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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여름 님의 서재입니다.

숙원 홍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서여름
작품등록일 :
2020.05.11 11:19
최근연재일 :
2021.04.12 11:00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215,204
추천수 :
1,167
글자수 :
809,561

작성
20.07.27 11:00
조회
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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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16쪽

숙원 홍씨 41. 이향의 마음

DUMMY

숙원 홍씨 41. 이향의 마음


단진은 오는 내내 비에 대해 재잘재잘 떠들었다. 단진은 향이 천문을 잘 읽으니 분명 비가 올 거라고 했고,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풀냄새가 짙게 나는 것 같다고도 하고, 비 냄새가 느껴진다고 하고, 여름 끝자락의 바람은 시원하고 기분이 좋다고도 했다. 단진은 향이 용포를 입으면 위엄 있고, 갓을 쓰면 기품 있고, 오늘처럼 망건에 상투관과 비녀를 꽂은 모습은 힘 있고 멋지다고 했다. 향은 말없이 미소 지었다.

박 내관과 공두가 제등을 비추며 걷고 향과 단진이 걸어왔다.

단진은 처소에 가까워질수록 말수가 줄었다. 박 내관의 만류에도 향은 단진을 데려다줬다. 단진의 처소 앞에 이르렀을 땐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향이 단진의 다친 무릎과 멍든 얼굴에 시선을 두고는 말했다.

“치료를 해야 할 것이다.”

단진이 자신의 손바닥을 보이며 웃었다.

“지난번에 다쳤을 때, 쓰다 남은 약이 있습니다!”

향이 단진의 손에 남은 상처자국을 잠시 보다가 말했다.

“쉬거라!”

향이 가려는데 단진이 입을 열었다.

“저하...”

향이 보았다. 단진은 언제 또다시 떠나야 할지 모르기에 더는 망설일 수가 없었다.

단진은 향에게 말했다.

“저하...어찌 아무 것도 묻지 않으십니까? 누굴 만났는지, 어찌 다쳤는지, 어찌 묻지 않으십니까?”

“묻는다면 말해 줄 것이냐?”

단진은 잠시 향을 보다가 말했다.

“저하...소인이 말씀드릴 수 있는 건 하나입니다. 저하께서 걱정하시는 일은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

“저하...혹시라도...소인이 또다시 없어진다면...소인이 없어져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다면...”

향은 보고 있었다.

단진은 말을 이었다.

“소인은 죽은 것입니다. 허니 아무 걱정 마십시오. 소인이 없어져 무슨 일이 생길까 염려 마시고, 그저 잊어버리시면 됩니다...저하께서 걱정하시는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향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잊어버리면 된다?”

“예 저하!”

향이 단호히 말했다.

“너는, 어디에도 갈 수 없다!”

단진은 향의 싸늘함에 놀라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박 내관 역시 향의 눈치를 살폈다.

향이 박 내관에게 말했다.

“박 내관은 지금부터 이 아일 잘 지키거라! 또다시 이 아이가 없어진다면 엄히 문책할 것이다! 알겠느냐?”

박 내관이 대답했다.

“예 저하...”

향이 돌아섰다. 단진은 너무 놀라 멍하니 있었다. 박 내관이 들어가라고 눈짓했다.

단진은 서둘러 처소로 들어왔다. 단진은 그대로 서서 멍하니 있었다. 향의 차가운 눈빛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단진은 세상의 온기를 잃어버린 것 같았다.

향이 걸어갔다. 박 내관과 공두는 향의 눈치를 살피며 제등을 들고 걸었다. 향이 멈춰섰다. 박 내관은 입을 열려다 다물었다.

바람이 거세져 나뭇잎들이 더욱 바삐 움직였다. 향은 그대로 있었다. 향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하늘에서 후드득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박 내관은 서둘러 향을 단진의 처소로 발길을 돌리게 했다. 공두는 우산을 가지러 후다닥 달려갔다.

향은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서 있었다. 빗방울이 점점 굵어졌고 쉽게 그칠 것 같지 않았다. 박 내관이 조심스레 말했다.

“저하...잠시라도 들어가셔서 비를 피하심이 좋을 듯하옵니다.”


단진의 처소에 촛불이 켜졌다. 단진은 창으로 들어오는 빗소리를 들으며 마루에 걸터앉았다. 향의 차가운 눈빛을 떠올리자 단진은 몸이 움츠러드는 것 같았다. 단진은 향이 그럴 만도 하다고 여겼다. 향이 얼마나, 언제까지 단진을 봐줘야 한단 말인가. 단진은 깊이 숨을 내쉬고 옷을 갈아입으려 옷고름을 풀었다. 오른쪽 팔을 빼 옷을 벗으려는데 등의 어깻죽지 부근에 통증이 왔다. 손으로 아픈 곳을 만져보니 피가 배어 나왔다. 문에 부닥칠 때 다쳤을 텐데 이제껏 통증을 느끼지 못한 게 이상할 정도였다.

문이 열리고 박 내관이 제등을 들고 들어섰다. 향이 들어왔다.

단진은 한쪽 팔을 벗은 채로 돌아보았다. 등불에 단진의 어깨가 훤히 드러났다. 박 내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향이 돌아서려는데 단진의 상처가 눈에 들어왔다. 단진은 멍하니 있다가 그제야 놀라 옷을 서둘러 입고 일어섰다.

향이 말했다.

“그대로 있거라!”

향이 단진에게 다가갔다. 향이 단진을 보았다. 향은 주변을 살피다 마루에 앉았다.

박 내관은 생각 같아선 단진을 빗속에 패대기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감히 저하의 앞에서 몸뚱이를 드러내다니 박 내관은 부글부글 끓었다. 박 내관은 잠시 생각하다가 제등을 놓고 날쌔게 밖으로 나갔다. 박 내관은 공두가 두고 간 제등까지 가져와 마루에 올려두었다. 처소를 최대한 밝게 해야 했다. 박 내관은 아주 아주 느리게 밖으로 나갔다.

향이 단진에게 말했다.

“벗거라!”

단진이 놀라 향을 보았다. 향은 약을 손에 들고 있었다. 단진은 그제야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다.

“괜찮사옵니다.”

“내가 괜찮지 않다.”

단진은 향의 목소리가 차가워 더는 말을 할 수 없었다. 향을 등지고 앉아 옷을 반쯤 벗었다. 상처가 드러났다. 향은 잠시 보다가 약을 발랐다. 단진은 따가워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향의 손길이 잠시 멈췄지만 다시 움직였다.

촛불이 일렁였다.

향이 약을 바르며 말했다.

“네가 없어지면, 네가 죽은 것이니, 내가 걱정하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했느냐?”

“예 저하...”

“내가 걱정하는 게 무엇이냐?”

“전하께서 이루고자 하시는 대업이, 소인 때문에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게 전부더냐?”

“.....”

“내가 걱정하는 건.”

향이 약을 손에서 놓았다.

“너다.”

“.....”

단진이 돌아보았다. 단진이 향을 보았다. 빗소리만이 처소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단진은 잠시 있다가 몸을 돌려 서둘러 옷을 입었다.

단진은 멍한 얼굴로 향을 보았다.

“네가 또다시 없어진다면, 네가 죽은 것이니, 잊으라 했느냐?”

.....

“그리 할 수가 없다.”

향이 단진을 잠시 보다가 단호히 말했다.

“너는 나를 지키겠다 했으나, 네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하고 있다, 해서 더는 널 그대로 두고 볼 수가 없다.”

.....

“앞으로는 내 허락 없이 다시는 궁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또한 다쳐서도 아니 된다.”

....

“네가 죽는 일은 없을 것이고, 네가 내 곁을 떠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너의 목숨은 내 것이라 했다, 너는 나의 것이라 했다, 허니 귀히 여기거라, 알겠느냐?”

단진은 멍하니 향을 보았다.

“알겠느냐?”

“예...저하...”

“다시는...”

향이 잠시 보다 말했다.

“다치지 말거라.”

.........

향은 약을 단진의 멍든 얼굴에 발라주었다. 단진은 일곱 살 때 아팠다가 다시 살아났을 때부터 늘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살아온 것 같았다. 단진은 지금, 향에게 뿌리를 내렸다. 단진은 처음으로 오롯이 서 있는 것 같았다.

비가 시원하게 내리고 있었다.


빗줄기가 거세졌다. 백겸과 창이 도화가 쏟아지는 비를 고스란히 맞고 서 있었다.

도화가 백겸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이어 창이의 뺨도 후려쳤다. 그제야 백겸의 눈동자가, 창이의 눈동자가 도화를 향했다. 백겸과 창이는 이제껏 정신이 나가 있었다.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흘러가는 피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도화는 백겸과 창이에게 피하라고 밀쳐댔지만 꿈적도 하지 않았다.

도화는 겨우 눈동자를 돌린 그들을 향해 말했다.

“늬들 이대로 있다 잡혀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서봄은? 서봄은 그냥 죽는 거야! 지금 서봄이 편지 써서 문제가 되는 게 아니야, 늬들이 죽인 이 자객들이 서봄을 죽일 수도 있어,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백겸과 창이의 눈동자가 살아났다.

도화가 단호히 말했다.

“빨리 가. 너희들이 살아야 서봄 지킬 수 있어!”

창이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도화가 말했다.

"명심해, 너희들은 죽인 게 아니야. 살린 거야. 서봄과 문종을.”

백겸과 창이가 도화를 보았다.

도화가 다급히 말했다.

“민혁 돌무덤 가는 곳 알지? 그 길 입구에 버려진 초가집 있지? 거기서 기다려!”

백겸이 말했다.

“너는?”

“나는 처리하고 갈 거야! 빨리 좀 가! 너희들은 눈에 띄면 안돼!”

도화가 창이를 잡고 백겸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창이가 백겸을 잡고 서둘러 그곳을 벗어났다.

도화는 백겸과 창이의 도움 없이 시신을 옮겨야 했다. 백겸과 창이는 키가 컸기 때문에 쉽게 눈에 띄었다. 도화가 믿는 건 하나였다. 간절함. 삼년의 간절함을 믿고 있었다. 백겸과 창이가 넋이 나가 있을 때 삼년을 붙들고 시신을 옮길 방법을 찾으라고 했다. 그래야 자신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게 해주겠다고. 삼년은 잠시 머리를 굴리더니 할 수 있다고 했고 도화는 그에게 돈 주머니를 내주었다.

도화는 빗속에 흠뻑 젖어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도화는 삼년의 존재가 고맙게까지 여겨졌다. 하지만 잠깐 다녀오겠다던 삼년은 나타날 기미가 없었다. 이때 인기척이 들려 도화가 돌아보았다.


승무와 야인 결이 빗속으로 걸어왔다. 조금 전까지 도화와 백겸 창이가 있던 골목을 힐끗 보았다. 아무 것도 없었다. 승무와 결은 계속해서 걸었다. 승무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객이 향의 뒤를 밟고 호위무사들을 죽이고 보고하기로 돼 있었다. 이향은 다음에 직접 죽일 생각이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자 승무가 직접 나섰다. 무슨 일이 생겼으면 시신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아무 것도 없었다. 자객으로 위장한 자신들의 형제 여섯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혹시 이향이 미리 알고 사전에 방비한 것인가? 하지만 형제들의 무예는 뛰어났다. 아무나 상대할 수 있는 실력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형제들이 배신한 것인가? 그건 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승무와 결은 처음부터 다시 살펴보기 위해 가려는데 골목에서 사내가 큰 수레를 끌고 가고 있었다. 뒤에는 다른 사내가 수레를 밀고 있었다. 승무와 결이 서로를 봤다. 두 사람은 수상쩍은 느낌이 들어 그들에게 다가갔다.

승무가 말했다.

“게 섰거라!”

수레를 끌고 있는 삼년이 긴장했다.

“왜 그러셔유?”

승무가 물었다.

“이 시각에, 대체 무얼 옮기는 것이냐?”

삼년이 도화를 보았다. 도화는 허름한 머슴 옷을 입고 수레를 밀고 있었다.

“사정이 있어 그러니 좀 비켜주시오!”

승무와 결이 수레 앞에 바짝 다가섰다. 결이 수레에서 떨어지는 검붉은 피를 가리켰다. 도화가 수레를 가로막자 승무가 도화를 밀쳤다. 승무가 수레를 덮고 있는 짚단을 젖혔다. 죽은 돼지가 있었다. 돼지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삼년이 말했다.

“좀 봐주셔유, 나라 허락 없이 도륙한 거라, 이리 밤에 옮기는 거에유, 나으리, 백정도 사람인디, 먹고 살아야지유...”

승무가 짚단을 더 젖히려 했다. 도화는 마른 침을 삼켰다. 승무의 손이 한 뼘만 더 움직여도 영락없이 시신이 드러날 것이다. 승무가 짚단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려는데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다.

순찰을 도는 순라군들이었다.

“비가 엄청나게 오네...”

“더 와야지. 가뭄이 들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승무와 결은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삼년과 도화는 서로를 보고 서둘러 움직였다. 삼년은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비가 점점 더 거세졌다. 비가 이렇게 계속 온다면 시신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가 씻겨 내려갈테니 다행이었다. 하지만 시신의 무게에 비까지 더해지면서 더욱 힘들었다.

도화는 사투리를 써가며 연기를 했던 삼년의 뒷모습을 보았다. 도화는 백겸과 창이를 보내고 난 후 삼년이 나타나지 않아 도망쳤다고 체념했다. 시신을 옮기는 건 무리고 일단 도망친 뒤 날이 밝는 대로 백겸과 창이를 도성 밖으로 내보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삼년이 수레를 끌고 왔다. 거기에 백정 집에서 잡은 돼지까지 훔쳐 왔다. 삼년은 뒤탈이 있을까 싶어 백정 집에 엽전을 두고 왔다. 도화는 삼년의 잔머리를 따라갈 수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삼년과 도화가 민가 쪽으로 접어들었다. 이제까지는 걸리지 않고 잘 왔지만 긴장을 늦춰선 안됐다. 갑자기 바로 옆 초가집에 불이 켜졌다. 삼년과 도화가 놀라 멈추고 몸을 웅크렸다.

초가집 방문이 열리고 사내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밭에 나가봐야겄어, 땅이 가물어 걱정했는디, 너무 오지게 오니께 밭이 망가질까 걱정이여!”

사내의 마누라가 밖을 내다보았다.

“같이 가유. 혼자보단 둘이 낫쥬...”

사내가 빗소리를 들으며 바짝 달라붙어 있는 마누라를 보니 회가 동했다. 사내의 손이 마누라의 젖가슴을 향했다.

“왜 이런댜...누가 보겄네...”

“보긴 누가 본다 그랴...이 빗속에 정신 나간 놈이 아니고서야 돌아다니겄어...”

“왜 이런댜...밭 다 망가지겄네...”

마누라는 말과는 다르게 슬쩍 뒤로 누웠다. 사내가 방문을 닫고 불이 꺼졌다.

삼년과 도화가 서둘러 수레를 움직였다. 그러다 돼지가 바닥에 떨어졌다. 삼년과 도화는 놀라 그대로 있었다. 인기척이 없자 숨을 내쉬고는 돼지는 그대로 두고 가기로 했다. 갑자기 쏟아진 비로 인해 땅이 질퍽여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삼년은 있는 힘을 다해 끌었고 도화는 죽을힘을 다해 밀었다. 가까스로 민가 마을의 끝에 이르렀다.

도화는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도화가 삼년에게 다시 확인했다.

“확실하게 할 수 있는 거지?”

“너나 약속 지켜, 나도 이제 너희들과 함께야, 살아도 죽어도 함께야, 어차피 너희들 나 있어야 돌아갈 수 있어!”

도화는 삼년의 말은 무시하고 산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보며 말했다.

“저기까지 어떻게 옮기지?”

삼년이 수레를 끌고 도화가 밀었지만 힘에 부쳤다. 제대로 난 길도 아니었고 시신 여섯 구가 실려 있었다. 요란한 빗소리만이 전부였던 곳에 삼년의 낑낑거리는 소리, 도화의 거친 숨소리가 더해졌다. 삼년이 죽을힘을 다해 끌고 도화가 있는 힘을 다해 밀어도 수레는 움직이지 않았다. 땅이 질퍽거려 기름이라도 발라놓은 듯 미끄러웠다. 삼년의 발이 미끄러지며 수레를 놓쳤다. 엄청난 무게가 도화에게 밀려왔다. 불행 중 다행으로 수레가 웅덩이에 빠져서 도화는 다치지 않았다. 시신을 덮어둔 짚단이 바닥에 떨어졌을 뿐이었다.

도화는 삼년에게 성질을 냈다.

“야! 이걸 계획이라고 세웠냐!”

삼년이 숨을 헐떡이며 일어나 지랄지랄 했다.

“야, 그러는 너는! 너는 이런 계획이나 있었냐?”

도화가 말했다.

“조용히 해! 놈들이 쫓아올지도 몰라. 끌어!”

도화가 짚단을 다시 시신 위에 덮으려는데 번개가 번쩍였다. 한 시신의 찢겨진 옷 사이로 드러난 어깨 끝에 뭔가가 보였다. 도화는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아 몸을 앞으로 굽혀 자세히 살폈다. 고맙게도 또다시 번개가 번쩍였다. 나비문신이었다. 삼년이 빨리 가자고 지랄지랄 했지만 도화는 자객들의 몸을 살폈다. 모두가 같은 자리에 나비문신이 있었다. 도화는 아까 만난 사내를 떠올렸다. 어둡고 검은 삿갓을 써서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분명 이 자객들과 한 패가 분명했다. 이들을 찾고 있었다. 도화는 마음이 조급했다. 도화가 다시 힘껏 수레를 미는데 억센 손이 도화의 팔을 잡았다. 도화가 놀라 보았다.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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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숙원 홍씨 62. 진양, 비밀의 단서를 찾아내다 +2 20.10.15 1,953 1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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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숙원 홍씨 60. 무예시합이 끝나고 +3 20.10.08 1,973 13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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