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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남녀

결혼 후 愛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설理雪
작품등록일 :
2012.05.02 22:52
최근연재일 :
2012.05.02 22:52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90,685
추천수 :
869
글자수 :
318,861

작성
12.03.15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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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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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글자
15쪽

24.여우

DUMMY

24.여우


그리 긴 만남은 아니었다.

그저 나가는 길목에 그녀가 자신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인과 같이 들어오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전혀 모르는 사이인데도 서로는 서로를 한 번씩 봤다.

각자 서로에 대해 상당히 예쁘고 귀여운 인상이라는 것과, 짧은 머리를 통해 단아하고 지적인 느낌을 주는 인상이라는 것뿐.

어쩌면 전혀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었을.

“지연아, 생각해놓은 거라도 있어?”

“!”

동행한 사람이 있는 여자는 여인으로부터 질문 하나를 받지만 답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먼저 알아차린 건 들어오는 쪽이었으니까.

‘잠깐만, 방금 그 반지!’

왼손에 끼고 있는 결혼반지! 저것과 똑같은 반지를 낀 사람이 같은 학교에 다니지 않은가. 이윽고 서로가 서로를 보기 위해 고개를 뒤로 슥 돌렸다.

“배혜리 씨.”

“어머. 그렇다면 당신은 그 유명한 하지연 선생?”

서로를 확인하는 두 여인.

동행한 여인과 끼고 있던 팔짱을 푼 그녀는 상대를 향해 천천히 걸었다. 구두굽이 있으나 상대가 좀 더 큰 탓에 그녀는 상대를 조금 올려봐야 하는 수고를 겪었다.

자신만만하다는 미소를 지은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상당히 빠르네요. 우리 오빠의 마음을 다 훔쳐내고 말이에요.”

“우리 오빠? 허, 우리 오빠라고 하지 말라고 내가 전에 분명히 경고했었는데 우습게 들렸나보네요. 감히 그이를 찼다면서요?”

“결혼이 싫었을 뿐이에요! 그리고 저는 이대로 물러서지 않아요.”

“훗! 물러서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건데요. 당신이 내 남자를 가지기라도 하겠다는 건가요? 관계도 거부한 주제에 말이 많아.”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매단 상대에게서 나오는 말은 제법 거칠었다. 어쩌면 반 년 동안 교통과에서 근무한 경찰 경력 때문에 그런 지도 모르겠다.

심한 말을 들은 그녀로서는 도저히 물러설 수가 없다. 나보다 키도 큰 게!

“야! 말 다 했어?”

“나? 다 했는데? 그리고 선생이면 선생답게 교양은 갖춰야지. 어디서 초면인데 반말을 찍찍 내뱉어? 아, 그 전화 한 통? 그걸로 설마 우리가 친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너 같은 계집애한테 붙어 있을 준씨 아니야! 그리고 예의 갖춰! 어디서 건방지게.”

“너야말로 예의 갖추세요, 나한테 왜 이러세요? 입장 바꿔 생각해봐, 그 긴 세월을 같이 보낸 여자한테 청혼해서 차인 남자의 자존심은 안중에도 없어?”

“뭐라고? 야!”

목소리 큰 걸로 제압하려 해보지만 쉽지 않다.

“나 귀 안 먹었으니까 소리 지르지 마!”

상대 역시 조근조근하면서도 목소리를 높이니깐.

“너 번호 대. 오늘은 좀 그렇고 나중에 우리 따로 만나 얘기 좀 하지?”

“너 따위한테 줄만큼 내 번호 싸지 않아.”

“이게 정말! 야, 키만 크면 단 줄 알아?”

“그럼 생리하기 전에 우유 좀 더 먹든가.”

빙그레 웃고는 있으나 상대는 이미 눈에서 번개를 내쏘고 있다.

항간에 떠도는 속설에 이런 게 있다. 여자의 키는 첫 월경을 하는 순간 끝난다고.

“번호 안 대?”

“내 번호 비싸, 이거 왜 이래? 나 당신 번호 압니다, 하지연 선생. 그 정도도 못 외울 만큼 머리 나쁘지 않거든요. 그리고 댁네한테 전화 왔었다는 사실은 입도 뻥긋 안 했으니까 전화 타령 안 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뭐, 이미 늦었겠지만.

“이게 정말!”

머리끄덩이를 잡혀 봐야 정신을 차릴 상대라고 생각해서 손을 날려보지만 상대는 그 이상의 순발력까지 갖췄다.

상체를 뒤로 젖혀서 여유 있게 손길을 피하는 게 아닌가. 여태껏 준이 오빠 옆에 들러붙으려던 계집애들 다 이걸로 처리했었는데 웬일로 안 통하는 계집애가 나타났다.

“나 무시하지 마, 교사면 다야? 비록 반년이지만 대전에 있는 경찰서에서 근무도 했고, 그 때 만나서 알고 지내는 선배 두 분이 부산 남부경찰서에 계셔. 어떻게 할까, 영업 방해라고 꼰지르면 너 같은 건 한 방에 끝이야.”

돌아서는 상대의 말에 자존심에 금이 감은 물론 약까지 제대로 오른 그녀는 손을 뻗어 상대가 들고 있는 선물 상자를 내리쳤다.

“뭐 샀어? 크기 보니까 넥타이핀이네?”

“그런데.”

“준이 오빠 넥타이핀 안 하고 다니는 거 모르나 봐? 엄마, 가요.”

한 마디 흘리듯이 내뱉고는 돌아섰다.

‘하지도 않을 핀을 샀으니 돈만 버렸군. 내가 당한 걸 너도 당하다니 안 됐다, 얘. 이번에는 누구한테 줄까 궁금하기까지 한 걸?’

마지막에 큰 충격을 줬으니 아마 어쩌면 떨어져 나가줄 지도?

짧은 만남은 그렇게 끝났다, 전초전에 불과하다는 기운을 남기며. 또 만날 후일이 있을 예정임을 예고하면서.


밤 아홉시. 준이네 집.

혜리는 그저 회상으로 끝냈다.

와이셔츠 매장에서 ‘여우’를 만났다는 건 자신과 그녀만의 비밀로 남겨놔야 할 것 같아서. 비싼 번호라고는 했지만 혹시나 내일 학교에서 만났을 때, 자신과 만났다는 걸 시시콜콜 다 말할 게 우려가 되어, 갖고 있던 ‘여우’ 의 전화번호로 문자를 하나 보냈다.

우리끼리의 문제는 우리끼리 해결하자고. 준이 오빠에게는 모르는 척 하자고. 알았다는 짧은 답은 금방 왔다.

자신이나 여우나 서로 만나는 것을 준은 물론이요 예비 시부모님이 아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다. 알아봐야 좋을 거 없는 일이니 최대한 끝까지 비밀로 할 것이다.

시아버지 시어머니 그리고 가사도우미 아줌마와 다 같이 맛난 김밥을 먹고 난 후.

“아버님!”

“응? 응. 처음이네, 혜리가 우리한테 선물도 다 주고.”

선물 중 하나를 건네받은 최 사장은, 이미 내용물이 넥타이핀이라는 것을 나 여사에게 들어서 알고 있는 그 아래 포장을 뜯었다.

“고맙다, 혜리야. 잘 하고 다니마.”

만족스러운 얼굴로 넥타이핀을 챙기는 최 사장을 향해 눈웃음을 생긋 보내준 혜리는, 이번에는 예비 남편에게 선물을 건넸다.

“이거. 하고 다닐 거예요?”

미진에게 직접 하지 않는다는 확인사살을 들어버린 후라서, 혜리는 줄지 말지 갑자기 갈등이 생겼다. 한다면 줄 것이요, 안 한다고 할 것 같으면 해석에게 줄 생각이다.

“고마워, 혜리야. 잘 쓸게.”

빙긋 웃고는 포장을 뜯으며 말하는 아들을 보면서 부부는 같은 생각을 한다.

‘그 때도 저런 말을 했었어. 하고 다닐 지 아닐 지는 준이 결정하지만, 핀 자체를 거추장스럽다고 생각하는 앤데. 어머!’

눈 커지는 부부. 부모님이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는 지는 꿈에도 모르는 채로 혜리만 보고 있는 준.

“괜찮아? 잘 어울려?”

쟤가 웬일이지? 무슨 생각으로? 서로를 잠시 바라본 부부는 다시 준을 쳐다봤다.

“응. 안 하는 것보다 근사해요. 포인트를 주는 거 같아서.”

“잘 됐다. 여름에는 조끼도 따로 안 걸치니까 좀 심심하달까? 그런 게 있었거든.”

보란 듯이 넥타이핀으로 길게 내린 넥타이를 고정시키며 혜리의 첫 선물을 사수하고 마는 준이다. 덕분에 은연중에 핀을 놓치는 해석이었다.

밤 9시 30분.

아무리 기다려도 건너오지 않는 혜리를 찾아서 직접 방을 나서는 준.

반쯤 열려 있는 혜리의 방문을 활짝 여니, 방주인이 침대에 배게 쪽에 발을 두고, 배를 깔고 누워서 뭔가를 열심히 보고 있다. 노크를 문에 남겨서 자신이 왔음을 알린 뒤 방안으로 들어섰다.

“아, 오빠.”

“뭘 그렇게 열심히 보고 있어?”

“다음 주 평일에 그림이나 사진을 사기로 예약하신 분들의 거래 내역을 보고 있어요. 그분들 중에 몇 분은 갖고 있는 그림을 되파신 뒤, 다른 그림을 사기로 되어 있어서 취향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하거든요. 내일은 그림과 사진 들어오기로 되어있고 모레는 아까 얘기한 데로 어머님과 쇼핑하기로 되어 있어요.”

으웩! 집에서 일하는 거 딱 질색인 준은 어질어질하다. 차라리 야근을 했으면 모를까.

“자자. 내일이 시험 마지막 날이야. 자자, 응?”

“먼저 주무세요.”

“혜리야아. 같이 자자아. 응?”

어울리지 않게 앙탈도 부려보지만, 답 없이 묵묵히 보던 것만 계속 보는 혜리를 보다 못 한 준이 그녀의 허리를 베개 삼아 누웠다.

“기분 좋다.”

잘록한 허리와 등에 뒤통수를 대고 있는 준. 혜리가 샤워한 후라서 시원해진 체형과 체향을 느끼며, 기분 좋은 얼굴로 기분을 즐기던 준의 숨소리가 점차 일정해졌다.

잠이 든 것이다.

준이 숙면 중이란 것을 알아차린 혜리는 그의 머리가 생각보다 무겁다는 걸 느끼며 서류 보기에 치중한다.

어느덧 밤 11시.

그제야 서류보기를 끝낸 혜리는 두 시간 가까이 같은 자세인지라 몸 전체가 다 뻐근할 지경이다.

준이가 운동을 한 몸이라고는 하지만 혜리 역시 경찰서에서 근무할 당시 운동을 했던 게 있어서, 웬만한 남정네 하나쯤은 갖고 놀 수 있다. 그렇게 키운 힘으로 지금, 조심스럽게 준의 머리에서 허리를 뺀 뒤 준의 몸을 침대 위로 제대로 옮긴다. 그런 뒤 서류 파일을 정리하고는 준의 옆에 누워서 그의 머리 밑에 베개를 넣어준다.

“잘 자요, 우리 전하.”

“으응. 중전도 잘 자.”

잠꼬대로 사극놀이?

잠결이지만 손을 뻗어 혜리를 자신의 품에 다시 가두는 준. 이렇게 소중하게 여겨주는 이 남자, 그런 여우 따위에게 넘겨주지 않으리라. 마음으로 다짐한 그녀는 굿나잇 키스를 준의 입술에 해주고는 잠이 들었다.


기말고사의 마침표를 찍는 날인 토요일.

준은 넥타이핀 하나로 다시 학교를 들썩이게 만든다.

“쌤!!! 넥타이핀 같은 거 안 했었잖아요?”

반 애들도 난리가 났다.

“이제부턴 하고 다닐 거야. 모두. 오늘이 마지막이지만 그러니 더욱 시험 잘 볼 수 있도록 해라. 그리고 결과는 화요일쯤에 나올 거야. 월요일부터 나오면 너희가 더 힘들어할 거잖아. 주초부터 스트레스 주고 싶지 않아서 내린 결정이니까 감사하게 생각하도록.”

자신이 선물했던 핀의 비참한 말로를 똑똑히 기억하는 지연으로서도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선물로 준 건 내던지더니 그 여자가 준 건 해? 무슨 차이야, 무슨 차이냐고! 우리는 6, 7년을 함께 했어! 그런데, 고작 만난 지 한 달도 안 된 계집애에게 넘어가? 이럴 수는 없어, 이건 거짓말이야!’

“아아악!”

학교에서의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지연은 학교에서, 준에게서 받고 쌓인 상처와 스트레스를, 애먼 도자기 하나 깨는 걸로 풀었다.

그래도 안 풀리는 지 씩씩대던 그녀는 부엌으로 가서 유리잔을 바닥을 향해 집어던진다.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은 그녀는 거실과 부엌을 엉망으로 만들면서 난동을 부렸고, 좀 더 나중에 들어온 아버지로부터 뺨을 한 대 거세게 맞으면서 정신을 차린다.


* * *


7월.

혜리의 생일이 내일로 다가왔다. 준은 미진과 최 사장 그리고 가사도우미 아줌마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미역국을 비롯하여 작지만 생일 선물을 준비할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그 날 오후.

혜리에게 화장실을 넘겨주고 방으로 건너온 준은 뭐가 하나 빠졌음을 알아차린다.

반지 넥타이 셔츠 러닝 팬티 바지. 그리고 수건.

“아.”

넥타이핀이 없다. 혀를 차며 방을 나와서 화장실로 향하는 준. 어차피 이미 한 번의 관계를 통해 서로 못 보여줄 것도 다 보여준 사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혼전이니 민감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응? 무슨 정신이지? 문이 열려 있잖아.’

넥타이핀은 수건 찬장에 놔뒀으니 슬그머니 들어가 갖고 나오면 되니 별 어려움은 없지만.

이미 한 번 경험했던 혜리의 뽀얀 나신이 다시 머릿속에 둥둥 떠올라 그의 정신을 자극했다.

‘이런! 정신 차리자, 최 준.’

뺨을 서너 대 때려서 정신을 차려 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다른 곳도 아니고 화장실이 아니던가.

샤워 중인 듯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왔다.

‘바깥문이 열렸으니 안에 있는 접이식 커튼을 닫았을 거야. 그러니 딴 생각 그만하고 넥타이핀을 챙겨가자.’

찬장 안에 넣어둔 넥타이핀을 갖고 방으로 돌아온 준은 그걸 책상 위에 올려놓고서, 끓어오르는 남성으로서의 욕구를 견디지 못 하고 화장실로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응?’

물을 끈 듯 소리가 안 들린다.

접이식 문에 비춰지던 혜리의 실루엣도 사라지고 없다. 그렇다고 방에 벌써 돌아온 것도 아닐 테고. 어딜 갔지? 하늘로 솟았나, 땅으로 꺼졌나?

촤아아악! 멀쩡해진 왼손으로 접이식 커튼을 열어젖히는 준.

“혜리야!”

“!”

안 그래도 큰 눈 있는 대로 크게 뜬 혜리가 부름에 놀라 준을 올려다본다. 얼떨결에 아래로 똑 떨어지던 시선을 얼른 끌어올리는 그녀다. 샤워 끝내고 아직 옷을 입지 않은 준은 현재, 누드 모드다.

욕조에 거품을 풀고 그 안에 몸을 담근 혜리가 고개만 빼꼼히 내밀고 있는 것을 본 준이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기절할 만큼, 심장이 똑하고 떨어질 만큼 순간적으로 무척이나 놀란 그다. 무릎을 접고 팔짱을 끼는 것처럼 해서 욕조에 팔을 얹는 준.

“네가 사라진 줄 알고 깜짝 놀랐어.”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

“제가 가긴 어딜 가요? 생각보다 겁쟁이네요.”

간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심장이 쪼그라들었는데도, 그의 그런 상황을 전혀 모르고, 손을 뻗어 물 위의 거품을 조금 떼어 준의 코에 묻히는 장난을 치는 혜리.

탁! 장난의 주범인 반지 껴진 왼손을 똑같은 왼손으로 낚아챈 준의 눈이 이상야릇하게 반짝인다. 반지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조용한 화장실을 울렸다. 왼손이 깔끔하게 나아서 오른손에 임시로 터를 잡았던 결혼반지도 원래의 자리로 옮겨간 것이다.

“응, 나 겁쟁이야. 그러니까, 만든 사람이 책임져.”

“네?”

빙그레 웃어 보인 준은 영문을 몰라 하는 혜리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갖다 댄다. 그러자 준의 코에 묻어 있던 거품이 혜리의 코로 조금 옮겨간다.

혜리는 일부러 입술을 앙 다물었다. 키스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녀의 반응에 놀란 준이 눈을 뜨자 혜리가 눈을 뜨고 있는 게 보인다. 그와 동시에 입안으로 넘어오는 그녀의 부드러운 혀에 자신의 혀가 말려버리고 만다.

기습이다.

‘이럴 때 이런 엉뚱함을 내보이다니!’

리드를 순식간에 빼앗긴 준이지만 얼른 리드를 찾아와서 혜리의 혀를 갖고 놀았다. 한참 후에야 입술이 떨어지자 혜리가 준을 흘기며 바라본다.

“여우.”

“쿡! 나 샤워 중이에요. 아직 안 끝났어요.”

“알아.”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벌떡 일어나 화장실 문부터 잠그고는, 성큼성큼 욕조 속으로 몸을 옮기는 준. 혜리가 발을 뻗은 쪽에 들어와 앉은 준 덕분에 물이 찰랑이며 반 이상 흘러내려가 버린다. 신기하게도 거품은 그대로 있다.

“어어. 어딜 들어와요?”

“혜리 지금 아무 것도 안 입었잖아.”

“그. 그래서요.”

“월경도 끝났잖아.”

“그래서요?”

씨익 웃어 보인 준은 몸을 뻗어 혜리의 입 안을 또 한 번 탐했다. 화장실 안이라서 특히 울리는 촉촉대는 소리에 혜리는 서서히 자신의 몸이 달아오르고 있음을 느꼈다. 꿀꺽. 혜리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아래쪽으로 힘이 쏠렸다.

“느껴지지?”

“!”

혜리의 급소에 준의 급소가 닿았다.


작가의말

컷!

그 아래로는 더한 베드씬이 있기 때문에...

ㅡㅡ;;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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