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삶과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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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델의 영주 하마스는 왕도 파스텔로 달려가 셋째 왕자 자라테스에게 말했다.
"그자는 귀족과 기사를 죽이고, 왕족도 죽였나이다."
셋째 자라테스는 지금 춤을 추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애매했다. 첫째 형은 죽었고, 둘째형은 자이언트라는 자의 종이 되었단다.
스스로 왕자의 직위를 버린것이다.
그럼 가만히 있어도 자신이 칸단테 왕국의 정당한 왕이다. 한마디로 어이없다. 자라테스가 자조했다.
"나는 한것도 없거늘.."
자라테스의 외숙부 라힌백작이 말했다.
"이는 신의 뜻이 아니겠습니까? 왕이 되어야 할 자가 왕이 되니 세상이 순리대로 풀리는 것입니다."
하마스도 넙죽 엎드려 아부했다.
"그러하나이다. 왕은 하늘에서 내린다 하였나이다. 이는 곧 하늘의 뜻 입니다."
리힌백작이 하마스를 매섭게 노려보며 추궁했다.
"네놈은 둘째 요한테스의 편을 들었다 배신하고 기간테스의 편으로 돌아섯다. 더구나 기간테스 왕자가 죽음에 다달했음에도 곁을 지키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국왕 전하께 찾아온 저의가 무엇이냐!"
하마스가 무릎을 꿇고 허리를 꽂꽂히 세웠다.
"소신은 칸단테 왕국의 신하이지 왕자들의 신하는 아니나이다."
리힌백작이 소리쳤다.
"이놈 무엄하구나!"
자라테스가 라힌백작에게 손을 들어 제지 시키고 물었다.
"그럼 이곳에 온 목적이 무엇이냐?"
"나라를 생각해 왔나이다. 요한테스 왕자를 따른것도 그가 현명하고 선왕이 될 것이라 여겨 그런 것입니다. 그러나 요한테스는 자이언트라는 자의 종을 자처 하였나이다. 소신은 오직 나라만을 생각하는 바보입니다."
"그럼 첫째형 기간테스는 어찌하여 따른 것이냐?"
하마스가 도전적으로 자라테스를 바라보며 답했다.
"전통성을 논하자면 기간테스 왕자가 더 우위에 있음이니 그 또한 나라를 위한 결단이었나이다."
자라테스가 몸을 일으키며 탁자를 내려쳤다.
쾅!
"그럼 짐를 찾아 온것도 나라를 위함이냐!"
"당연한게 아닙니까? 왕자님은 이제 유일한 칸단테 왕국의 후계자입니다. 저를 매국노로 만드실 겁니까?"
당당하다. 자신은 한치의 잘못도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 기세가 왠만하면 추궁할 텐데 누가 잘못을 저지른 것인지 조차 혼란 스러웠다. 따지고 보면 자신은 셋째이고, 남들이 보기에는 아비를 죽이고 왕위를 형들에게서 뺏은 배덕자다. 그런 자신을 따르지 않았다고 하마스가 간신이라 할 수 있는가? 진짜 간신이라면 조카의 반란에 동조한 자신의 외숙부 라힌 백작이 아닌가? 자라테스가 다시 자리에 앉고는 말했다.
"나라만 생각하는 바보라.."
궤변같지만, 틀린말이 아니다. 하마스가 다시 말했다.
"자이언트 그자는 왕족과 귀족 기사를 멸하고 있나이다. 그자가 왕국전역을 장악하게 된다 생각해 보십시오. 이 나라의 400년 역사도 그걸로 끝입니다. 우리 랑델은 1000년을 버텨 왔습니다. 1000년간 랑델이 한번도 점령된 적이 없었겠습니까? 수십번이나 적에게 함락 되었나이다. 그러 함에도 그 명맥을 어찌 유지 할 수 있었는지 아십니까?
궁금하다 자라테스가 물었다.
"어찌 유지했느냐?"
"저의 아버지에 아버지, 또 그 아버지에 아버지가 살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랑델이 불타고 백성이 죽는다 하여 끝나는게 아닙니다. 그러나 귀족이 그 뿌리까지 뽑히면 정말 끝이옵니다. 자이언트 그자는 그 뿌리를 뽑는 자 입니다!"
피를 토하듯 말하는 하마스의 충언이다. 자라테스와 라힌백작은 침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치에 맞지 않는말이 하나도 없다. 또 첫째와 둘째 왕자가 왕권 쟁탈전에서 밀렸다. 이제 하마스는 미우나 고우나 칸단테의 백성이자 귀족이다. 그리고 칸단테의 국왕은 명실상부 자라테스 자신이었다.
"짐은 그대가 앞으로도 랑델의 주인임을 인정한다. 그대가 다시 랑델을 되찾게된다면 말이다."
하마스가 고개를 숙였다.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자라테스가 자신의 외숙부 라힌 백작에게 명했다.
"칸단테 전역에 깃발을 세우라. 왕의 이름으로 명하니 모든 귀족과 기사 백성은 일상생활을 접고 무기를 들라 이르라. 세상의 질서를 붕괴하고, 배덕을 행하는 반역자 자이언트를 토벌한다 이르게."
라힌백작은 미간을 찌프렸다.
"허나 지금 백성들의 생활이 말이 아니나이다. 사흑사병이라는 전염병이 퍼져 일족 자체가 사라진 곳도 부지기수고, 부모가 없어 떠도는 아이도 지천입니다. 이런시기에 전국 소집령을 내리면, 과연 우리 왕국에 뭐가 남을지 걱정입니다."
자라테스가 말했다.
"1000년의 랑델을 보라. 뭐가 남았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다. 짐이 살아 있느냐 죽어있느냐가 중요하다. 짐이 곧 나라요. 나라가 곧 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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