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여름 님의 서재입니다.

숙원 홍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서여름
작품등록일 :
2020.05.11 11:19
최근연재일 :
2021.04.12 11:00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215,217
추천수 :
1,167
글자수 :
809,561

작성
20.09.10 11:00
조회
2,117
추천
10
글자
18쪽

숙원 홍씨 54. 향을 지키려는 단진

DUMMY

숙원 홍씨 54. 향을 지키려는 단진


향과 진양, 안평이 후원의 정자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경복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관을 뽐내는 후원은 왕실 가족만이 드나들 수 있는 곳이었다.

파란 하늘엔 하얀 구름이 둥실둥실 떠다녔고 정자 앞으로는 연못이 뒤로는 산이 있었다.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눈을 돌리면 잘 가꾼 푸르른 나무들과 꽃나무가 심어진 정원, 산책로가 보였다. 여기저기에서 새들은 지저귀고 연못의 잉어들은 첨벙첨벙 소리를 냈다.

향은 어렸을 때 진양과 안평과 함께 후원에 자주 왔었다. 향은 정자에 앉아 책을 읽었고 안평은 하늘을 바라보며 시를 지었고 진양은 산책로를 뛰어다녔다.

오랜만에 형제들이 후원의 정자에 모여 앉았지만 사색을 즐길 상황이 아니었다. 진양과 안평은 심각한 표정으로 그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했고 향은 묵묵히 듣고 있었다. 진양은 역당의 무리를 잡지 못해 마음이 무거운 한편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가 넘쳤다. 안평은 결국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향이 입을 열었다.

“공양왕에게 아들이 있었구나...”

향이 잠시 생각하다 진양과 안평을 보며 미소 지었다.

“너희들이 참으로 큰일을 해냈구나. 진양은 아끼던 사병까지 잃고 상심이 컸을 터인데, 수고하였다.”

“아니옵니다 저하. 그저 깃털 하나 발견했을 뿐이옵니다. 역당의 본거지를 찾아내지 못해 송구할 따름이옵니다.”

“그렇지 않다 진양. 아주 잘 하였다. 너 아니면 누가 그리 할 수 있었겠느냐!”

향의 칭찬에 진양이 아이처럼 웃었다.

“저하...안평이 공양왕의 아들이 있는 걸 알아냈사옵니다.”

향이 안평을 보았다.

“안평, 아주 잘 하였다. 그간 어찌해서 공양왕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지 못하였는데, 안평 네가 답을 가져왔구나. 수고하였다!”

“아니옵니다 저하. 공양왕에게 숨겨진 아들이 있는 걸 알아냈다고는 하나 손에 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사옵니다. 모필가 염가는 죽고, 결국 놈들에게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사옵니다.”

향이 말했다.

“그렇지 않다. 너희들이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게 아니라 그들이 몇 걸음 물러선 것이다. 그들은 50년을 준비해 왔다.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허니 심려치 말거라. 때가 되면 나타날 것이다. 그들은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진양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저하...해서 드리는 말씀이옵니다.”

향이 보았다.

“놈들은 수차례 괴문서를 써서 조정을 시끄럽게 했사옵니다. 헌데 갑자기 너무도 조용하옵니다. 놈들이 왜 이리 숨죽이고 있을까를 생각해 봤사옵니다.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저하께서 궁 밖으로 나오시길 기다리고 있는 듯하옵니다.”

안평이 향을 보았다.

진양은 말을 이었다.

“해서 저하...내일 한성부 무예시합엔 가시지 않는 게 좋을 듯하옵니다. 소신 불안하옵니다.”

안평이 거들었다.

“그렇사옵니다 저하...역당의 무리가 어디까지 뻗어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옵니다. 소신이 그토록 은밀히 다녀왔사오나, 놈들은 알아채고 모필가 염가를 죽였사옵니다. 저하께서 한성부 무예시합에 가신다고 정해진 게 오래이옵니다.”

진양이 말했다.

“놈들이 준비를 하고 있을 시간이 충분하옵니다. 허니 저하...감히 아뢰온데 내일 무예시합에 나가지 마시옵소서...”

향은 단진이 떠올랐다.


‘저하...한성부 무예시합에 가셔선 아니 되옵니다...’

‘저하...저하께서 한성부에 나가신다는 걸 세상이 다 알고 있는데 어찌 역당이라 모르겠사옵니까! 저하께서 한성부에 나가시는 날을 노리고 있을 수도 있사옵니다!’

‘저하...아니 되옵니다! 들어주셔야 하옵니다! 약조하지 않으셨습니까!’


향은 지금 단진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기에 마음이 무거웠다. 진양과 안평이 향을 걱정스레 보고 있었다.

향이 진양과 안평을 보며 웃었다.

“이리들 내 걱정을 해주는 아우들이 있으니 좋구나...”

그러나 진양과 안평은 여전히 표정이 어두웠다.

“저하...”

향이 말했다.

“역당이 내일 나를 찾아올 수도 있을 것이다. 허면 잡으면 되는 일이다. 역당이 노린다 하여 위험하다 하여 매번 피해 다녀야겠느냐? 허면 그들은 더 치밀하게 계획할 것이고, 백성을 위협할 것이다.”

“저하...”

향이 진양과 안평을 보며 당부했다.

“너희들은 내 얘길 잘 듣거라. 역당의 무리가 내일 나를 어쩌지 못하면.”

진양과 안평이 놀라 향을 보았다.

“저하...말씀을 거두어주시옵소서...”

향이 말했다.

“심려치 말거라. 나를 어쩌지 못할 것이다. 해서 앞으로 괴문서 뿐 아니라 어떠한 방법을 써서든 백성을 혼란에 빠뜨릴 것이다. 허니 너희들은 그들에게 휘말려선 아니 된다. 또한 누군가 그들에게 휘말려 백성을 사지에 몰아넣는 걸 너희들이 막아야 한다. 알겠느냐?”

안평이 잠시 보다가 답했다.

“소신, 저하의 명을 따르겠사옵니다...”

진양이 향을 보다가 답했다.

“소신 저하의 명을 따르겠사옵니다. 역당의 무리가 이 진양의 심장을 뚫지 않는 한 저하께 한 걸음도 다가설 수 없을 것이옵니다.”

향이 웃었다.

“진양, 네 심장을 뚫을 수 있는 자는 세상에 없다. 또한 너희들도 내일 한성부 무예시합에 참석토록 하거라. 내 미리 일러두었다.”

진양의 눈에 빛이 났다.

“허면 소신이 저하를 뫼시겠사옵니다.”

“걱정 말거라. 내 호위는 내금위에서 알아서 할 것이다. 너희들도 무예가 뛰어난 사병들을 무예시합에 내보내거라. 야인들과 겨루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진양이 들떠서 좋아했다.

향이 덧붙였다.

“역당의 간자라는 그 자도 꼭 데려오너라.”

진양이 놀라 보았다.

안평이 걱정스레 말했다.

“저하...위험하옵니다...”

향이 빙그레 웃었다.

“진양이 있질 않으냐!”

진양은 잠시 있다가 웃었다.

“예 저하...용맹한 안평도 있사옵니다.”

향이 안평을 보며 물었다.

“용맹한 안평이라?”

진양은 지난번 자신의 집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소신이 자객과 싸운다고 생각하면서, 안평이 서책을 들고서 신발을 신고 천천히 걸어 나왔사옵니다. 소신이 싸움에서 밀려 다급하게 종을 울리라고 소리쳤더니, 그제야 천천히 걸어가 종을 쳤사옵니다. 제 사병들이 오자 그때서야, 대군이 위험하다 구하거라! 했사옵니다. 해서 소신이 용맹한 안평이라 별명을 지었사옵니다.”

“형님...”

향이 웃었다. 진양은 자신이 한 이야기에 향이 웃자 아이처럼 따라 웃었다. 안평이 진양을 흘겼다.

“저하...안평의 사병들이 서책을 들고 오지 않을까 염려되옵니다...”

향이 웃었다. 이번엔 안평도 따라 웃었다. 진양은 뜬구름 이야기를 하며 안평은 말만 하면 토라진다고 했다. 안평은 후원에서 여우를 놓친 일을 이야기하며 모든 것이 성미 급한 진양 때문이라고 했다. 향은 진양과 안평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며 웃었다.


먼발치에서 부왕이 향과 대군들을 보고 있었다. 부왕은 오늘은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했고 뒤늦게 진양과 안평이 문안 인사를 왔다는 걸 알았다. 부왕은 진양과 안평이 향과 함께 이곳에 있다는 걸 알고 찾아왔다.

부왕은 한참 전부터 와서 지켜보고 있었다. 부왕이 다가가려 했지만 그들의 표정이 진지해서 멀리서 보고만 있었다.

김 내관이 말했다.

“전하...아뢰겠사옵니다!”

“되었다. 그냥 가자!”

부왕은 흐뭇한 듯 웃고 있었다. 부왕의 용안이 밝자 김 내관도 미소 지었다.

부왕이 돌아서다 박 내관에게 시선이 갔다.

박 내관은 향을 수행하는 내관 나인들과 기다리고 있었다. 김 내관의 눈빛이 어찌나 살벌한지 박 내관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부왕이 향을 보는 동안 김 내관은 박 내관을 보고 있었다.

부왕의 시선이 나인들에게 닿았다가 다시 박 내관에게 갔다.

“홍단진이란 아이는 보이지 않는구나.”

“소신이 심부름을 보냈사옵니다.”

“그 아이는 아직도 그러고 있느냐?”

박 내관이 얼결에 답했다.

“그러하옵니다 전하...”

박 내관이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박 내관이 부왕의 앞에 납작 엎드렸다.

“전하...소신을 죽여주시옵소서....아랫것 하나 단속하지 못해 세자저하께 누가 되게 했사옵니다. 소신을 죽여주시옵소서...”

부왕이 발걸음을 옮겼다. 김 내관이 박 내관을 보았다. 박 내관은 김 내관의 신발이 눈앞에 있음을 알고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었다. 김 내관이 싸늘하게 박 내관을 보았다. 박 내관이 일어섰다. 김 내관이 박 내관에게 다가갔다.

“궁 안에 전하께서 모르시는 일이 있을 거라 여겼느냐!”

박 내관이 움찔했다.

“지켜볼 것이다.”

김 내관이 가자 박 내관은 참고 있던 숨을 내뱉었다.

어릴 적 내시로 들어와 이제껏 평탄하게 살아왔다 했더니. 세자저하를 뫼시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했더니. 사고뭉치 홍단진이 나타난 이후로 머리에는 펄펄 끓는 가마솥을 이고 살얼음판을 걷고 있었다.

박 내관은 정자에 있는 향을 보았다. 그리고 멀어져가는 부왕의 뒷모습을 보았다.

어젯밤 단진이가 동궁전 앞에서 밤을 지새운 걸 전하께서 알고 계셨다.


동이 트고 있었다. 박 내관이 동궁전으로 들어가려는데 누군가 동궁전 앞에 서 있었다. 박 내관이 다가가보니 단진이었다. 단진은 밤이슬에 흠뻑 젖어 오돌오돌 떨며 동궁전을 바라보고 있었다. 단진이 동궁전 앞에서 밤을 지새운 것이다. 박 내관은 입이 쩍 벌어져 단진에게 가라고 호통을 쳤지만 단진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박 내관은 단진을 그대로 두고 동궁전으로 들어갔다.

아침 햇살이 동궁전으로 들어왔다. 내관이 향에게 용포를 입혀주고 있었다. 향의 눈길이 창으로 비치는 햇살에 닿았고 향이 미소 지었다. 박 내관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경회루에서 향이 단진을 바라보던 눈빛을 본 박 내관은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향의 눈빛은 연모였다. 어려서부터 거세를 당하고 사내로 살지 않은 박 내관이지만 어찌 연모하는 눈빛을 모르겠는가. 박 내관은 자다가 벌떡 벌떡 일어나서 그건 연모의 눈빛이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향의 눈빛은 연모였다.

박 내관은 향에게 단진이 이야길 하지 않으려 했는데 공두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들렸다.

“박 내관님, 큰일 났습니다! 홍단진이 미쳤사옵니다!”

향이 박 내관을 보았다. 박 내관은 어쩔 수 없이 향에게 사실대로 이야길 했다.

향이 동궁전 밖으로 나오자 공두가 쪼르륵 달려와 입을 놀렸다.

“저하...홍단진이 어젯밤, 저하께는 잠을 자러 가는 것처럼 하고는, 이곳에서 밤을 새웠사옵니다. 동궁전 망신을 시켜 소신이 야단을 쳤사오나 소용이 없었사옵니다. 소신을 벌하여 주시옵소서...”

박 내관은 끓어올라 공두를 사정없이 걷어찼다.


아침 햇살이 이슬을 머금은 나무에 닿았다. 이슬이 반짝였다. 향이 단진에게 다가갔다. 향을 바라보는 단진의 눈이 반짝였다. 단진은 창백한 얼굴에 오한으로 떨고 있었지만 눈빛은 또렷했다.

향은 잠시 단진을 보았다.

“대체 여기서 무얼 하는 것이냐? 밤새 이러고 있었느냐?”

단진은 말없이 향을 보았다.

“내 어제 말하지 않았느냐, 아무 일 없을 것이다, 네 앞에 있을 것이다 그리 일렀다.”

“저하...저하께 아무 일 없어야 하고, 제 앞에 있으셔야 하기에 이리 하는 것입니다. 저하...저하는 신하와의 약속을 지키십시오. 소인은 저하를 지키겠사옵니다.”

“내일 한성부에 나갈 때까지 이리 있을 것이냐?”

“저하께서 나가지 않으실 때까지 이리 있을 것이옵니다!”

향은 떨고 있는 단진이 안쓰러웠다.

“밤새 찬이슬을 맞고 서 있었으니 몸이 힘들 것이다, 가서 쉬거라.”

단진은 고집스러웠다.

“한 사람을 지키는 일은 한 세상을 지키는 일이온데 어찌 힘이 들지 않겠습니까! 소인은 괜찮사옵니다. 지킬 수 있는 저하가 있어 괜찮고,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 괜찮고, 저하를 이리 보니 괜찮사옵니다. 소인은 이곳에 있겠사옵니다.”

“아니 된다 했다.”

“아니 되는 걸 안다 해서, 어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겠사옵니까! 소인이 나가 역당을 잡을 수도 없는 일이고 저하를 지킬 힘조차 없사옵니다. 소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 이것이 전부이옵니다. 헌데 이것마저 하지 말라 하시면 소인은 어찌...”

단진은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울지 않았다. 단진은 단단히 말했다.

“저하...저하는 저하의 일을 하십시오. 소인은 소인의 일을 할 것이옵니다!”

“그리 하거라.”

향은 그대로 돌아섰다.


박 내관은 단진을 겁박하고 윽박질렀지만 꿈적도 하지 않았다. 박 내관은 단진에게 밤을 꼬박 새우든, 하루 종일 물 한 모금 마시지 않든 상관없지만 동궁전 앞에선 안 된다고 했다. 저하께 누가 될 거라고 했다. 그제야 단진은 말귀를 알아들었다. 단진은 처소 앞으로 갔고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이제껏 서 있다고 했다.

문제는 전하께서 모든 걸 알고 계신다는 것이었다.

박 내관은 정자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향이 보였다. 저토록 고귀하신 분이 어찌해서 홍단진이란 말인가. 박 내관은 다시 한 번 단진을 반드시 떼어내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단진은 처소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얼굴은 초췌했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기운이 없었지만 눈빛은 또렷했다.

단진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향이 손을 뻗어 단진의 눈을 가렸다.

밤하늘의 달빛이 향과 단진을 비춰주고 경회루 연못에 또 하나의 달빛이 향과 단진을 비춰주고 있었다. 향이 단진의 얼굴에 가져다 댄 손을 내렸다.

단진이 보았다.

“보거라. 나는 네 앞에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허니 아무 걱정하지 말거라. 네가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단진이 향을 보았다. 향의 깊은 눈을 보았다. 향이 미소 지었다. 단진의 콧등이 시큰해졌다. 단진은 향의 고집을 꺾을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향을 단진은 좋아했다. 그런 향이기에 단진은 좋았다.


단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지만 잠시였다. 향에게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심장이 서늘해졌다.

단진은 공두가 했던 말을 곱씹어봤다. 그날 밤 자객이 향을 노렸지만 백겸과 창이가 막아냈다. 자객들은 내일 향이 궁 밖으로 나올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백겸과 창이의 신분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검을 다루는 일을 하는 게 분명했다.

단진은 나무 그늘에 앉아 졸고 있는 공두를 보았다. 공두가 경가에게 우리는 절대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했다. 백겸과 창이를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었다.

단진은 스스로 향을 지켜내야 했다. 단진은 무슨 일이 있어도 향이 궁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해야 했다. 단진이 고개를 돌리는데 현기증이 일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단진의 눈빛은 단단했다.


“나가서 뭘 어쩌겠단 거야? 제발 시키는 대로 해! 기다리라고!”

도화가 방문을 막아서고 있고 창이와 백겸이 장검을 들고 나가려고 했다.

도화가 장검을 힐끗 봤다. 백겸과 창이는 아침 일찍 나가서 진양대군이 준 돈으로 장검을 사 왔다. 그리고는 경가를 만난 후로 김종서 집으로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공두가 전한 말은, 공두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단진은 절대 안 나간다, 백겸과 창이는 위험하니까 절대 절대로 궁 근처에도 오지 마라. 누가 들어도 단진이 한 말이었다.

“지금 나가서 뭘 어쩌게? 가서 나비문신 있으면 그 자리에서 다 베어버리게?”

창이가 말했다.

“그 방법이 최선이야!”

“야! 독고준! 생각 좀 하고 말해! 나비문신 있는 놈들이 문종을 죽이려 했다는 증거가 어딨어? 우리 밖에 없어! 누가 우리 말을 믿어? 지금 김종서 집에 있는 야인들은 나라에서 부른 거야! 그들이 갑자기 살해당했다 그럼, 누굴 쫓을 거 같아? 너희들은 살인자가 되는 거야!”

창이가 답답한 듯 말했다.

“너도 아까 들었잖아! 경가가 하는 얘기, 원빈이가 봄이에게 다 말한 거야! 그래서 봄이가 궁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한 거라고!”

백겸이 차분히 말했다.

“태희야! 가서 확인하고 올게!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어!”

도화가 백겸을 쏘아봤다.

“좋아! 어떻게? 무슨 식으로? 강제로 옷 벗겨서 확인하게? 확인해서 문신 있으면? 안 죽이고 올 수 있어? 아니, 문신 있으면 너희들을 죽이겠지? 어쩔 건데? 이게 방법이야? 어린 애들도 이런 식으로는 안해! 독고준 쟤는 원래 미쳐서 날뛴다 쳐! 너까지 대체 왜 이래?”

백겸은 초조했다. 단진은 혼자서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게 분명했다.

“시간이 없어, 놈들에게 나비문신이 없다면, 우리는 찾아야 하고 대비해야 돼.”

도화가 버럭 소리 질렀다.

“그러니까 기다리라고! 내가 방법을 찾고 있잖아! 이재열 이 자식은 대체 어딜 간 거야!”

문이 슬그머니 열리고 월이 고개를 내밀었다.

“성님...그리 소리 지르다 목 찢어지겠소...열매바위! 내 방은 아주 조용하다오...”

월이 들어오려고 하자 도화가 문을 닫았다. 그러다 다시 열었다.

도화가 월을 보았다. 방법을 찾았다.

월이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6 k1******..
    작성일
    20.09.10 11:22
    No. 1

    너무 달달해서 더 집중해서 봤어용ㅎㅎㅎㅎㅎ

    찬성: 7 | 반대: 0

  • 작성자
    Lv.7 cr*****
    작성일
    20.09.10 11:24
    No. 2

    작가님의 작품은 모든 인물들이 살아있어서 더 좋아요. 그냥 허투루 지나가는 인물이 하나 없네요ㅡ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찬성: 6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숙원 홍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7 숙원 홍씨 67. 단진의 깊은 슬픔 +2 20.11.30 1,828 10 22쪽
66 숙원 홍씨 66. 단진, 진양에게 돌격하다 +2 20.10.29 1,892 10 16쪽
65 숙원 홍씨 65. 단진, 한양 기방에 들다 +3 20.10.26 1,928 10 26쪽
64 숙원 홍씨 64. 단진, 궁 밖으로 나오다 +2 20.10.22 1,934 11 22쪽
63 숙원 홍씨 63. 비밀의 열쇠, 백겸과 창이 +1 20.10.19 1,948 11 21쪽
62 숙원 홍씨 62. 진양, 비밀의 단서를 찾아내다 +2 20.10.15 1,953 11 19쪽
61 숙원 홍씨 61. 단진을 향한 애틋함 +2 20.10.12 1,960 11 21쪽
60 숙원 홍씨 60. 무예시합이 끝나고 +3 20.10.08 1,973 13 23쪽
59 숙원 홍씨 59. 무예시합-3 +4 20.10.05 1,990 12 22쪽
58 숙원 홍씨 58. 무예시합-2 +2 20.09.24 2,030 10 21쪽
57 숙원 홍씨 57. 무예시합-1 +2 20.09.21 2,047 10 20쪽
56 숙원 홍씨 56. 이향, 무예시합에 가지 않기로 하다 +1 20.09.17 2,065 10 17쪽
55 숙원 홍씨 55. 단진의 간절함 +1 20.09.14 2,089 9 21쪽
» 숙원 홍씨 54. 향을 지키려는 단진 +2 20.09.10 2,118 10 18쪽
53 숙원 홍씨 53. 나비문신 +2 20.09.07 2,139 10 19쪽
52 숙원 홍씨 52. 죽이려는 자, 지키려는 자 +1 20.09.03 2,164 11 21쪽
51 숙원 홍씨 51. 단진, 향의 위험을 알아채다 +1 20.08.31 2,189 11 20쪽
50 숙원 홍씨 50. 무예시합 날이 정해지다 +2 20.08.27 2,202 11 22쪽
49 숙원 홍씨 49. 여인 홍단진의 결심 +1 20.08.24 2,228 11 20쪽
48 숙원 홍씨 48. 백겸과 창이, 진양대군을 만나다 +2 20.08.20 2,269 11 21쪽
47 숙원 홍씨 47. 목멱산의 결의 +4 20.08.17 2,300 11 21쪽
46 숙원 홍씨 46. 계유정난을 막아라 +2 20.08.13 2,335 11 20쪽
45 숙원 홍씨 45. 단진의 고백 +2 20.08.10 2,349 11 20쪽
44 숙원 홍씨 44. 홍단진, 주상전하를 만나다 +2 20.08.06 2,364 12 18쪽
43 숙원 홍씨 43. 백겸과 창이 한양 기방에 들다 +1 20.08.03 2,388 11 16쪽
42 숙원 홍씨 42. 비 오는 밤, 사라진 자들 +3 20.07.30 2,401 11 18쪽
41 숙원 홍씨 41. 이향의 마음 +3 20.07.27 2,427 11 16쪽
40 숙원 홍씨 40. 꽃비 그리고 고려 제일 무사 창이, 조선 제일 무사 백겸 +1 20.07.23 2,444 11 20쪽
39 숙원 홍씨 39. 이향, 김종서와 야인을 만나다 +2 20.07.20 2,464 11 19쪽
38 숙원 홍씨 38. 운명적인 만남 +2 20.07.16 2,498 11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