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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여름 님의 서재입니다.

숙원 홍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서여름
작품등록일 :
2020.05.11 11:19
최근연재일 :
2021.04.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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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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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08.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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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원 홍씨 43. 백겸과 창이 한양 기방에 들다

DUMMY

숙원 홍씨 43. 백겸과 창이 한양 기방에 들다


백겸은 도화가 준 회색 무사복으로 갈아입었다. 옷고름을 묶으며 방을 둘러봤다. 방은 넓고 사방이 한지로 만든 창이었다. 문살무늬가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창의 위쪽은 투명한 붉은 천이 커튼처럼 내려져 있어 몽환적인 느낌이 들었다. 방 안 곳곳을 등불이 밝히고 있고, 화려한 꽃 그림이 그려진 병풍에, 그 앞에 깔린 보료와 장침 역시 꽃무늬였다. 화려한 자개 문갑, 명나라에서 들어온 것 같은 장식품, 한쪽 벽에 세워진 거문고와 가야금, 그리고 어울리지 않게 검과 활도 있었다.

백겸은 도화를 따라 기방에 들어올 때부터 넋이 나가 있었다. 도화가 무릉도원이라고 표현했는데 자신이 생각해도 그랬다. 도화의 처소까지 걸어오는 동안 입이 쩍 벌어질 정도였다. 형형색색의 등불이 밝혀져 있고. 등은 연꽃모양부터 각양각색이었다. 비가 오고 있었지만 들고나는 손님들은 많았고, 손님들의 복색은 화려했고, 기녀들은 색색깔의 우산을 쓰고 지나갔고. 여러 개의 정자와 잘 가꾼 화원과 연못까지. 아버지의 세트장도 이보다 화려하고 정교할 수는 없었다. 조선에는 자신이 사는 세상보다 더 많은 게 있었다.

“들어가도 돼?”

도화의 목소리가 들렸다. 백겸이 방문을 열었다. 도화가 붉은 천을 걷고 들어섰다. 도화는 어느새 꽃이 수놓아진 연분홍 저고리에 남색 치마를 입고 있었다. 화려한 비녀를 꽂은 도화가 낯설었다.

도화가 백겸을 보았다. 백겸은 회색 무사복에 머리는 반을 묶고 회색 건을 둘렀다. 학창시절 내내 백겸은 깔끔한 걸 좋아해 늘 단정하고 세련된 헤어스타일을 유지했었다. 백겸의 긴 머리가 어색했지만 꽤 잘 어울렸다.

도화는 백겸과 창이가 국밥집에 있는 건 위험하다고 여겨 이제부터 이곳에서 지내라고 했다. 창이는 잠깐 나갔다 오겠다고 하고는 함흥차사였다.

도화는 백겸과 단 둘이 있는 게 어색해서 창을 열었다. 빗소리와 함께 가야금소리가 구슬프게 들려왔다.

“비가 그칠 생각을 안하네...독고준은 대체 어딜 간 거야? 지가 조선에서 갈 데가 어딨다고!”

도화도 백겸도 멀뚱멀뚱 서 있었다. 백겸이 도화를 빤히 보고 있었다.

도화가 당혹스러워 일부러 무뚝뚝하게 말했다.

“왜? 왜 그렇게 봐? 꽃무늬 입으니까 뇌 다친 거 같아? 옷이 이거 밖에 없다!”

백겸이 웃었다.

“언제까지 서 있어야 하냐고 물어보려고! 방주인이 앉으라고 해야 앉지!”

도화는 그제야 앉으라고 했다. 도화는 상석인 병풍 앞 보료에 앉으라고 하기도 뭐하고, 자신이 그곳에 앉고 백겸을 맨바닥에 앉히기도 뭐해서 결국 함께 맨바닥에 앉았다.

이때 방문이 열리고 월이 생글거리며 술상을 들고 들어왔다. 월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교태가 철철 넘치는 기녀로, 도화의 방을 제 방 드나들 듯 하며 귀찮게 했다. 월은 붉은 꽃무늬가 들어간 저고리에 치마를 입고 화려한 장신구를 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아름다운 꽃 같았다.

도화가 당혹스러워했다.

“뭐야?”

월이 야릇한 눈빛을 백겸에게 보내며 술상을 그들 앞에 두었다. 그리고는 백겸의 곁에 살포시 앉았다.

도화가 짜증스레 또다시 물었다.

“뭐냐고?”

월이 교태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뭐긴 뭐겠소 성님! 성님 좋은 밤 보내라고, 이 아우가 한 잔 대접하는 거 아니겠소! 성님이 오랜만에 사내를 들였는데, 이 아우가 어찌 가만 있겠소!”

도화는 머릿속에서 ‘오랜만’ ‘오랜만’ 이란 말을 반복했다. 오랜만이란 건, 처음은 아니란 건데. 도화는 속이 끓어올랐고 창피해서 백겸을 볼 수가 없었다.

월은 얼굴을 디밀고 백겸을 살폈다.

“성님, 재주도 좋소, 인물 좋고, 체격 좋고, 아~이런 사람이 조선에 있었소? 이목구비는 어디 하나 흠잡을 곳이 없고, 얼굴은 소년처럼 곱상하고,”

백겸은 무안하고 이 상황이 낯설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화는 끓어올랐다.

월은 계속해서 백겸을 살피다 슬쩍 다리에 손을 댔다. 월은 놀라워했다.

“돌덩인 줄 알겠소! 아니, 바윗덩이 같소! 이 몸 좀 보소 성님, 사내 중의 사내 아니오! 한잔 받으시오!”

월이 술병을 들고 백겸을 보았다. 백겸은 당황했지만 그 와중에도 백자 도자기로 만들어진 정교한 술 주전자를 보았다.

“뭐하시오? 내 술 한 잔 받으시오!”

월이 술잔을 백겸에게 내밀었다. 백겸은 얼결에 술잔을 받고 월이 술을 따라주었다. 월은 아주 천천히 따랐다. 술병의 작은 주둥이에서 술이 ‘또르륵’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월이 따르는 술에서도 교태가 흘렀다.

도화는 술을 따르는 월보다 그 술을 받고 있는 백겸에게 더 짜증이 났다.

도화는 월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나가! 나가란 말 안 들려!”

월은 기분나빠하긴 커녕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성님! 급하다 해서 너무 서두르진 마시오! 급히 먹는 밥이 체하고, 밥도 뜸이 들어야 제 맛이고, 옷고름을 풀어야 옷이 벗겨지는 거 아니겠소! 하긴, 이 정도 사내면, 옷고름이 문제겠소!”

월은 호호호 웃으며 백겸에게 도화에게 차례로 윙크를 날리고 나갔다. 도화는 입이 쩍 벌어졌다. 도화는 짜증스레 술병을 들었다. 무의식적으로 술을 백겸에게 따라주려 했다. 그게 너무 짜증나 자신의 잔에 따라 벌컥 마셨다.

“각자 마시자!”

백겸은 웃었다. 뜬금없이 대학 때 학교 앞 막걸리집이 생각났다. 도화와 백겸 창이가 막걸리집에서 밤새 술을 마셨는데 승자는 도화였다. 막걸리에 안주는 파전 하나가 전부였다. 도화는 안주도 하나 이상 시키지 못하게 했고 늘 돈도 나눠서 냈다. 늘 짧은 헤어스타일에, 검정 티에 청바지와 운동화, 겨울이면 검정 패딩에 청바지가 전부였던 도화가 이렇듯 화려한 옷을 입고 이런 방에 있는 게 어색했다.

도화가 백겸의 마음을 읽은 듯 말했다.

“살면서 내 방을 가져본 게 처음이야, 조선에 와서, 가끔 내 방을 가지려고 조선에 온 건가 생각한다니까...방이 기방에 있어 문제지...”

도화는 성질이 나서 술을 벌컥 들이켰다. 도화는 술상을 앞에 두고 앉아 있는 게 너무 불편해서 자자고 했다. 그렇게 말해놓고 나니 더 불편해졌다. 이불 세 채를 가져오게 해서 폈다. 도화는 백겸에게 문 앞에서 자라고 하고 가운데에 창이를 재우자고 했다. 도화는 불을 다 끄고 병풍 앞에 눕고 백겸이 문 쪽에 누웠다.

도화는 잘 때 입는 옷으로 갈아입고 잠자리에 누웠다. 어차피 다 가려져 상관없지 않나 싶었지만 속옷만 입은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다. 어두운 방안은 창으로 너울거리는 빛이 들어오고 빗소리까지 더해지며 몽환적이었다. 도화는 정신이 말똥말똥해져 잠이 오지 않았다. 도화는 창에 내려져 있는 저 붉고 요사스러운 천을 내일 당장 떼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백겸은 조선에 와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이부자리에 들었다. 역병으로 죽어가는 자들이 있는 숲속에서 자고, 쇠사슬에 묶여 자고, 동굴에서 자고, 이제껏 흙바닥이거나 풀이 이불이었는데 이렇듯 깨끗하고 폭신폭신한 이불 위에 누워있으니 오히려 불편했다.

백겸은 하루가 일 년 같았다. 단진을 만난 게 오늘이었다. 피곤해서 곯아떨어질 것 같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조금 전 도화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가끔 내 방을 가지려고 조선에 온 건가 생각한다니까...’

백겸은 문종의 어진을 보며 그들이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왜 문종은 다시 세자빈을 들이지 않았을까? 왜? 여자에 관한 어떤 기록도 없어. 왜지?’

여름이 말했다.

‘그렇게 궁금하면 직접 가서 물어봐!’

‘오케이, 가서 물어볼게.’

백겸은 왜 이 대화의 끝에 단진이 떠오르는지 알 수 없었다.


연분홍 꽃잎이 흩날리는 가운데 향과 단진이 서로를 보고 있었다. 단진의 젖은 눈은 반짝였고 향의 눈은 따뜻했다. 남색 답호에 은색 상투관에 비녀를 꽂은 향과 검정색 무명옷을 입은 작은 단진에게 연분홍 꽃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백겸은 그토록 아름다운 광경을 본 적이 없었다. 어떤 영상도 그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었다. 향과 단진의 사이엔 마음이 있었다. 백겸은 불안해서 일어나 앉았다. 도화도 일어나 앉아 백겸을 보고 말했다.

“오늘은 일단 자, 자고 일어나서 생각하자, 서봄 편지문제도, 이재열이 가는 방법을 아는 게 맞는 건지 틀린 건지도, 오늘은 너무 많은 걸 했어. 머리도 쉬어야지!”

백겸이 도화를 보며 입을 열었다.

“만약에...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가...”

도화가 백겸을 보았다. 백겸은 차마 입에 올리기도 겁이 나서 입을 닫았다. 백겸은 또다시 연분홍 꽃잎이 흩날리는 가운데 향과 단진이 서로를 보고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백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창이는 빗줄기 속에서 경복궁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이렇게라도 창이는 단진의 곁에 가까이 있고 싶었다.

모든 일이 오늘 하루에 일어났다. 579년을 거슬러 올라와 단진을 만나고, 조선의 5대왕 문종을 만나고, 김종서의 집에 가고, 세자 이향과 단진이 만나는 모습을 보고, 단진과 헤어지고, 자객을 죽이고, 또 이렇게 그리워하고. 하루가 천년 같았다. 단진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창이는 꿈같이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렸다.


단진이 쓰러지는 순간에 창이가 재빠르게 달려와 단진을 안았다. 백겸이 단진을 업으려는데 창이가 나섰다. 창이가 단진을 업고 궁 뒤편의 오솔길을 걸었다. 조금 가다보니 단진이 꿈틀거렸다. 창이는 단진의 숨소리가 바뀐 걸 알아챘다. 단진은 깨어났지만 기절한 척하고 있었다.

창이는 일부러 가장 뒤처져 걸었다. 창이가 혼잣말 하듯 말했다.

“아 힘든데...목을 꽉 안았으면 좋겠다...”

단진이 창이의 목을 꼭 껴안았다. 창이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 찼다. 창이는 도화가 고맙게까지 느껴졌다.

창이는 단진과 함께 사는 꿈을 꾸며 걸었다. 봄이 오면 함께 흩날리는 꽃눈을 맞으며 꽃길을 걸었고. 더운 여름이 오면 숲속에서 손을 잡고 개울을 건너 발을 담그고 첨벙첨벙 장난을 치고. 가을이면 떨어지는 낙엽 길을 걸으며 석양을 보고. 눈 오는 겨울밤이면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모닥불 앞에서 오순도순 살아가고. 단진이 웃는 모습을 보며 그렇게 함께 늙어가고 싶었다.

저잣거리로 들어서면서 창이가 말했다.

“아...애들이 있어서...이젠 손을 내려야 할 텐데...”

단진은 창이를 꼭 안았던 팔을 내렸다. 창이의 등 뒤에 단진의 꼼지락거리는 손이 느껴졌고 그녀의 체온이 느껴졌고 숨소리가 느껴졌다. 창이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창이는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것 같았다. 창이는 후회했다. 단진을 두고 김종서의 집에 가는 게 아니었다. 창이는 후회했다. 단진이 향과 함께 갈 때 단진을 잡았어야 했다. 창이는 후회했다. 눈이 마주친 어느 날 마음을 고백했어야 했다. 마음을 고백함에 있어 좋은 때도 좋은 장소도 중요치 않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창이는 단진이 향을 보며 웃는 모습이 떠올라 눈을 질끈 감았다. 창이는 잠시 있다 눈을 떴다. 창이는 다짐하듯 경복궁을 보며 말했다.

‘봄아...집에 가자...꼭...’


단진은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 일어나 앉았다. 창으로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향의 손이 닿았던 뺨에 손을 가져다댔다.

백겸은 잠이 오지 않아 밖으로 나와 마루에 걸터앉았다. 도화도 백겸이 나가는 소리를 듣고 따라 나왔다. 그들은 말없이 앉아 빗줄기를 바라보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알고 있었다. 그들은 이제 도성 밖을 나가는 문제는 다시 거론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이곳에서 살아남아 집으로 갈 길을 찾아야 했다. 살아남아야 했다.

삼년은 국밥집 방에서 문을 열고 쏟아지는 빗줄기를 보며 누워있었다. 모두를 남겨두는데 성공했다. 그들이 자신을 버리지 못하게 방법을 강구하고 함께 집으로 가야 했다.

인옥은 마루에 걸터앉아 담장 밖을 바라봤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인옥은 믿었다. 단진은 인옥을 버리고 혼자 떠나지 않으리란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인옥은 처마 끝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처음으로 귀에 들어왔다. 처마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또다시 들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아주 오래도록 들을 것 같았다.

공두는 또다시 광의 천장 대들보에 묶인 밧줄에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 공두는 발끝으로 통나무에 서서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었다. 공두는 집이고 뭐고 그것이 돌아오고 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공두는 더는 매를 맞을 수가 없었다. 공두는 살아야 했다. 공두는 창으로 보이는 빗줄기가 자신의 눈물 같았다.

창이는 경복궁을 바라보고 있었다. 단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 내리는 숲속에 횃불들이 춤을 추듯 움직였다. 순포는 횃불을 들고 뭔가를 찾는 척하고 있었지만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당혹스러웠다. 순포가 진양을 너무 만만하게 본 것이다. 실수였다. 이제껏 사냥을 하고 기방에서 술을 마시는 게 전부였던 진양이었다. 사냥을 할 때 놀라울 만큼 예리한 감각을 갖고 있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순포는 무사들이 설가의 시신이 있는 쪽으로 움직이는 걸 봤다. 자신이 먼저 발견해야 하나 망설였지만 그러지 않는 편이 좋을 듯했다. 어설프게 속을 진양이 아니었다.

그때였다. 누군가 소리쳤다.

“여기 설가가 있다!”

빗속에 누워있는 설가의 시신을 진양이 말없이 보고 있었다. 무사들은 참담한 얼굴로 설가를 보고 있었다. 설가와 각별한 김가와 은가는 눈이 벌게져 있었다. 진양이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아 살폈다.

설가는 목이 그어진 채, 눈도 감지 못한 채 죽어 있었다. 목의 상처를 보았다. 설가의 몸을 살폈지만 싸운 흔적이 전혀 없었다. 설가는 힘도 좋고 실력도 뛰어났다. 아무나 죽일 수 있는 자가 아니었다. 기습을 당했다. 면식범이다. 아는 놈이랑 대화를 하다가 죽은 것이다. 왜? 어째서? 왜 이곳에 온 걸까?

진양은 김가의 말이 떠올랐다.

‘모필가를 찾으러 가기 전에, 오줌보가 터질 것 같다면서 뒷간에 다녀온다고 했사옵니다. 기다려도 오지 않아 저희들끼리 먼저 갔사옵니다. 이후로 본 자가 없사옵니다.’

진양은 설가의 성격으로 봐서 뒷간으로 가기 전 숲이 보이는 곳에서 볼 일을 봤다고 추정했다. 그러다 누군가 이곳으로 가는 걸 보고 따라갔다가 당했다.

놈은 왜 죽였을까? 설가가 봐서는 안 되는 걸 본 것이다. 설가를 죽인 놈은 괴문서와 관련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놈이 가까이 있는 게 느껴졌다.

진양은 설가의 눈을 감기고 일어섰다. 진양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설가를 방으로 옮기거라!”

진양은 김가의 검을 빼들고 바로 눈앞에 적이 있는 듯 소리쳤다.

“감히, 이놈들이, 세자저하와 왕실을 능멸하더니, 이젠 이 진양의 집에서, 이 진양의 사람을 건드렸다! 나 진양, 내 이름을 걸고 맹세한다. 놈들을 반드시 찾아낼 것이다! 세자저하와 왕실을 능멸한 죄를 물을 것이고, 이 진양을 건드린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이 일과 관련된 모든 자들을 찾아내 다 죽일 것이다!”

무사들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한솥밥을 먹던 형제와 같은 설가가 죽었다. 무사들의 눈빛은 슬픔에서 복수를 다지는 결기로 바뀌었다. 순포는 자신이 큰 실수를 했음을 깨달았다.

진양이 무사들을 보며 소리쳤다.

“놈을 반드시 찾아내라! 수상한 놈이 있으면 즉시 베어도 좋다. 알겠느냐?”

“예 대군마마!”

“또한 너희들은 세 개조로 나눠 이곳을 철통같이 지켜라. 날이 밝는 대로 이곳을 수색해라! 뭐든 단서가 남아있을 것이다! 머리카락이든 놈의 솜털 하나, 그림자라도 찾아내라! 알겠느냐?”

“예 대군마마!”

진양의 매서운 눈이 무사들 하나 하나에게 머물다 순포에게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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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7 cr*****
    작성일
    20.08.03 11:35
    No. 1

    이번화는 창이 땜 아프네요 ㅠ 모든 캐릭터가 다 살아있어 너무 좋아요 작가님~

    찬성: 6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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