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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여름 님의 서재입니다.

숙원 홍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서여름
작품등록일 :
2020.05.11 11:19
최근연재일 :
2021.04.12 11:00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215,212
추천수 :
1,167
글자수 :
809,561

작성
20.10.29 11:00
조회
1,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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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6쪽

숙원 홍씨 66. 단진, 진양에게 돌격하다

DUMMY

숙원 홍씨 66. 단진, 진양에게 돌격하다


“거기 서! 거기 서라고!”

진양이 걷고 있었다. 진양의 발걸음이 설렜다. 단진이 따라오고 있었다.

조금 전 얇은 천을 사이에 두고 진양과 단진이 마주 서 있었다. 햇살 같이 웃던 단진은 사라지고 없었다. 단진은 차가워진 눈으로 진양을 노려보았다. 진양은 잠시 있다가 자리를 떴다.

“거기 서! 서라고!”

진양은 재밌었다. 제놈이 달려오면 되는 걸 굳이 목청 높여 소리치고 있었다. 그냥 달려오면 재미가 없을 터 이리 계속 따라온다면 진양은 오래도록 재미를 맛보게 되니 나쁠 것도 없었다.

“야! 이 살인자! 사람을 죽인 놈! 거기 서!”

김가가 뒤를 힐끗 보고 말했다.

“대군마마, 저 계집이 도를 넘고 있사옵니다.”

“저놈이 언제는 도를 지켰더냐, 그냥 두거라.”

“야! 이 살인자! 멈추라 했다!”

단진이 벗어던진 신발이 진양의 어깻죽지에 맞고 툭 떨어졌다.

진양이 멈춰섰다. 진양이 돌아서 땅에 떨어져 있는 검정가죽신을 보았다. 작았다. 저 작은 신을 신는 저 작은 계집이 진양을 멈춰서게 한 것인가.

진양이 단진을 보았다.

김가가 단진을 보며 소리쳤다.

“네 이년, 네년이 정녕 죽고 싶은 것이냐?”

진양의 싸늘한 눈빛이 김가에게 꽂혔다. 김가가 움찔하며 물러섰다.

“송구하옵니다 대군마마!”

진양의 눈길이 다시 단진을 향했다. 오뉴월 햇살을 품은 듯 따사로웠다.

단진은 서슬 퍼런 눈으로 진양을 향해 걸어왔다. 오가는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보고 있었지만 진양의 눈에는 오로지 단진만이 보일 뿐이었고.

단진의 눈에도 진양만이 보일 뿐이었다.

진양은 계집으로 걸어오는 단진을 보았다.

눈에는 독기가 가득했다. 독기 가득한 눈으로 진양을 노려보고 있으니 짜릿했다. 고운 얼굴에 독기가 들어차니 만개한 꽃 같았고 향기에 취하는 것 같았다.

단진은 진양을 보았다.

육갑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를 진양이 몸에 두르고 있는 것 같았다.

단진이 진양의 앞에 멈춰섰다.

하늘색 치마를 입은 단진과 검붉은 무사복을 입은 진양이 서로를 보았다. 단진의 하얀 저고리는 한겨울 눈처럼 차가웠고 진양의 상투관의 검붉은 보석은 뜨거웠다.

그들은 서로를 보고만 있었다.

사람들은 재밌는 구경거리가 생긴 듯 눈이 바빴다. 진양의 옆에서 한 걸음 떨어진 곳에 김가와 은가가 서 있었다. 그들의 장검을 본 사람들은 대놓고 보진 못해도 힐끔거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상인들은 괜히 시끄러운 일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함께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의 신경전을 보느라 장사는 뒷전이었다.

백겸이 그들을 보고 있었다. 백겸은 단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찾고 있는데 ‘살인자’라고 고래고래 지르는 소리를 듣고 달려왔다. 말려야 했으나 이미 늦었다.

도화가 단진에게 가려 하자 백겸이 잡았다. 인옥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뒤늦게 떡을 입에 문 공두가 백겸의 곁에 와서 눈을 휘둥그레 뜨고 단진을 보았다. 도화가 공두에게 빨리 가서 데려오라고 재촉했다. 지금 상황에 나설 수 있는 사람은 공두밖에 없었다.

공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떡을 꿀떡 삼키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모두가 숨죽인 듯 보고 있었다.

바람에 천들이 나부끼고 상점에 매달린 형형색색 등이 춤을 추고 있었다.

잠시.

진양이 허리를 굽혔다. 단진은 여전히 노려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진양이 단진의 가죽신을 들고 단진에게 내밀었다.

“네놈이 던진 이 무례를 네게 돌려줄 것이다. 오늘은 날이 아닌 듯하니 내게 잘못했다 머리를 조아리고 가거라! 허면 오늘 네놈의 죄는 묻지 않을 것이다. 어떠하냐?”

단진이 진양의 손을 탁 쳐냈다. 가죽신이 다시 땅에 떨어졌다.

“네놈이 먼저 죄를 지었다 자백하고 인정하거라! 네놈이 사람을 죽였다 인정하고 잘못을 고하거라! 네놈이 죽인 아이에게 잘못했다 용서해 달라 빌거라! 그러고 나서 내가 네게 한 행동이 죄가 된다면 달게 받을 것이다!”

진양이 웃었다.

“네놈은 입만 살았구나. 헌데 그 입도 나만 볼 때만 살았구나. 네놈이 그 죽은 놈. 너 때문에 죽은 그놈을 생각해 보거라. 짐승이어서 소달구지에 질질 끌려가 까마귀밥이 된 그놈 말이다.”

“네 이놈! 죽은 자를 모독하지 마라! 짐승이 아니라 사람이라 했다!”

진양이 웃었다.

“네놈이 할 말은 아닌 것 같구나! 한 사람이 죽는다는 건, 한 세상이 끝나는 것이다. 누군가의 자식이고 누군가의 친구고 누군가의 전부가 끝나는 것이다, 그 누군가의 세상이 끝나는 것이다. 해서 그 세상을 끝나게 했을 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라 했더냐?”

....

“사람과 짐승도 구분 못하고, 사람 목숨이 귀하다는 것도 모르는 나의 무지함이 죽였다 했느냐? 해서 나를 죽이러 오겠다고 했더냐? 헌데.”

진양이 웃었다.

“네놈은 어찌해서 나를 죽이러 오지 않은 것이냐? 네놈은 어찌해서 이리도 즐겁게 지내고 있는 것이냐?”

단진은 당황했다.

“네놈 웃음 어디에도, 네놈 얼굴 어디에도, 네놈 생각 어디에도, 그 죽은 놈은 없질 않으냐! 그 죽은 놈을 왜 내게서 찾느냐? 나를 죽이고 싶다고 했느냐? 허면 이를 갈고 뼈를 가는 심정으로 나를 증오해야 하는 것이다. 잠을 자지도 먹지도 않고 나를 죽이기 위해 사력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그 죽은 놈은 네게 아무것도 아니질 않느냐! 그 책임을 나에게 넘기지 말거라!”

단진의 주먹 쥔 손이 떨렸다.

“이런 이런. 내 말이 맞긴 한가 보구나.”

진양이 웃었다.

“이렇게 하자. 네놈이 계집인 걸 보이면서까지 내게 나타난 걸 보니. 네 입으로 내게 뱉은 말은 있고, 또한 네놈이 죽인 그놈에게 죄책감은 있고, 또한 네놈은 잊고 싶은데 방법은 없고 해서 이리 나타난 것이겠지. 어찌한다...”

단진은 바들바들 떨고 있을 뿐이었다.

진양이 또다시 웃었다.

“좋다. 네 성의를 봐서 내가 없던 일로 해줄 것이다. 가거라!”

진양이 가려다 단진을 보며 말했다.

“허나 명심하거라. 그놈을 죽인 건 너다. 너의 어리석음이다. 또한 검을 휘두를 생각도 없으면서 검을 뽑아들지 마라. 알겠느냐? 너를 봐주는 건, 네놈이 계집으로 나타나 내게 잘못했다 사죄했기 때문이다. 허니 가거라!”

진양이 가려 하자 단진이 진양의 팔을 잡았다.

진양의 눈길이 단진의 손에 머물렀다.

단진은 진양을 잠시 보다가 죄책감을 삼키고 입을 열었다.

“그래...그래. 네놈 말이 맞다. 나는 그 아일 잊고 하루 하루 웃으며 살고 있다. 그게 사는 거니까. 살아야 하니까. 내 웃음에, 내 생각에 그 아이가 없다고 해도, 네놈이 그 아일 죽인 건 변하지 않는다.”

진양은 웃었다.

“내가 그 아이에게 잘못을 빌어야 하는 게 내 몫이듯, 네놈이 그 아이에게 빌어야 하는 것도 네놈 몫이다. 허니 빌거라. 잘못했다고 용서를 구하란 말이다!”

진양이 껄껄 웃었다.

“너나 잘하거라! 네놈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으니 다 용서해줄 것이다. 가거라!”

진양이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단진의 손을 잡았다. 부드러웠다. 그 부드러움을 손에 쥐고 독기 가득한 단진을 눈에 담고 있으니 전율이 일었다. 손을 놓고 싶지 않았다. 진양은 단진의 손을 떼어내고 걸어갔다. 자신을 보고 있을 단진을 생각하니 입가에 미소가 걸려 내려오지 않았다.

단진이 다시 달려와 따질 거라 여기기에 천천히 걸었다.

단진은 주먹을 불끈 쥐고 진양을 노려보고 있었다.

백겸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눈으로 있었고 도화는 단진을 살피고 백겸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인옥은 여전히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고 공두는 그들에게서 떨어진 부채를 파는 상점 안에 숨어서 보고 있었다. 골목 어귀에서 삼년이 보고 있었다.

진양은 한 걸음 한 걸음 걷는데 소식이 없자 돌아보고 싶었다. 포기할 놈이 아닌 걸 알면서도 조바심이 났다.

그때였다.

“야아!!!!!”

비명소리가 들렸다.

진양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진양이 돌아보니 단진이 진양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단진이 있는 힘껏 진양을 몸으로 들이받았다. 진양은 단진을 안고 옆에 있는 꽃신 좌판 너머로 굴러 떨어졌다. 진양은 단진이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감싸 안았다.

요란한 소리가 들리더니 진양과 단진의 모습이 사라졌다.

백겸은 여전히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가슴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도화는 놀라 보고 있었고 인옥은 울음을 터트렸고, 삼년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공두는 부채 속에서 튀어나와 떡을 문 채로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김가와 은가가 좌판 앞으로 가서 막아섰다.

좌판 너머로 그들이 굴러 떨어졌지만 누구도 그곳에 다가가려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숨죽인 채 상황을 주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진양의 몸 위에 단진이 있었다.

단진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진양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내가 아니다! 네놈이 죽였다! 내 탓이 아니다! 네놈이 죽인 것이다!”

진양은 파란 하늘 아래에 있는 단진을 보았다. 단진의 체온이 느껴졌다. 따뜻했다.

단진의 감촉이 느껴졌다. 부드러웠다. 그 부드러움을 지니고 독기를 품고 바들바들 떠는 단진이 갖고 싶었다.

“내가 아니다! 네놈이 죽였다! 네놈이 죽인 것이다!”

진양이 웃자 단진은 주먹을 치켜들고 진양을 내리치려 했다. 진양이 단진의 팔목을 잡고 확 돌렸다.

진양이 단진의 위에 있었다.

진양은 단진의 양 팔을 누른 채 단진을 보고 있었다.

“이거 놔! 이거 안 놔! 이 나쁜 놈아. 왜 힘으로 해! 이거 안 놔!”

진양은 단진이 발버둥 칠수록 갖고자 하는 열망이 커져갔다.

진양은 할 수만 있다면 이대로 계속 있고 싶었다.

진양이 단진을 보다가 물었다.

“나를 죽일 생각은 여전히 있는 것이냐?”

“죽일 것이다! 반드시 죽일 것이다!”

“허면 닷새 뒤 신시에 광통교로 나오거라. 거기서 승부를 보자꾸나! 허나 명심하거라. 밥을 먹어도 모래알 같아야 하고 물을 마셔도 그놈의 피를 마시는 기분이 돼야 할 것이다. 잠을 자서도 안 되고 이를 갈고 뼈를 가는 심정으로 나를 증오하거라. 그리고 찾아오너라. 그래야 내 옷자락 한 올이라도 건드릴 수가 있을 것이다!”

단진은 진양을 노려보고 있었다.

진양이 몸을 숙여 단진의 얼굴 가까이 가져다 댔다. 단진의 독기 가득한 눈 속의 맑은 물이 진양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 맑은 곳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단진의 숨결이 느껴지고 입술이 닿을 듯했다. 진양은 단진이 고개를 돌릴 거라 여겼으나 단진은 움직임 없이 더욱 독을 품고 노려보았다.

미칠 듯이 갖고 싶었다.

진양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진양은 일어섰다. 좌판 뒤에서 진양이 일어서자 몰려있던 사람들의 눈동자가 다른 곳을 찾느라 바빴다.

진양은 엉망이 된 좌판 위에 돈 주머니를 꺼내 던지고 걸어갔다.

그걸 신호로 멈췄던 운종가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진양과 단진을 구경하던 이들이 일제히 바로 앞에 있는 좌판에서 물건을 잡았다. 갓을 파는 상점 앞에 있던 사내들은 갓을 들고 흥정했고 여인들은 댕기를 손에 들고 보고 있었다. 잠시 지체한 만큼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단진은 그대로 있었다.

따라잡고 싶었으나 이미 몸에 힘이 풀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 좁은 틈새로 맑은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단진은 자책했다. 아니라고 큰소리 쳤지만 자신으로 인해 육갑이 죽었고, 육갑이 세상에 다녀가긴 한 건가 싶을 만큼 잊고 있었고, 그 미안함에 더욱 큰소리 쳤고, 큰소리는 쳤으나 아무 힘이 없어 이리 당하고만 있었다.

단진은 육갑에게 미안했다. 마지막까지 자신을 믿고 달리던 육갑이 떠오르자 죄책감이 바위처럼 짓눌렀다.

그런 육갑을 잊고 있어 미안했다.

갑자기 먹구름이 낀 듯 하늘이 가려졌다.


붉은 꽃 모양의 머리에 꽂는 장신구, 노란 꽃 모양의 장신구, 울긋불긋 각양각색의 장신구를 창이가 보고 있었다. 이것도 만져보고 저것도 만져보고 다 예뻐서 어떤 걸 골라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장신구를 만질 때마다 창이의 가슴에 꽃이 피었다.

고운 한복을 입은 애기씨 둘이서 장신구를 들고 보는 척하고 있었지만 마음은 창이에게 있었다. 꽃무늬가 수놓아진 저고리에 다홍색 치마를 입은 애기씨가 창이를 힐끔 보다가 눈이 마주쳤다.

애기씨는 수줍은 듯 장신구에 시선을 돌렸다. 창이는 그녀가 입은 한복을 눈여겨보았다. 저고리에 수놓아진 작은 꽃이 단진이를 닮았다. 단진이가 입으면 참 예쁘겠구나 싶었다.

애기씨는 거울을 들고 장신구를 머리에 대는 척하면서 창이를 살폈다. 키가 훤칠하니 인물도 좋고 사내 중의 사내였다. 거울로 창이와 눈이 마주치자 볼이 발그레해졌다.

창이가 장신구를 고르지 못하자 후덕한 인상의 주인이 말했다.

“정인에게 줄 선물을 고르는 것이오?”

“그렇소.”

애기씨가 배신이라도 당한 얼굴로 신경질적으로 거울을 놓고 자리를 떠났다.

주인이 창이에게 말했다.

“그러다 날 새겠소! 오늘 들어온 따끈따끈한 새 상품이 있소!”

주인이 별 모양의 장신구를 꺼냈다. 큰 별에 작은 별들이 장식돼 있었다.

창이는 문득 단진의 생일선물로 샀던 해와 별 모양의 목걸이가 떠올랐다.

‘이거 신비의 목걸이에요, 이 목걸이를 주면서 고백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대요!’

‘대신 목걸이를 사고 나서 7일 안에 고백을 못하면, 그 사람과는 절대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대요. 그러니까 날짜 잘 계산하셔야 해요!’

창이의 눈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주인이 창이의 눈치를 살폈다.

“뭘 망설이시오? 이걸 정인에게 주면 연모가 이뤄진다는 귀한 장신구요!”

창이가 웃었다. 500년 전이나 후나 사랑에 빠진 사람의 마음을 미혹시키는 건 희망이었다.

“헌데 사흘 안에는 고백을 해야 하오.”

창이는 가만히 보다가 말했다.

“허면 사흘 안에 고백을 하지 못하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오?”

“그렇소.”

주인이 말을 이었다.

“허나, 사흘이 지나 고백을 못하면 다시 새 걸 사서 고백하면 백년해로 한다는 신비의 장신구요!”

창이는 웃었다. 상술임을 알지만 기분 좋은 소리였다.

“그 머리핀으로 주시오!”

주인이 장신구를 천 주머니에 넣어 창이에게 건넸다. 창이의 손에 단진을 향한 마음이, 함께 할 희망이 있었다. 창이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오늘은 꼭 전해줄 수 있었다.

창이가 가려는데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달갑지 않은 진양의 모습이 보이자 창이가 돌아섰다.

창이의 뒤로 진양이 김가, 은가와 함께 지나갔다.

진양은 큰소리로 웃고는 멈춰서 돌아보았다. 진양은 잠시 있다가 가던 길을 갔다.

창이는 진양을 피하고 싶지 않았지만 오늘만큼은 진양과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오로지 단진을 위한 날이었다. 그러다 창이의 눈길이 진양이 걸어온 곳으로 향했다.

저곳은.

창이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창이가 서둘러 포목전 쪽으로 달려와 보니 단진은 없었다. 단진 뿐 아니라 백겸도 도화도 공두도 인옥도 아무도 없었다.

창이는 혹시나 싶어 바람에 휘날리는 천들을 살피며 어딘가에 있을 단진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창이의 손에서 얇은 천이 빠져나가듯 단진이 빠져나갔다.

안타까움에 창이의 마음이 타들어갔다.

언제 볼지 알 수 없는 기약 없는 이별이었다. 이대로 인사도 없이 보낼 수는 없었다.

창이가 서둘러 가려는데 천 사이로 쓰개치마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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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숙원 홍씨 67. 단진의 깊은 슬픔 +2 20.11.30 1,828 10 22쪽
» 숙원 홍씨 66. 단진, 진양에게 돌격하다 +2 20.10.29 1,892 10 16쪽
65 숙원 홍씨 65. 단진, 한양 기방에 들다 +3 20.10.26 1,928 10 26쪽
64 숙원 홍씨 64. 단진, 궁 밖으로 나오다 +2 20.10.22 1,934 11 22쪽
63 숙원 홍씨 63. 비밀의 열쇠, 백겸과 창이 +1 20.10.19 1,948 11 21쪽
62 숙원 홍씨 62. 진양, 비밀의 단서를 찾아내다 +2 20.10.15 1,953 11 19쪽
61 숙원 홍씨 61. 단진을 향한 애틋함 +2 20.10.12 1,960 11 21쪽
60 숙원 홍씨 60. 무예시합이 끝나고 +3 20.10.08 1,973 13 23쪽
59 숙원 홍씨 59. 무예시합-3 +4 20.10.05 1,990 12 22쪽
58 숙원 홍씨 58. 무예시합-2 +2 20.09.24 2,029 10 21쪽
57 숙원 홍씨 57. 무예시합-1 +2 20.09.21 2,047 10 20쪽
56 숙원 홍씨 56. 이향, 무예시합에 가지 않기로 하다 +1 20.09.17 2,065 10 17쪽
55 숙원 홍씨 55. 단진의 간절함 +1 20.09.14 2,089 9 21쪽
54 숙원 홍씨 54. 향을 지키려는 단진 +2 20.09.10 2,117 10 18쪽
53 숙원 홍씨 53. 나비문신 +2 20.09.07 2,138 10 19쪽
52 숙원 홍씨 52. 죽이려는 자, 지키려는 자 +1 20.09.03 2,164 11 21쪽
51 숙원 홍씨 51. 단진, 향의 위험을 알아채다 +1 20.08.31 2,189 11 20쪽
50 숙원 홍씨 50. 무예시합 날이 정해지다 +2 20.08.27 2,202 11 22쪽
49 숙원 홍씨 49. 여인 홍단진의 결심 +1 20.08.24 2,228 11 20쪽
48 숙원 홍씨 48. 백겸과 창이, 진양대군을 만나다 +2 20.08.20 2,269 11 21쪽
47 숙원 홍씨 47. 목멱산의 결의 +4 20.08.17 2,300 11 21쪽
46 숙원 홍씨 46. 계유정난을 막아라 +2 20.08.13 2,334 11 20쪽
45 숙원 홍씨 45. 단진의 고백 +2 20.08.10 2,349 11 20쪽
44 숙원 홍씨 44. 홍단진, 주상전하를 만나다 +2 20.08.06 2,364 12 18쪽
43 숙원 홍씨 43. 백겸과 창이 한양 기방에 들다 +1 20.08.03 2,387 11 16쪽
42 숙원 홍씨 42. 비 오는 밤, 사라진 자들 +3 20.07.30 2,401 11 18쪽
41 숙원 홍씨 41. 이향의 마음 +3 20.07.27 2,427 11 16쪽
40 숙원 홍씨 40. 꽃비 그리고 고려 제일 무사 창이, 조선 제일 무사 백겸 +1 20.07.23 2,444 11 20쪽
39 숙원 홍씨 39. 이향, 김종서와 야인을 만나다 +2 20.07.20 2,464 11 19쪽
38 숙원 홍씨 38. 운명적인 만남 +2 20.07.16 2,498 1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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