 허리 다치셨어요?”

“몰라! 너희 때문에 나까지. 아우, 허리야.”

미진은 짜증을 벌컥 내고는 양손으로 허리를 툭툭 두드린다.

“저희가 왜요?”

“너도 똑같이 당한 입장이면서 뭘 모르는 척한다니.”

노골적인 미진의 말에 혜리는 잠시 놀라다가 묻는다.

“하신 거예요? 근데 원래 다 그래요?”

“처음이었지? 너도 <꽃수> 구나?”

또 노골적인 물음에, 혜리는 또 붉게 달아오르는 얼굴을 끄덕인다. 물론 꽃수가 뭔지는 모른다. 하지만 질문하면 더 민망한 답이 돌아올 것 같아 혜리는 질문을 억지로 삼킨다.

“비명소리가 1층까지 다 들리더라. 그것만 들려? 키스할 때 촉촉대는 소리에, 마크 남길 때 나오는 야릇한 비명이랑, 침대 삐걱거리는 소리까지 다 들리더라.”

어른이라서 그럴까. 미진은 조금의 포장도 하지 않은 노골적임 그대로 말을 내뱉고, 같은 <꽃수> 의 입장이었던 혜리는 말없이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덕분에 자극받은 너희 아버님 덕분에 나만 혼났다.”

“죄송해요, 괜히 저희 때문에.”

“괜찮아. 그래서. 어땠어?”

“몰라요.”

몸을 살짝 꼬는 혜리는 여전히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다. 창피하고 부끄럽고 민망함을 어찌 다 말로 할 수 있으랴.

“몰라요.”

그 반응이 귀여운 지 깔깔 웃어 보인 미진이 먼저 부엌으로 들어간다.

“사모님과 사장님까지 하실 줄은 몰랐어요.”

가사도우미 아줌마의 말에 미진도 얼굴을 양손으로 가린다.

“안 그래도 준이 방에 방음벽 깔고, 1층 창고 정리해서 아줌마 1층으로 내려올 수 있도록 최대한 빨리 준비할게요.”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모님.”

아줌마와 함께 아침 차리는 혜리를 가만히 본 뒤, 미진은 남은 잠을 마저 청하려 안방으로 들어간다.


작가의말

덧1.
진짜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왜 등목에서는 막혔고 오늘의 베드씬은
이리도 술술 잘 풀렸는 지 스스로에게 물어봐도 답이 안 나와요.
나- 이것 참!

덧2.
배고프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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