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절한 복수(8)
선작과 추천 감사합니다.
아까 유세희를 구출했던 매서커 길드원이 블루드래곤을 피해, 멀리 빙글 돌아서 오스틴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안고 있던 유세희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자 최호철이 유세희를 부축해주었다.
이제 유세희는 안전했다.
즉, 블루드래곤 길드는 이제 위험해 진 것이다.
[김민준]
-체력 148 / 500
나는 바로 윈드밀을 사용해서 내 주변에 있던 블루드래곤 녀석들을 순식간에 갈아 죽여 버렸다.
“이 개새끼들아! 더 이상 용서는 바라지 마라!”
나는 내 분노의 끝에 닿아있었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며 블루드래곤을 보이는 대로 죽여나갔다. 이제 블루드래곤 길드원들은 이청룡과 정민국이 있던 말던 도망치기 바빴다. 내 뒤에 든든하게 서 있는 매서커 때문일지도 몰랐다.
나만 몰라던 것인지는 몰라도, 매서커 길드는 그 집단의 조직력과 위력 그리고 충성도가 대단하기로 유명했다. 블루드래곤 길드원들은 그런 길드가 내 편으로 생각 되어진 모양이었다. 앞으로 나 하나만이 아닌, 매서커도 적으로 돌리고 싸워야 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금, 그나마 믿었던 유세희 카드가 실패로 돌아가고 오히려 나만 자극시켰다는 두려움도 컸을 것이다. 이미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나를 이길 수 없다는 걸 몸소 느꼈을 테니 말이다.
“스켈레톤이 온다!”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이제 지긋지긋해! 난 그만 할거야! 살려줘!”
“으아악!”
블루드래곤 녀석들은 혼비백산해 나를 피해 도망쳤다. 한 놈도 놓치지 않으려고 사력을 다해 뛰어다니며 놈들을 잡아 죽였다. 나는 플로렌시아 성의 입구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도망치는 블루드래곤 길드원들의 파란 망토 색깔이 하나 둘씩 흰색으로 바뀌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도망치면서 길드를 탈퇴하기 시작한 것이다. 길드 탈퇴는 다른 형식절차 없이 인벤토리 안에 있는 길드 가입서를 파기시켜 버리면 되었기 때문에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탈퇴할 수 있었다.
“이 새끼들이···.”
이청룡은 하나 둘씩 길드를 탈퇴하는 부하들을 보면서 얼빠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점점 파란색 망토들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곧, 성 밖에서 파란색 망토를 하고 살아있는 사람은 이청룡과 정민국뿐이었다. 나머지는 길드를 탈퇴하거나 땅바닥에 쓰러져 죽어있었다. 죽어 있는 녀석들도 미쳐 탈퇴하기 전에 내게 죽어버린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이제 이청룡과 정민국만 남았다. 나는 일부러 그 둘은 마지막에 죽이려고 살려두고 있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된듯해서 나는 얼빠진 얼굴로 멍하니 서있는 이청룡 앞으로 다가갔다.
“이청룡···”
나는 이청룡을 노려보면서 나지막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어, 어째서 매서커 길드가 여기에 온 것이냐··· 그리고 왜 너 따위를 도와주고...”
이청룡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와 내 뒤에 멀리 서 있는 매서커 길드를 보며 물었다.
“글쎄? 그것보다 난 네가 어떻게 감히 유세희를 인질로 삼을 생각을 했는지가 궁금하다, 이 개새끼야!”
나는 이청룡의 복부를 주먹으로 강타하며 소리쳤다.
“커억!”
이청룡은 배를 움켜잡고 털썩 주저 앉았다. 있는 힘껏 때려서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꾹 참고 힘 조절을 해, 죽지 않을 정도로만 때렸다.
나는 주저앉은 이청룡의 목을 거칠게 움켜잡고 번쩍 들어 올렸다. 팔을 쭉 뻗어 올려서 이청룡의 다리가 공중에 뜨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이청룡의 이 비참한 꼴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제자리에서 천천히 한 바퀴를 돌았다. 이청룡은 스스로 죽고 싶을 만큼 수치스러웠을 것이다.
“당장, 그만두지 못해!”
잠자코 지켜보던 정민국이 참지 못하고 내게 달려들면서 소리쳤다.
“죽어라, 스켈레톤!”
정민국은 내게 난사 스킬을 쓰며 공격했다. 나는 피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정민국의 난사 스킬인, 수십 개의 동시다발적인 칼질을 고스란히 몸에 다 맞았다. 하지만, 나는 멀쩡했다. 거의 피해도 없었다. 정민국은 계속 나를 공격하다가 멀쩡한 나를 보곤, 결국 무의미하다는 걸 느꼈는지 자괴감에 빠진 모습을 하고 공격을 멈추고 말았다.
“정민국··· 앞으로 나와 마주칠 때마다 꼭 머릿속에 기억해둬라. 이제 죽었구나 하고 말이다!”
나는 정민국에게 소리치고 나서, 한쪽 손으로 들고 있던 이청룡의 머리를 정민국의 머리에 있는 힘을 다해 후려쳤다. 그것도 번라이프 3단계를 사용하면서 말이다.
‘빡!’
두개골끼리 부딪히는 아주 강한 충돌음이 나더니, 아스팔트 위에 떨어져 산산조각 난 수박처럼 두 머리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터지고 뒤섞여버렸다. 얼굴의 형체라고는 남아 있질 않았다.
“휴···”
이제 더 이상 주변에 살아있는 블루드래곤 길드원이 없자, 길게 심호흡을 했다.
녀석들은 부활 한 다음 다시 올까? 이미 많은 블루길드원들이 탈퇴해서 어디론가 도망가버린 상태인데 녀석들이 다시 뭉쳐서 나올지, 아니면 길드 사무실에서 숨어있을지 짐작이 되질 않았다.
다시 나를 향한 환호성이 들려왔다. 이번에도 블루드래곤 녀석들이 다 쓰러지니깐 구경하던 플로렌시아 사람들이 내게 환호를 보내는 것이었다. 이제 그들의 환호가 달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유세희!’
유세희가 번득 생각났다. 나는 뒤돌아 유세희가 있는 곳을 보았다. 유세희는 덩치 큰 최호철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순간 질투심이 팍 솟구쳤지만, 곧 유세희에게 내가 싸우는 잔인한 모습을 보이지 않게 하려는 최호철의 행동이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나는 바로 유세희에게 달려갔다.
“세희씨! 괜찮으세요?”
나는 최호철의 품에 파묻힌 유세희를 꺼내며 물었다. 유세희의 얼굴은 눈물 범벅이었다.
“민준님··· .엉엉엉···”
나를 본 유세희는 최호철의 품에서 벗어나 내게 버럭 안기고 몸을 들썩거리며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나도 갑자기 울컥해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어쩌다 나를 만나서 유세희가 이런 봉변을··· 나는 유세희를 꼭 끌어 안아주었다. 유세희를 진정시켜 주고 싶었다.
그러다가 가만히 나를 지켜보고 있던 오스틴과 눈이 마주쳤다.
“오, 오스틴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나는 오스틴에게 목례를 하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오스틴과 오스틴이 데리고 온 매서커 길드가 아니었다면 나와 유세희는 어떤 봉변을 당했을지 생각만해도 끔찍했다.
“고맙긴요. 아닙니다. 저는 김민준님을 친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연한 일을 했습니다.”
오스틴은 눈인사를 하며 내게 말했다.
“호철씨도 고맙습니다. 유세희씨를 위해 싸워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오스틴 옆에 있는 최호철에게도 목례를 하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어휴~ 아닙니다. 길드장님. 저는 한 일이 없는데요.”
덩치 큰 최호철은 부끄러운듯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최호철의 특유의 말투가 정감 있게 들렸다.
“김민준님, 좀 더 빨리 왔어야 했는데, 제가 소식을 좀 늦게 전달받고 이렇게 부랴부랴 달려왔습니다. 좀 늦게 온 것 같아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인원이 많으니 움직이는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오스틴이 불쑥 끼어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어제 쓸데없이 공성으로 훼방만 놓았는데 이렇게 도와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때서와 나를 돕기 위해 오스틴을 따라온 엄청난 인원의 매서커 길드원들을 쳐다보았다. 처음 본 사람들이 많았지만, 어제 나와 공성전에서 싸울때 내게 죽었던 사람들도 꽤 눈에 띄었다.
“모두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유세희를 안은 채 오스틴 뒤에 있는 매서커 길드원 팔백 여명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큰소리로 말했다.
‘짝짝짝!’
‘짝짝짝!’
“멋있습니다!”
“최고입니다!”
내가 고개를 숙이며 감사인사를 하고 있는데 매서커 사람들이 내게 박수를 쳐주며 환호해 주었다. 왜 내게 잘 대해주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너무나 고마울 따름이었다.
“민준님··· 이제 다 끝난 거에요?”
어느새 울음을 멈춘 유세희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며 힘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네, 다 끝났어요. 세희씨. 본의 아니게 고생시켜 드려서 너무나 미안해요.”
“다행이다··· 이제 싸우지 마세요. 민준님···”
아직 힘들어 보였지만 유세희는 옅은 미소를 살짝 지으며 말했다. 그 작은 미소가 내 몸에 전율을 돋게 하는 가슴 벅참이 느껴졌다. 세희씨··· 앞으로 내가 계속 지켜줄게요··· 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그러다가 흐뭇하게 나를 쳐다보고 있던 최호철을 보게 되었다.
최호철··· 최호철의 흰색 망토가 신경이 쓰였다. 블루드래곤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거 같은데 최호철은 더블타이커 길드에 다시 가입할까? 아니 가입 할 수나 있을까? 아니지, 박찬수처럼 자기 길드원을 방관해 버리는 그 따위 길드는 들어갈 필요가 없었다. 최호철도 어쩌면 내가 보호해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철씨, 세희씨! 이거 받으세요?”
“이게 뭔가요 길드장님? 어랏, 스켈레톤 길드가입 신청서네요?”
최호철이 내가 준 가입신청서를 받아 들고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네, 아무래도 길드에 저 혼자니깐 벅차네요. 호철씨와 세희씨가 마침 길드가 없으시니깐 제 길드에 가입해 주세요. 부탁 드립니다!”
“정말 가입해도 되는 거에요?”
최호철은 기뻐하고 있었다.
“당연하죠. 호철님은 제가 스카우트 하는 거에요!”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길드장님!”
최호철은 더블타이거를 탈퇴하고 나서 내심 막막해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어째든 최호철이 기뻐하니 다행이었다.
“민준님··· 저도 가입해도 되는 거에요···? 저는 싸움도 못하고··· 잘하는 게 없는데···”
유세희는 미안해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세희씨, 이 망토에 멋진 해골 그림을 세희씨가 그려주신 거잖아요! 그럼 충분한 자격이 있죠. 길드 심볼을 만든 장본인인데요!”
나는 망토를 끌어당겨 해골그림을 유세희에게 내 보이며 말했다.
“아이참··· 정말 못 그려서 미안한데···”
자기가 그린 해골을 본 유세희가 부끄러워했다. 그 모습 자체가 정신적 충격을 받았던 것에서 조금씩 좋아 지는 것 같았다.
결국 유세희와 최호철은 내 제안을 받아들이고 길드가입 신청서에 싸인을 했다.
[유세희가 스켈레톤 길드에 가입을 신청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최호철이 스켈레톤 길드에 가입을 신청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알림창이 떴다. 나는 바로 모두 수락했다.
그러자 유세희와 최호철의 망토가 흰색 해골이 그려진 검은색 망토로 바뀌었다.
‘짝짝짝!’
‘짝짝짝!’
‘짝짝짝!’
뒤에서 우리를 지켜보던 매서커 길드원들이 환호를 해주며 박수를 쳐주었다.
“길드원이 생길 걸 축하 드립니다!
오스틴이 방긋 웃으며 내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모두들!”
나는 모두에게 꾸벅꾸벅 인사를 했다.
“자, 최호철씨! 길드장으로써 첫 명령입니다! 저를 따라 오세요!”
나는 최호철에게 소리친 뒤에 유세희를 번쩍 안고 플로렌시아 성으로 뛰기 시작했다.
“예, 예? 아, 알겠습니다!”
최호철도 내 뒤를 따라 뛰어왔다.
나는 플로렌시아 성벽 아래에서 멈춰서고 유세희를 내려줬다. 최호철도 금방 뒤따라와서 내 옆에 멈춰 섰다. 나는 성벽을 올려다 보았다. 성벽은 꽤 높았다. 20~30미터쯤 되어 보였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게 가능할지 불가능할지 몰라 잠시 고민 했다.
“길드장님, 왜 하필 여기 성벽 밑에는···?”
최호철이 내 의도를 알지 못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자, 갑니다. 꼭 붙잡으세요!”
나는 오른 손으로 유세희의 허리를 감싸고 왼손으로는 최호철의 허리를 꽉 감싸 안았다.
‘번라이프 2단계!’
‘대쉬! 대쉬! 대쉬!’
나는 그 둘을 안고 성벽을 대쉬로 타면서 위로 올라갔다.
“꺄악~! 무서워요!”
거의 직각으로 벽을 타고 있기 때문에 유세희가 놀라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유세희의 비명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단숨에 성루까지 올라왔다. 역시 대쉬로 벽을 타고 올라 올 수 있었다.
성루에 올라오니 드넓은 플로렌시아 성안이 훤히 보였고 성 밖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와 블루드래곤 길드의 싸움을 구경하기 위해 나와 있었는지 잘 보였다. 빨간 덩어리인 매서커 길드를 제외하더라도 족히 수천 명의 사람들이 성밖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우와~ 민준님··· 아니, 민준 길드장님. 여기 너무 멋있어요!”
유세희가 플로렌시아 성을 내려다 보면서 말했다. 기분이 좀 많이 나아져 보았다.
“어휴~ 사람이 참 많네요.”
최호철도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걸 눈치채고, 얼굴이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바람도 선선히 불고 좋았다. 바람 덕에 망토가 여리게 펄럭거렸다.
여기 올라온 목적이 있었다.
나는 유세희와 최호철을 데리고 성루 난간에 올라섰다.
모든 사람들이 성루 난간에 올라선, 나와 유세희 그리고 최호철에게 시선이 집중 되었다.
“모두 들어라! 나는 스켈레톤 길드의 김민준이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우리 스켈레톤 길드를 괴롭히는 자가 있다면 내가 결코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지금 잘 봐둬라! 우리 스켈레톤 길드가 누구인지 말이다!!”
나는 목청이 터져라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선작과 추천 감사합니다.
- 작가의말
읽으시고 부족한 부분 조언 남겨주시면 대단히 감사드리겠습니다!
Comment '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