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다.
선작과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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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에는 내 키 보다 두 배 이상은 큰, 이곳 던전의 보스인 해골왕이 나를 노려보고 있다.
뭐, 사실 눈알이 없어서 노려본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어째건 지긋지긋한 놈임은 틀림없다.
“크아악~!”
해골왕은 혓바닥도 목젖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상한 소리를 내며 대문짝만한 커다란 방패와 무식하게 생긴 칼을 들고 내게 달려들었다.
[해골왕]
-레벨 99
-체력 900
-근력 840
-민첩 600
-지력 150
-지능 10
“자, 제발 이번이 마지막 이길 빈다! 이제 네 지겨운 면상 좀 그만 봤으면 좋겠다!”
난 방패 따위는 없었다. 장검 하나면 이 던전에서 충분했다.
해골왕이 내게 대검을 크게 휘둘렀다. 늘 똑 같은 패턴. 나는 가뿐하게 옆으로 살짝 피한 뒤에 놈의 뒤로 재빨리 이동했다. 이미 이 해골왕과 수만 번은 반복했던 패턴이었다. 이제 힘을 모으고 해골왕의 척추를 끊어버리면 한방에 끝이 난다.
현재 내 경험치 ‘99.99%’
이 해골왕을 잡으면 레벨 업을 한다.
“우리 이제 그만 헤어지자! 이제 정말 지긋지긋 하다구!!!”
난 ‘번라이프 1단계’ 스킬을 써서 해골왕의 척추를 후려쳤다. ‘번라이프 1단계’ 스킬은 내 체력을 10% 소모하면서 3초간 근력과 민첩성을 두 배로 끌어 올리는 기술이었다. 지속시간은 짧지만 그 효용성은 상당했다. 내 스캐닝 기술과 더불어 최고의 기술이라고 자부한다.
“우어억!”
해골왕은 늘 그랬던 것처럼 몸이 두 동강이 나서 뼈마디를 바닥에 우수수 떨구며 쓰러져 죽어버렸다. 뼈다귀뿐이 없는데 소리는 어떻게 내는지 죽일 때마다 궁금했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김민준]
-레벨 139 -> 140 (+1)
-체력 497 -> 499 (+2)
-근력 995 -> 997 (+2)
-민첩 995 -> 998 (+3)
-지력 277 -> 279 (+2)
-지능 46 -> 47 (+1)
[보너스 스탯 10이 발생했습니다.]
드디어 해냈다! 이번 레벨 업을 하면서 스탯이 10이 증가를 했다. 이제 이 지겨운 노가다 사냥도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된 것이다!
레벨 업을 하면 기본적으로 3~10사이의 스탯이 각 능력치에 자동으로 분배되어 올라간다. 그리고 보너스 스탯이 10이 생겨서 내가 원하는 능력치를 선택하여 올릴 수 있었다.
나는 레벨 업을 할 때, 기본 스탯 생성이 10이 안될 경우에는 몬스터에게 일부러 죽어서 레벨을 다운 시켰다. 몬스터에게 죽을 경우 경험치가 10% 줄어들기 때문에 레벨을 다운 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레벨 업을 해서 기본 스텟 합계가 10이 올라갈 때까지 반복했다. 즉, 각 레벨 단계를 최상으로 만들고 싶었다.
처음에 이렇게 랜덤으로 올라가는 줄을 모르고 20레벨까지는 아무 생각 없이 레벨 업을 했다가 수 없이 죽어서 다시 처음부터 이 레벨 노다가를 한 것이다.
또, 설령 스텟 10이 올랐을 경우라도 ‘지능’ 능력치에 포인트가 너무 올라가면 그때도 레벨을 다운 시켰다. 나는 지능 수치가 필요가 없었다. 지능은 마법을 쓰기 위한 마나량과 직결 되어 있는데 나는 마법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력은 일정량이 필요했다. 지력은 마법 공격력의 파워를 올릴 뿐만 아니라 항마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곳 던전에는 마법을 쓰는 귀찮은 해골 법사들이 가끔씩 있었기 때문에 무난한 사냥을 위해서는 일정량의 지력이 필요했다.
자, 이제 남은 보너스 스텟을 배분해 보자!
[김민준]
-레벨 140
-체력 499 -> 500 (+1)
-근력 997 -> 1000 (+3)
-민첩 998 -> 1000 (+2)
-지력 279 -> 280 (+1)
-지능 47 -> 50 (+3)
[보너스 스탯을 모두 사용했습니다.]
지능에 포인트를 투자하고 싶지 않았지만, 내 능력치 스텟이 깔 맞춤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만들었다.
이 비밀 던전에 홀로 들어 온지 10개월.
정말이지 지긋지긋 했지만, 어쩌면 이곳은 내게 신이 준 최고의 장소였다.
설령 신이 내게 준 것이 아닐지라도 이곳을 발견한 것은 내 최대의 행운이었다.
이 던전에 있는 몬스터들은 일반 몬스터들 보다 경험치를 20~30배 이상 주었다. 그래서 10개월 만에 수 백 번의 레벨 다운을 하면서도 140까지 레벨을 빠르게 만들 수 있는 비결이었다.
단점이라면 이 뼈다귀뿐이 없는 놈들은 아이템을 전혀 주지 않았다. 한마디로 거지 몹들이었지만, 경험치가 너무 매력적이라 이곳에 마약처럼 중독되어 있었다.
원래는 150까지 만들고 성으로 돌아가는 게 목표였지만, 레벨이 오를수록 경험치를 쌓기가 너무 힘들어 졌다. 이곳 보스인 해골왕도 레벨이 99밖에 되질 않기 때문이었다.
난 시간이 아까워서 그 동안 마을에 한번도 가지 않고 이 말도 못하고 어버버거리는 해골들과 치고 받고 하면서 10개월을 보냈다. 말했듯이 이 해골들은 뼈다귀뿐이 없는 거지라서 나는 이 던전 곳곳에 있는 풀떼기를 뜯어 먹으면서 살았다.
이정도 레벨이면 감히 장담하는데, 이곳 오토로 행성에서 최고일 것이다!
최고 일뿐만 아니라, 아무도 내 레벨 비슷한 자는 없을 것이다.
이제 밖으로 나가서 돈만 긁어 모으면 된다.
이런 곳에서 돈을 버는 것은 레벨이 높을수록 훨씬 수월 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레벨이 깡패니깐 말이다.
지구에 대한 기억은 생각나는 것이 없지만, 어쩌면 나는 게임 폐인이었을 수도···
***
약 1년 전에 어떤 강렬한 의식이 지구의 인간들에게 전파되었었다. 그 의식은 우리를 돈으로 유혹하면서 이곳 오토르 행성으로 이끌었다. 이곳에 온 지구인들은 모두 스스로 원해서 온 사람들이다. 정확하지 않지만 소문에는 세계 각지에서 수만 명이 왔다고 한다. 그 후로도 3개월 단위로 새로운 사람들 수 천명이 이곳에 왔다.
하지만, 이곳 오토르 행성에 오게 되면 자신의 이름만 기억할 수 있고 지구에 대한 기억은 모두 지워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언제든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였고 지구로 돌아가면 지워졌던 기억이 원래대로 돌아 오게 된다고 했다.
그런데 지구로 돌아가려면 돈이 필요했다. 10억. 10억을 오토르 행성에서 벌어야 지구로 돌아갈 수 있었다. 예를 들어 12억을 벌었으면 10억을 내고 2억을 벌어서 지구로 가게 되는 것이었다. 10억은 차비인 셈이랄까?
하지만, 지구에 가고 싶다면 돈이 부족해도 걱정은 없었다. 10억이 안 되는 돈이면 모두 반납하고 가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근데, 인간이라는 게 참 이상하지. 지구에 대한 기억은 잊혀졌지만, 돈에 대한 열망은 몸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곳으로 우리를 불러 모은 절대자가 돈에 대한 열망만은 뼛속에 남겨 둔 것일지도 모른다.
현재 나는 무일푼이다.
조금 있던 돈을 몽땅 쏟아 장검을 사고 이 던전에 눌러 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곳 오토르 행성은 커다란 성이 10군데가 있다고 한다. 그 중에 5군데는 빈 성이어서 초반에 인간들이 몰려 자리잡고 살았다. 나머지 5개의 성에는 마족과 악마들이 살고 있는 성이었다. 아직 이곳에 얼씬거릴 수 있는 인간은 없었다.
지금의 나는 가능할까? 아직 가본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사람들은 그곳은 엄청난 골드와 아이템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추측을 할 뿐이었다.
아직 나도 가본적은 없지만, 마족과 악마들은 레벨이 상당히 높다고 들었다. 당분간은 아무도 도전하지 못할 만한 곳 일 것이다. 지금의 나는 몰라도!
***
정말 오랜만에 던전 밖으로 나왔다. 푸르르고 드넓은 들판과 눈부신 햇살이 나를 환영해 주는 것만 같았다.
정말 우연히 발견한 곳이었다. 커다란 바위 밑에 두더지 굴 인줄 알았던 곳이 던전이었다니.
이곳에는 수많은 종류의 던전이 있지만 내가 방금 나온 이곳은 정말 특별한 곳이었다. 속칭 광광광랩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 내게 더 이상 쓸모 없는 곳이 되어 버렸다.
던전에서 나온 나는 작은 구멍의 던전 입구를 막기 위해 옆에 있던 커다란 바위를 부셔버리고 입구를 틀어 막아버렸다. 누구도 이곳을 찾을 수 없게 말이다. 내게 필요는 없지만, 이곳에서 다른 사람들이 나처럼 광랩을 하게 만들기는 싫었다.
됐다. 이제 무서울 것이 하나도 없었다. 레벨이 나보다 조금 높다고 나를 무시했던 놈들이 떠올랐다. 그 놈들은 지금 레벨이 얼마나 됐을까? 다른 사람들은 레벨을 얼마나 올려 놓고 있을까? 또 이곳 세상은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뭐 여하튼 상관없다. 나는 이제 성으로 돌아가서 돈을 긁어 모을 방법만 생각하면 되었다.
나는 내가 처음 머물렀던 플로렌시아 성으로 향했다.
발걸음도 가볍고 기분도 좋았다.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선작과 추천 감사합니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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