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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남녀

결혼 후 愛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설理雪
작품등록일 :
2012.05.02 22:52
최근연재일 :
2012.05.02 22:52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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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8,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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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0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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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36.최후의 발악

DUMMY

36.최후의 발악


다음 날, 영신그룹. 시간에 맞춰서 출근한 최 사장은 살짝 내려간 안경을 고쳐 쓰며 로비의 직원들에게로 다가섰다.

“나오셨습니까, 사장님.”

“좋은 아침! 기획실장 출근했어? 형님은?”

“회장님은 출근하셨고 기획실장님은 지금 들어오시는 길이라는 연락 받았습니다. 러시아워에 걸려서 조금 늦으시는 모양입니다. 불러드릴까요?”

“오는 대로 형님 계시는 회장실로 올려 보내. 한 눈 팔고 있다가 방으로 보내지 말고, 알았지?”

“알겠습니다, 사장님.”

호출 예정을 남겨 놓은 최 사장은 엘리베이터로 자신의 방을 지나쳐 회장실로 향했다. 어제 저녁 때 접한 기분 좋고도 행복한 소식을 전하기 위함이다. 회장실에 도착한 그는 노크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섰다.

“형님.”

“어. 이렇게 일찍부터 어쩐 일이냐? 할 말 있어?”

“기쁜 소식 하나 전할 게 생겨서요.”

“뭔데.”

“대엽이 오면 여기로 보내라고 로비에 얘기해놨으니까, 도착하면 다 있는데서 얘기할게요.”

“응? …뭐, 그러든가. 대엽이는 언제 오는데.”

“금방 온대요. 러시아워에 걸려서 좀 늦나 봐요.”

그리고 조금 있다가 기획실장 대엽이 도착했다. 들어선 그는 최 사장을 향해 인사를 꾸벅 했다.

“부르셨다면서요, 작은 아버지.”

“어, 앉아라.”

대엽이 앉자마자 그를 보며 대뜸 말문을 여는 최 사장.

“너 뭐하냐?”

“네?”

“뭐하냐고.”

“뭘요?”

“네가 먼저 이런 소식을 안겨줘야 할 거 아니냐. 나이도 있고 결혼도 먼저 했으면서 사촌동생한테 추월이나 당하고, 부끄럽지도 않아? 사내 녀석이 힘 아꼈다가 뭐 해?”

“무슨 말씀이세요, 작은 아버지?”

도통 이해가 안 가는 대엽은 최 사장에게 되묻고는, 자신의 아버지인 최 회장과 잠시 시선을 마주한 뒤 다시 작은 아버지인 최 사장을 바라봤다. 영문을 몰라 하는 두 남자를 보며 최 사장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새아기 임신했답니다. 10주래요. 허니문베이비라고 하더라고요.”

“!”

그제야 최 사장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들은 최 회장과 대엽은 반갑다며 박수를 짝짝 쳤다.

“축하한다! 대엽아, 너 정말 뭐 하냐? 나를 네가 할아버지로 만들어줘야지, 어떻게 준이가 나를 할아버지로 만들어 주냐?”

“서둘게요. 정말 추월 한 번 제대로 당하네요. 축하한다, 준아. 아버지, 얼른 어머니한테 소식 전하셔야지요.”

“그래야지.”

“용건 끝! 그만 내려갈게요. 대엽아, 너도 일어나라.”

최 사장과 대엽이 자리에서 일어나 회장실을 일어나 나가는 사이 자신의 손전화를 들어 부인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한다.

“어, 당신 슬슬 할머니 될 준비를 해야겠다?”

“할머니요?”

“응. 조카며느리인 준이 아내가 임신했대.”

“잘 됐네요! 축하한다고 인사 전하러 준이네에 잠깐 갔다 와야겠네. 근데 우리 대엽이는 뭐하는 거래요? 뭐하고 있길래 사촌동생한테 추월씩이나 당한대요?”

“쿡, 내 말이. 저도 서두르겠다네.”

“지금 서두른다고 해봐야 이미 늦었는걸요, 뭐.”

전화너머의 부인은 볼멘소리를 냈다. 할머니 소리를 조카며느리의 아이한테서 듣게 됐으니 기분이 삼삼할리 만무하다. 그렇게 영신그룹 곳곳에 소문이 퍼지고 레인보우갤러리 역시 사장이자 사모님인 나 여사의 입을 통해 소문이 쫙 퍼진다. 모든 직원들은 너나할 것 없이 축하한다는 말부터 먼저 꺼낸다.


다시 이틀 후인 10월 28일 목요일. 지훈은 점심 때 절친 준으로부터 맛있는 점심을 얻어먹고 가현과 남은 생일을 보내기 위해 칼퇴근을 했다. 하지만 준은 마음대로 학교를 뒤로 하지 못 했다. 오늘이 당직인 탓이다. 그런데 10월말 서류 정리와 더불어 수업에 바쁜 데다, 설상가상 부장 쌤도 까먹은 덕에 당직 파트너인 김 쌤은 소리 소문 없이 하 쌤으로 바뀌었다.

애들 야자를 하는 사이 다른 교실 곳곳을 살펴보던 준은 양호실 앞에서 발을 멈췄다.

‘불이 켜져 있네?’

문은 닫혀 있는데 안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소등을 하고자 문을 벌컥 여는 준.

“! 뭐야. 하 선생 퇴근 안 했습니까?”

“나 오늘 당직이야, 오빠.”

“네가?”

이상했다. 오늘의 당직 파트너는 김 쌤인데 언제 하 선생으로 바뀌었단 말인가.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대면서도 불러내야 하니 안으로 들어서는 그. 하지만 거기부터가 이미 하 선생의 계략 범위 안이었다. 준 뒤의 문을 닫은 지연은 준을 안으로 끌어당겼다. 그렇다고 쉬이 끌려갈 준은 아니지만 상대의 행동을 다 파악하지 못 한 그는 절로 미간을 좁혔다.

“왜 이래.”

“나 오늘 배란일이야.”

“뭐?”

“오빠를 가질 수 없다면, 오빠 아이라도 키울래.”

“…….”

어처구니가 없어서 나가려던 준의 무방비 상태인 몸을 침대 쪽으로 미는 지연. 그녀는 서슴없이 옷을 하나 둘 벗었다. 풍만한 가슴을 가린 장미 문양의 적색 브라와 숲을 가린 같은 색의 팬티가 나올 때까지 옷을 벗으며 지연은 조용히 말을 흘렸다.

“이렇게라도 해야겠어.”

“난 분명히 청혼했고 거절한 사람은 너야. 네가 만약 청혼을 받아들였다면 이런 어이없는 짓을 보지 않아도 됐겠지. 이러지 마라. 너만 상처 받는다.”

준은 아까 좁혔던 미간을 펴지 않은 그대로 상대를 밀치려 하지만 지연은 있는 힘껏 버텼다. 맨살의 그녀는 준의 몸 위로 드러누워서 넥타이부터 풀었다.

“오빠는 두 번이나 날 자극했어.”

“뭐라고?”

“넥타이핀. 내가 선물해준 핀은 보란 듯이 대엽 씨한테 넘기더니 그 따위 여자한테 받은 핀은 하고 다녀? 이것도 말이 안 되는데 기념일을 챙겨?”

“말조심해라. 그 따위 여자라니. 너한테 그 따위라는 말을 들어야 할 만큼 못나지 않았어!”

“부모도 없고 직업도 변변하지 않은 그런 여자 뭐가 좋아서? 가정도 마땅치 않은데 그런 여자가 뭐가 좋아서!”

“창녀처럼 구는 너보단 나아!”

“오빠! 그렇다 이거지? 알았어, 창녀보단 깨끗하다는 걸 보여줄게.”

넥타이가 순식간에 그의 몸을 벗어났다. 양호실 안쪽 책상 위로 넥타이핀과 넥타이를 집어던진 지연은 요염한 표정과 그윽한 눈빛을 하면서 준을 유혹하려 애썼다.

“나. 오빠 못 보내. 미안하지만 이렇게라도 가져야겠어.”

“너 정말!”

“오빠한테 바친 세월이 얼만데! 난 보상 받아야겠어!”

“보상? 네가 지금 보상이라고 그랬어?”

“마지막 두 장은 오빠가 풀어줘. 얼른.”

한 마디 남긴 지연은 준의 입술을 향해 자신의 입술을 가져갔고 준은 그녀를 피해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결국은 붙들렸고 이제는 원치 않은 상대와의 키스에 입술을 빼앗기고 말았다. 준은 인상을 더욱 구겼다. 네 거 맛없어!! 차라리 혜리 게 더 맛있어!! 이미 혜리가 가진 타액의 맛을 아는 준은 최대한 저항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키스를 마친 지연은 손을 뻗어 허리띠를 풀고 바지와 팬티 안으로 자신의 손을 넣었다.

“빌어먹을! 저리 안 꺼져?”

“못 꺼져, 안 껴져!”

어처구니가 없는 이 와중에도 그는 문밖에 있는 ‘누군가’ 가 빨리 들어와 주기를 바랐다. 섹스를 노리는 하 선생을 말리려면 밖에서 들어와 주는 게 나은 건데 왜 안 들어오는 건데! 대체 뭘 하고 있는 건데! 빨리! 응? 빨리 와줘! 속수무책인 날 구해달란 말이야!

“너 정말! 윽!”

주물럭, 주물럭. 급소를 제대로 잡혀버린 준은 손을 들어 뺨을 때려서라도 그녀를 떼어내려 했다. 밖에서는 문 열고 들어올 생각이 전혀 없는 건지 아니면 때를 제대로 기다리는 건지 완벽한 무반응이다. 제길! 얼른 들어오란 말이야!! 나 지금 위기란 말이야!

“야!! 이게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오빤 내 거야. 오래전부터 내 거였어! 늦었지만 이제라도 오빠를 가져야겠어!”

“미쳤구나, 너. 제정신이 아니야.”

“자, 사정 준비 끝났지?”

빌어먹을! 안 들어오고 뭐해!!

“사정은 개뿔이! 너 따위한테 흥분해서 발기할 만큼 이젠 내 몸, 그렇게 싸지 않아! 제길! 떨어져! 너랑 섹스할 만큼 난 감정이 남아있지 않아! 창녀에 추녀라고 소문내기 전에 떨어져!”

“그렇게라도 가져야겠어.”

이미 그녀의 눈빛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손을 뻗어 브라를 풀어서 책상 위로 던진 지연은 팬티도 마저 끌어내렸다. 풍만한 가슴으로 준의 위에 올라탄 그녀는 와이셔츠 단추도 하나 둘 풀었다. 준은 최선을 다해 막아내며 악을 썼다.

들어와서 날 구해줘! 빨리…….

“빌어먹을, 당장 떨어져!”

발을 들어서 알몸의 하 선생을 쳐내려던 그 때.

드르르륵, 지연이 닫았던 양호실 문이 다시 열렸다. 준은 마음속으로 왜 이제 문을 여는 거냐며 소리를 지른 뒤 표정 관리에 힘썼다. 문을 자신이 열었다는 것을 표시라도 하듯 오른손을 천천히 내리는 그 손의 주인이 누군지 확인한 준은, 충격에 미간의 주름을 폈고, 알몸으로 그를 덮치기 직전이었던 지연은 기막힌 듯 묘소를 지었다. 쫓아오는 걸 알고 있었지만 하 선생 지연이 문밖에 누가 있다는 건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준은 최대한 표정관리를 해야 했다.

“어머. 이건 예상 못 했네. 보란 듯이 불러낸 적도 없고 연락도 안 했는데 말이야.”

“…….”

무표정에 싸늘하고 차가운, 한편으로는 번개 같은 시선으로 남녀를 살펴본 그녀는 왼손에 들고 있던 보따리를 그 자리에 천천히 내려두고 안으로 들어섰다. 알몸의 하 선생과 허리띠 풀리고 셔츠 단추도 거의 풀린 준을 스친 그녀는, 굳은 표정 유지하며 책상 위에 이리저리 흩어진 넥타이와 핀을 챙기고서 알몸의 상대를 쏘아봤다. 여자 건 챙기지 않고 오로지 남자 것만. 챙길 거 다 챙긴 그녀의 까만 두 눈에 싸늘함과 차가움을 담고 하 선생을 쳐다봤다.

눈빛에 상대를 비난하는 눈초리를 꽉 담고서.

“갈 때까지 가는구나. 적어도 난 하 선생이 이런 짓은 안 하기를 바랐어. 몸 파는 창녀도 아니고 뭐하는 짓이라니. 그렇게 할 짓이 없어? 그리고 감정 정리가 안 되면 전근 가. 신랑 옆에서 썩 꺼지란 말이야! 아니면 신랑을 전근 보낼까? 네 손으로 브라까지 서슴없이 벗을 만큼 남자를 제대로 유혹하지도 못 하면서? 아이는 개뿔. 풍만하기만 하면 단 줄 알어? 여자는 적당히 튕길 줄도 알아야지. 분위기 파악 그렇게 안 돼? 네가 그렇게 들이민다고 해서 쉽게 넘어갈 내 남자가 아니야. 비켜. 딱 보니 서지도 않고 그대로인 것이 네 풍만한 가슴으로는 세우는 것도 어렵나 봐? 그런 주제에 이 남자의 아이를 가져? 욕심이 거해! 쯧쯧쯧쯧쯧쯧. 발기도 안 했는데 사정이 차아아암 쉽겠어요, 그죠, 하 선생님?”

뜻하지 않은 등장에 놀라 몸에 힘이 빠진 알몸의 상대를 밀어낸 그녀는 침대 위에 누워 있던 자신의 남편을 끌어당겼다. 하나부터 열까지 못 볼꼴을 보였다고 생각한 그는 힘없이 그녀의 품에 쓰러지듯이 안겼다. 무게 중심을 잡고 제대로 지탱한 여인은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남편과 함께 나가던 그녀는 싸늘히 한 마디 남기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창녀보다도 못 한 년이야, 넌.”

그녀는 왼손을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뺀 뒤 내려놓았던 보따리도 마저 들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보이는 그녀의 표정과 얼굴을 살펴보며 준은 말없이 침만 삼켰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러는 것인데 그녀는 덤덤히 말을 이었다. 정말 덤덤히. 오히려 남자인 준이 더 허둥댈 정도로 덤덤히.

“도시락 싸왔는데 이거 어디서 풀까요?”

“……지금 쓸 만한 교실이 예체능 쪽 교실밖에 없어. 이 옆에 시청각실인데 거기라도 가자.”

“아무 교실이라도 들어가요. 일단 신랑 옷부터 추슬러야지요.”

“응? 으응.”

굳건히 닫혔으나 열쇠로 완전히 잠기지는 않은 시청각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준과 여인. 시청각실 스위치 위치를 아는 준이 손을 뻗어 형광등부터 켰다. 같이 들어선 여인은 적당한 곳에 도시락 보따리를 올려놓고 손을 뻗어 신랑의 셔츠의 단추부터 잠가주었다.

“쨉도 안 되는 게 어디서 함부로 내 남자의 식스 팩을 넘보는지!”

“나, 내가 원한 상황은 절대 아니야. 일방적이었어, 완벽히 일방적이었다고. 몸 섞은 거 없어, 알지?”

“알아요. 변명 안 해도 되요. 하 선생이 마음대로 지 옷 지가 벗고 강압적으로 나갔다는 거. 밖에서 느꼈을 때는 문을 닫는 것도 신랑이 아니었어요. 어디까지 가는지 보고 싶어서 그냥 기다리고 있었는데 브라 벗는 것까지 보고 나니 도저히 못 참겠더라고요.”

“!!!…뭐야, 그 말은? 나 초조한 거 알면서도 <때>를 기다렸다 이거야? 난 혹시나 잘못되면 어쩌나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넌 아니었다 이거야?”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겠네요. 다 됐다.”

셔츠의 단추를 다 잠근 그녀는 넥타이를 손에 들었다. 정말 덤덤한 그녀와 달리 준은 할 말이 없다. 남자 주제에 힘없이 당하기만 해서, 넘어갈 뻔 해서,

“……미안하다.”

“뭐가요?”

“미안해.”

“뭐가 미안한지는 모르겠지만 미안해할 필요 없다고 보는데요, 저는. 몸 섞은 것도 아니고 발기한 것도 아니고. 제가 제때 구출했으니까요.”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나도 네가 지금 내 상황처럼 위험했을 때 꼭 정의의 사도가 되어서 구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상황이 오지 않는 게 더 좋은 거 아닌가요?”

넥타이를 둘러서 매듭을 지어주던 그녀는 정말 덤덤히 대꾸한다. 어차피 그의 첫 순결은 자신이 가졌고 자신의 첫 순결도 그가 가졌으니 상관 없다는 태도다. 가만히 그의 어깨에 자신의 손을 얹은 신부는 신랑을 올려보다가, 눈을 감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입술을 마주했다. 자신의 혀로 신랑의 혀를 감으며 딥키스를 리드하는 신부가 자신의 어깨에 얹은 작은 손짓에도, 온 몸에 전기가 찌르르르르 한 차례 도는 것을 느낀 준, 역시 자신의 몸은 이 여자의 손길이 아니면 반응을 하지 않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양손으로 신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음. 으음.”

“으음.”

쪽쪽 소리를 내면서 키스를 찐득하게 이어가던 혜리는 턱 아래로 흐르는 그의 타액을 혀끝으로 받아먹으며, 다시 입술을 포갰다. 손을 뒤로 뻗어 목 뒤로 해서 감으며 그의 몸과 자신의 몸을 완전히 밀착시키는 그녀. 한편 몸속을 흐르는 전기가 점차 강해지지만 준은 신부가 2세를 가졌다는 것과 여기가 학교라는 것을 계속 상기해야 했다. 그녀의 몸 맛(!)을 아는 그로서는 정신 바짝 차려야 했다. 아까 이상으로 말이다. 닫은 문에 등을 댄 준은 5분을 넘기려던 키스를 가까스로 끝내고 밀착해오는 신부를 가만히 바라봤다.

강제로 당한 곳은 입 안뿐인지라 준은 그것에 대해 해명할 필요성을 느꼈다.

“정화 다 됐는데?”

“전 만족이 안 되는데요?”

“어허. 집에서 하자.”

“쿡! 안 돼요. 우리 아기한테 좋을 거 없어요. 키스로 만족하셔야 합니다?”

“쳇! 믿을 콘돔 하나 없다더니 기어이 13개월 도 닦아야 하는구나.”

가볍게 튕긴 신부는 허리에 감긴 신랑의 손을 풀다가 다시 폭 안겼다. 포옹한 그대로 신부가 신랑의 등을 부드럽게 매만져주며 말했다.

“신경 안 쓰니까 괜찮아요. 하 선생이랑 같은 학교라서 불쾌하지만 담임이니까 어쩔 수 없죠, 뭐. 정 안 되면 올해까지만 하고 내년에 전근가요. 부산에 고등학교가 대연고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어머니와 아버지 바람대로 영신그룹 물려받기에는 경영에 대해 하나도 모르니 그건 무리고. 윤 쌤 혼자 두고 가기 미안하면 얘기 한 번 해봐요.”

“그럼 그렇게 할까? 어차피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 거니까. 생각 한 번 진지하게 해보자. 하지만 난 경영보단 교육이 더 좋아. 대엽 형도 있으니까 영신그룹은 거들떠도 안 볼래.”

“그럼 하 선생 전근 보내는 방법을 모색해보도록 하세요. 일을 아예 놓는 건 안 되는 거 알죠? 저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물론이지.”

준은 혜리의 뽀얀 목덜미에 쪽 소리 나게 뽀뽀를 한 뒤 포옹한 자신의 손에 힘을 좀 더 줬다. 책임져야 할 사람이 하나 더 늘었지만 행복할 따름이다. 신부의 뱃속에서 조용히 자고 있는 우리의 2세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레는 준이다. 시청각실 안에 아예 자리를 잡고 앉은 부부는 손전화로 DMB를 틀며 도시락을 깠다. 열면 열수록 점점 진수성찬으로 변하는 도시락을 보며 준은 헤벌쭉 웃었다.

3층짜리 도시락 안에는 김밥과 유부초밥의 밥이 1층, 불고기와 김치 등 반찬이 2층, 잘게 썬 바나나와 방울토마토와 깐 귤을 적당한 크기로 나눠서 넣고, 후르츠 캔 하나도 뜯어서 넣고 마요네즈로 버무린 샐러드가 3층. 도시락을 펼친 것만으로도 충분히,

“소풍 온 거 같다. 먹기가 아까울 정도로 예쁘게 잘 됐는데? 일단 사진부터 한 장 찍고.”

“이대로 똑같이 해서 태종대로 놀러 가기로 했잖아요.”

“그랬지. 모레 토요일 학교 끝나고 꼭 가자. 그래서 기념일 하나 더 만드는 거야.”

“아악, 그만해요! 자, 입이나 벌려 봐요.”

“아아.”

“후후, 어때요?”

신부가 하나 먹여준 김밥을 우물우물 먹은 준은 사진 촬영을 끝낸 손전화를 주머니에 넣고, 뭔가 묘책이 떠오른 듯 씨익 웃었다.

“끝내주게 맛있다! 근데, 신부가 입으로 먹여주면 더 맛날 거 같은데?”

“어머, 어머! 이대로 연애 분위기 즐기다가는 진짜로 결혼한 거 잊어버릴 거 같아요!”

“호적 정리 다 했으니까 상관없어. 법적으로 우리는 부부니깐. 잊어버려도 돼.”

“어머, 어머? 잊어버리고 뭐할 건데요?”

“할 게 뭐 있어? 우리 신부랑 데이트해야지. 아, 애기 태어나면 같이 데이트 나가면 되지.”

“못 살아, 정말! 저는 유부초밥 하나 주세요, 아!”

닫힌 문 너머로 지연이 참담한 얼굴로 다 듣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준은 유부초밥의 반을 입에 물고 반쪽을 혜리에게 먹여주며 오붓하고도 즐거운 분위기를 유지했다.


작가의말

어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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